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에요. 제가 뭔 대단한 사람이라고. 솔직히 귀찮잖아요, 그런 거 부탁하는 거... 도빈이하고 저하고 친구가 맞긴 한데, 사실 몇 년 동안 연락도 없었어요.”기준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그러니까, 윤슬 씨, 더 이상 의심 안 해도 돼요. 도빈이 그놈이, 그냥 순전히...”기준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슬쩍 친구를 밀어주려 했다.‘그냥 순전히 너 때문에 해준 거라고’ 라는 말을 꺼내려고 할 때...[그럼 지나예요.]윤슬이 단호히 잘랐다.“아니, 그게...”기준이 급히 반박하려던 순간, 윤슬의 목소리가 더 빠르게 덮어
[이 대표님이 이미 저한테 선물도 줬고, 게다가 지나 오빠라는 연결고리도 있잖아요. 굳이 복수할 생각 없어요.]윤슬은 담담히 말했다.사실 기준이 말하는 그 장난스러운 톤, 듣자마자 윤슬은 속으로 딱 느껴졌다.‘이 사람, 도와주는 척하면서 제일 재미있어 할 사람이네.’‘내가 중간에서 웃음거리만 될 판이야.’‘됐다, 괜히 휘말렸다가 또 이도빈한테 골탕 먹는 건 싫어.’“에이... 윤슬 씨 너무 대인배예요. 그냥 향수 하나로 다 끝난 거예요? 이렇게 쉬운 사람이었어요?”기준은 아쉬운 듯 웃으며 말했다.[그 향수 비싸요. 사
“네?”기준은 고개를 갸웃했다.‘내 말 어디가 문제였지?’‘나름 자연스럽고 스무스했다고 생각했는데...’[변호사님이 말한, 이 대표님이 변호사님한테 중재 부탁했다는 건... 애초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에요. 저랑 이 대표님은 이미 끝났고, 그런 사람이 굳이 변호사님한테 부탁할 리가 없죠.]윤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기준도 이제서야 깨달았다.‘아... 그럼 처음 말 꺼낸 순간부터 이미 뻔히 들켰던 거였네.’‘아까 도빈이가 일부러 나한테 해명한 것도 이건데, 내가 괜히 의심했구나...’[그래서, 변호사님. 결국 저한테 전
기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뭐야, 고작 그거였어? 그런데 왜 그때 그렇게 음지에서 몰래 도둑이 제발 저린 듯 몰래 움직이는 것처럼 굴었는데.”“그냥 굳이 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사과도 했고, 선물도 줬고.”도빈은 담담히 대답했다.“그래, 알겠어.”기준은 손을 휘적이며 넘겼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웃음이 터져 나왔다.도빈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간 뒤, 기준은 다른 출구로 돌아나가며 차량용 블루투스로 전화를 걸었다.디스플레이에 뜬 이름 ‘소윤슬 씨’였다.‘하, 말다툼 좀 있었던 사이? 내가 바보로 보여?’
도빈은 마지막 남은 스테이크 한 점을 포크로 집어 올리더니, 무심하게 입에 넣고 씹었다.그리고 냅킨을 집어 들고 입가를 정리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궁금하지 않아. 나랑 상관없는 일이니까.”기준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다.“쳇, 아까 골똘히 생각하던 표정 보곤, 완전 궁금한 줄 알았는데?”“처음 들었거든. 부강현이랑 소윤슬이 계약 결혼이었다는 건. 그냥 신기해서.”도빈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기준은 슬쩍 웃으며 그만 대화를 접었다.식사가 끝나자, 도빈이 먼저 카드를 꺼내 계산을 마쳤다.“고맙다, 친구야.
“그래서, 윤슬 씨한테 무슨 잘못 했는데? 말해봐, 내가 분석해주고 해결책까지 줄게.”기준은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하지만 도빈은 묵묵히 메뉴를 고르고,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야,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어? 나한테 말 못 할 게 뭐가 있다고.”기준은 한 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히죽거렸다.“아, 혹시... 찔리는 거라도 있어서 그래?”도빈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럴 거면 밥 안 먹는 게 낫겠다.’‘진짜 속옷까지 훑어보겠네, 이 자식.’“너 안 배고파?”도빈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배고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