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사에 왔을 때 이태호의 딸 신은재는 이미 6급 존자였다. 그동안 수행하면서 주씨 가문의 각종 단약의 도움도 받아서 수련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아무리 빨라도 이태호는 딸이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려면 보름 후에 성호 랭킹이 끝날 무렵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딸이 앞당겨 돌파할 줄이야!남두식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영기의 소용돌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태호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태호야, 은재는 역시 자네를 닮아서 강한 천부를 가졌군. 이제 얼마 됐다고 벌써 존왕으로 돌파하다니!”대장로는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턱에 난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부러워하였다. “맞아요. 여태까지 살면서 여덟 살의 존왕은 본 적이 없어요!”그 옆에 어리둥절하게 서 있던 주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파격적인 소식을 듣고 모두 놀란 나머지 순식간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특히 이미 축하 인사를 준비한 주서명은 마음속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는 이 방에서 돌파한 자는 이태호의 아내 중의 하나인 줄 알았는데 그의 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태호의 딸 신은재를 만난 적은 있지만 여덟 살에 불과한 여자애였다.주서명은 놀라움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입을 크게 벌렸다. 다른 주씨 가문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모습에남두식 등은 웃고 싶었다.“여덟 살짜리의 존왕?!”“이태호 장로님, 장로님의 따님이십니까?”“어머나, 여덟 살에 존왕으로 되었소? 내가 여덟 살 때는 막 무왕으로 되었는데!”“역시 남과 비교하면 화가 난다니까!”“...”주씨 가문 장로들의 탄성과 함께 눈앞의 영기 소용돌이는 점점 커졌고 곧 주씨 가문 위의 하늘을 뒤덮였다. 사면팔방 수십 리 천지의 영기는 주씨 가문을 향해 모여들어 곧장 마당에 수직으로 떨어졌다. 이태호는 점점 많은 영기가 모여드는 것을 보고 미간이 찌푸려졌고 자신이 긴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성인이라면 존자에서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는 것은 쉬
방문은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어떤 무형의 힘으로 열렸다. 흰색 연공복을 입은 신은재가 깡충깡충 뛰쳐나왔다. 신은재의 머리는 양 갈래로 묶여 있고 돌파를 해서 그런지 온몸의 살결이 매끄럽고 눈처럼 하얗다. 특히 젖살이 조금 남아 있는 얼굴은 방금 껍질을 벗겨진 달걀처럼 뽀얗고 귀여운 것이 멀리서 보면 동화 속에서 걸어 나오는 정령 같았다.이태호는 걸어 나오는 딸을 보고 허리를 굽혀 품에 안은 뒤 딸의 작은 코를 살짝 긁어주었다. “잘했어. 기특하기도 해.”이태호는 딸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니 기초가 튼튼하고 부실하지는 않았다. 이에 이태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여덟 살의 존왕이라니. 이 아비도 부러워죽겠어!”그가 천청종에 있을 때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였다. 그때 당시 5급 단약의 도움을 받아서 순조롭게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는 것 같은데 자기 딸도 순조롭게 존왕으로 돌파할 줄은 누가 알겠느냐?멀지 않는 곳에서 주성명을 비롯한 주씨 가문의 장로들은 입을 약간 벌리고 멀뚱히 즐겁게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태호 부녀를 보고 있었다. 신은재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내공의 파동을 직접 감지한 주서명 등의 심정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러워했다.그들이 여덟 살 때는 수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기껏해야 무왕이었다. 하지만 이태호의 딸은 여덟 살에 이미 그들과 같은 존왕 경지의 수사로 되었다. 다들 놀란 나머지 모두 부러워했다.여덟 살의 나이에 존왕으로 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은재가 열 몇 살에는 존황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고 몇십 살에는 성자로 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보기엔 여덟 살에 존왕이 된 신은재가 어쩌면 훗날에 이태호보다 더 높은 경지로 돌파할 수 있고 심지어 비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서명은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심호흡을 하고 이태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이태호 장로님, 따님이 존왕으로 된 것
만면에 흥분이 가득한 주서명은 정신을 차린 후 급히 이태호에게 축하 인사를 하였다. “이태호 장로님, 축하합니다. 따님의 타고난 천부는 전대미문이라 훗날에 꼭 성자로 되고 신선으로 될 것입니다!”이태호는 주서명의 아부에 가까운 말을 듣고 그냥 웃어넘기면서 겸손하게 말하였다.“성자가 되든 신선이 되든 아직 너무 이릅니다. 저는 은재가 행복하게 잘 자라나기를 바랄 뿐입니다.”주서명은 이태호에게 아부를 한바탕 한 후 엄숙한 표정으로 주변의 장로들을 보면서 정중하게 말하였다.”오늘의 일은 절대로 소문내면 안 된다. 그때 가서 내가 무정하다고 탓하지 말라!”여덟 살의 존왕,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천남에서 가장 강한 종문인 태일종의 천재 제자들은 여덟 살 때 기껏해야 존자였을 것이다. 존왕의 수명은 천년에 이르는데 지금의 신은재는 겨우 여덟 살이니 남은 기나긴 수명으로 더 높은 경지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이토록 무서운 천부를 가진 천재가 앞으로 성장해서 오늘날 주씨 가문과 맺은 정을 생각하면서 눈곱만한 자원을 줄지라도 주씨 가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하지만 남들이 이 소식을 알게 되면 무항시 내의 가문들은 딴마음을 품게 될 것이고 태일종도 놀라게 될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갈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부정적인 쪽으로 간다면 주씨 가문은 궐기하기는커녕 바로 이태호에게 박살 날 것이다. 그래서 정신을 차린 주서명은 즉시 현장에 있는 주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이 일을 외부에 발설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였다. 주씨 가문의 장로들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받아들였다. 옆에 있는 이태호는 주서명의 이런 행동에 매우 만족하였다. ‘눈치가 빠른 재주가 있는 자이니 앞으로 도와줄 수 있지.’그는 자신의 9급 존왕의 내공을 드러낼 수 있고 남두식과 대장로 등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내공이 더 강해지기 전에 이태호는 신은재를 드러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의 실력이 충분히 강해져야만 비로소 신은재가 내공을 드러나게 할
이태호는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후 연단을 그만두었고 여유롭게 곧 열릴 성호 랭킹을 기다렸다....이날.마당에서 이태호는 아내인 남유하를 껴안으면서 한가롭게 흔들의자에 누워있었다. 그는 손에 란 기행문을 들고 홀리듯이 읽었다.이 책에는 수백 년 전에 청허도인이란 수사가 무항시에서 출발하여 창란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현재 창란 세계에서 각 세력의 순위, 강자들의 이름, 천남과 요수와의 싸움, 마수가 서역을 침입하는 등 여러가지 잡다한 내용이 있다. 이태호의 시야와 견문을 극히 많이 넓혀주었고 창란 세계가 얼마나 광활하고 끝없는지를 알려주었다.창란 세계의 13개 주는 광활한 지역과 수많은 강자를 가지고 있다.책의 기록에 따르면 천남 지역만 해도 종문 1개, 가문 2개, 문파 3개가 있다. 천남의 성호를 장악한 태일종은 창립된 지 수만 년이 넘었다는 소문이 있다. 종문을 창립한 선배는 벌써 선계로 비승해서 오랜 역사와 강한 실력을 갖춘 종문이었다.다른 2개 가문, 3개 문파도 실력이 약하지 않다. 이들의 문하 제자는 최소한 존왕의 내공을 갖고 있다. 이태호는 책을 내려놓은 후에도 여전히 책 속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무항시는 작은 곳이야. 연못에서는 용을 키울 수 없고 미꾸라지만 키울 수 있지.”그가 창란 세계에 오는 목적은 더욱 강해져서 선계로 비승하는 것이다.주씨 가문에 있는 동안, 수련에 소홀한 것 같다.옆에서 차를 따르고 있던 남유하는 그의 말을 듣고 입을 가린 채 호호 웃었다.“됐어. 언니들이 9급을 돌파하고 성호 랭킹이 끝나고 우리가 존황이 된 후에 무항시를 떠나면 되잖아?”딸이 존왕으로 돌파한 지 이틀 만에 남유하는 9급 존왕으로 돌파하고 폐관을 마쳤다. 그녀는 원래 8급 존왕으로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 원래 쌓은 내공은 9급 존왕과 종이 한 장의 차이라 폐관한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돌파하였다. 요 며칠 동안, 백지연 등 여인들이 아직 폐관 중이라 이
밀실 안.백지연을 비롯한 세 여인은 눈을 꼭 감고 반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다.그녀들이 숨을 내쉬면서 주위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그녀들의 몸으로 밀려들어 가는 것이 휘황찬란해 보이는데 마치 선계에서 인간 세상에 내려온 선녀 같았다. 세 여인이 그 방대한 영기를 모두 흡수하자 내공이 빠르게 상승하여 바로 9급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였다. 정신력으로 이를 감지한 이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중에 백지연과 신수민은 그를 따라서 창란 세계에 왔을 때 내공이 가장 낮은 6급 존왕이었다. 이들은 보름 동안의 폐관 수련을 진행하였고 이태호가 준 고급 5급 단약의 도움으로 드디어 9급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였다.백정연의 내공은 이 둘보다 한 단계 높았다. 그녀도 여러 자원의 지원으로 여유롭게 돌파하였다. 다만 이태호가 생각지 못한 것은 세 여인이 동시에 돌파한 것이다. 다행히도 그는 그들이 돌파할 때 뿜어나오는 숨결을 차단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주씨 가문 전체가 시끄럽게 될 뿐만이 아니라 온 무항시가 놀라게 될 것이다. 성호 랭킹이 곧 다가오면서 이태호는 아내들의 내공이 점점 높아지기를 원했다. 그래야 성호 랭킹에서 순조롭게 존황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으니까.이태호는 세 여인의 숨결을 차단했지만, 이 마당 안은 제외하였다. 그래서 이 마당에 거주하고 있는 남두식과 대장로 등은 제일 먼저 반응했다. 원래 대국하고 있던 장로들이 잇달아 방에서 나와서 이태호의 곁에 갔다.“태호, 수민 등이 돌파한 건가?”남두식은 이태호 앞에 와서 대단히 기쁜 얼굴로 물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셋이 동시에 돌파할 줄은 몰랐습니다.”“허허. 그럼 더 좋은 것이 아닙니까?”대장로는 웃으면서 입가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이태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9급 존왕입니다. 이틀 후에 열릴 성호 랭킹에서 우리가 다 차지하게 될 것 같군요.”그들 일행은 모두 12명인데 현재 9급 존왕은 11명이다.그러나 이번 무항시에서 성호 랭킹에 참여할 수 있는 정
이태호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에 ‘일빈일소’와 ‘경국지색’이란 형용사가 떠올랐다. 남유하에게 이끌려 오던 신은재는 신수민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달려가 두 팔을 벌려 신수민의 품에 안겼다.주서명이 이태호에게 인사를 했던 동작을 본 신은재는, 두 주먹을 모아 축하하는 뜻으로 말했다. “어머님께서 9급 존왕으로 돌파한 것을 축하드립니다.”딸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린 신수민은 밝게 웃었다.“하하, 엄마도 은재이가 존왕이 된 것을 축하해.”최근 신수민은 폐관했지만 밖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얼마 전에 신은재가 존왕으로 돌파한 것도 알고 있었다.딸을 안고 이태호 곁으로 다가간 후, 신수민은 신은재를 내려놓고, 파처럼 하얀 손가락으로 딸의 작은 코를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요즘 아버지를 괴롭히진 않았니?”“은재 엄청 착해요.”신은재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자기 자랑을 했다.엄마와 딸이 참새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이태호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축하는 나중에 하고, 지연이는 아직 안 나왔네.”아니나 다를까, 다른 방에서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히히. 수민 언니, 나도 돌파했어요.”백지연은 긴 무지개를 타고 방에서 날아 나왔다.그녀는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별처럼 밝은 눈동자, 보드랍고 하얀 피부를 가져 마치 그림에서 나온 선녀와 같았다.백지연을 보자 이태호는 마음이 편안해지며 미소를 지었다.신수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단해! 우리 자매들 이제 모두 9급 존왕이야.”백정연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흥! 전에 어떤 사람이 우리 자매를 괴롭히려 했지만, 이제는 쉽지 않을걸.”그녀는 비록 폐관 중이었지만, 최근 남유하와 이태호가 단둘이서 알콩달콩 지내는 것을 알고 있었다.물론 질투하는 것은 아니다. 드디어 이태호를 따라잡았다는 생각에 기뻤다.이태호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하하. 좋아! 오늘 밤 너희를 위해 축하해줄게!”그러자 이태호는 바로 정원 밖에 있는 주
이튿날.이태호는 상쾌한 얼굴로 방에서 나와 기지개를 켰다.정원에 나오자마자 어젯밤의 육체노동 때문에 먼저 권법을 연습하며 몸을 풀었다.권법을 마친 후, 주씨 가문 하인이 건네준 뜨거운 물로 얼굴을 씻고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원에는 주희철 남매가 나타났다.유유자적하게 흔들의자에 누워 있는 이태호를 본 주희철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이태호 장로님, 저희 아버지께서 객실에서 이야기하시기를 청하세요.”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이태호는 천천히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주희철 남매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성호 랭킹이 드디어 열리나?”주희철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내일이 대회가 시작되는 날입니다.”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시간이 참 빠르네요. 어느새 주씨 가문에 머문 지도 한 달이 넘었구나."말을 마치고 흔들의자에서 일어나 주희철에게 앞장서라고 손짓했다.이태호가 주씨 가문 객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여러 사람이 앉아 있었다.태사 의자에 단정히 앉아 있는 사람은 바로 주씨 가문의 가주 주서명이었다. 그는 무표정하게 뜨거운 차를 마시고 있었다.주서명의 오른쪽에는 6급 존왕 정도의 내공을 가진 주씨 가문 장로 서너 명이 있었고, 이들은 말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주서명의 왼쪽에는 이태호가 전혀 본 적이 없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그는 흰색 우라지, 청색 긴 두루마기를 입었다. 그의 복식은 마치 학자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있었던 듯한 느낌을 풍기며 몸에서는 산 같은 신중함이 느껴졌다.이태호의 눈에는 상대방의 9급 존왕을 완성된 기운이 한눈에 보였다.이태호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고 상대방의 기운을 통해 이 사람이 아마도 성주부에서 온 것임을 판단했다.이태호는 이를 생각하며 큰 걸음으로, 객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하인이 가져온 뜨거운 차 한 잔을 받은 후, 그는 주서명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담담하게 물었다.“주씨 가주님께서 오늘 무슨 일로
이태호에게는 처음 겪은 상황이었다. 이기지 못하면 미리 승진시킨다니?어차피 성호 랭킹에 15개의 자리가 있는데, 두 개를 줬으니 나머지는 넘보지 말라는 것인가?이 상황을 이해한 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두 개의 자리는 너무 적습니다.”이태호는 혼자가 아니었고, 남두식과 대장로, 그리고 몇 명의 아내들도 이번 성호 랭킹의 기회를 통해 순조롭게 존황으로 돌파하려는 것이었다.두 개의 자리 때문에 작은 것을 위해 큰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이태호가 동의하지 않자, 조구윤의 눈썹이 찡그렸고 주서명 등 주씨 가문의 사람들도 얼굴색이 변했다.“이태호 장로님, 동의하십시오.”주서명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듣자 하니 조씨 가문과 연씨 가문은 이번 성호 랭킹을 위해 신소문과 청허파의 제자들을 불러들였다고 하더군요!”옆에 있던 조씨 가문의 한 장로가 말을 거들었다.“조씨 가문에 신소문과 청허파의 제자를 불러들였다는 소식을 들었어요.”옆에 있는 한 주씨 장로가 말참견했다.“조씨 가문에서 신소문에 참배한 자의 이름은 조헌인데, 선천적인 뢰영체이고 천둥신통이 절묘한 경지에 이르렀으며, 비록 9급 존왕의 내공을 가졌지만, 전력은 1급 존황에 필적한다는 소문이 있어요.”멀지 않은 곳에 있던 주광해 장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연씨 가문에서 청허파에 들어간 제자 연장안은 전력이 더욱 강합니다. 어린 나이에 검의 경지를 깨우쳐 바로 청허파의 내문제자로 정해졌다고 합니다.”주서명이 깊은 한숨을 쉬며 이태호를 바라보고 말했다.“제가 듣기로는 조헌과 연장안 두 사람이 곧 정예 제자로 승급할 예정이라 몇몇 가문의 장로들을 데리고 종문에 들어가려고 한다네요. 그래서 이번 랭킹이 매우 치열할 것 같아요.”이태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했다.알고 보니 조씨 가문과 연씨 가문의 종문 천재들이 돌아와서 성호 랭킹을 독차지하려는 것이었다.어려움에 부딪히면 물러서는 것은 이태호의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조구윤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필요 없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