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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Penulis: 라라
진수혁은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황당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시선을 들어 그와 시선이 마주친 강시연이 멈칫 하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할 말 있어요?”

그녀의 질문에 진수혁은 이유 없이 짜증과 불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기 아내이고 단지 신혼 방으로 돌아온 것인데 이게 무슨 반응일까.

분노와 가슴에 쌓인 이상한 감정이 그를 서둘러 확인하고 싶게 만들었다. 진수혁은 성큼성큼 다가와 강시연을 침대 머리 판에 밀어붙였다.

얇은 입술이 다가왔지만 강시연이 고개를 돌리자 서늘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 끝에만 닿았다.

강시연은 차분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하는 거예요?”

그녀의 태도가 진수혁을 더욱 화나게 해 남자는 비웃듯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이걸 노리고 투정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수혁과 결혼한 후 그와 밤을 보낸 횟수가 많지는 않았다.

술에 취하거나 진상준이 밀어붙였을 때를 제외하고는 두 사람은 대부분 동상이몽의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진도현이 크면서 관계를 맺는 횟수는 더더욱 줄어들었다.

그와 마주한 강시연의 두 눈엔 분노나 서러움 따위는 전혀 없었다.

진작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생리 중이에요.”

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피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필요하면 심하은 씨 찾아가요.”

이미 떠날 준비를 마쳤는데 굳이 얽힐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남자와 칫솔은 공용으로 쓸 수 없지 않나. 이제는 생활조차도 분리되어야 했다.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진수혁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강시연, 나와 하은이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걔가 너처럼 꿍꿍이가 많은 줄 알아?”

그는 문을 세게 닫으며 조롱하듯 말했다.

“그럼 앞으로 부모님 앞에서 불쌍한 척하지 마. 애초에 네가 수작을 부린 것만 아니면 난 너한테 손도 안 댔어.”

강시연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문득 그녀와 진수혁이 열정적으로 뒹굴었던 그 밤을 떠올렸다.

당시엔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고 깨어난 후 상대가 진수혁이란 걸 알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놀란 그녀는 당황해서 서둘러 떠났고 나중에 그녀의 임신 소식을 알고 찾아온 진수혁의 차가운 눈동자엔 조롱과 혐오가 섞여 있었다.

“강시연, 네가 원하는 대로 너랑 결혼할게.”

그녀는 그때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강씨 가문과 부모님에게 연달아 사건이 터지고 아이의 일까지 벌어지니 남자의 싸늘한 태도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 진수혁을 깊이 사랑했던 그녀는 불나방처럼 잔뜩 신이 나서 그와의 결혼생활에 뛰어들었다.

만약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강시연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자신과 진수혁이 절대 만나지 않았기를 바랐다.

진수혁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고 강시연은 다음 날 진도현을 학교에 보냈다.

그녀는 진수혁이 어디에 있는지 전화해서 묻지 않았지만 심하은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진은 단순했다.

파란색 넥타이, 진수혁이 자주 착용하던 것이었다.

[강시연 씨, 애정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명확해요. 이 넥타이는 내가 준 건데 어젯밤 이걸로 내 손을 묶고...]

강시연은 심하은과 진수혁의 사랑놀이 따위에 흥미가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고통이나 슬픔을 느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차분하기만 했다.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당연히 진수혁의 선택에 대해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강시연은 진 교수의 집을 방문했다.

단순히 찾아뵙는 게 아니라 한정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녀를 보자 진 교수는 매우 기뻐하더니 문득 그녀와 진수혁의 일을 떠올리며 농담했다.

“용성으로 가는 거 진수혁한테는 말했어? 예전에 네가 하도 걔 뒤만 쫓아다녀서 학과에서 내 자랑스러운 제자가 남자한테 빠져서 정신 못 차린다고 소문났지. 신 교수는 며칠 전에 네가 계속 수업 들을 건지 묻더라.”

그녀와 진수혁은 같은 대학에 다녔다.

비굴한 짝사랑이라 졸업할 때 미처 이루어지지 못한 고백을 제외하면 진수혁의 일상을 방해한 적이 없었다.

어린 나이의 사랑은 쉽게 티가 나기 마련이다.

진수혁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한 학기 동안 금융학 강의를 들었다.

학과 교수님이 그녀의 스승과 친분이 있어 무심코 그녀를 몇 번 놀린 적이 있었다.

“아니요.”

강시연이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한정훈 씨 쪽에서 비밀 유지를 부탁했어요. 제가 용성에 가는 것도 선생님께서 숨겨주세요.”

진 교수는 잠시 놀랐지만 곧 이해하고 한숨을 쉬었다.

강시연이 사랑을 위해 커리어를 포기했다가 생각이 바뀌어 치료에 응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상처투성이가 되어 절망의 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것 같다.

강시연은 진 교수 집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고용주의 관련 자료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사거리에 이르렀을 때 한 대의 차량이 급히 그녀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강시연은 빠르게 반응해 피하려 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오토바이와 충돌하면서 사고는 예상치 못하게 발생했다.

몸이 짓밟히는 심한 통증을 느끼며 강시연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도시와는 모든 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상처는 심각하지 않았고 뼈나 근육에 손상은 없었다.

단지 살갗이 찢어졌을 뿐인데 피가 많이 흘러 겉보기엔 꽤 끔찍하고 위험해 보였다.

게다가 강시연은 피를 무서워했기에 어느새 정신을 차렸을 때 낯빛이 창백해져 있었다.

“아가씨, 가족에게 연락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경찰이 안타까운 마음에 나지막이 충고했다.

강시연은 혼자서도 괜찮다고 말하려다가 경찰이 계속 권유하자 결국 진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진수혁이 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비서가 있으니 아무나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주면 그만이었다.

곧 휴대폰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수혁 씨, 나...”

강시연이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말하려던 순간 전화기에서 심하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아, 검사 결과가 나왔어. 난 잘 이해가 안 돼서 네가 좀 봐줄 수 있어?”

그는 심하은 곁을 지키고 있었다.

강시연이 말을 꺼내기 전에 진수혁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

“할 말 있으면 집에서 얘기해.”

“그래요.”

강시연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경찰의 도움을 거부하고 혼자 사고를 처리한 후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참 우연히도 금방 접수를 마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아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모, 아직도 아파요? 도현이가 이모를 위해 호 해줄게요.”

강시연은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진수혁이 아들을 데리고 심하은의 재검사를 동행하고 있었다.

진수혁의 평소 차갑고 검은 눈동자에 약간의 걱정스러운 빛이 어렸다.

“괜찮아.”

심하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고, 말을 마친 후엔 옆에 있던 진도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도현이가 있어서 이모 병이 금방 나을 것 같아.”

심하은의 말을 듣고 아이는 앳된 얼굴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모의 병이 엄마한테 옮겨갔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모는 아프지 않을 테니까.”

아이의 말에 강시연은 멈칫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수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꾸짖었지만 말투는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그래도 네 엄마잖아.”

“난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보고 싶지 않아요. 이모가 내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입술을 삐죽이던 아이는 엄마가 이틀 동안 밥도 하지 않는 걸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그러나 아이의 말이 끝난 뒤 진수혁이 고개를 들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시연이 보였다.

다소 어수선한 모습에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치맛자락에는 피가 묻어있는 게 상처가 꽤 끔찍해 보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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