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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노을
구현은 이혼합의서를 받아 들고 서예가 한 서명을 한 번 살펴보았다.

그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이혼합의서를 서예 어깨에 두드리며 말했다.

“서예, 너는 의학을 배울 것이 아니라 금융을 배워야 했어.”

구현은 몸을 숙여 싸늘한 눈빛으로 서예를 바라보았다.

“나랑 이혼하면 우리 집안 재산을 얼마나 나눌 수 있는지 계산이라도 했나?”

서예는 순간 멍해졌다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난 지금까지 당신 돈을 원한 적이 없어.”

구현은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예를 노려보았고, 얇은 입술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말했다.

“역시 주서예, 서예 넌 항상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지.”

“너의 이런 어설픈 수작질이 어떻게든 우리 문씨 집안에 계속 남아서 조금이라도 챙겨보려고 연기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가 어찌하든 결국 주씨 집안은 파산할 거야.”

“게다가 내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곧바로 다른 사람을 찾는 너 같은 천박한 여자가 스스로 고생을 자처한다고? 말도 안 되지.”

구현의 심하게 비꼬는 말을 듣고 서예는 자신의 몸이 떨려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구현은 한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대로 서예를 무시하고 돌아서 가려고 했다. 서예는 재빨리 두 팔을 벌려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 이수 좋아하잖아? 도와주겠다는데 왜 그래? 정 못 믿겠으면 합의서에 추가해도 좋아. 단 한 푼도 당신의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

“그래. 난 이수를 좋아해.”

구현은 가느다란 눈으로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을 최대한 멋지게 내 아내로 맞이할 거야.”

구현은 위층으로 올라갔고 곧 세게 문 닫는 소리가 났다.

서예는 마음속에서 씁쓸함을 느끼며 돌아서서 땅바닥에 떨어진 이혼합의서를 주웠다.

잠시 후 전화 소리가 울려 받았는데 서예의 어머니 양은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서예의 아버지가 위중한 상태로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것이었다.

서예는 서둘러 병원에 갔고, 그제야 양은선에게서 주씨 집안이 곧 파산할 것 같다는 것과 아버지가 그 때문에 충격으로 쓰러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녀는 문득 구현이 한 말이 생각났다.

‘이혼하면 우리 집안 재산을 얼마나 나눌 수 있는지 계산이라도 했나?’

‘어쩐지 구현 씨는 이미 벌써 주씨 집안이 파산할 것을 안 거야.’

양은선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냘픈 서예의 팔을 꽉 쥐었다.

“서예야, 구현이에게 가서 좀 도와달라고 해봐. 조금의 자금만 있으면 아버지의 회사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네가 아내인데, 설마 구현이가 모른척하겠어? ”

“그 사람은 지금 저를 죽도록 미워하는데요?”

서예는 암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의 자금도 주지 않을 거예요.”

양은선은 서예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

“넌 네 아버지가 이대로 죽는 꼴을 보고 싶어? 넌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

서예는 눈앞 양은선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부르르 떨고 온몸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도 있다는 걸 들은 적 있지만, 그게 우리 어머니 일 줄이야. 내 감정은 전혀 상관하지도 않고 그저 날 돈줄로만 여기다니.’

이전에 문씨 집안에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육정재는 어떻게 서예가 사는 집을 알았는지 그녀를 찾아왔다.

그는 양은선의 이상한 동영상을 서예에게 보여주며 자기와 함께 바다로 여행을 떠나 요트에서 3일 동안 기분전환을 하자고 했다.

그는 서예에게 함께 가기만 하면 영상을 비밀로 해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서예에게 구현을 버리면 큰돈을 써서 구현의 빚을 갚아주고 눈앞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도 했다.

구현이 어려워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던 서예는 초조하기만 했고 그를 도울 방법을 찾던 중이었다.

그때 서예는 구현을 도울 수만 있다면, 구현이 자신을 오해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육정재에게서 돈을 받아 문씨 집안의 자금 문제 해결을 도왔다.

또 매몰찬 말로 구현의 마음에 상처도 주었다.

하지만 구현과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몸이 병약해 오랫동안 누워 계신다고 들었던 구현의 아버지 문태규가 서예를 찾아왔다.

문태규는 서예에게 구현과 결혼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서예의 어려움과 그녀가 문씨 집안을 도운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때 서예는 결혼을 승낙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양은선은 문씨 집안에서 보낸 많은 예물을 받았다.

문태규는 자신의 병을 핑계로 구현에게 서예와의 결혼을 강요했다.

그때부터 구현은 서예를 무섭게 미워하기 시작했다.

병실을 나선 서예는 또다시 진통제 한 알을 삼켰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옆에 환자복을 입은 여자 하나가 보였다.

그녀는 흰 피부에 둥글고 큰 두 눈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몸매는 날씬했다.

‘심이수.’

구현이 지금 좋아하는 여자이자, 애초에 서예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서예는 그대로 눈을 돌려 모른 척 가려고 했다.

“서예야.”

이수가 그녀를 불렀다.

이수는 웃으면서 서예 앞으로 다가와 거만하게 말했다.

“너희 집안 망했다던데 아직 넌 괜찮나 봐? 방금 전 먹은 약은 뭐야? 어디 아픈 거야? 아주 불행이 겹쳤구나.”

서예는 냉랭하게 이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상관 말고 꺼져.”

이수는 화를 내지 않고 무심히 말했다.

“넌 정말 구질구질해. 구현 씨가 널 원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곁에서 매달리다니.”

이수가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계속 말했다.

“그거 알아? 요 며칠 동안 구현 씨는 줄곧 내 곁에서 나와 함께 있었다는 거?”

“왜? 그러니까 구현 씨 아내라도 됐나 싶어?”

서예는 불쾌했지만 참고 말했다.

“가서 구현 씨에게 나와 이혼이나 하라고 해.”

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너 설마 아직도 구현 씨가 너를 사랑해서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녀는 크게 웃었다.

“순진하기는.”

“구현 씨는 네게 복수하려고 이러는 거뿐이야.”

“실컷 가지고 놀다 질리면, 그저 쓰레기처럼 버려질 거라고.”

이수는 서예의 귓전에 대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 참, 구현 씨는 여태 너를 건드린 적도 없지?”

분노로 서예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서예는 눈을 들어 이수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왜 그런지 알아?”

이수의 손톱이 서예의 얼굴 위를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왜냐하면 네가 더럽다고 싫어해서 그런 거야. 이전에 네가 대신 갚았던 문씨 집안의 빚, 그 돈 육정재가 네게 준거 맞지?”

“말 다했어? 다 했으면 이제 그만 꺼져.”

서예는 이수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그런데 그 순간 이수가 땅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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