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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ผู้เขียน: 하늘
얼마가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짙고 쓴 약향이 입과 코를 가득 메웠고, 기이하게도 따뜻한 기운이 서서히 퍼져 신나정의 메마르고 차가운 사지백해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힘겹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것은, 피로와 복잡한 감정이 가득 서린 이준의 얼굴이었다.

“깨어났구나. 몸은 좀 어떠냐?”

신나정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준은 궁인에게 물을 가져오라 눈짓했다.

미지근한 물이 목을 적시고 나서야 그녀는 겨우 몇 마디를 내뱉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이준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그녀를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

“태의가 이르기를, 너는 몸을 잘 보살피고 다시는 지나치게 마음을 쓰지 말라 하였다. 그 백 년 묵은 산삼은 짐이 이미 날마다 달여 먹게 하였다.”

“또한… 지난 일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이후라도 몸에 탈이 생기거든 번거로운 절차는 생략하고 곧장 궁인을 보내 건원전으로 와 짐을 찾도록 하라.”

이준은 말을 마치고 신나정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예전처럼 자신을 올려다보던 흠모와 감격의 기색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듯한 뜻이 어려 있었다.

그러나 신나정은 그저 조용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 검고 깊은 눈동자에는 여전히 한 점 생기도 없이, 죽은 듯한 공허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예를 갖추려 했다.

“신첩...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는 순간, 내장이 뒤틀리며 통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내 그녀는 숨이 넘어갈 듯 거세게 기침을 터뜨렸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기침이었다.

이준은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짜증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화를 내고 싶었으나, 그 화를 어디로 돌려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벌떡 일어나 소매를 휘날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는 차갑게 내뱉었다.

“스스로 처신을 잘하거라!”

궁인들이 급히 달려와 그녀의 등을 쓸어 올리며 숨을 고르게 했다.

“마마...폐하께서는... 그래도 마마를 마음에 두고 계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신나정은 기침을 겨우 멈추고, 지친 듯 눈을 감았다.

마음에 두고 있다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허나 이제 와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뒤늦은 정 따위는 바람에 흩어진 먼지처럼 가벼워, 그녀에게는 더 이상 아무 의미도 남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이준이 조정에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춘궁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이번에는 김하연이 직접 사람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그녀는 침상 앞으로 다가와 창백한 신나정을 내려다보았다.

눈빛에는 질투와 원한이 짙게 엉켜 있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그대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천한 것! 죽어 가는 몸으로도 분수를 모르고, 병을 핑계 삼아 폐하를 꾀어 내 내게 내려진 산삼까지 빼앗다니! 신나정, 네 재주가 참으로 대단하구나!”

뺨이 화끈거렸지만 신나정은 고개만 살짝 돌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하연은 그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자신을 조롱하는 듯 보여 화가 치밀었다.

“사내를 꾀어내는 데 그리도 능한 것이냐! 병들어 누운 와중에도 수작질을 잊지 못하다니... 좋다, 네가 그 뜻을 이루어 주마. 사내 몇을 붙여 네가 실컷 즐기게 해 주겠다!”

그녀가 손뼉을 치자, 건장하나 몰골이 비루한 태감들이 고개를 숙인 채 들어섰다.

김하연은 침상 위의 신나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태감들을 향해 차갑게 명했다.

“가서 혜비 마마를 잘 모셔라. 네놈들이 정신방(淨身房)에서 익힌 모든 수법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써라! 본궁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겠다. 태감의 손을 탄 여인을 두고 폐하께서 과연 다시 눈길이라도 주실지.”

신나정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믿기지 않는 얼굴로 김하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김하연이 그토록 악독한 속내를 품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태감들은 얼굴에 탐욕과 두려움을 함께 드러낸 채 서로 눈치를 보다가, 끝내 한 발씩 앞으로 나섰다.

“물러서거라!”

신나정은 남은 기력을 끌어모아 외치며 베개를 집어 던졌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저들의 손에 떨어지는 순간, 죽음보다 더 끔찍한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신나정은 어디서 솟구친 힘인지 모를 기세로 다가오던 태감을 밀쳐 내고는, 맨발인 채로 전각 밖을 향해 미친 듯이 뛰쳐나갔다.

“잡아라!”

김하연의 날카로운 명이 떨어지자 태감들이 급히 뒤쫓았다.

신나정은 앞뒤 가릴 겨를도 없이 길을 따라 비틀거리며 내달렸다. 등 뒤에서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모퉁이 너머에서 밝은 황금빛 곤룡포가 시야를 가르며 나타났다. 금군을 거느린 이준이었다.

그는 방금 조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신나정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대로 몸을 던졌다. 휘청이던 몸이 그대로 이준의 발치에 쓰러지듯 엎어졌다.

“무엄하다!”

금군들이 즉시 앞으로 나서 뒤따라오던 태감들을 제압했다.

이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얼굴빛을 굳혔다.

“무슨 일이냐? 누가 너를 해치려 했느냐?”

신나정은 무릎을 꿇은 채 온몸을 떨었다. 하지만 입술만 깨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준은 잠시 기다렸으나, 그녀가 끝내 입을 열지 않자 답답한 기색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신나정! 어찌 이리 변해 버렸느냐? 무슨 일이든 짐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이냐? 짐이 그리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더냐?”

신나정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앞에 비친 것은 초조함과 짜증, 그리고 그 틈새에 엷게 섞인 걱정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믿음?

신나정은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 김하연에게 괴롭힘을 당해 하소연하러 찾아갔던 날, 이준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황후는 본디 성품이 온화하니, 네가 또 무슨 말을 하여 황후를 불쾌하게 한 것이 아니냐.”

“후궁 간에는 마땅히 화목해야 할 것이거늘, 하찮은 시기와 질투로 소란을 피우지 말거라.”

믿음의 끝에서 돌아온 것은 언제나 같았다. 위로가 아니라 질책이었고, 보호가 아니라 벌이었다.

신나정은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웃음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차라리 울음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설령 말씀드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사옵니까?”

이준은 그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가, 곧 얼굴빛을 더 굳혔다.

“그게 무슨 소리냐? 말하거라! 도대체 누가 너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 누구든 짐이 반드시 죗값을 물을 것이다!”

신나정은 그를 바라보다가 낮게 입을 열었다.

“황후 마마... 김하연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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