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신부의 방 밖에서 음악 소리가 점점 커졌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희미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였다. 축하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지만, 이 방 안의 세상은 고요했다.
아리아는 문 앞에 서 있었다. 허리는 곧게 펴져 있었고, 두 손은 가볍게 맞잡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웨딩드레스를 입은 상태였다. 그녀가 너무나 잘 기억하는 바로 그 하얀 실크 드레스. 베일의 자수 하나하나, 소매에 달린 진주 단추까지 모든 것이 과거의 기억과 똑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떨리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흔들림 없이 차분했고, 심장은 날카롭게 깨어 있었다. 찰칵. 문고리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렸다. 그가 들어왔다. 데미안 크로스. 그는 검은 정장 위로 넓은 어깨선을 완벽하게 드러내며 서 있었다. 그의 존재감은 방 안을 단숨에 채웠다. 마치 어둠이 빛을 삼키듯. 그의 얼굴은 그녀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차갑도록 잘생긴 얼굴. 날카롭게 다듬어진 이목구비. 굳게 다문 입술. 그의 어둡고 읽을 수 없는 눈동자가 한 번 그녀를 훑고 지나간 뒤, 그는 뒤에서 문을 닫았다. 찰칵. 잠기는 소리가 밖의 결혼식 음악보다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첫 번째 삶에서 이 침묵은 그녀를 짓눌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을 꼼지락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다정하게 대해주길 바랐다. 단 한 번이라도 웃어주길 기도했다. 하지만 다시 이곳에 서 있는 지금. 그녀는 거의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아리아는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늦으셨네요.” 데미안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의 깊은 눈동자 안에 아주 작은 놀라움이 스쳤다. 그의 신부는 얌전하고, 부드럽고,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날카로운 태도는 예상하지 못했다. “네 의무는,” 그가 차갑게 말했다. “기다리는 것이다.” 낮고 매끄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녀가 한때 피를 흘렸던 대리석 바닥보다도 차가운 말투였다. 아리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내는 기다릴 수 있죠. 하지만 신부라면 적어도 신랑에게 몇 마디 정도는 들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요?”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나요, 크로스 씨?” 말투는 부드럽고 가벼웠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 있었다. 데미안은 그녀를 바라봤다. 무거운 시선. 분석하는 눈빛. “네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그래요?” 아리아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어쩌면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나를 잘 모르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데미안의 턱 근육이 살짝 굳었다. 그는 방 안으로 더 들어왔다. 잘 닦인 구두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데미안 크로스는 통제에 익숙한 남자였다. 그는 회사도, 사업도, 사람도 자신의 뜻대로 움직였다. 목소리를 높일 필요조차 없었다. 그의 침묵만으로도 사람들은 굴복했다. 하지만 오늘 밤 그의 신부는 굽히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췄다. 그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드레스, 얼굴, 그리고 흔들림 없는 자세를 훑었다. 마침내 그가 물었다. “이 결혼에서 네가 원하는 건 뭐지?” 과거의 그녀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당신의 사랑.’ 그 기억이 떠오르자 가슴 깊은 곳에서 씁쓸한 수치심이 올라왔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대답은 달랐다. “모든 결혼이 약속하는 것들이요.” 아리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존중. 이름. 보호.” 사랑. 그 단어만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녀의 혀끝에서 조용히 타오르게 내버려 두었다. 데미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잠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인정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적어도 솔직하군.” 그가 말했다. “그럼 일이 쉬워지겠어.” 쉬워진다고? 아리아의 속이 비틀렸다. 마지막 생에서 이 결혼은 단 한 순간도 쉽지 않았다. 차가운 밤도. 굴욕도. 배신도. 그 어떤 것도. 하지만 그녀는 그저 희미하게 웃으며 속눈썹을 살짝 내렸다. 겉으로는 평온하게.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밤의 모든 말. 모든 시선. 모든 것이 중요했다. 데미안은 아직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아직은. 하지만 그녀가 이 역할을 조심스럽게 연기한다면, 그의 무관심을 자신의 방패로 만들 수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었다. 곧 카터 가문은 그녀의 충성심을 시험할 것이다. 소피아는 다시 그녀의 삶 속으로 기어들어 와 거짓된 자매애로 그녀를 속일 것이다. 그리고 비비안. 비비안은 그녀가 제대로 일어서기도 전에 그녀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녀는 준비되어 있었다. 데미안은 몸을 살짝 돌리며 긴 손가락으로 셔츠 소매 단추를 풀었다. “밖의 축하 행사는 몇 시간 더 계속될 거다.” 그가 말했다. “손님들이 수군거리기 전에 모습을 보여야 해.” 아리아의 입꼬리가 살짝 움직였다. 과거의 그녀라면 그를 따라가려 애썼을 것이다. 그의 곁에 붙어 있으려 했을 것이다. 그를 화나게 할까 두려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며 가볍게 말했다. “물론이죠. 결국 겉모습이 전부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그녀는 먼저 문으로 걸어갔다. 우아하고 느긋한 걸음. 데미안의 시선이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그의 눈에는 처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그는 의문을 품었다. 자신에게 순종적인 여자로 소개받은 신부가 정말 맞는 걸까? 아니면... 훨씬 더 위험한 존재일까? --- 연회장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아리아와 데미안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멀리서 보면 그들은 완벽한 부부처럼 보였다. 잘생긴 신랑. 아름다운 신부. 두 거대한 가문의 결합. 손님들은 와인을 들고 축배를 들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비밀을 속삭이고 있었다. “카터 가문은 정말 기뻐하겠네.” “데미안 크로스가 결혼하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신부가 긴장한 것 같아. 안쓰럽네. 크로스 그룹 CEO가 따뜻한 사람으로 유명한 건 아니잖아.” 아리아는 모든 말을 들었다. 모든 시선을 느꼈다. 과거의 그녀라면 굴욕감에 타들어 갔을 것이다. 얼굴은 붉어지고, 발걸음은 어색해지고, 억지로 웃으며 사람들의 속삭임을 견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달랐다. 그녀의 드레스는 갑옷이었다. 데미안의 팔을 잡은 손에는 절박함이 아닌 차분한 통제력이 있었다. 턱은 당당히 올라가 있었고, 미소는 우아하지만 거리를 두고 있었다. 완벽한 품격. 그녀 옆의 데미안은 벽과 같았다. 크고, 날카롭고,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 그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감히 오래 쳐다보는 사람들을 침묵시켰다. 두 사람은 마치 폭풍 같았다. 실크와 강철로 감싼 폭풍. 몇 시간 동안 이어진 축배와 춤, 끝없는 축하 인사가 끝난 뒤 데미안은 마침내 그녀를 신부의 방으로 데려갔다. 뒤에서 음악 소리가 멀어지고, 대신 그의 발걸음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문이 닫혔다. 찰칵. 아리아의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집중 때문이었다. 이 순간. 이 밤. 첫 번째 삶에서는 악몽이었다. 그녀는 떨면서 그의 인정을 기다렸다. 그가 자신을 한 번이라도 바라봐 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차갑고 무심한 눈빛만 남긴 채 그녀를 혼자 두고 떠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데미안은 재킷을 벗어 의자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그의 움직임은 정확했고, 효율적이었으며,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었다. 그가 돌아섰다.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에게 향했다. “역할은 잘 해냈군.” 아리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당신은요?” 그녀가 물었다. “제가 당신의 밤을 위한 좋은 장식품 역할을 했나요?” 데미안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의 기억 속 신부라면 수줍게 웃으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달랐다. 차분했고, 날카로웠다. “새 아내치고는 말이 날카롭군.” 데미안이 낮게 말했다.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존재감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조심해. 그런 말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낼 수 있으니까.” 아리아의 입술이 곡선을 그렸다. “무는 혀보다는 날카로운 혀가 낫죠.” 데미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읽을 수 없는 눈빛. 오랫동안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팽팽하게 당겨졌다. 마침내 데미안이 책상에 기대며 팔짱을 꼈다. “넌 내가 예상한 여자와 다르군.” 아리아는 천천히 화장대로 걸어갔다. 드레스 자락이 부드럽게 끌렸다. 그녀는 그의 말이 무겁지 않은 듯 머리를 빗었다. “기대라는 건,” 그녀가 가볍게 말했다. “실망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죠.” 데미안의 눈빛이 좁혀졌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거울 속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마치 그녀의 가면을 벗겨내려는 듯. 아리아는 거울 속에서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차분하고 흔들림 없이. “걱정하지 마세요, 크로스 씨.”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이 결혼에서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말해봐.” “편리함.” 아리아가 말했다. “스캔들을 만들지 않는 아내. 필요한 순간 웃고, 역할에 맞게 행동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사람.” 데미안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웃음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럼 네가 원하는 건?” 그가 물었다. 아리아는 빗을 내려놓고 그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촛불 아래에서 그녀의 드레스가 은은하게 빛났다. “제 위치에 있는 모든 여자가 원하는 것.”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름. 보호. 안정.” 사랑은 아니다. 다시는. 데미안의 시선이 그녀와 맞부딪혔다. 날카롭고 깊은 눈빛.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선 앞에서 말을 잃었다. 하지만 아리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마침내 데미안이 몸을 일으켰다. “그게 전부라면, 이 관계는 아주 간단할 거야.” 아리아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간단하다? 앞으로 펼쳐질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소피아도. 비비안도. 카터 가문도. 하지만 그녀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서로 이해했네요.” 데미안은 재킷을 집어 들었다. “쉬어. 내일부터 진짜 일이 시작될 테니까.” 그는 문으로 걸어갔다. 아리아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과거의 삶에서 바로 이 순간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그가 결혼식 날 밤 그녀를 외면하고 떠났을 때, 그녀는 침대에 웅크린 채 조용히 울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믿으면서. 하지만 오늘 밤. 그의 손이 문고리에 닿았을 때. 그녀가 말했다. “잘 자요, 크로스 씨.” 차분한 목소리. 흔들림 없는 목소리. 그리고 아무런 미련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 데미안이 멈췄다. 그가 뒤돌아봤다. 그의 눈에 무언가가 스쳤다. 혼란일까. 아니면 호기심일까. 하지만 곧 그는 떠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아리아는 조용한 방 안에 홀로 서 있었다. 그녀는 창가로 다가갔다. 어두운 하늘 아래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과거의 삶에서 그 풍경은 그녀를 가둔 감옥처럼 느껴졌다. 작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불빛은 그녀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했다. “와봐.” 그녀가 낮게 속삭였다.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소피아. 비비안. 카터 가문.” 그리고 잠시 멈췄다. “그리고 당신도, 데미안 크로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번에는 내가 준비되어 있어.”아리아가 저택 안으로 들어섰을 때, 집 안은 조용했다.너무나 조용했다.숨소리 하나하나가 천둥처럼 크게 들릴 정도로.하이힐이 대리석 바닥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붉은 드레스는 여전히 파티의 조명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현관문이 그녀의 뒤에서 닫히는 순간, 밤새 쓰고 있던 가면이 무너졌다.아리아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그러다 드레스를 거칠게 움켜쥐었다.새틴 천이 그녀의 손에 찢어지며 갈라졌다. 그녀는 드레스를 벗어내며 숨을 헐떡였고, 몸이 가늘게 떨렸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름답고, 강하고, 동시에 산산이 부서진 여자.그녀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그리고 아리아는 울음을 터뜨렸다.조용하고 얌전한 눈물이 아니었다.아니.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날것 그대로의 울음이었다.너무 깊이 묻어두었던 기억에서 비롯된 울음.그녀의 흐느낌이 깨진 유리처럼 방 안에 울려 퍼졌다.“왜…”그녀가 가슴을 움켜쥔 채 속삭였다.“왜 당신은 항상 나를 아프게 해야 하는 거야, 데미안?”그녀의 기억은 그녀를 과거로 끌고 갔다.또 다른 삶으로.더 어렸던 아리아.지금보다 훨씬 여리고 순진했던 그녀.자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그저 이용할 수 있는 말처럼 여겼던 남자를 사랑했던 시절.아리아는 데미안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모욕하곤 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자신을 낯선 사람처럼 대하며 차갑게 말하던 그의 모습.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한 번도 부드러워지지 않았던 차가운 눈빛.감옥처럼 느껴지는 침대에서 혼자 울다가 잠들었던 밤들.그의 관심과 따뜻함을 애원하면서도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던 순간들.그때의 아리아는 사랑이란 고통을 견디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그녀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리아는 거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 자신이 변해버린 모습을 바라보았다.“다시는 무너지지 않겠다고 맹세했어.”그녀가 조용히 말했다.목소리가 떨리고 있었
토요일이 찾아왔다. 마치 화려한 패션 잡지에서 튀어나온 한 장면 같았다.늦은 오후의 햇살 아래 카터 저택은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금빛 리본과 공중에 떠 있는 촛불, 싱그러운 흰 장미가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넓은 정원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패션계의 유명 인사들, 재계의 거물들, 친척들, 그리고 신문에 실을 만한 이야깃거리를 기다리는 수많은 파파라치까지.오늘은 비비안 카터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이었다.그리고 그녀는 온 세상이 그 사실을 알도록 확실히 만들어두었다.그녀는 몸매를 우아하게 감싸는 샴페인 컬러의 실크 드레스를 입고 눈부시게 빛났으며,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환하게 미소 지었다.“생일 축하해, 자기야.”사무엘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작은 벨벳 상자를 건넸다.비비안은 상자를 열고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세상에, 사무엘… 정말 예쁘다.”상자 안에는 황금빛 조명 아래 반짝이는 섬세한 다이아몬드 팔찌가 들어 있었다.“내 여자에게는 언제나 최고의 것만.”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비비안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사무엘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하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의 미소가 흔들렸다.“왜?”그녀가 날카롭게 물었다.“어… 아무것도 아니야, 자기야. 그냥 네 동생이 오는지 궁금해서. 아직 아리아를 못 봤거든.”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비비안의 표정이 굳었다.순식간에 그녀의 기분이 완전히 변했다.“오늘은 내 생일이야, 사무엘. 그런데 아리아를 찾는 거야? 너 괜찮아?”“자기야, 그런 뜻이 아니—”“아, 됐어. 그냥 내 눈앞에서 사라져.”그녀는 화난 듯 머리카락을 휙 넘기며 그를 밀치듯 지나갔다.---축제가 시작된 지 두 시간이 지나자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정원을 가득 채웠다.하지만 음악 아래에는 묘한 기대감이 조용히 감돌고 있었다.아리아는 보이지 않았다.비비안은 샴페인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혼자 미소 지었다.“좋아.”그녀가 중얼거렸다.
아리아는 현관문을 힘껏 열고 들어왔다.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대리석 바닥 위에 또각또각 울렸다. 쇼핑백을 내려놓기도 전에 거실에서 달콤한 척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어머, 어머… 드디어 집에 들어오기로 결심하셨네.”셀린이 패션 잡지를 느긋하게 넘기며 말했다. 그녀의 옆에는 마카롱이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다.“솔직히 난 네가 벌써 이사 간 줄 알았어.”아리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날카로웠다.“내가? 이사 가?”그녀가 비꼬듯 작게 웃었다.“꿈 깨, 자기야. 여긴 내 집이야. 난 아무 데도 안 가.”셀린은 다리를 꼬며 비웃었다.“그래? 너 정말 뻔뻔하구나.”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아직도 내 남자한테 들러붙어서 네가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고 있잖아. 하지만 경고 하나 할게, 아리아…”셀린이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그녀의 눈빛에는 악의가 번뜩였다.“…뒤를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너한테 무슨 일이 닥칠지, 언제 닥칠지 넌 전혀 모르잖아. 이 마녀야.”잠시 공기가 얼어붙었다.그러더니 아리아가 깊고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은 방 안에 울려 퍼졌고, 셀린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정말?”아리아가 셀린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기다리고 있을게, 셀린 본.”그녀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지 한번 보자고.”아리아는 머리카락을 극적으로 쓸어 넘기며 셀린 옆을 지나갔다. 그녀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당당하게 계단을 올라갔다.마치 자신의 왕좌를 되찾으러 가는 여왕처럼.셀린은 이를 악물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쥔 채 아리아가 쇼핑백을 들고 계단 위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셀린은 코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반듯하게 다듬어진 미소 아래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게임은 시작됐어.”그녀가 낮게 속삭였다.---한편, 도심에 있는 데미안의 사무실에서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서류는 마호가니 책상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넥타이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한 이른 아침, 아리아의 방에는 짐을 싸는 조용한 소리만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할머니 엘리너는 침대 곁에 서서 숄을 하나씩 정성스럽게 접어 작은 여행 가방에 넣고 있었다.“할머니, 조금만 더 계셨으면 좋겠어요.”아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목소리는 작았고 눈에는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따뜻함만은 여전했다.엘리너가 몸을 돌려 미소 지었다. 언제나 아리아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던 다정한 미소였다.“내 사랑아, 때로는 사랑한다는 것이 언제 한 걸음 물러서야 하는지 아는 것이기도 하단다. 이 집의 공기가 다시 무거워진 게 느껴지는구나… 하지만 기억하렴. 폭풍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아.”아리아는 시선을 돌리며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할머니가 보고 싶을 거예요.”“내가 널 더 보고 싶어 할 거야.”할머니가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데미안에게는 인내심을 가지렴. 하지만 그를 기쁘게 해주려고 애쓰다가 너 자신을 잃지는 마. 그리고 그 셀린이라는 아이가 무슨 짓을 하든, 스스로 만든 함정에 스스로 빠지게 내버려 두렴. 진실은 언제나 결국 세상에 드러나는 법이니까.”아리아가 작게 웃었다.“할머니는 항상 시인처럼 말씀하시네요.”“난 늙었잖니, 얘야. 오래 살다 보면 지혜가 시처럼 들리기 시작한단다.”엘리너는 몸을 앞으로 숙여 아리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자, 나를 위해 웃어보렴. 이렇게 우울한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떠나고 싶지는 않구나.”아리아가 애써 작은 미소를 지었다.“사랑해요, 할머니.”“내가 더 사랑한단다, 우리 예쁜 아가. 언제나 그럴 거야.”---할머니가 떠난 뒤, 집은 다시 텅 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침묵은 말보다 더 크게 울려 퍼졌다.아리아는 창가에 서서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이제 정말 나 혼자네.”그녀는 슬픈 마음을 떨쳐내려 애쓰며 중얼거렸다.---그날 오후, 아리아는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무엇이든 좋았다. 이 답답한 마음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면.그
데미안의 방 위층에서 셀린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부드러운 저녁빛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눈부시게 빛났다.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눈까지 닿지 않는, 어딘가 섬뜩한 미소였다.그녀는 붉은 새틴 드레스의 끈을 살짝 고쳐 잡으며 고개를 조금 기울여 자신의 모습을 감상했다. 부드럽게 웨이브진 머리카락부터 쇄골 바로 위에 놓인 다이아몬드 펜던트까지, 모든 디테일에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그녀는 마치 유혹 그 자체가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난 듯했다.손가락이 화장대 위에 놓인 데미안의 커프스링크를 천천히 스쳤고, 그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드디어.”그녀가 거울 속 자신에게 속삭였다.“이제 내가 규칙을 정할 차례야.”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위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그때—그녀의 눈빛에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플래시백 — 며칠 전, 미라지 리조트.데미안은 그들의 전용 스위트룸 창가에 서 있었다. 턱은 굳어 있었고 목소리는 날카로웠다.“요즘 아리아 때문에 미칠 것 같아.”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우리가 겨우 평화를 찾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또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잖아.”실크 로브를 걸친 셀린이 그의 뒤로 다가가 허리에 팔을 둘렀다.“데미안, 자기야.”그녀가 나직하게 속삭이며 그의 어깨에 턱을 기대었다.“이제 이 지긋지긋한 일을 완전히 끝내자. 아리아가 자기 위치를 알게 만들어.”데미안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차가웠다.“어떻게 하라는 건데?”셀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겉으로는 수줍은 듯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계산이 번뜩였다.“나랑 결혼해.”데미안이 눈을 깜빡였다.“너와 결혼하라고?”“응.”그녀가 단순하다는 듯 대답하며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나와 결혼하면 이 모든 소동이 끝날 거야. 모두가 당신이 진짜 누구의 사람인지 알게 될 테니까.”그리고—그녀의 입술이 그의 귀 가까이 다가갔다.“게다가… 아리아는 그저 계약일 뿐이잖아. 기억하지? 처음부터 그녀가 당신에
그녀는 마치 세상의 공기마저 자신의 것인 양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능숙하게 우아함을 뽐내며 허리를 살짝 흔드는 걸음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묻어났다.검은색 스팽글 드레스는 속삭이듯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고,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황금빛 하이힐이 대리석 바닥을 또각또각 울렸다. 마치 카운트다운을 재촉하듯 날카롭고 의도적인 소리였다.검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은 한쪽 어깨 위로 우아한 웨이브를 이루며 흘러내렸고, 입술은 대담하고 당당한 붉은색으로 빛났다.그 대담함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셀린은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게 연습된, 언론 앞에서 다듬어진 미소였다. 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경쟁자에게 칼을 꽂을 수도 있는 그런 미소.소파에 앉아 있던 할머니 엘리너는 데미안이 그 여자를 앞으로 데려오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번 눈을 깜빡였다.“좋은 오후예요, 할머니.”데미안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셀린의 등에 다정하게 손을 얹었다.“자, 앉아요.”셀린은 우아하게 소파에 내려앉아 그의 옆에 앉았다. 다리를 꼬은 그녀는 완벽한 자세를 유지했다. 겉으로는 우아함의 화신처럼 보였지만, 손가락의 희미한 떨림은 그녀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었다.엘리너의 시선이 데미안에서 셀린으로 옮겨갔다. 날카롭고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대체 무슨 일이니, 데미안?”그는 너무나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할머니, 이쪽은 셀린 본이에요. 제 인생의 사랑이죠.”그의 손이 셀린의 손 위로 포개졌다.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제가 결혼하려는 여자예요.”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현관에 서 있던 하인들마저 얼어붙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했다.아리아는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표정은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그러다 천천히 한 번 눈을 깜빡인 그녀는 눈을 굴리고 몸을 돌렸다.말없이, 침착하게.하지만 그 침착함 아래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엘리너의 시선은 조금도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