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두 번째 주먹이 관자놀이에 정통으로 꽂혔다. 방이 훅 기울더니 지저분한 천장이 빙글빙글 돌며 잿빛 안개 속으로 흐릿하게 번졌다. 시야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와중에도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돈을 받으면 다음엔 어떤 약을 살지 신나게 떠들어대는 내 부모의 모습이.
그들은 이미 내 축 늘어진 몸뚱이를 타넘고 마약상에게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마침내 길가에 내다 버리는 데 성공한 쓰레기봉투라도 되는 것처럼.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날 줄 알았더라면, 투잡까지 뛰며 아등바등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내 청춘을 희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내 삶을 온전히 즐기며 살았을 것이다. 한때는 학위를 따고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두 사람을 재활원에 보내겠다는 꿈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그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헛된 희망일 뿐이라는 걸.
어둠은 무거웠다.
피로에 지쳐 빠져드는 포근한 잠이 아니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짙게 가라앉는, 끔찍한 외상으로 인한 강제적인 무의식이었다. 간신히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고통이 아니었다. 팔을 에는 듯한 지독한 한기였다.
등 밑에 깔린 돌바닥에서부터 뼛속까지 진동하며 스며드는, 지독하게 오래된 냉기. 지끈거리는 머리의 상처를 확인하려 손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내 움직임을 막아섰다. 고개를 돌려 다른 쪽 손을 확인한 순간 나는 헉하고 숨을 삼켰다.
두 손 모두 묵직한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내 방이 아니었다. 우리 집 아파트도 아니었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기억들이 결코 악몽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팔려 왔다는 끔찍한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기에서는 짠내와 축축한 흙냄새, 그리고 오래된 핏자국에서 나는 비릿한 쇳내가 났다.
눈을 깜빡이자 복도 저편 어딘가에서 일렁이는 희미한 횃불 빛에 시야가 서서히 적응해 갔다. 나는 철창에 갇혀 있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굴러다니던 뾰족한 돌을 집어 들어 육중한 자물쇠를 내리쳤다.
깡. 깡.
축축한 복도를 타고 쇳덩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리드미컬한 비명처럼 울려 퍼졌지만, 자물쇠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제발," 짠내 나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헐떡이는 목소리로 내가 흐느꼈다. "제발 좀 부서지라고."
찢어질 듯한 절박함 속에서, 나는 숨겨두었던 단 하나의 물건에 손을 뻗었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틀어 올린 굵은 머리핀이었다. 얼마 전 부모님이 눈독 들였던 그 '홀릴 듯한' 미모를 절대 드러내지 않겠노라, 다신 머리를 풀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거칠게 잡아당기자 핀이 빠져나왔다.
어두운 비단 장막처럼 등 뒤로 쏟아져 내린 내 머리카락이 어스름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났다.
나는 자물쇠 구멍에 핀을 쑤셔 넣고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미친 듯이 거칠게 비틀었다. 내 부모가... 아니, 정자와 난자 제공자에 불과한 그 쓰레기들이 나를 아파트 밖에 내쫓고 문을 잠그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자물쇠 따는 법을 터득했다.
나는 지체하지 않았다. 허둥지둥 철창을 빠져나와 끔찍하게 차가운 바닥을 맨발로 박차고 달렸다. 복도 끝에서 새어 나오는 가느다란 빛줄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폐가 타들어 갈 때까지 뛰었다. 거의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내 시야 한구석에서 커다란 손이 튀어나왔다.
"어딜 도망가려고, 썅년아?"
우락부락한 경비병이 내 머리채를 잡아채 뒤로 홱 끌어당겼다.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등허리가 돌벽에 처박히자 내 입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혈관 속을 맴도는 아드레날린은 얼어붙은 불꽃과도 같았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직 분노만이 끓어올랐다. 남자가 내게 몸을 기울이는 순간, 나는 앞으로 튀어 나가며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 그의 사타구니를 무릎으로 올려쳤다.
남자가 컥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지만, 내가 달아나기도 전에 두 번째 경비병이 내 등 뒤로 불쑥 나타났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가 내 목에 묵직한 쇠붙이 같은 것을 철컥 채웠다.
찌릿!
고압 전류가 온몸을 찢어발기듯 관통했고, 근육이 마비되며 나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진정하라고." 내 위로 다가온 두 번째 경비병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조롱했다. "아주 독기가 바짝 올랐네. 덕분에 몸값은 뛰겠지만, 내 입장에선 아주 성가시단 말이지."
"이거 놔!" 원초적인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을 부릅뜨고 내가 악을 썼다. "너희들은 악마야!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당장 내보내 줘! 경찰에 싹 다 신고해 버릴 테니까."
"푸하하하...! 경찰? 여기가 합법적인 세상인 줄 아나 보지? 여기는 암시장 경매장이야, 예쁜아.
그리고 뭣보다, 널 판 건 네 부모잖아. 친부모조차 널 감당 못 해서 내다 팔 정도면, 넌 진짜 쓸모없는 쓰레기라는 뜻이지. 고작 10만 달러에 널 팔아넘기다니? 진짜 불쌍하네. 그 인간들, 널 치워버리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났더군." 뼛속 깊이 사무치는 그의 잔인한 말들이 귓가를 때렸다.
순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잊을 뻔했지만, 그렇다고 멈출 생각은 없었다. 난 그 누구의 좆밥도 아니었으니까.
"좆 까... 씨발, 좆이나 까잡숴. 네놈 면상이 그렇게 좆같이 생겨 먹었으니, 네 마누라도 진작에 이혼 서류 던지고 더 나은 놈한테 도망갔겠지. 밤낮으로 패대기치지 않을 멀쩡한 놈한테 말이야! 내가 불쌍하다고? 네놈은 더 최악이지. 빤스 속에 수치스럽게 숨겨둔 그 쪼그라든 좆만 한 물건으론 마누라 하나 제대로 만족시켜 주지도 못했을 게 뻔하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보모지." 고속도로를 매끄럽게 달리기 시작하는 차 안에서 그가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리며 덧붙였다.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거칠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참을 수가 없었다. 억눌러왔던 히스테리가 다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보모요?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고요? 고작 애 보는 사람 구하는 데 그런 거액을 쏟아붓는 미친 사람은 없어요. 그 돈의 아주 일부만 줘도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케이드는 하던 일을 멈추더니 태블릿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몸을 완전히 돌려 나를 마주 보았다. 느릿하고도 의도적인 움직임이었다."네가 뭘 믿는지는 내 알 바 아니야, 아멜리아. 내 관심사는 네가 무슨 일을 하느냐지."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딸에겐 보모가 필요해. 전에 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부적격이었거든. 그래서 도망칠 선택지도 없고, 돌아갈 가족도 없고, 다른 어떤 것보다 이 일을 최우선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사람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거다. 네가 그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고."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러니까... 애를 보게 하려고 노예를 샀다는 건가요?""나는 네게서 '충성심'을 산 거다." 그가 내 말을 정정했다. "넌 내 집에서 지내게 될 거다. 내 딸을 돌보고, 아이가 안전하게 먹고 배우며 지낼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해. 그 대가로 네게 머물 곳과 음식, 그리고 옷을 제공하지. 내 허락 없이는 절대 이 저택을 벗어날 수 없다. 외부인과 말을 섞어서도 안 되고. 네가 맡은 바를 다한다면 합당한 대우를 받을 거다. 하지만 도망치려 하거나 내 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끔찍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굳이 알고 싶진 않을 텐데."나는 그의 눈에서 거짓말의 흔적을 찾아내려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곳엔 차갑고 견고한 진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성욕을 채우려고 나를 산 게 아니었다. 고문하기 위해 산 것도 아니
입찰이 끝난 후 이어진 침묵은 방 안의 모든 이를 짓눌러버릴 만큼 무거웠다. 나는 무대 위에서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눈이 타들어 갈 듯 밝은 조명 속에서도, 이 공간의 공기가 산산조각 나며 뒤바뀌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던 탐욕과 정욕은 순식간에 숨 막히는 공포로 뒤바뀌었다.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뒷자리를 향해 목을 빼고 낮고 다급한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나는 눈부신 조명에 눈을 가늘게 뜨고, 내 목숨값으로 그토록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부른 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려 애썼다."4, 40억 달러." 경매사가 말을 더듬었다. 아까 전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였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쳐냈다. "40억 달러, 한 번... 40억 달러, 두 번..."그가 어찌나 세게 망치를 내리쳤는지, 난 단상이 산산조각 나는 줄 알았다. "낙찰되었습니다! 맨 뒷자리, 검은 정장의 신사분께!"새장에 갇힌 새처럼 심장이 갈비뼈를 미친 듯이 때려댔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쏟아지는 조명 너머를 응시했다. 프라이빗 부스의 짙은 그림자에 가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서는 큰 키의 실루엣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장내의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족히 벽처럼 보이는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평소 세상 무서울 것 없이 군림하던 다른 부자 입찰자들조차 그가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슬금슬금 좌석 뒤로 몸을 움츠렸다.그가 누구든 간에, 엄청난 거물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몹시 위험한 남자라는 것도.경매사는 거의 뛰다시피 단상을 내려와 무대 진행요원들에게 손짓했다. "당장 저 여자 준비시켜! 당장! 실바노 회장님을 기다리시게 해선 안 돼!"새로운 경호원 두 명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아까 나를 끌고 왔던 짐승 같은 놈들과는 달랐다. 이 남자들은 몸에 딱 떨어지는 맞춤 정장을 입고 인이어를 낀 채였다. 그들은 나를 거칠게 잡아끌지 않았다. 대신
나는 분노에 차 고함을 질렀다. 당연히 내 말은 놈의 정곡을 찔렀을 것이다. 내가 심리학을 괜히 공부한 게 아니니까. 놈의 손가락에 남은 반지 자국과 여자가 남긴 듯한 할퀸 상처들을 보며, 나는 대략적인 상황을 짜맞췄다.우락부락한 경비병은 내 말에 충격을 받은 듯하다가, 이내 분노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가 손등으로 내 뺨을 후려쳤고, 그 충격에 내 고개가 옆으로 홱 꺾였다."그 주둥이 닥쳐라. 안 그러면 전기 충격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비명을 지르게 해줄 테니까."두 남자가 시선을 교환하더니, 이내 음흉한 눈빛으로 내 몸을 느릿느릿 훑어 내렸다. 발버둥 치다 찢어진 셔츠 틈새로 그들의 시선이 끈적하게 머물렀다."처녀 하나에 수백만 달러라고?" 덩치 큰 놈이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침을 뱉듯 말했다. "존나 아깝네. 우리가 먼저 한 번씩 맛보고 진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건 어때? 포장지를 좀 일찍 뜯는다고 누가 알겠어?"그가 굳은살 박인 손을 내 쇄골 쪽으로 뻗었을 때,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그 여자에게 한 번만 더 손댔다간, 네놈들 손목을 내 방 벽에 박제해 버릴 테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불빛 아래로 걸어 나오며 경고했다. "보스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을 텐데. 상품에 흠집 내지 말라고. 당장 욕실로 끌고 가."놈들은 나를 살풍경하고 차가운 욕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씻어." 경비병이 명령했다.나는 팔을 짱짱하게 낀 채, 그들을 돌로 만들어버릴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반항했다. 경비병은 입씨름을 하는 대신, 그저 리모컨 버튼을 꾹 눌렀다.전류의 충격이 뼛속 깊은 곳까지 뒤흔들었다. 신장이 타들어 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았다.다리에 힘이 풀리며 무릎이 타일 바닥에 쿵 부딪혔다. 알량한 반항심은 산산조각 났고, 그 자리에 공허하고도 처참한 절망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물줄기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쏟아지는 뜨거운 물 위로 짭짤한 눈물이 뒤섞여 흘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두 번째 주먹이 관자놀이에 정통으로 꽂혔다. 방이 훅 기울더니 지저분한 천장이 빙글빙글 돌며 잿빛 안개 속으로 흐릿하게 번졌다. 시야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와중에도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돈을 받으면 다음엔 어떤 약을 살지 신나게 떠들어대는 내 부모의 모습이.그들은 이미 내 축 늘어진 몸뚱이를 타넘고 마약상에게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마침내 길가에 내다 버리는 데 성공한 쓰레기봉투라도 되는 것처럼.내 인생이 이렇게 끝날 줄 알았더라면, 투잡까지 뛰며 아등바등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내 청춘을 희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내 삶을 온전히 즐기며 살았을 것이다. 한때는 학위를 따고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두 사람을 재활원에 보내겠다는 꿈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그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헛된 희망일 뿐이라는 걸.어둠은 무거웠다.피로에 지쳐 빠져드는 포근한 잠이 아니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짙게 가라앉는, 끔찍한 외상으로 인한 강제적인 무의식이었다. 간신히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고통이 아니었다. 팔을 에는 듯한 지독한 한기였다.등 밑에 깔린 돌바닥에서부터 뼛속까지 진동하며 스며드는, 지독하게 오래된 냉기. 지끈거리는 머리의 상처를 확인하려 손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내 움직임을 막아섰다. 고개를 돌려 다른 쪽 손을 확인한 순간 나는 헉하고 숨을 삼켰다.두 손 모두 묵직한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내 방이 아니었다. 우리 집 아파트도 아니었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기억들이 결코 악몽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팔려 왔다는 끔찍한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공기에서는 짠내와 축축한 흙냄새, 그리고 오래된 핏자국에서 나는 비릿한 쇳내가 났다.눈을 깜빡이자 복도 저편 어딘가에서 일렁이는 희미한 횃불 빛에 시야가 서서히 적응해 갔다. 나는 철창에 갇혀 있었다.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굴러다니던 뾰족한 돌을 집어 들어 육중한 자물쇠
"늦었구나." 아버지가 거칠게 말했다. 한때 내게 머리맡에서 동화를 읽어주던 다정한 남자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지금 그의 목소리는 그저 날카롭게 깨진 유리 조각 같았다."일하고 왔어요." 후들거리는 다리와 달리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밥 차려 놨어요. 드세요, 아빠. 제발요."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어머니가 날카롭고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밥? 당장 사방에서 숨통을 조여 오는데 빵 쪼가리나 들고 왔다고? 돈은 어쩌고, 아멜리아? 월세는? 그리고... 다른 건? 약 살 돈은 어떻게 할 건데!"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가게에서 쫓겨났다는 비밀이 식도를 태우는 위산처럼 목구멍을 옥죄었다. "가게에서... 잘렸어요. 로이드 점장이... 저를 만지려고 했어요. 거부했더니 절 해고했어요."이어지는 침묵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다. 오히려 굶주린 짐승의 것에 가까웠다."그래서 그냥 나왔다고?" 아버지가 핏발 선 눈을 부릅뜨며 내 쪽으로 비틀비틀 다가왔다."그 황금 같은 기회를 고작 손버릇 좀 나쁜 것 때문에 내다 버려? 우리가 빚을 얼마나 졌는지 알기나 해? 돈을 안 갚으면 그놈들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할지 아냐고!""저한텐 알바가 두 개나 더 남았다고요!" 마침내 억눌러왔던 원망이 터져 나왔다. "전 이제 고작 스물두 살이에요! 저도 굶어 죽을 지경이라고요! 제 꼴을 좀 보세요! 이 집구석이 길바닥에 나앉지 않게 버티는 사람은 저 하나뿐인데, 짐승 같은 놈한테 당하지 않았다고 지금 저한테 화를 내시는 거예요?""우린 이미 시궁창에 처박혔어!" 어머니가 소파에서 튀어 오르며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내 팔을 움켜쥐었다. 한때 정성스레 관리받았던, 하지만 지금은 누렇게 변색되고 날카로워진 손톱이 호랑이 발톱처럼 내 피부를 파고들었다. "네가 우리보다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그깟 책 쪼가리랑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 자존심이 이자를 내주진 않아, 아멜리아! 그냥 그놈한테 몸뚱이 좀 내줬으면 지금 당장 돈을 쥐고 있었을 거 아
"죄송해요, 고의가 아니었어요!" 나는 잠기운과 두려움이 뒤섞인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했다."내 뺨을 쳐놓고 고의가 아니었다고?" 그가 내 쪽으로 바짝 다가서며 비웃었다."자다가 누가 만지는 느낌에 놀라서 깬 바람에..." 나는 독안에 든 쥐가 된 기분으로 문 쪽으로 눈동자를 굴리며 변명했다."안타깝게도... 이 일로 넌 잘리게 될 거야."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그건...""죄송합니다, 점장님...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나는 다급하게 그의 말을 끊고 애원했다. 밀린 월세와 부모님의 마약 중독이라는 끔찍한 무게가 짓눌러왔다."맹세코... 뭐든 다 할게요. 매일 청소도 도맡아 하겠습니다, 제발요!""네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군." 그가 무너져 내리는 내 모습을 즐기며 차갑게 대꾸했다."점장님... 제발 부탁드려요." 나는 가슴 앞으로 두 손을 꽉 모아 쥐고 울먹였다."글쎄, 내가 원하는 게 딱 하나 있긴 한데." 그가 음흉한 시선으로 내 몸을 훑어 내리며 중얼거렸다."네... 넵." 뼛속까지 스며드는 공포에 질려 내가 속삭였다."난 그저 널 한 번 맛보고 싶을 뿐이야." 그의 목소리가 역겨울 정도로 낮게 긁히듯 울렸다."제발요... 그것만은 안 돼요." 위액이 역류하는 듯한 구역질을 느끼며 나는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지금 네게 남은 선택지는 그것뿐이야." 그의 말투가 딱딱하게 굳었다. "네 몸이냐, 아니면 네 직장이냐. 너와 네 마약 중독자 부모를 먹여 살리는 그 직장 말이야.""죄송하지만, 그럴 순 없습니다." 내 눈동자에 마지막 남은 일말의 자존심이 불꽃처럼 일었다.순식간에 인내심이 바닥난 로이드 점장이 내게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그는 나를 사물함에 짓누르고는 연약한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구역질 나는 정욕에 찬 신음을 흘렸다."제발... 이거 놔요!" 등 뒤에서 덜그럭거리는 철제 사물함 소리 너머로,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며 나는 비명을 질렀다."아... 냄새 한번 쥑이네. 진작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