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소이, 당신 정말 그렇게 자신 있어? 그런데 인간의 운명은 환경이나 접한 사람에 따라 바뀌는 거잖아. 너희 태허산의 팔괘가 아무리 대단해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하하하. 당신은 그냥 기다렸다가 제자들의 뒷일이나 처리해. 우리는 이미 살 만큼 살았고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당신의 여제자들과 함께 죽을 거야. 그러니 딱히 손해 볼 것도 없어. 대신 우리를 풀어주고 요구했던 것들을 순순히 내놓는다면 네 제자를 건드리지 않을게.”진법에 갇혀 있는 한 노자가 말했다.“하하하. 당신들도 운명이라는 걸 좀 아나 본데... 맞아. 사람의 운명은 때때로 바뀌는 법이야. 만나는 사람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 그래서 중간 과정은 살짝 바꿔도 되지만 마지막 결말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 수 있거든. 하지만 우리 태허산은 그 결말까지도 바꿀 수 있어. 그깟 천벌은 조금도 두렵지 않거든. 그러니 당신들은 쓸모없는 말 그만하고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기나 해. 날 잡아서 내 제자를 협박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예전에 당신들의 조상조차 얻지 못했던 걸 어디 감히 넘봐... 참 웃기는 놈들이다.”태허노도는 진법에 갇혀 있는 노자들을 한바탕 훈계하고는 고개를 돌려 이도현 일행이 숨어 있는 방향을 쏘아보았다.“세 꼬마, 어서 나오지 못해? 언제까지 거기 숨어 있을 거냐?”“스승님... 말이 참 거칠어요.”“맞아요. 저희가 막무가내로 나오면 스승님에게 지장이 있을까 봐 기다리고 있었어요.”“스승님, 말 가리지 않는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요...”이도현, 양주희와 이추영은 얼굴을 비추고 스승을 향해 투덜거렸다.원래 선배들의 안전이 걱정되던 세 사람은 방금 스승의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들의 스승이 선배들에게 별문제 없을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꺼져. 빨리 가서 너희 선배들이나 구해. 계속 거기 서 있다가 선배들이 정말 죽는다. 이 철없는 꼬마들아.”태허노도가 이렇게 말하자 다들 다시 정신을 바짝 차렸다.“네? 스승님, 그
“도현 후배, 왜 그래?”양주희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스승님도 사람들에게 포위당한 것 같아요.”이도현이 엄숙하게 대답했다.“그럼 빨리 가서 스승님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빨리 가자...”양주희와 이추영이 급하게 소리치며 이도현을 재촉했다.이도현은 아무 말 없이 곧장 태허산을 향해 몸을 날렸다.그리고 고작 한순간에 태허산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보니 7~8명의 백발 노자가 진법 안에 갇혀 죽을힘을 다해 반격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강력한 공격이 진법에 닿는 순간 솜털처럼 흩어져 버렸다.“하하하. 이 늙은 놈들아, 힘을 그만 낭비해. 이 태극대전은 우리 태허산의 시조가 전해 내려온 진법이야. 수천 년 동안 아무도 깨지 못한 이 진법을 너희 따위가 깰 수 있을 것 같아? 꿈 깨... 너희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이 진법에 실질적인 공격을 가하지 못할 거다. 너희들의 공격은 진법에 닿기 전에 무산될 거든. 그러니 애쓰지 말고 죽기를 기다리기나 해. 어디서 그깟 실력으로 나를 잡으려 해?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내가 책을 보는 데 방해됐잖아.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세 사람은 허공에서 날라리처럼 주절거리는 태허노로의 목소리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자기네 스승이 언제쯤 저 양아치 같은 성격을 고칠 수 있을까?도사라는 양반이 입만 열면 비속어나 말하니 세 사람은 그의 제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남궁 영감, 좋은 말로 할 때 우리를 당장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제자들이 아주 처참하게 죽을 거야.”“맞아. 당신의 큰 제자가 이미 우리 손아귀에 있어. 네가 이렇게 나오면 우리 사람들이 너의 제자를 죽일지도 몰라. 그렇게 되어도 상관없어?”“남궁 놈아, 그거 알아? 이번에 출동한 사람은 전부 회도경지 이상의 강자야. 그게 무슨 뜻이겠어?”“좋은 말로 할 때 우리를 순순히 풀어주고 너의 제자더러 용골과 곤륜옥을 내놓으라고 해. 그리고 음양탑과 음양검도 전부 내놓으면 우리가 선심을 써서 태허산을 살려둘 수도
이도현은 무표정으로 그 말을 한 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고무계에서 세속 세계로 통하는 결계를 향해 질주했다.양주희와 이추영은 이도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디찬 기운에 소름이 쫙 끼쳤다.그녀들은 이도현이 지금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왜냐하면, 이도현은 화가 날수록 표정이 없기 때문이다.그 사람들은 이도현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이도현은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살기를 끌어모았기에 표정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그는 적을 만났을 때 모든 분노와 살기를 한꺼번에 터뜨릴 계획이었다. 그때가 되면 누구도 그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이도현은 웬만하면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선배들을 해진 자들을 모두 죽이고 그자들의 가족, 사문 그리고 나라까지 모두 멸망시키고 싶었다.만약 그의 선배 중 한 명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면 그는 그 사람들을 나락으로 보내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가족과 나라까지 연루할 작정이었다.만약 그의 여덟째 선배와 열 번째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도현은 그 사람들의 집안을 멸망시킬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처참히 살해할 것이다.이도현은 언제나 보살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의 소중한 물건을 건드린다면 그는 상대를 송두리째 뽑아버리곤 했다. 절대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왜냐하면, 전부 짐승보다 못한 놈들이니까.그들은 이도현의 보물을 얻고 곤륜옥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었지만 그를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선배나 가족으로 그를 협박한 것이었다.그들은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이도현의 가족을 건드렸다. 그러니 이도현도 그들의 가족을 죽여 같은 방식으로 갚아줄 뿐이었다.이도현은 인상을 쓴 채 공중에서 순간이동 하듯 움직였다.그의 품에 안겨 있는 양주희와 이추영은 얼굴이 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을 느꼈고 주변의 풍경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두 사람은 이도현의 실력에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이건 그녀들이 지금
이도현은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머릿속이 새하얘져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이도현에게 아이가 생겼다니. 그것도 셋째 선배가 그의 아이를 가졌다니.이건 엄청난 서프라이즈이자 충격이었다.“어머나. 추영아, 셋째 선배가 정말로 이 녀석의 아이를 가졌어?”양주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헐... 이 나쁜 놈아, 네가 결국에는 셋째 선배를 임신시키는구나.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믿기지 않지? 선배에게 아이가 생기다니, 너무 갑작스러워. 난 아직도 우리가 아이 같은데... 선배는 이미 애 엄마가 되었어. 세월이 무섭다 무서워.”양주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이추영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자기가 임신한 것보다 더 놀랍다는 듯이.“도현 후배, 서 있지 말고 어서 가자니까.”이추영은 두 사람의 반응에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셋째 선배가 아이를 가진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이도현이 셋째 선배와 잠을 잤었으니 임신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특히 그날 밤, 이도현은 셋째 선배를 밤새도록 괴롭혔고 그 후 셋째 선배는 사흘이나 침대를 내려오지 못했다.그러니 임신할 법도 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반대로 이추영뿐만 아니라 연진이, 신연주, 등자월, 한지음, 오민아, 조혜영 등 이도현과 관계를 맺었던 여자들은 자기도 임신하기를 바랐다.그런데 이도현과 양주희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니 이추영의 잎장에서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노릇이었다.이추영은 멍하니 서 있는 이도현을 보며 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진짜라니까. 셋째 선배가 임신한 지 벌써 한 달 됐어. 그 사람들은 우리를 죽이고 태허산을 멸망시킨 후 셋째 선배의 아이로 너를 협박하려고 했어. 그리고 대선배는 그걸 알아차리고 궁전에 진법을 설치해 그 사람들을 가두었어. 하지만 그 사람들이 너무 강력해서 진법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깨질 뻔했어. 그걸 대선배와 다른 선배들이 힘을 합쳐 보호했지만 결국 진법은 며칠 만에 무너지고 말았어.”“그 사람들이 진법을 깨뜨린
이도현은 이추영의 몸이 많이 회복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지만 곧 살기를 가득 품었다.그는 이추영을 이렇게 다치게 한 자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그는 살인을 피하고 싶었지만, 이번만큼은 이 일에 연루된 모든 사람을 지옥으로 보내고 싶었다.“여섯째 선배, 들어오세요. 아홉째 선배가 괜찮아졌어요.”이도현은 이추영에게 옷을 입힌 후 양주희를 불렀다.“어떻게 됐어? 추영이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언제쯤 깨어날 수 있는데?”양주희는 들어오자마자 이추영의 손을 잡고 상태를 살폈다.“곧 깨어날 거예요. 아홉째 선배가 너무 피곤한 것 같아서 제가 조금 더 자게 해드렸어요.”이도현이 대답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이추영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고 이내 눈을 번쩍 떴다.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다.“추영아, 괜찮아...”양주희가 얼른 이추영의 어깨를 누르며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다.이추영은 양주희의 목소리를 듣고서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정말 여섯째 선배와 도현 후배였네요. 빨리... 빨리 가서 대선배를 구해주세요. 빨리... 저는 괜찮으니까 제발 대선배부터... 시간이 없어요. 서두르세요...”이추영은 얼굴에 초조함과 걱정이 가득했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아홉째 선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대선배를 왜 구해야 하는데요?”이도현이 다급히 물었다.“묻지 마. 지금 시간이 없어. 우리 빨리 가야 해. 조금이라도 늦으면 선배들이 버티지 못할 거야. 어서...”이추영은 양주희의 손을 뿌리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행히 이도현의 회원단을 먹고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기에 갑작스럽게 일어나도 넘어지지는 않았다.“그래요... 여섯째 선배, 우리 서둘러 돌아갑시다.”이도현은 이추영의 절박한 모습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는 선배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인 게 분명했다.“도현 후배,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이추영은 이도현의 팔짱을 끼고 눈물을
“뭐야? 어쩌다가 이런 일이... 대체 누가 추영이를 다치게 한 거야? 내가 당장 그자를 찢어버리겠어.”양주희가 이를 갈며 말했다.“이제 어떡해? 도현 후배, 추영이를 좀 구해줘. 네가 스승님의 의술을 이어받았잖아. 제발 추영이 좀 살려줘. 너 할 수 있지? 응?”양주희가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물었다.“네. 여섯째 선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홉째 선배를 무조건 살려낼게요. 선배는 바깥에서 망이나 좀 봐주세요. 제가 안쪽으로 들어가서 아홉째 선배를 치료해 볼게요.”이도현은 말하면서 이추영을 안고 전에 성역 7대 세력의 결계 수호자가 살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그래. 밖은 걱정하지 말고 어서 들어가.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못하게 내가 바깥에서 지키고 있을게. 어서 가봐.”양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리고는 장창을 꺼내 들고 또 공간 반지에서 담약이 들어있는 옥병 하나를 꺼냈다. 그 담약은 그녀가 하산하기 전에 태허노도에게서 받은 것이었다.일명 단혼단이라는 담약이었다. 복용하면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생명력을 불태워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고 30초 동안 모든 경지의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만약 망보는 동안 양주희에게 대적할 수 없는 상대가 나타난다면 그녀는 이 담약을 삼킬 생각이었다.이도현은 이추영을 안고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이추영의 옷을 찢어버리고 바로 침을 놓기 시작했다.이 시각 이도현은 이추영의 알몸을 보면서 아무런 잡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침을 놓는 데만 집중했다.이추영의 상태는 이미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였다. 그녀의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면 벌써 숨을 거뒀을 것이다.단전과 경맥이 모두 손상되었고 오장육부도 온전하지 못했으며 심맥은 아예 끊겨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도 기적일 정도였다.그러니 치료가 시급했고 다른 외부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으면 안 되기에 다짜고짜 그녀의 옷을 전부 찢어버린 것이었다.게다가 그는 이추영과 부부 관계도 맺었기에 딱히 옷을 벗기면 안 될 이유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