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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거래

저녁, 권재민의 사무실.

사무실에서는 권재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책상 위의 각양각색의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깊은 밤까지 마지막 서류를 다 읽은 권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모든 서류를 정리하여 책상 한구석에 놓았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폭풍같은 하루 일과에 지쳐 그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똑똑.”

사무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권재민이 말했다.

“도련님, 도련님 아내인 척 연기를 할 만한 여자들을 물색했으니 도련님께서 한 번 봐주세요.”

윤 실장은 두툼한 자료 뭉치를 권재민 앞에 내밀었다.

그 많은 자료를 보고 권재민은 미간이 찌푸렸다.

“이게 바로 윤 실장이 엄격하게 고르고 골라낸 후의 결과인가?”

윤 실장은 그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대표님께서 어떤 구체적인 요구를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그래서••••••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 후보들은 모두 상류 가정의 자제분들이거나,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들이니 대표님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권재민은 그 서류들을 대충 훑어보며 모든 사람들의 자료를 그저 조금씩 읽어내려갔다. 그는 마음속에서 이미 그 여자들을 대략적으로 파악했다.

그렇게 많은 자료를 다 훑어본 후, 권재민은 그가 생각하는 요구에 부합되는 사람을 한 명도 찾지 못했다.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윤 실장은 권재민의 기색을 살피며 약간 긴장한 듯 물었다.

권재민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태도는 이미 너무 뚜렷하게 드러났다.

스미스의 딸은 이미 네 살이 되었기 때문에 권재민은 자신도 비슷한 연령의 아이를 찾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아내의 경우 첫째, 자신과 나이 차이가 너무 커서는 안 되며 둘째, 권씨 가문의 며느리로서 당연히 외국의 예의범절에 매우 익숙해야 했다.

그런데 윤 실장이 찾아낸 명문가의 자제들은 어릴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탓에 좀처럼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자 연예인들은 비록 그가 연예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많은 연예인들이 좋은 이미지에 잘 포장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가능하면 알파벳도 제대로 모를 수가 있었다.

“안 돼. 이 사람들은 모두 내 요구에 미치지 못해.”

권재민이 자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애써 찾았던 자료를 모두 퇴찌를 놓자, 윤 실장은 잠시 난처해 했다. 윤 실장은 도시의 유명한 몇 몇 여자 싱글들의 자료를 모두 자세히 조사해서 그중 꽤 괜찮은 몇 명을 골라낸 것인데 권재민은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그때, 윤 실장의 머릿속이 번쩍이더니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참, 도련님. 갑자기 한 사람이 생각났어요.”

“누구?”

권재민이 물었다.

 “어••••••, 그게, 애 이름이 뭐더라? 아, 맞다. 바로 그 은찬이라는 아이 엄마가 괜찮아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 실장이 강윤아를 언급하자 권재민은 정색하며 말했다.

“내가 말한 기본 요구 사항에 부합되는지 한 번 알아봐.”

윤 실장은 권재민의 지시에 곧바로 강윤아의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자료 상으로 권재민이 말한 요구와 정확히 일치했다.

이에 그는 다소 흥분한 듯 사무실로 돌아와 권재민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도련님, 강윤아 씨는 외국 학교에서 유학을 하고, 전에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외국 풍습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어 발음도 아주 좋고, 일상적인 대화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권재민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윤 실장은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만약 강윤아 씨가 거절하면 어쩌죠?”

“거절한다고?”

권재민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권재민은 권씨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항상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그를 거절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은 전부 다른 사람의 의지에 관련된 일이었기에 그는 강요하고 싶어도 강요할 수가 없었다.

권재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계속 조사해서 최근에 그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뭔지 잘 알아봐. 우리는 그녀와 거래를 할 거야.”

“네. 제 생각에도 그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윤 실장이 말했다.

다음날, 윤 실장은 새로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권재민을 찾아갔다.

“도련님, 방금 알아봤는데 요즘 강윤아 씨가 그녀 어머니 병치료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좀 빠듯한 것 같습니다.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신데 치료비가 많이 든다고 하네요. 게다가 강윤아 씨는 방금 막 귀국한 탓에 직업도 아직 없다고 합니다.”

“그래?”

권재민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럼 이런 조건으로 그녀와 한 번 이야기해 보자.”

윤 실장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 자기 일을 하러 가려했다.

“도련님, 그럼 늦지 말고 가세요. 이번 일은 도련님께서 직접 강윤아 씨한테 가서 얘기해야 합니다.”

“내가 직접?”

권재민은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왜 내가 직접 가야 하지?”

그러자 윤 실장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생각해 보세요. 전에 강윤아 씨가 도와줘서 고맙다고 밥을 사려고 했잖아요. 어쨌든 대표님께서는 강윤아 씨를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대표님이 직접 가서 얘기한다면 강윤아 씨는 아마 거절하지 못할 겁니다.”

권재민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속으로 왠지 이상했지만 그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도련님, 이건 강윤아 씨의 연락처입니다."

윤 실장은 자료 하나를 권재민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권재민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휴대폰 번호는 내가 다 알아낼 방법이 있지.”

권재민을 휴대폰을 꺼내 주소록을 뒤적거리다가 은찬을 찾아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휴대폰을 들고 게임을 하던 은찬은 발신자 표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 권재민 아저씨가 저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무슨 일이죠?”

은찬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이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저씨. 저랑 같이 게임할래요? 오늘 막 새 사본을 통관했는데, 제가 가르쳐 드릴까요?”

그의 말에 권재민은 살짝 웃으며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

“이번에는 괜찮아. 은찬아. 네 엄마 옆에 있어? 네 엄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 저녁에 내가 두 사람을 데리러 갈 테니까 나와서 같이 저녁이나 먹자.”

“네. 좋아요.”

은찬은 두말 없이 승낙했다.

전화를 끊은 뒤, 은찬은 거실로 달려갔다.

“엄마,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요.”

은찬이 한껏 들뜬 채 말했다.

“응?”

강윤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찬을 힐끗 쳐다보았다.

은찬은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아저씨께서 방금 전화하셔서 저녁에 같이 밥 먹자고 하셨어요.”

‘같이 밥을 먹는다고?’

강윤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지난번에 밥을 사주겠다고 했을 때, 권재민은 단칼에 거절했었다. 그런데 왜 스스로 밥을 사겠다고 찾아오는 걸까?

“너무 좋아요.”

은찬은 강윤아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엄마, 모처럼 데이트 약속이 있는데 지금 여기에서 뭐해요? 빨리 방에 가서 화장을 하고 밖에 나갈 준비를 하세요.”

은찬은 자신의 짧은 팔로 강윤아를 방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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