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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경쟁

다음날, 권재민은 스미스로부터 비행기 탑승 준비를 마쳤으니 곧 그들이 있는 도시에 도착할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권재민은 시간을 어림잡아 계산한 뒤, 강윤아와 은찬을 데리고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

공항, 강윤아는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는 느낌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권재민은 평범한 일처럼 무표정한 표정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강윤아가 속삭였다.

“제 아내 역할 하는 거 잊었어요?"

권재민은 담담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강윤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하••••••, 하지만 친밀한 스킨십은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녀의 말에 권재민은 나지막이 웃었다.

“설마 손도 친밀한 스킨십에 속해있는 거예요? 윤아 씨, 혹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나요?”

“저••••••.”

강윤아는 확실히 예전 약혼자 말고는 정말 연애를 한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잘 모르는 남자와 손을 잡는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권재민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더욱 필사적으로 잡았다.

“아파요.”

권재민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얌전히 서서 그의 걸음에 발을 맞췄다.

그때, 공항 안에서 한바탕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와, 저 외국인들 좀 봐. 카리스마 넘치네, 연예인 아니야?“

“그러니까요.”

강윤아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스미스가 왔어요.”

권재민이 말했다.

스미스는 전형적인 서양 남자 외모로 얼굴이 조각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그는 한 손으로는 아내를, 다른 한 손으로는 딸을 안고 있었다.

스미스의 딸은 금발에 파랗고 동그란 눈이 너무 예뻤다. 그의 아내 다이애나는 금빛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흩어진, 개성 있는 미인이었다.

권재민을 발견하자 스미스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쳤다. 그는 자신의 딸을 아내의 손에 쥐어주고는 다가와 그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권재민, 오랜만이야.”

스미스의 한국어는 서툴렀지만, 외국인이 이렇게 말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권재민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스미스에게 정식으로 강윤아와 은찬을 소개했다.

“스미스, 이쪽은 내 아내와 아들이야.”

스미스는 그제서야 강윤아와 은찬에게 시선을 돌렸다. 강윤아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로 그에게 인사했다. 은찬은 유창한 영어로 그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순간, 스미스는 권재민 앞에서 자랑할 기분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불가능해. 내가 오기 전에 특별히 조사까지 했는데 넌 분명히 결혼하지 않았다고 했어. 이렇게 큰 아이는 더더욱 있을 수 없어.”

강윤아는 스미스의 말을 듣고 긴장한 듯 권재민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권재민은 오히려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마치 스미스가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을 미리 짐작한 듯 말이다.

“왜? 내가 무슨 일이든 너한테 보고해야 해? 너는 어떻게 이런 것도 나랑 경쟁하려고 생각하는 거야?”

스미스는 권재민에게서 허점을 알아낼 수 없다고 생각해 어쩔 수 없이 시선을 강윤아에게로 돌렸다.

“저한테 사실대로 말해 보세요. 권재민 눈치는 보지 말고요. 분명히 권재민한테 강요당해서 온 거죠? 맞죠?”

스미스의 말에 강윤아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그의 말에 권재민은 황급히 강윤아에게 다가가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그녀에게 눈빛을 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친밀한 행동을 하려니 강윤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미 권재민의 요구를 승낙한 이상, 싫어도 꾹 참고 권재민의 볼에 입을 맞추어야 했다.

“어때? 이젠 믿을 수 있겠어?”

권재민은 강윤아를 자신의 품에 안은 채 웃으며 스미스를 바라보았다.

순간, 강윤아는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땅굴이라도 있으면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녀는 권재민의 귀에 대고 악랄하게 속삭였다.

“이건 따로 값을 받아야 해요.”

한편, 스미스는 그런 두 사람을 예의주시했다. 그는 강윤아를 자세히 관찰한 뒤 한마디 했다.

“네 아내 얼굴이 빨개졌잖아, 너희들은 진짜 부부가 아니야. 부부가 불에 뽀뽀하는데 어떻게 얼굴이 빨개질 수 있어?”

권재민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이, 스미스가 뜻밖에도 더욱 날카로워 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이 생겼다.

잠시 후, 권재민은 가볍게 웃으며 스미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스미스, 넌 아직 우리의 풍습을 몰라서 그래. 내 아내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어서 사람들 앞에서 이런 스킨쉽을 하면 부끄러워해. 더구나 우리 나라는 사랑앞에서 그렇게 개방적인 편이 아니어서 이것 또한 정상이야.”

권재민의 설명을 들은 스미스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정말 아무런 허점도 찾아낼 수 없어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어 스미스는 그의 부인과 아이를 강윤아에게 소개했다.

“이 사람은 제 부인인 다이애나고, 이쪽은 제 딸 엘리사 입니다.”

“아이가 정말 귀엽고 예뻐요.”

강윤아가 말했다.

그때, 은찬은 열정을 보이며 엘리사에게 달려가 영어로 자기 소개를 했다.

“엘리사 누나, 안녕하세요. 저는 은찬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은찬이고, 별명은••••••.”

은찬은 고민에 잠긴 채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강윤아에게 물었다.

“엄마, 별명이 영어로 뭐예요?”

강윤아와 권재민은 그의 귀여움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스미스와 다이애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은찬의 영어 실력에 감탄했다.

“재민아, 네 아들은 어떻게 이렇게 어린 나이에 영어를 이리 잘할 수 있어? 앞날이 창창하구나.”

스미스가 칭찬했다.

조금 전, 그가 엘리사와 대활 때, 가장 기본적인 영어를 썼지만 은찬이 나이 또래 어린아이들의 수준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자 권재민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그럼, 물론이지. 누구 아들인데 그래?”

그 모습에 강윤아는 어이가 없었다. 정말 뻔뻔하게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다.

“자, 이제 가자. 먼저 호텔로 데려다 줄 테니까 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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