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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6 07:29:13

키스는 천천히 끝났지만, 데클런은 내게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의 이마는 여전히 내 이마에 맞닿아 있었고, 우리의 숨결이 서로 뒤섞였다. 빗물과 혼란, 그리고 위험할 만큼 낯익은 무언가가 아직도 내 감각에 남아 있었다.

“네가 내게 입을 맞췄어.” 그가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주 조금이긴 했지만.”

나는 부끄러움과 죄책감, 그리고 스스로에게 느끼는 분노를 감추려 고개를 돌렸다.

“난 이런 걸 원하지 않아.” 작게 속삭였지만, 내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그는 낮게 웃었다.

“넌 아직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시리우스.”

그는 나를 다시 안아 올려 침대로 데려갔다. 놀라울 만큼 조심스럽게 나를 눕혔지만, 그의 시선은 한순간도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두려움 속에서도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넓은 어깨와 어두운 문신, 그리고 목에 걸린 은색 사슬에 매달린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침대에 올라와 내 곁에 누웠다. 강한 팔이 내 허리를 감쌌다. 나는 몸을 굳힌 채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을 경계했다.

“안 돼……” 나는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오늘 밤만은 그만하자.” 그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 밤은 그냥 내 곁에서 자. 네가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나는 떨고 있었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했다. 그가 내게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처럼 말하면서도, 내가 선택할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정말 네 아내라면…… 왜 나를 보내 주지 않는 거야?”

그의 손이 내 어깨 위에 놓였다. 이번에는 나를 붙잡기보다, 자신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듯했다.

“네가 내 아내니까.” 그는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 대답했다. “널 잃었을 때 나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었어. 그리고 이제 다시 널 찾았어.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 하비에게도, 네 기억에도 널 빼앗기고 싶지 않아.”

나는 눈을 꼭 감았다. 눈물이 조용히 베개를 적셨다.

그를 믿을 수는 없었다. 그가 나를 데려온 방식도, 내게 아무런 선택권도 주지 않는 태도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의 일정한 숨소리와 방 안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긴장했던 몸이 조금씩 지쳐 가는 것을 느꼈다. 그 사실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마치 내 마음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내 몸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이 싫어.” 나는 속삭였다.

데클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래. 지금은 나를 미워해도 돼.” 그가 낮게 대답했다. “네가 무슨 감정을 느끼든 억지로 바꾸라고 하지 않을게.”

그 말이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창문에는 계속 비가 부딪혔다. 옆방에서는 클레어가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내 삶을 뒤흔든 남자의 곁에서, 더는 버틸 힘이 없어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허리에 무거운 팔이 둘러져 있는 느낌에 눈을 떴다. 잠시 동안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결혼식, 납치, 비행기, 낯선 집, 사진들, 수갑…… 그리고 데클런.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데클런의 팔이 움직이며 나를 다시 붙잡았다.

“조용히 해.” 그가 잠에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직 일찍이야.”

나는 몸을 굳혔다.

“놓아줘.” 나는 낮게 말했다.

그는 잠시 눈을 뜨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밤새 내 곁에서 잤잖아.” 그가 말했다. “네 머리는 아직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을 거야.”

“그게 무슨 뜻이야?”

내 질문에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침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잠옷을 입은 클레어가 헝클어진 금발을 한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순간,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두 분이 같이 잤어요!”

나는 당황해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데클런은 이번에는 나를 붙잡지 않고 팔을 거두었다.

“좋은 아침이야, 공주님.”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를 깨우러 왔니?”

클레어는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침대 위로 올라와 우리 사이에 앉았다. 그러고는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엄마가 정말 여기 있는지.”

아이가 내 목에 얼굴을 묻었다. 작은 목소리가 천에 묻혀 희미하게 들렸다.

“잘 잤어요? 아빠는 가끔 코를 골아요. 원하면 제 이어폰을 빌려줄게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를 거의 알지 못하는 아이가 이렇게까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이의 순수한 믿음 앞에서 나는 더는 냉정한 척할 수 없었다.

“응…… 잘 잤어.” 겨우 대답한 뒤,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데클런은 우리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클레어의 머리 위에 입을 맞춘 다음 나를 바라보았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자.” 그가 말했다. “우리 셋이 함께.”

클레어는 기뻐서 작은 탄성을 지르더니 옷을 갈아입겠다며 방 밖으로 뛰어나갔다.

문이 닫히자 데클런은 나를 향해 돌아섰다. 푸른 눈동자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아래층에서는 클레어에게 친절하게 대해 줘.” 그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에게 네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전부 짊어지게 하지는 말자. 아이는 이미 오랫동안 널 기다렸어.”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

“그건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야.”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네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겠어.”

그의 말을 믿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일 때문에 그러기가 어려웠다.

그는 옷장으로 가서 셔츠 한 벌을 꺼내 내게 건넸다. 나는 그것을 받아 입었다. 셔츠는 무릎 가까이까지 내려왔다.

우리가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클레어는 이미 부엌에서 식탁을 차리는 일을 돕고 있었다. 아이는 우리가 내려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아침 식사는 현실 같지 않았다.

클레어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들을 들려주고, 오랫동안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그렸다는 그림들을 보여 주었다.

데클런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가끔 그의 시선이 내게 머물렀지만, 그는 더는 나를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클레어가 웃을 때마다, 그리고 아이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또 다른 균열이 생기는 듯했다.

나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기억한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것은……

내 안의 아주 작은 부분도 조금씩 그들을 기억하고 싶어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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