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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에서 마주한 남편과 첫사랑

산부인과에서 마주한 남편과 첫사랑

Oleh:  복덩이Tamat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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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 차, 남편 기연훈의 냉대에도 묵묵히 버티던 나. 사람들은 모두 내가 기연훈의 ‘스토커’라며 비웃었다. 심지어 기연훈 본인조차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내가 그 곁에 남은 이유는 단 하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는 걸. 그리고 오늘, 나는 내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마주친 장면은 기연훈이 류만정과 나란히 산부인과를 나오는 모습이었다. “오늘 밤엔 늦을 것 같아. 집엔 안 들어갈게.” 기연훈은 무심히 한 마디를 던지고, 류만정을 품에 안고 떠났다. 나는 말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조용히 임신중절수술 예약을 잡았다. 10년 전 맺은 은혜를 갚겠다는 약속. 이제 약속된 시간이 끝났다. 마침내, 이 비정상적인 결혼을 끝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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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임신 4주 차입니다. 축하드려요!”

생리가 일주일이나 늦어지자 혹시나 하고 병원에 왔더니, 임신한 지 무려 한 달이나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가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왔어.’

나는 진료실을 나와 복도에서 멍하니 서서,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이 아이를 낳아야 할까?

내 체질로는 한번 수술하면 다시는 임신하지 못할 수도 있댔는데...’

그때, 나는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저거 배우 류만정이랑 남자 친구 아니야? 진짜 잘 어울린다!”

“만정 씨가 산부인과에 올 때마다 남친이 항상 같이 오더라. 진짜 사랑 많이 받고 있나 봐.”

“엄마 아빠 얼굴이 저 정도면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사람들 쪽을 돌아보았다. 말대로 한눈에 기연훈과 류만정이 보였다.

류만정은 연훈과 7년째 연인인 척하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두 사람을 진짜 커플로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밸런타인데이에도 나까지 셋이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가 기자들에게 걸린 적이 있었다.

네티즌들이 나를 두고 진짜 뻔뻔한 여자라느니, 의도적으로 끼어든 ‘커플 브레이커' 라느니 온갖 욕을 퍼부었다.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아무도 내가 바로 기연훈의 아내라는 사실을 몰랐다.

여기 더 있다간 눈에 띄기 십상이겠다 싶어서 조용히 나가려던 순간, 류만정이 날 불러 세웠다.

“지은서? 여기서 뭘 하고 있어? 설마 연훈이랑 나를 스토킹하는 건 아니겠지?”

‘참 대단하다. 내가 이렇게 철저히 가리고 다녔는데, 기자들도 못 알아본 걸 어떻게 알아봤을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서 있는데, 기연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날 향해 단정 지어 말했다.

“이번 한 번만 넘어간다. 다음엔 그러지 마.”

‘스토킹’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날 찌르는 듯 느껴졌다.

사람들의 눈엔 내가 마치 악의적인 불청객이나 되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 처음도 아니야. 그래도 매번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파.’

기연훈은 나를 변호할 생각조차 없는 듯 보였다.

그는 류만정을 데리고 채혈실로 들어갔다.

‘그래, 나를 ‘아내’로 밝히면서 첫사랑을 욕 먹일 리 없지. 그게 기연훈이야.’

나는 문득 나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도 이 아이를 낳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내가 우습게 여겨졌다.

‘이런 차갑고 무정한 사람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를 낳는다고? 아이까지 나처럼 평생 저 사람에게 상처만 받고 살게 만들 순 없잖아.’

‘생각할 필요도 없어. 아이는 내 몸에 있을 때까지만 내 거야.’

...

나는 병원에서 바로 접수해서 임신중절수술을 예약하고, 돌아오는 길에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혼 서류 준비되면 바로 보내주세요!”

[하지만, 기 대표님의 혼외 관계에 대한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만약 류만정 씨 아이의 친자확인 결과를 입수해서 그 아이가 기 대표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더 유리한 재산 분할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긴 하지.’

하지만 나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됐어요. 절반이면 충분해요.”

기껏해야 내가 참아내며 버텨 온 이 결혼 생활을 하루라도 더 지속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나한테 고문이었다.

‘조금 덜 받아도 괜찮아. 그냥 서둘러 끝내는 게 나아.’

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려 했다.

그런데 내가 집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연훈이 돌아왔다.

그는 평소처럼 차갑고 무미건조한 태도를 유지할 줄 알았다. 어떤 일이든 흔들리지 않는, 늘 감정을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집까지 뛰어온 듯 숨이 거칠었고, 눈은 잔뜩 충혈된 상태였다.

기연훈은 내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

“실시간 검색어 봤어!”

남자의 손아귀 힘이 너무 강해서 손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나는 손을 빼내며 무심히 대꾸했다.

“봤으면 됐어.”

나는 검색어를 보지도 않았다.

‘또 류만정 쪽에서 돈 써서 기연훈이 얼마나 자신을 아끼는지 찬양하는 글이겠지. 그다음엔 나한테 자격 없다고 욕하면서 내가 어떻게든 기연훈에게 붙으려 한다고 비난하겠지.’

이런 일은 한두 번도 아니었다.

류만정의 팬들은 끊임없이 나를 ‘불륜녀’로 몰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기연훈의 표정은 전보다 훨씬 격렬했다.

남자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떨리고 있었다. 마치 목구멍에서 한 글자씩 억지로 끌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시간 검색에 당신이 오늘 병원에 가서... 임신중절수술을 했다고 나오던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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