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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مؤلف: 불가지
30분 후 허윤미가 택시에 앉아 멀지 않은 곳에 멈춰선 분홍색 지바겐을 지켜봤다.

태성운이 선루프를 열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지바겐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구경하며 감탄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와, 야외에서 저러네. 대박.”

“쯧쯧. 역시 돈 많은 놈들이 놀 줄 안다니까. 호숫가에, G바겐에, 미녀까지. 오늘 밤 아주 제대로 불붙겠구먼.”

허윤미가 핏발이 선 두 눈으로 흔들리는 차를 빤히 쳐다봤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5분에 달하는 영상을 찍었다.

곧이어 비서에게 영상을 전송한 뒤 갈라진 목소리로 지시했다.

“결혼식 당일에 이 영상을 틀어.”

음성 메시지를 보낸 다음 어머니 김인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일주일 뒤에 아빠랑 엄마 보러 노르웨이로 갈게요.”

휴대폰 너머의 김인경이 허윤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눈치채고 미간을 찌푸렸다.

“태 서방도 같이 와?”

“아니요. 나 혼자 가려고요.”

“그래. 너무 속상해하지 마.”

김인경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충 짐작한 듯 허윤미를 다독였다.

“엄마가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

한밤중에 태성운이 요란하게 귀가한 바람에 깊이 잠들었던 허윤미가 깨어났다. 술에 잔뜩 취한 태성운이 허윤미의 얼굴에 연신 입을 맞춰댔다.

저녁에 허윤미가 갑자기 화를 냈던 게 마음에 걸렸는지 불안해하며 계속 중얼거렸다.

“자기야, 사랑해. 나한테 화내도 되고 욕하고 때려도 돼. 날 떠나지만 마. 알았지? 걱정하지 마, 자기야. 난 바람 같은 거 절대 안 피워.”

드넓은 침대 위에서 허윤미가 태성운을 차갑게 쳐다봤다.

술에 취한 탓인지 목덜미에 남은 붉은 입술 자국을 깨끗이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두 눈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는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겨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허윤미가 부스스 잠에서 깼다.

태성운이 칫솔에 치약을 짜두고 입안을 헹굴 따뜻한 물까지 준비했다. 그리고 허윤미가 오늘 입을 옷까지 골라놓았다.

그녀가 준비를 마친 뒤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식탁에 앉아 식사하던 중 태성운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메시지를 확인한 태성운이 미안한 기색으로 허윤미를 쳐다봤다.

“윤미야, 오늘 밤에 모임이 있어서 못 들어올 것 같아.”

샌드위치를 먹던 허윤미가 멈칫했다. 오늘 태성운이 공설아와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까발리진 않았다.

“알았어.”

태성운이 집을 나서자마자 허윤미가 택시를 잡아 그의 뒤를 쫓았다.

20분 뒤 그의 차가 고급 주택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공설아가 하얀색 샤넬풍 원피스에 하얀 머플러를 두르고 예쁘게 단장한 채 서 있었다.

멀리서 태성운의 벤틀리를 본 공설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손을 흔들더니 곧장 달려가 차에 탔다.

차 안에서 한참을 시간을 보내고서야 주택 단지를 빠져나갔다.

30분 뒤 블랙 벤틀리가 멈춰선 곳은 어느 한 웨딩 스튜디오 앞이었다.

공설아가 조수석에서 내렸다. 태성운이 다가오자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 있던 직원이 두 사람을 보고 열정적으로 맞이했다.

“대표님, 설아 씨, 오셨어요? 오늘 더는 다른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촬영할 웨딩 사진 콘셉트부터 먼저 확인하시죠.”

차 안, 허윤미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한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았다.

그때 휴대폰이 울려 꺼내 보니 절친 임소정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임소정의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야? 커피 마시러 가자.”

허윤미가 웨딩 스튜디오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전화기 너머의 임소정이 잠시 멈칫하더니 곧이어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 결혼한 지 5년이나 됐는데 또 웨딩 사진을 찍는다고? 대박. 붙어있을수록 더 닭살이라니까. 솔로인 나만 서럽지, 정말.”

허윤미가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태성운이 나랑 웨딩 사진을 찍는 게 아니야.”

잠깐 경악하던 임소정이 곧바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그럼 다른 여자랑 찍는단 소리야? 태성운이 바람을 피워? 말도 안 돼.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 20분 안에 갈게.”

20분 후 임소정이 허윤미가 타고 있는 택시에 올라탔다.

걱정스럽게 묻는 임소정에게 태성운이 최근 귀국한 공설아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고는 한 달 전 공설아가 태성운의 휴대폰으로 보낸 도발적인 음성 메시지를 들려주며 웨딩 스튜디오를 가리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소정이 너도 봤지? 오늘이 공설아 생일인데 태성운이랑 웨딩 사진을 찍기로 했나 봐.”

임소정이 허윤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웨딩 스튜디오 안, 태성운이 고개를 숙여 공설아의 웨딩드레스 깃을 세심하게 정리해주고 있었다. 예술 작품을 다루듯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표정도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임소정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나 더는 못 참아. 들어가서 저 인간들 쥐어 패버릴 거야. 대신 화풀이 좀 하고 올게.”

다혈질인 임소정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허윤미가 다급히 말렸다.

“잠깐만. 저것들이 또 뭘 하나 보고 싶어.”

30분 후 태성운과 공설아가 스튜디오 밖으로 나왔다.

태성운은 맵시 있는 검은색 정장을, 공설아는 허리 라인이 강조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벤틀리에 올라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호숫가였다.

도촬을 방지하기 위해 촬영지에 미리 울타리를 쳐두었고 사진작가도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을 본 사진작가가 아첨 섞인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선남선녀가 따로 없습니다. 제가 찍어본 부부 중에 단연 최고의 비주얼이에요.”

공설아가 태성운의 팔짱을 끼고 수줍게 웃었다.

“제가 남자 보는 눈이 좀 있거든요. 우리 남편 진짜 잘생겼죠?”

이어진 촬영 시간 동안 두 사람은 각각 세 벌의 정장과 드레스를 갈아입었다.

겨울이라 날씨가 추웠다. 촬영 중간중간 태성운은 두툼한 숄을 공설아에게 덮어주며 지극정성을 다했다.

공설아가 힘들어하면 인내심 있게 달래면서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태성운은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갑자기 그녀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공설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 그때 미리 준비한 장미꽃과 프러포즈 반지를 꺼냈다.

“전에 웨딩 사진 찍고 싶다고 했을 때 제대로 된 프러포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 날 배려해서 프러포즈를 안 해도 된다고 했지만 널 서운하게 할 순 없겠더라고.”

“설아야, 나랑 결혼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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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3화

    저도 모르게 말실수했다는 걸 알아챈 공설아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태성운이 음산하고도 살벌한 눈빛으로 공설아를 쏘아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네가 설민호한테 윤미를 죽이라고 시켰어?”공설아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시치미를 뗐다.“아니야. 난 그런 적...”퍽.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성운의 주먹이 그녀의 얼굴에 꽂혔다.이 일격에 공설아의 턱이 돌아갔고 피를 왈칵 토해냈다.태성운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실성한 사람처럼 공설아의 얼굴을 향해 미친 듯이 주먹질했다.몇 분 뒤 공설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태성운은 주먹질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광기에 휩싸인 태성운의 모습에 주변의 하객들은 겁에 질려 나서서 말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하고 나서야 태성운이 폭행을 멈췄다.공설아가 구급차에 실려 갈 때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그렇게 시끌벅적하고 즐거웠던 백일잔치 현장에 아기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만 덩그러니 남았다.사흘 뒤 허윤미가 허새봄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허씨 가문의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이번에 헤어스타일도 확 바꾸고 금테 안경을 썼는데 사람들 앞에서는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아무도 그녀의 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마스크 위로 차가운 눈매만 드러냈다.허윤미가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임소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좋은 소식이 있는지 임소정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경쾌했다.“윤미야, 인과응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봐. 공설아가 태성운한테 맞아서 좌골 신경이 끊어진 바람에 마비돼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대.”마우스를 움직이던 허윤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태성운은? 감옥에 간대?”임소정이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태씨 가문 사람이 감옥에 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태영철이 아니지. 변호사를 써서 공설아의 부모한테 6억 주고 합의했다고 하더라고.”그녀가 망설이다가 덧붙였다.“그저께 태영철이 태성운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2화

    본래 태용우의 머리카락을 구해 친자 확인을 하는 게 꽤 까다로운 일이었다.그런데 평소 공설아가 집안의 도우미들에게 함부로 대했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도우미들을 무시하는 건 물론이고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으며 못살게 굴기 일쑤였다.임소정이 도우미를 따로 만나 준비한 돈을 꺼내기도 전에 도우미는 공설아에게 그동안 당했던 걸 복수하겠다면서 태용우의 머리카락을 흔쾌히 뽑아주겠다고 했다.위층, 다섯 명의 서빙 직원이 시간에 맞춰 요리를 올리기 시작했다.그중 마스크를 쓴 한 여직원이 덮개가 씌워진 접시 하나를 들고 태성운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천천히 덮개를 열었다.접시 위에 요리 대신 서류 네 개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옆 테이블의 하객들까지 고개를 쭉 빼고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저게 뭐야?”“글쎄. 또 대단한 구경거리가 터지려나 본데?”옆에 앉아 있던 공설아의 눈에 경계심이 서렸다. 복사본을 가져가려던 그때 태성운이 먼저 서류를 집어 들었는데 태성운의 검사 결과지였다.[성명: 태성운][성별: 남][진단: 남성 불임, 무정자증]태성운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검사 결과지를 꽉 움켜쥐었다.안색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진 채 떨리는 손으로 친자 검사 보고서 복사본을 꺼내 들었다.[검사 결과: 제출된 자료와 DNA 분석 결과 태성운 님이 태용우 님의 생물학적 부친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세 번째 서류 역시 친자 검사 보고서였다.[검사 결과: 제출된 자료와 DNA 분석 결과 설민호 님이 태용우 님의 생물학적 부친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마지막 네 번째 서류는 설민호와 공설아가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다.서슬 퍼런 얼굴로 서류를 전부 확인한 태성운이 옆에 앉은 공설아를 서늘하게 응시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기운이 공설아를 산 채로 잡아먹을 듯했다.“용우 내 아들 아니야?”공설아가 사색이 된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했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1화

    “이건 네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이다. 부부간에 서로 존중하고 서로만을 바라봐야만 가정이 화목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집의 가훈이야.”태성운이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5년 동안 경영 참여 금지 처벌이 내려졌다. 태영철에게 손자가 많았기에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태성운을 짓밟고 올라설지 알 수 없었다.태성운이 후계자 자격을 영원히 잃게 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허윤미를 잃은 태성운에게 태씨 가문의 후계 자리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알겠습니다, 할아버지.”태영철이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지팡이를 짚고 자리를 떠났다.그날 저녁 공설아가 태성운이 태영철로부터 5년간 경영 참여 금지 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거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얼마 전 공설아가 설민호에게 전화를 걸어 고생하는 그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었다.당시 설민호가 당장 귀국하겠다고 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설민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설강찬이 급히 본가로 들어오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그 통화를 끝으로 다시는 설민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태성운이 태씨 가문에서 밀려나게 된 이상 서둘러 설민호와의 관계를 회복해야만 했다.공설아가 다시 한번 설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너머로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다는 기계음만 흘러나왔다.잠시 망설이다가 설민호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행방을 물었다. 상대방이 몇 초간 침묵하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모르고 있었어요? 민호 교통사고로 죽었어요.”“죽었다고요?”공설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설민호가 허윤미의 장례식 당일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허윤미가 교통사고로 죽음을 위장했던 그날 집으로 돌아간 후 먼저 설강찬에게 연락을 취했다.그러고는 설민호가 그녀를 여러 차례 해치려 했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을 설강찬에게 전송했다.영상을 확인한 설강찬이 몇 초간 침묵하더니 손자를 대신해 허윤미에게 사과하며 어떻게 해결하기를 원하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0화

    “알겠습니다, 사모님.”일주일 뒤 이정후가 태성운의 별장을 찾았다.15kg 가까이 빠진 태성운의 모습을 본 순간 이정후의 두 눈에 언뜻 경악이 스쳤다. 하지만 그 놀라움도 찰나였을 뿐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대표님, 허윤미 씨 어머님께서 이 별장을 매각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오늘 매입자가 계약을 마쳤으니 이만 집을...”이정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성운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쓸쓸하게 웃었다.“이 집에서 나가란 말이죠? 윤미는 죽었고 이 집에도 윤미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계속 있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긴 해요.”태성운이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가자 그가 걱정됐던 비서가 뒤를 쫓았다.최근 들어 태성운은 매일같이 술로 밤을 지새웠다. 허윤미에 대한 그리움에 하루에 겨우 한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그리움이 극에 달했을 때는 손목을 긋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결국 태성운이 정원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발을 헛디뎌 그대로 다시 쓰러져 버렸다.비서가 태성운을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다. 더는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어 그 전화번호를 눌렀다.두 시간 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태성운의 할아버지 태영철이었다.병실 안으로 들어와 초췌한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태성운을 본 순간 태영철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간호사가 태성운의 손등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고 있었다.링거를 놓아주려는데 태성운이 가차 없이 바늘을 뽑아버렸다.간호사가 한숨을 길게 내쉰 뒤 다시 바늘을 꽂았지만 태성운이 또다시 뽑았다. 이번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혈관을 스쳐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는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태영철이 지팡이를 들고 태성운을 마구 때렸다.“못난 놈, 당장 무릎 꿇어.”태성운이 구세주를 보듯 태영철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이미 삶에 대한 어떠한 의지도 남아있지 않았다.“할아버지, 윤미 곁으로 가게 해주세요. 제발 보내주시면 안 돼요? 윤미 옆에 묻히고 싶어요. 윤미 부모님께 말씀 좀 잘 드려주세요.”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19화

    공설아가 무너져내리기 일보 직전인 태성운을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봤다.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긴 태성운은 자존심 따위 내팽개친 지 오래였다.과거 공설아가 모질게 태성운을 떠났을 때도 이렇게까지 무너진 적이 없었다.‘대체 허윤미가 뭐가 좋다고.’그녀는 태성운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소리를 지르며 억울함을 쏟아냈다.“노르웨이로 가겠다고? 허윤미는 이미 죽었어. 지금 가봤자 무슨 소용이야? 거기 가면 오빤 빈털터리가 된다고.”태성운이 고개를 번쩍 쳐들더니 공설아의 손을 확 뿌리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얼굴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그의 음산한 눈빛에 겁을 먹은 공설아가 뒷걸음질 치다 벽에 부딪힌 그때 태성운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그때 네가 가지 말라고 막지만 않았어도 우린 진작 화해했을 거야. 윤미가 교통사고를 당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네가 우리 윤미를 간접적으로 죽였어. 공설아, 애만 낳으면 죽지 못해 사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독기가 서린 태성운의 목소리에 공설아가 사시나무 떨듯 떨며 감히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잠시 후 태성운이 손을 떼고 냉정하게 돌아섰다. 겁에 질린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보던 공설아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두 눈에 당혹감과 원망이 가득했다.“끝났어. 다 끝났어.”천 번 만 번 머리를 굴렸지만 태성운이 가진 자산을 전부 잃을 것을 알면서도 노르웨이로 가겠다는 선택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대론 안 돼. 태성운이 노르웨이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계약서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그럼 태성운이 무슨 쓸모가 있어? 하루빨리 설민호랑 다시 합쳐야 해.’설민호가 아무리 혼외자라 해도 빈털터리가 된 태성운보다는 나았다.한다면 하는 성격인 공설아가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들어 설민호에게 전화를 걸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언제 돌아와?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이튿날 오후 허윤미의 장례식장.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고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렸다.허수환과 김인경이 허윤미의 영정 사진을 품에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18화

    “설민호가 다음 비 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허윤미 씨의 차가 회사 주차장에 들어서면 그때 손을 쓰라고 했습니다.”중년 남자가 망설이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덧붙였다.“설민호가 몇 번이고 신신당부하더군요. 단번에 허윤미 씨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을 쓰라고. 성공하면 50만 달러를 더 주겠답니다.”펜을 돌리던 유준혁이 멈칫했다. 잘생긴 얼굴에 서슬 퍼런 한기가 서렸다.“허. 제법 통이 크군요.”유준혁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걸 알아챈 중년 남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평소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유준혁이 감정을 표출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럼 저희는 그때 어떻게 움직이면 될까요?”유준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지시를 내렸다.“차에 아주 미세하게만 손을 대도록 해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허윤미 대신 대역을 구해서 운전하게 한 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위장할 계획이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닷새 뒤 노르웨이에 거센 폭우가 쏟아졌다.그날 아침 허윤미는 평소처럼 차를 몰고 회사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를 세우고 하이힐을 또각또각 밟으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 안에서 설민호가 허윤미의 뒷모습을 빤히 노려보며 중년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출근 시간이 지나면 바로 움직여요.”“알겠습니다.”점심에 사람이 적은 시간을 틈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두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차 보닛을 열어젖히고 한참 동안 만지작거린 다음 은밀하게 모습을 감췄다.지하 주차장을 벗어난 중년 남자가 곧바로 설민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다 끝났습니다.]설민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장을 보냈다.[잔금 방금 송금했어요. 허윤미를 한 번에 해결하면 약속한 50만 달러도 바로 계좌로 쏴줄게요.][감사합니다.]퇴근 시간이 되자 지하 주차장의 차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설민호가 차 안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봤다. 저녁 7시 30분이 되어서야 ‘허윤미’가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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