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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6 07:29:13

아침 식사는 긴장된 침묵 속에 끝난다. 오직 클레어만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그녀는 오늘의 계획에 대해 즐겁게 지껄인다. 나와 데클란 사이에 조용히 형성되는 폭풍을 모른 채. 우리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그가 어둠 속에서 속삭였던 약속의 무게를 느낀다. "네가 목이 쉬도록 내 이름을 부르며 비명지를 때까지 너를 박아 줄게."

소름이 내 척추를 타고 내려간다. 나는 클레어의 선율적인 목소리에 집중하려 애쓴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데클란의 존재는 숨 막힌다. 그의 손은 여전히 소유욕 가득하게 내 허벅지에 얹혀 있다. 탈출구가 없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이제 엄마한테 내 방 보여줘도 돼?" 클레어가 의자에서 펄쩍 뛰며 묻는다. 전염성 있는 에너지로.

데클란이 냅킨으로 입가를 닦는다. 그의 움직임은 의도적으로 느리다. "물론이지, 공주님. 하지만 그다음에 엄마랑 나는 이야기를 좀 해야 해."

'이야기'라는 단어는 은밀한 위협처럼 들린다.

클레어가 내 손을 잡아끌고 나는 그녀가 인도하는 대로 계단을 올라간다. 모든 계단이 나를 데클란에게서 잠시 떨어지게 하지만, 그의 시선이 내 등에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클레어의 방은 어두운 집의 나머지 부분과는 별개의 우주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로 뒤덮인 벽, 책과 봉제 인형으로 가득 찬 선반들, 그리고 접착 테이프로 붙여진 그림들로 가득한 한 벽 전체.

"이게 벽화야." 그녀가 자랑스럽게 알린다. 나를 벽 쪽으로 끌어당기며. "각 그림은 내가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린 하루를 나타내."

내 심장이 멈춘다.

수백 개의 그림이 있다. 아이 같은 손길이 보여주는 갈색 머리의 여자, 문신 가득한 남자,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작은 금발 소녀. 어떤 그림에서는 우리가 해변에 있고, 어떤 그림에서는 공원에 있다. 많은 그림이 내가 거의 모르는 바로 이 집을 보여준다.

"이건 내가 열 살이 되었을 때야." 그녀가 비뚤어진 초가 달린 케이크 그림을 가리킨다. "나는 엄마를 선물로 빌었어. 아빠가 내가 엄마랑 똑같다고 했어. 원하는 걸 얻을 때까지 끈질기게 우기는 거라고."

눈물이 내 눈에 맺힌다. 어떻게 내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지?

"클레어…" 내 목소리가 끊어진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아. 그리고 그게 나를 아프게 해 — 네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언가가 내 마음에서 모든 걸 지워버렸기 때문이야."

그녀가 나이를 훨씬 넘어서는 진지함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빠가 설명해줬어." 그녀가 말한다. "때로는 너무 많이 고통받으면 우리 마음이 우리를 망가지지 않게 하려고 일을 숨긴다고." 그녀가 내 손을 잡는다. "하지만 내가 엄마 기억나게 도와줄게. 나는 우리의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누군가 문가에서 목을 가다듬었다.

"들어와도 돼, 공주님들?"

비행기에서 그 차분한 금발이다 — 루카. 가까이서 보니, 그는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해 보인다. 밝은 눈, 쉬운 미소, 그리고 항상 관찰하고 있는 사람의 자세.

"루카!" 클레어가 그에게 달려가고, 그는 그녀를 공중에 들어 올리며 웃게 만든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는 어떻지?" 그가 애정 어리게 그녀의 코를 꼬집으며 묻는다.

"엄마한테 벽화 보여주고 있었어."

루카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데클란처럼 잔인한 시선은 아니다. 분석적이다. 마치 내 반응 하나하나를 연구하는 것처럼.

"마침내 깨어 있는 너를 만나서 반가워, 에비." 그가 안심시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하지만 그 미소가 나에게 소름을 돋게 한다.

"엄마는 기억 못 해." 클레어가 즉시 바로잡는다. "당분간 엄마를 비어트리스라고 불러야 해."

루카가 고개를 기울인다. "비어트리스라. 데클란이 내가 전해 달라고 했어. 그가 몇 시간 동안 외출해야 한다고. 일 때문에." 그가 의미심장하게 잠시 멈춘다. "그가 네가 클레어랑 있을 수는 있지만… 마을에 돌아다니지는 말라고 했어."

메시지는 명확하다: 도망치려 하지 마.

"나는 아무데도 안 가요." 내가 거짓말한다. 선택지가 없으니까.

루카가 마치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을 듯 한 번 더 나를 관찰한다. "착한 아이야. 무언가 필요하면, 나는 사무실에 있을게."


다음 몇 시간은 이상한 아지랑이처럼 지나간다.

클레어가 나를 집 안으로 인도한다. 그녀가 말하는 모든 '안전한' 구석 — 그녀의 작업실, 내가 그녀에게 책을 읽어줬다는 도서관, 그녀가 '우리의 비밀 우주'라고 부르는 정원. 모든 장소마다 내가 알아보지 못하는 삶의 흔적들이 있다: 가장자리에 메모가 적힌 책, '시리우스'라는 이름이 적힌 머그잔, 의자에 잊혀진 외투.

내 잃어버린 존재의 박물관을 걷는 기분이다.

오후 늦게, 클레어가 많이 말한 탓에 지쳐 거실 소파에서 내 무릎 위에 몸을 웅크린다. "엄마는 항상 내가 잘 때까지 내 머리카락을 이렇게 쓰다듬어줬어." 그녀가 졸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항상."

내 손이 본능적으로 그 움직임을 시작한다 — 손가락이 부드럽고 리드미컬하게 금발 머리카락 사이를 미끄러진다.

그리고 나서 일어난다.

영상이 갑자기 나타난다: 같은 소파, 노리개 젖꼭지를 문 더 작은 클레어, 내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있고, 내가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선율을 조용히 흥얼거리고 있다. 방은 침대 램프 불빛으로만 밝혀져 있다.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비 냄새. 문간에 헌신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큰 그림자.

데클란.

그 순간은 번개처럼 빠르지만, 충분히 강력해서 내 숨을 멎게 한다.

나는 기억한다.

모든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 소속감, 사랑, 집의 느낌.

내 심장이 고동친다. 혼란스럽고, 무섭다. 이 길을 계속 가면, 또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더 나쁜 것은, 데클란을 탈출할 힘을 얻기 위해 느껴야 하는 증오를 이 모든 것이 파괴하게 될까?

클레어는 몇 분 만에 잠들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을 묻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집이 우리 주위에서 숨 쉬고 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그를 느낀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저 안다.

내가 시선을 들었을 때, 데클란이 거실 입구에 서 있다. 어두운 정장, 느슨한 넥타이, 비에 젖은 머리. 그는 인간 형태의 폭풍처럼 보인다.

그의 시선이 장면을 훑는다: 내 무릎 위에서 자고 있는 클레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내 손, 예전처럼.

무언가가 그의 얼굴을 밝힌다. 승리의 잔인한 미소가 아니다. 진짜이기 때문에 더 위험한 무언가다.

희망.

그가 조용히 다가와 소파 옆에 무릎을 꿇는다. 내 눈높이에 맞춰서.

"네가 무언가 기억해낸 게 있구나." 그가 부드럽게 말한다. 질문이 아니다. 확언이다.

부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가 이미 알고 있음을 말해준다.

"조각 하나." 내가 속삭이듯 인정한다.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에게는 그것이 세상 전부인 듯하다.

데클란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내 손목을 만진다 — 클레어의 머리에 얹혀 있는 바로 그 손목. 접촉은 따뜻하고 단단하다. 하나의 원이 닫힌다: 아버지, 어머니, 딸.

"오늘은 여기까지다." 그가 대답한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가 명령처럼 들리지 않는다. 감사함처럼 들린다. "도망가지 않아서 고마워."

"난 당신 때문에 남은 게 아니에요." 내가 자동으로 대답한다. "그녀 때문에 남은 거예요."

"나도 알아." 그의 입가가 피곤한 반쪽 미소로 올라간다. "넌 항상 그녀를 위해 옳은 일을 했어. 나를 증오할 때조차도."

그가 몸을 기울여 클레어의 이마에 경건하게 입을 맞춘다. 그다음, 그의 눈이 한 순간 내 입술에 닿는다. 그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는 듯하다. 나는 숨을 멈추고, 또 다른 공격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일어서서 클레어의 몸 아래로 팔을 미끄러 넣어 그녀를 들어 올린다. 시선 접촉을 끊지 않고.

"자, 가자." 그가 이의를 허용하지 않지만, 즉각적인 위협처럼 들리지 않는 말투로 말한다. "우리 공주님을 침대로 보낼 시간이야. 그다음에…" 그의 눈이 어두워진다. "우리는… 이야기할 거야."

나는 '이야기'가 그의 언어로는 거의 결코 단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어선다. 왜냐하면 이 악몽에서 깨어난 이후 처음으로, 내 호기심 많은 작은 부분이 내 마음이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만약 기억이 나를 자기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이 남자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라면… 어쩌면 나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짐승의 입속으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든 클레어를 안고 그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면서, 내 가슴에 형성되는 끔찍한 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되돌아오는 기억 하나하나가 나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더욱 단단히 가둔다.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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