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월요일.강현은 아침에 일어나 세면을 마치고 옷매무새를 정리했다.방을 나서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다이닝 룸 쪽을 바라봤다.2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아직도 윤슬이 떠났다는 사실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했다.이제는 강현을 위해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도, 언제든 귀가를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다.그는 스스로 우울한 기운을 거두고, 집을 나섰다.차고에는 경호원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미 차 안에는 깁밥집에서 사 온 아침이 준비돼 있었다.강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음식을 씹었다.맛이라곤 없었다.
복도 끝, 지나의 방.그녀는 방금까지 핸드폰을 붙들고 타이핑하다가, 결국 음성 메시지까지 보냈다.가방이 얼마나 관리하기 까다로운지, 진주가 오래되면 변색되고 결국 값어치가 뚝 떨어진다며, 차라리 중고로 팔라고 강력히 설득했다.윤슬은 친구가 보낸 열 줄이 넘는 장문의 메시지를 한참 훑어보다가, 시선을 책상 위 진주 가방으로 옮겼다.솔직히, 마음에 들긴 했다.[어차피 경품으로 받은 거라 돈 쓴 것도 아니고, 값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지. 당분간 돈 쓸 일도 없는데 뭐.]윤슬이 이렇게 답을 보내자, 지나의 손이 이마로 올라갔다.
카페 안.지나의 커피는 이미 다 비어 있었다. 하지만 도빈에게선 여전히 아무 연락도 없었다.그녀는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 않았다.그리고 문자로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집을 나선 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지나 어머니도 세 사람이 계속 같이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헐, 윤슬 말이 맞은 거야?’‘오빠 오후에 약속 있다고? 그래도 이렇게까지 바쁠 리가 없는데...’사람을 못 잡아 붙들어두니, 궁금하던 소문도 풀지 못한 채, 지나는 저녁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둘은 찻집을 나와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저녁을 먹고 집으로
“쯧, 어떤 분이 겉으론 의연하게 ‘나랑 상관없다’ 하면서 뒤로는 선물까지 챙겨준다?”도빈이 아무 말도 못 했다.‘아니, 나도 소윤슬한테 뭘 사줄 생각은 있었지. 근데 아직 안 사줬는데?’그는 지나한테 윤슬이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사주고 결제 금액은 나중에 자신 돌려주기로 했는데, 정작 결제 내역은 안 오고, 오히려 이미 자신 사줬냐는 말이 돌아왔다.도빈은 살짝 옆으로 몸을 빼며 다시 확인했다.‘난 사준 적이 없는데, 그러면 누가?’“에이, 사줬으면 사줬다고 하면 될 일이지. 내가 놀릴 것도 아니고. 뭐 그렇게 숨기
비록 주도한 건 신아였지만, 상처는 결국 고스란히 윤슬에게 떨어졌다.강현은 어떻게 해야 이걸 만회할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오늘 가방을 보낸 것도 보상하려는 마음은 아니었다.그저... 윤슬 얼굴에 잠시라도 웃음 꽃이 피어나는 걸 보고 싶었을 뿐. 비록 강현이 직접 볼 수 없더라도...게다가 결혼한 지 2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윤슬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유일하게 주려고 했던 목걸이, 로즈 티아라는 윤슬이 그대로 집에 두고 떠났다.결국 그 목걸이는 신아의 소유가 되었고, 그녀는 그것을 들고 온라인에서 대놓고 자랑
‘우리 오빠가 윤슬에게 보낸 것 같아.’지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의외네. 무뚝뚝한 줄만 알았는데, 이런 우회 전략도 다 할 줄 알고.’그녀는 분명 도빈이 아까 통화 끝부분에 윤슬이 한 말을 들었거나, 아니면 윤슬이 어떤 선물도 받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고 이런 수를 쓴 거라고 생각했다.윤슬은 친구의 표정을 힐끔 보았다.잠깐 찡그리더니 심각해지고, 그러다 또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모습에 도무지 무슨 일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문제없다면서 표정은 왜 그래?” 윤슬이 물었다.“아, 그냥 기뻐서.” 지나가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