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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속의 뱀

Author: Amyoga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2 02:31:29

아침 햇살이 신부의 방 높은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비단 커튼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공기에는 장미 향이 희미하게 감돌았는데,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그 냄새는 전날 밤 치러진 결혼식을 상기시켰다.

아리아는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며 눈을 깜빡였다. 잠시 가만히 누워 귀를 기울였다. 집은 너무 조용했다. 하인들이 복도를 오가는 희미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불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손가락이 매끄러운 시트를 스쳤다. 전생에는 이렇게 깨어나며 초조하고, 열심이고, 어떻게든 마음에 들려 애썼다. 대미안이 문을 열고 들어와 친절한 말 한마디라도, 혹은 희미한 애정 표식이라도 건네주길 상상했다.

그때의 아리아는 바보였다.

이번 생에서는 그저 차분하게 팔을 쭉 뻗고 일어났다. 서두르지 않는 동작으로.

문이 부드럽게 두드려졌다.

“크로스 부인, 들어가도 될까요?” 하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로스 부인.

그 호칭이 아리아의 가슴을 이상하고 무겁게 스쳤다. 지난번에는 그 호칭에 매달려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 했다. 이제는 그저 가면일 뿐이었다.

“들어오세요.” 아리아가 가볍게 말했다.

문이 열리고 여러 하녀들이 음식 쟁반과 새 옷을 들고 들어왔다. 공손히 고개를 숙였지만, 아리아는 그들의 눈빛에서 스치는 무언가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눈초리였다.

전생에는 그 눈길을 무시했다. 너무 수줍고, 너무 인정받고 싶어 했다.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그들의 무례를 못 본 척했다.

이제는 여전히 미소 지었지만, 이유는 달랐다.

날 과소평가하는구나. 좋아. 계속 과소평가해라.

하녀들이 아침 식사 쟁반을 테이블에 놓았다. 섬세한 요리들, 과일, 도자기 잔에 김이 오르는 차. 한 하녀가 아리아의 어깨에 비단 가운을 걸쳐 주었고, 다른 하녀는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리아는 테이블로 가 우아하게 앉았다. 음식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정신은 날카롭고 깨어 있었다.

“크로스 씨는 어디에 계세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한 하녀가 긴장한 듯 몸을 곧게 세웠다. “주인님께서는 일찍 나가셨습니다, 부인. 회사 일로요.”

아리아는 희미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대답이 중요하지 않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기억해 두었다. 전생에는 그의 냉담함에 상처받고, 거리감에 혼란스러워했다. 이제는 바로 그것이 원하던 바였다. 거리는 곧 자유였다.

잔을 내려놓았다. “주방에 전해 주세요. 차가 너무 연하다고. 다음부터는 제대로 우려 주세요.” 차분하게 말했다.

하녀가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전생의 아리아라면 입을 다물고 주어진 것을 삼켰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한 권위가 실린 말이었다.

“네, 부인.” 하녀가 재빨리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아리아의 입가가 살짝 휘었다. 작은 행동이었지만, 자신이 투명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아침 식사의 나머지 시간은 침묵 속에 흘렀다. 식사를 마친 뒤 일어나 화장대 앞으로 갔다. 하녀들이 머리를 빗어 주었다. 손길은 부드러우면서도 빨랐다.

그들이 일하는 동안 아리아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젊은 신부가 차분한 얼굴과 밝으면서도 단단한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피와 배신 속에서 죽어간 그 부서진 여인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다시 문이 두드려졌다. 이번엔 더 단단한 소리로.

한 하녀가 서둘러 문을 열었다.

그리고 거기, 문간에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선물 상자를 든 채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리아의 두 번째 삶에서 첫 번째 독사.

“아리아 언니!” 소피아 린의 목소리가 따뜻하게 울려 퍼졌다. 설탕이 뚝뚝 떨어지는 꿀처럼. “너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 결혼식 축하해!”

아리아의 입가가 아주 희미하게 휘었다. 화장대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꽉 쥐었지만, 목소리는 비단처럼 매끄러웠다.

“아,” 나직이 중얼거렸다. “소피아.”

게임이 시작되었다.

소피아는 자신이 그 자리에 속한 것처럼 방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비단 드레스가 뒤로 흘러내렸고, 눈은 연습된 온기로 반짝였다. 양손에 모란과 금색 테두리가 그려진 옻칠 상자를 들고 있었다.

“내 가장 소중한 친구,” 소피아가 말했다. 미소가 아플 정도로 넓었다. “작은 선물을 가져왔어. 아침을 조금 더 밝게 해 주려고.”

하녀들이 공손히 몸을 굽히고 뒤로 물러났지만, 아리아는 그들의 눈에 호기심이 반짝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인들조차 소피아 린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린 가문은 크로스 가문만큼 부유하진 않았지만, 같은 사교계에서 어울릴 만큼 지위가 있었다.

전생에는 그저 고마움뿐이었다. 남편에게 무시당하는 외로운 신부, 친구가 절실했던 그때의 소피아는 천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턱의 각도, 눈에 비치는 희미한 계산, 마음에 닿지 않는 미소. 진실이 보였다.

아리아는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소피아가 가까이 와 상자를 테이블에 놓도록 두었다.

“이렇게 일찍 왔네요,” 아리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공손하면서도 차가운 톤으로. “내 결혼식 바로 다음 날인데, 달려오느라 피곤하지 않아요?”

소피아가 눈을 깜빡였다. 기대했던 열의가 없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전생의 아리아라면 손을 잡고 밝은 눈으로 고마워하며 기뻐했을 것이다.

“어머, 무슨 소리야,” 소피아가 재빨리 말을 이어가며 평정을 되찾았다. “이렇게 중요한 날 이후에 가장 친한 절친을 안 찾아올 수가 있나. 게다가…” 미소가 살짝 날카로워졌다. “여기가 조금 외로울까 봐 걱정됐어. 크로스 씨는 항상 바쁘시니까.”

시험이었다.

아리아의 입가가 희미하게 휘었다. “외로워요? 전혀요. 평화로운 게 좋아요. 크로스 저택은… 부모님 댁보다 훨씬 조용하거든요. 끝없는 잡담도 없고, 서로 발 밟을 일도 없죠.”

소피아의 미소가 한순간 흔들렸다. 아리아는 카터 가문을 말하면서도, 둘 다 비비엔—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여동생—을 가리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녀들이 시선을 교환하며 작은 미소를 감추었다.

소피아는 가볍게 웃으며 넘겼다. “이렇게 침착해서 다행이네. 네가 압도될까 봐 걱정했거든.”

아리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를 관찰했다. “너무 걱정해요. 예전처럼 연약하지 않아요.”

그 말이 허공에 맴돌았다. 간단했지만, 피를 뽑을 만큼 날카로웠다.

소피아의 손가락이 치마를 잠깐 움켜쥐었다가 표정을 가다듬었다. “물론이지. 아리아, 정말 많이 자랐어. 네가 존경스러워.”

존경? 그 단어는 전생에서 독이었다. 항상 물기 전에 나왔던 말이다.

아리아가 의자에 살짝 몸을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소피아를 존경해요. 항상 그렇게… 사려 깊고. 어디에 나타나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아는.”

처음으로 소피아의 눈에 불안이 스쳤다.

전생의 아리아라면 소피아가 얼마나 친절한지 칭찬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았다. 소피아가 넘을 수 없는 공손한 무관심의 벽만 있을 뿐이었다.

“선물 열어 봐,” 소피아가 재촉했다. 목소리가 너무 밝았다.

아리아가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섬세한 꽃으로 조각된 비취 머리핀 세트가 있었다. 아름답고 비싸며, 소중한 아내가 착용할 법한 것으로 신중하게 고른 물건이었다.

전생에는 소중히 여겨 자랑스럽게 꽂고 다녔다. 소피아 자신이 대미안이 싫어한다고 속삭이기 전까지. 그것이 둘의 첫 번째 말다툼을 촉발했다.

이번에는 아리아가 잠깐 훑어보고는 뚜껑을 닫았다. “예쁘네요. 고마워요.”

흥분도, 열의도 없었다. 명함을 받듯 차분히 인정할 뿐이었다.

소피아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따뜻함과 감사, 의존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거리감뿐이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자주 찾아올게,” 소피아가 달콤하게 말했다. “결국 네가 사교계를 헤쳐 나가는 데 누군가는 안내해 줘야 하잖아. 크로스 가문은 기준이 꽤 높지 않아? 네가 실수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은근한 조롱이었지만 명확했다.

아리아가 미소 지었다. 강철을 감싼 비단 같은 톤으로. “그럼 소피아가 아주 바빠지겠네요. 결국 크로스 가문의 기준은 이 집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니까요.”

소피아의 숨이 멎었다. 하녀들이 얼어붙었다가 고개를 숙여 표정을 감추었다.

작은 승리였지만 달콤했다.

아리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를 홀짝였다. “앉아요, 소피아. 그냥 서 있지 말고. 나를 보러 온 거잖아요.”

방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소피아가 동요한 표정을 지었다. 완벽한 미소는 여전히 입술에 걸려 있었지만, 눈에서는 여유로운 빛이 사라졌다.

아리아는 찻잔 뒤로 만족감을 숨겼다. 그래, 소피아. 이번엔 예전의 그 게임이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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