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메시지를 보고 또 한 번 떠올렸다. 엄마가 오빠 도빈에게 예전 친구 딸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던 말. 그래서 톡을 보냈다.[어느 집 따님이야?]며칠 전에 윤슬 집에 간 것뿐인데, 도빈이가 그새 약속까지 잡았다는 게 그녀는 많이 놀라웠다.‘내가 동생으로서 미리 예비 새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성격은 어떤지, 평판은 어떤지...’하지만 도빈한텐 답장이 없었고, 그냥 씹혔다.윤슬 쪽은 야근 마치고 수요일 재판 준비로 송진에게 휴가를 냈다.기준이 자료는 다 준비해뒀으니, 윤슬은 몸만 가면 됐다
도빈이 무언가 말하려다 비서의 말을 이해하고는 입을 다물었다.“잠깐, 내 마음을 가득 담을 수 있다?”도빈이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렇죠! 준비가 철저하고 정성스러울수록 데이트 성공률이 올라간다니까요.”비서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대표님은 워낙 잘생기시고 매력 넘치셔서 선물 같은 거 없어도 백전백승이겠지만요! 선물은 그냥 플러스 심쿵 포인트랄까...”비서는 아부를 덧붙였다.도빈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완전히 오해했잖아. 내가 데이트하러 가는 줄 아나?’‘사실 그저 사과하러 가는 것뿐인데.’“데이트 아니야.”
[무능한 자의 분노 따위, 위협도 안 됩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이겨줄 테니까. 덤으로 윤슬 씨의 전남편한테 엿도 먹였어요.]윤슬은 그 말에 한시름 놨지만, 그래도 끝까지 물었다.[근데... 혹시 부강현이 변호사님 댁에 보복하면 어쩌죠?]기준은 웃음을 머금고 대꾸했다.[그럼... 집에 가서 잔칫상이나 받고, 유산도 챙기면 되죠!]“어... 그걸 말이라고... 이 변호사님... 정말‘효도’가...”윤슬은 더 캐묻지 않았다. 기준 집안 일은 선을 긋는 게 맞다 싶었다.그래도 부강현 같은 인간이면 언젠가 뒤끝을
그 말투, 그 여유, 강현은 이가 갈렸다.“정 변호사님의 법률 자문 필요 없습니다.”강현은 낮게 으르렁거리듯 말했다.“대신 변호사님은 곧 로펌 문 닫고 스스로 변호사 선임할 날은 올 것 같습니다.”전화기 너머.기준이 웃었다.[아,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부대표님. 그럴 날은 안 올 테니까요.]강현 눈썹이 바짝 올라갔다.“그래요? 제가 볼 땐 금방일 것 같던데요. 이번 소송 끝나고 나면...”기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참나, 이 양반 되게 앙심 품었네.’기준은 느긋이 말했다.[괜찮아요 뭐. 이기고 나
그 말 앞에서 윤슬은 한참 멈칫했다.몇 번이나 입력한 말을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고.결국, 긴 한숨만 내쉬었다.경안의 마음은 늘 너무나 선명했다.몇 번의 고백, 직설적인 표현.하지만 윤슬은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엔 강현이 가득 차 그 마음이 들어올 틈이 없었고, 지금은 강현에게 받은 상처로 그 어떤 마음도 껴안을 자신이 없었다.‘이젠... 사랑 같은 거, 무서워.’혼란스러운 마음에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윤슬.띵-다시 메시지가 왔다.[농담이야. 상황이 그렇다 보니, 나도 별 생각 안 했어
당연히 윤슬은 강현이 언제,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게 됐는지 알지 못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강현은 신아랑 붙어 살다시피 했고, 불륜처럼 질척대며 하루하루를 보냈다.심지어 지난주 그 10억 원도 강현이 신아에게 내준 돈이었다.그걸 떠올리자, 윤슬의 머릿속은 한층 더 맑아졌다.‘아냐, 착각하지 마.’잠깐 흔들렸던 마음조차 부정했다.강현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그 인식 자체가 윤슬을 소름 끼치게 했다. 속에서 울컥, 메스꺼움까지 올라왔다.‘내가 지나한테 괜히 기준 오빠 마음 궁금해하지 말라고 해놓고, 정작 나는...’입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