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멜리아는 살아남을 운명이 아니었다. 모든 걸 바친 부모에게 배신당해 암시장에 팔려간 그녀는, 단 한 번의 입찰로 운명이 결정된다. "40억 달러." 낮에는 CEO, 밤에는 뒷골목의 제왕 케이드. 여자를 돈으로 살 생각은 없었지만, 꺾이지 않는 그녀를 보고 세 살배기 딸의 보모로 거둔다. 지켜야 할 선, 그리고 서로 믿는 척하는 거짓말. 다가갈수록 그는 위험해지고, 구속과 욕망의 경계는 무너져 내린다. 집착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사랑은 다정하지 않다. 그 선택에는 언제나 잔혹한 대가가 따를 뿐.
View More나는 햄버거 가게에 허겁지겁 뛰어들어 탈의실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또 지각이라는 걸 깨닫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하아, 진짜 미치겠네. 그 개자식 같은 점장이 이걸 핑계로 날 자르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내 인생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지금, 이 직장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안녕, 아멜리아." 동료인 안나가 나를 보며 비죽 웃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안나는 나를 끔찍이도 싫어했는데, 그건 전적으로 우리 빌어먹을 점장 때문이었다. 안나는 항상 내 불행을 즐기는 것 같았다. 내 근무 시간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장본인인 로이드 점장에게 안나가 흑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진심으로 역겨웠다.
마흔다섯 살에 호색한, 숨만 쉬어도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부류의 남자. 그런데도 안나는 그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고, 내 삶을 기꺼이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안녕." 제발 그냥 넘어가 주길 바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맙소사, 내 완벽한 착각이었다.
"또 지각하셨네. 로이드 점장님 귀에 이 소식이 들어가게 작은 새라도 한 마리 날려 보내야 하나?" 안나가 즐거움이 가득한 눈으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안나… 제발 그러지 마. 원하는 게 뭐야?" 목소리에 묻어나는 절박함을 숨기지 못한 채 애원했다. 이 직장을 잃을 순 없었다.
여기서 잘린다는 건 곧 학교를 그만두고, 월세가 밀리고, 부모님이 마약의 늪에 더 깊이 빠지도록 방치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어떻게든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쓰리잡을 뛰느라, 나는 이미 이틀 밤이나 뜬눈으로 지새운 상태였다.
그때 탈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그가 나타났다. 로이드 점장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그리고 직원들의 목줄을 단단히 쥐고 있는 것처럼 거만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문틀에 기대어 섰다. 특히, 나 같은 직원의 목줄을 말이다.
그의 시선이 내게 필요 이상으로 오래 머물렀다. 차갑고 계산적인 눈빛으로, 마치 내 얼굴에 적힌 모든 것을 읽어내려는 듯 나를 훑어보았다.
"또 지각인가, 아멜리아?" 기름기 흐르는 그의 목소리에 뱃속이 역겹게 뒤틀렸다.
"자네가 하는 그 다른 '작은 일들'이나 학교생활도 이런 식으로 게으름 피우는 건 아니길 바라. 너처럼 똑똑한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는 꼴을 보는 건 나도 원치 않거든…." 그가 얼굴에 만족감을 역력히 드러낸 채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제발 말실수만은 하지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기도했다. 사물함 가방끈을 꽉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게 끝장날 거라고 온몸의 신경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내게 실수란 허락되지 않은 사치였다.
"네… 네, 점장님."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동아줄이라도 되는 양 사물함 문을 꽉 부여잡고 내가 속삭였다.
그가 씩 웃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좋아. 돈을 벌겠다고 딴짓을 하거나 불순한 의도를 품는 건 나도 원치 않으니까." 그의 시선은 언제나 그랬듯 오해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을 만큼 끈적하게, 내게 오래도록 머물렀다.
안나는 벽에 기댄 채 이 구경거리를 노골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감각만큼이나 안나의 즐거움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좀 쉬는 게 어때, 아멜리아?" 가식적인 걱정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안나가 말했다. "네 그… '다른 일'에 필요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면, 로이드 점장님도 분명 이해해 주실 거야."
안나가 나를 창녀 취급하며 비꼬고 있다는 걸 눈치채는 데는 대단한 머리가 필요하지 않았다. 맞받아칠 수도 있었지만, 내가 간신히 붙잡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빼앗길 핑곗거리를 점장에게 쥐여 주고 싶지 않았다.
로이드 점장은 나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안나 역시 좋아했다. 내가 하는 여러 일들 중 그나마 시급이 높은 게 이 일이었다. 홧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일자리를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억지로 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다시는… 지각하지 않겠습니다, 점장님."
그의 입꼬리가 더 깊게 올라갔고, 눈에는 만족감이 번뜩였다. "꼭 그러도록 해."
은근한 협박을 남긴 채 그가 몸을 돌렸고, 안나가 그의 뒤를 졸졸 따랐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햄버거 하나랑 커피 한 잔. 이쪽으로 가져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로이드 점장 못지않게 나이 들어 보이는 영감이 명령조로 말했다.
"네,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나는 곧장 일을 시작했다.
준비가 끝나고, 나는 서빙을 담당하는 동료 벤에게 음식을 건넸다.
1분 뒤, 벤은 나갔던 쟁반을 그대로 들고 돌아왔다.
"무슨 일이야? 손님이 마음에 안 드신대?" 내가 벤에게 조용히 물었다.
"음식 문제가 아닌 거 같아. 네가 직접 서빙해줬으면 좋겠다는데." 벤이 중얼거렸다.
손님들이 이런 요구를 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나는 이 눈에 띄는 몸매 탓을 했다. 차라리 바싹 마른 체형으로 태어났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저 빌어먹을 변태 새끼들도 나를 그냥 내버려 뒀겠지.
나는 심호흡을 하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벤에게서 쟁반을 넘겨받았다. 음흉하게 입맛을 다시고 있는 그 중년 사내를 돌아보면서 혐오감에 얼굴이 구겨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참아야만 했다.
"조심해." 벤이 내게 속삭이고는 나 대신 카운터로 향했다.
이 가게에서 내게 한 줌의 안전함이라도 주는 사람은 벤뿐이었다. 그는 나를 정말로 사람 대 사람으로 좋아해 주었다.
나는 흔들림 없이 그 테이블로 다가가 인사했다.
쟁반을 내려놓는 손이 덜덜 떨렸다. 테이블에 앉은 남자는 햄버거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뱀처럼 손을 뻗어 내 허벅지를 더듬으려 했다.
순식간에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다. 남자의 손이 닿기도 전에 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그 손을 찰싹 쳐냈다. 그가 항의하는 소리 따위는 들을 새도 없었다.
나는 화장실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형광등 불빛이 흐릿하게 번지는 가운데 칸막이 문을 걸어 잠그고 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목이 찢어질 것처럼 쇳소리가 날 때까지 끅끅대며 오열했다.
눈물이 마른 후, 나는 나만의 유일한 피난처인 탈의실로 숨어들었다. 제대로 된 밥을 먹은 지 며칠이나 지나서인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생존을 위한 유일한 식량인, 다 으스러진 단백질 바 하나를 가방에서 꺼내 미지근한 물과 함께 억지로 밀어 넣었다. 마침내 두려움보다 훨씬 무거운 피로가 나를 덮쳤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감겼다.
피부를 기어 다니는 듯한 소름 끼치는 감각에 번쩍 눈이 떠졌다. 묵직한 손 하나가 작업복 위로 내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순수한 공포에 질려 헉, 숨을 들이켜며 몸을 튕기듯 일으켰다. 반사적으로 허공을 가른 내 손이 맵고 날카롭게 사내의 뺨을 정통으로 후려쳤다.
잠기운이 걷히자 심장이 바닥까지 쿵 떨어졌다. 붉게 달아오른 뺨을 감싸 쥐고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로이드 점장이었다. 나는 허겁지겁 뒤로 물러섰고, 쿵 소리와 함께 차가운 사물함에 등이 부딪혔다. 뼛속까지 시린 공포가 밀려왔다.
"오… 방금 내 뺨을 친 건가?" 턱을 문지르는 로이드 점장의 목소리는 낮았고, 위험할 정도로 차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모지." 고속도로를 매끄럽게 달리기 시작하는 차 안에서 그가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리며 덧붙였다.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거칠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참을 수가 없었다. 억눌러왔던 히스테리가 다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보모요?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고요? 고작 애 보는 사람 구하는 데 그런 거액을 쏟아붓는 미친 사람은 없어요. 그 돈의 아주 일부만 줘도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케이드는 하던 일을 멈추더니 태블릿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몸을 완전히 돌려 나를 마주 보았다. 느릿하고도 의도적인 움직임이었다."네가 뭘 믿는지는 내 알 바 아니야, 아멜리아. 내 관심사는 네가 무슨 일을 하느냐지."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딸에겐 보모가 필요해. 전에 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부적격이었거든. 그래서 도망칠 선택지도 없고, 돌아갈 가족도 없고, 다른 어떤 것보다 이 일을 최우선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사람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거다. 네가 그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고."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러니까... 애를 보게 하려고 노예를 샀다는 건가요?""나는 네게서 '충성심'을 산 거다." 그가 내 말을 정정했다. "넌 내 집에서 지내게 될 거다. 내 딸을 돌보고, 아이가 안전하게 먹고 배우며 지낼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해. 그 대가로 네게 머물 곳과 음식, 그리고 옷을 제공하지. 내 허락 없이는 절대 이 저택을 벗어날 수 없다. 외부인과 말을 섞어서도 안 되고. 네가 맡은 바를 다한다면 합당한 대우를 받을 거다. 하지만 도망치려 하거나 내 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끔찍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굳이 알고 싶진 않을 텐데."나는 그의 눈에서 거짓말의 흔적을 찾아내려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곳엔 차갑고 견고한 진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성욕을 채우려고 나를 산 게 아니었다. 고문하기 위해 산 것도 아니
입찰이 끝난 후 이어진 침묵은 방 안의 모든 이를 짓눌러버릴 만큼 무거웠다. 나는 무대 위에서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눈이 타들어 갈 듯 밝은 조명 속에서도, 이 공간의 공기가 산산조각 나며 뒤바뀌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던 탐욕과 정욕은 순식간에 숨 막히는 공포로 뒤바뀌었다.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뒷자리를 향해 목을 빼고 낮고 다급한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나는 눈부신 조명에 눈을 가늘게 뜨고, 내 목숨값으로 그토록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부른 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려 애썼다."4, 40억 달러." 경매사가 말을 더듬었다. 아까 전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였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쳐냈다. "40억 달러, 한 번... 40억 달러, 두 번..."그가 어찌나 세게 망치를 내리쳤는지, 난 단상이 산산조각 나는 줄 알았다. "낙찰되었습니다! 맨 뒷자리, 검은 정장의 신사분께!"새장에 갇힌 새처럼 심장이 갈비뼈를 미친 듯이 때려댔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쏟아지는 조명 너머를 응시했다. 프라이빗 부스의 짙은 그림자에 가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서는 큰 키의 실루엣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장내의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족히 벽처럼 보이는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평소 세상 무서울 것 없이 군림하던 다른 부자 입찰자들조차 그가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슬금슬금 좌석 뒤로 몸을 움츠렸다.그가 누구든 간에, 엄청난 거물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몹시 위험한 남자라는 것도.경매사는 거의 뛰다시피 단상을 내려와 무대 진행요원들에게 손짓했다. "당장 저 여자 준비시켜! 당장! 실바노 회장님을 기다리시게 해선 안 돼!"새로운 경호원 두 명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아까 나를 끌고 왔던 짐승 같은 놈들과는 달랐다. 이 남자들은 몸에 딱 떨어지는 맞춤 정장을 입고 인이어를 낀 채였다. 그들은 나를 거칠게 잡아끌지 않았다. 대신
나는 분노에 차 고함을 질렀다. 당연히 내 말은 놈의 정곡을 찔렀을 것이다. 내가 심리학을 괜히 공부한 게 아니니까. 놈의 손가락에 남은 반지 자국과 여자가 남긴 듯한 할퀸 상처들을 보며, 나는 대략적인 상황을 짜맞췄다.우락부락한 경비병은 내 말에 충격을 받은 듯하다가, 이내 분노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가 손등으로 내 뺨을 후려쳤고, 그 충격에 내 고개가 옆으로 홱 꺾였다."그 주둥이 닥쳐라. 안 그러면 전기 충격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비명을 지르게 해줄 테니까."두 남자가 시선을 교환하더니, 이내 음흉한 눈빛으로 내 몸을 느릿느릿 훑어 내렸다. 발버둥 치다 찢어진 셔츠 틈새로 그들의 시선이 끈적하게 머물렀다."처녀 하나에 수백만 달러라고?" 덩치 큰 놈이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침을 뱉듯 말했다. "존나 아깝네. 우리가 먼저 한 번씩 맛보고 진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건 어때? 포장지를 좀 일찍 뜯는다고 누가 알겠어?"그가 굳은살 박인 손을 내 쇄골 쪽으로 뻗었을 때,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그 여자에게 한 번만 더 손댔다간, 네놈들 손목을 내 방 벽에 박제해 버릴 테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불빛 아래로 걸어 나오며 경고했다. "보스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을 텐데. 상품에 흠집 내지 말라고. 당장 욕실로 끌고 가."놈들은 나를 살풍경하고 차가운 욕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씻어." 경비병이 명령했다.나는 팔을 짱짱하게 낀 채, 그들을 돌로 만들어버릴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반항했다. 경비병은 입씨름을 하는 대신, 그저 리모컨 버튼을 꾹 눌렀다.전류의 충격이 뼛속 깊은 곳까지 뒤흔들었다. 신장이 타들어 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았다.다리에 힘이 풀리며 무릎이 타일 바닥에 쿵 부딪혔다. 알량한 반항심은 산산조각 났고, 그 자리에 공허하고도 처참한 절망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물줄기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쏟아지는 뜨거운 물 위로 짭짤한 눈물이 뒤섞여 흘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두 번째 주먹이 관자놀이에 정통으로 꽂혔다. 방이 훅 기울더니 지저분한 천장이 빙글빙글 돌며 잿빛 안개 속으로 흐릿하게 번졌다. 시야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와중에도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돈을 받으면 다음엔 어떤 약을 살지 신나게 떠들어대는 내 부모의 모습이.그들은 이미 내 축 늘어진 몸뚱이를 타넘고 마약상에게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마침내 길가에 내다 버리는 데 성공한 쓰레기봉투라도 되는 것처럼.내 인생이 이렇게 끝날 줄 알았더라면, 투잡까지 뛰며 아등바등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내 청춘을 희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내 삶을 온전히 즐기며 살았을 것이다. 한때는 학위를 따고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두 사람을 재활원에 보내겠다는 꿈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그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헛된 희망일 뿐이라는 걸.어둠은 무거웠다.피로에 지쳐 빠져드는 포근한 잠이 아니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짙게 가라앉는, 끔찍한 외상으로 인한 강제적인 무의식이었다. 간신히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고통이 아니었다. 팔을 에는 듯한 지독한 한기였다.등 밑에 깔린 돌바닥에서부터 뼛속까지 진동하며 스며드는, 지독하게 오래된 냉기. 지끈거리는 머리의 상처를 확인하려 손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내 움직임을 막아섰다. 고개를 돌려 다른 쪽 손을 확인한 순간 나는 헉하고 숨을 삼켰다.두 손 모두 묵직한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내 방이 아니었다. 우리 집 아파트도 아니었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기억들이 결코 악몽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팔려 왔다는 끔찍한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기에서는 짠내와 축축한 흙냄새, 그리고 오래된 핏자국에서 나는 비릿한 쇳내가 났다.눈을 깜빡이자 복도 저편 어딘가에서 일렁이는 희미한 횃불 빛에 시야가 서서히 적응해 갔다. 나는 철창에 갇혀 있었다.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굴러다니던 뾰족한 돌을 집어 들어 육중한 자물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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