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다음, 이현준 씨. 들어오세요."
때마침 진행요원의 호명 소리가 들렸다. 현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기실에는 어색한 침묵과 함께, 방금 전 현준이 보여준 기묘한 분위기에 대한 수군거림이 남았다.
* 거장의 눈앞에서
오디션장은 넓고 휑했다. 정면에는 심사위원 석에 세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가운데 앉은 남자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현준은 저절로 숨을 삼켰다. 짧은 머리, 날카로운 매의 눈, 무표정한 얼굴. 대한민국 영화계를 호령하는 거장, 이창욱 감독이었다. 그의 옆에는 캐스팅 디렉터와 조감독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이현준. 95년생. 프로필은... 전무하군. 10년간 엑스트라만 했다고?"
이창욱 감독이 서류를 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는 감정 없이 건조했다.
"네."
현준의 짧은 대답.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미 '남규만'의 것이었다.
"지정 대본, 14번 씬. 아버지가 마당에서 고양이 사체를 발견하고, 규만을 추궁하는 장면. 시작해."
이창욱 감독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턱을 괸 채 현준을 쏘아보았다. 마치 '네까짓 게 뭘 할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현준은 심사위원 석을 아버지가서 있는 마당이라 상상하고, 카메라를 향해 섰다. 그는 대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손에 묻은 피를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옷에 손을 툭툭 털었다.
그 작은 동작 하나에 오디션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이창욱 감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소름 끼치도록 순수한, 그러나 그 안에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완벽한 '남규만'의 미소였다.
"살아 있지가 않길래."
첫 대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이가 장난감을 망가뜨리고 변명하는 듯한, 너무나도 태연한 말투였다.
이창욱 감독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했다.
"숨을 안 쉬더라고요. 그래서 열어봤어요. 왜 멈췄는지 궁금해서."
현준은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눈빛은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생명의 존귀함 따위는 애초에 그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그때였다. 이창욱 감독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심사위원 석을 걸어 나와, 현준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대본에 없는, 즉흥적인 지시를 내렸다.
"규만. 아버지가 지금... 네 뺨을 때렸다. 있는 힘껏."
이것은 감독의 시험이었다. 그의 돌발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보통의 배우라면 당황하거나, 혹은 과장되게 아픈 척을 하거나, 분노를 표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준은 달랐다.
그는 이창욱 감독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텅 빈 눈동자가 순간 강렬한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는 맞은 쪽 뺨을 손으로 천천히 쓸어보았다. 아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뺨을 맞는다'는 현상 자체를 흥미롭게 분석하는 과학자처럼.
그리고 그는, 다시 웃었다.
아까보다 더 넓게, 입꼬리가 더 활짝 올라갔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는 없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이창욱 감독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 이게 화가 난 거구나."
"..."
"아빠, 지금... 화났어요?"
순간, 오디션장 전체에 정적이 흘렀다. 이창욱 감독은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캐스팅 디렉터는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고, 조감독은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진짜 괴물이 눈앞에 서 있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데이터처럼 수집하고 분석하는 완벽한 사이코패스. 현준은 단 몇 분 만에, 대본 속 활자로만 존재하던 '남규만'에게 살아있는 영혼을 불어넣은 것이다.
이창욱 감독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굳은 얼굴로 현준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마침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됐다. 나가봐."
칭찬도, 비난도 없는 한 마디. 현준은 '남규만'의 미소를 지운 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오디션장을 빠져나왔다. 결과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후회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니까.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동진이 초조한 얼굴로 다가왔다.
"어떻게 됐어? 감독님 반응은?"
"모르겠습니다. 그냥... 나가보라고만 하셨습니다."
김동진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 이창욱 감독의 성격을 익히 아는 터라, 좋은 신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와 현준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고 있을 때였다.
"저기요! 잠시만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조감독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이현준 씨, 맞으시죠?"
"네, 그런데요."
조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감독님께서... 다시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지금 바로요."
김동진의 눈이 커졌다. 그냥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조감독은 김동진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매니저분도... 함께 들어오시라고 하셨습니다."
* 사자의 심장을 들여다보다
다시 들어선 오디션장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 존재했던 팽팽한 긴장감과 경쟁심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한 사람의 존재감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장 이창욱. 그는 심사위원 석이 아닌, 낡은 접이식 의자에 홀로 앉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캐스팅 디렉터와 조감독은 이미 자리를 비운 후였다.
이것은 더 이상 오디션의 연장선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또 다른 한 사람의 예술가를 온전히 마주하는, 지독히도 내밀하고 순수한 공간이었다.
김동진은 프로페셔널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 채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반면 이현준은 아직 '남규만'의 잔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희미하게 풀린 눈으로 감독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영혼은 격렬했던 연기의 후유증으로 심하게 마모된 상태였다.
"앉아."
이창욱 감독은 턱짓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아까와는 달리 그 안에 미세한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김동진과 이현준이 자리에 앉자, 이창욱은 다른 말없이 현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그의 영혼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한 집요한 시선이었다.
"너, 누구냐?"
"미스터 이, 준비는 됐습니까? 동부 전선의 한파는 생각보다 훨씬 가혹할 텐데요?"크리스찬 밴스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현준에게 다가와 건넨 말에는 명백한 도발이 섞여 있었다. 현준은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묵직하게 대답했다."전선보다 가혹한 것은 인간의 내면이지 않겠습니까. 준비는 끝났습니다, 밴스 씨."현준의 담담하지만 뼈 있는 한마디에 밴스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레디, 액션!"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는 순간, 촬영장의 공기는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지는 듯했다. 짙은 회색빛의 장교 제복을 입은 현준이 긴 장화를 내딛으며 연무가 자욱한 성벽을 걸어 나왔다. 그의 걸음걸이와 손짓, 그리고 허공을 응시하는 눈빛에는 이미 에리히의 고독과 살기가 완벽하게 녹아 있었다.첫 신은 에리히 장교가 자신에게 반기를 들려는 참모인 크리스찬 밴스를 취조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었다. 밴스가 대사를 읊조리며 위압적인 기세로 현준을 압박하려 했다. 하지만 현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밴스를 바라보았을 때, 밴스는 순간적으로 대사 흐름을 놓칠 뻔했다.현준의 눈동자에는 지옥을 경험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심연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제된 나치 장교의 차가움 뒤로 뿜어져 나오는 처절한 죄책감과 광기. 그것은 밴스가 평생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아카데미 수상 배우들과 합을 맞추며 느꼈던 기세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이고 압도적인 것이었다."자네는 내가 이 제복을 입고 얼마나 많은 유령을 보았는지 아는가?"
김동진의 흥분된 목소리에도 현준은 담담하게 찻잔을 들었다. 12년 동안 무명의 바닥을 굴러봤기에, 세상의 화려한 조명이 얼마나 쉽게 켜지고 꺼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실장님, 서두를 것 없습니다. 좋은 작품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대본부터 천천히 검토해 주세요.""어휴, 이 친구는 세계가 뒤집혔는데도 이렇게 태연하다니까. 아무튼 정말 대단해. 이현준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이제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고!"김동진이 혀를 내두르며 대본 더미를 정리하러 나간 뒤, 대기실에는 현준과 세리 두 사람만 남았다. 세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는 현준의 등 뒤로 다가왔다."현준 씨, 진짜 세계적인 스타가 됐네요. 기분이 어때요?"현준은 뒤돌아서서 세리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글로벌 스타라는 타이틀보다, 세리 씨 곁에서 오래오래 연기할 수 있는 단단한 배우가 됐다는 게 더 기쁩니다.""말은 참 잘해요."세리가 피식 웃으며 현준의 가슴에 이마를 기대었다. 현준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쓸어내렸다. 화려한 찬사와 천문학적인 금액의 출연료 제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지만, 현준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자신의 삶을 잡아주는 가장 소중한 존재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현준의 항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군주와 그림자'의 폭발적인 성공은 또 다른 거대한 기회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전 세계 정상급 감독들이 이현준이라는 연기 괴물을 자신의 작품에 담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오기 시작
"태양이 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사막으로 만든다면, 그림자는 그 태양을 가려 숲을 살려야 하는 법입니다."현준은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차르륵 소리를 내며 검신이 드러났다. 검 끝이 유려한 호를 그리며 안성현의 가슴팍을 정확히 가리켰다.연출을 맡은 류승호 감독은 동공이 확장된 채 모니터 화면으로 빨려 들어갈 듯 몸을 기울였다. 카메라 세 대가 동시에 두 사람의 미세한 근육 떨림과 숨소리까지 포착하고 있었다."감히 나를 베겠다는 것이냐?""베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전하의 광기를 멈출 뿐입니다."현준의 몸이 순식간에 튀어 나갔다. 바닥의 거친 마룻바닥을 차고 나가는 동작은 전남 해남의 광활한 갯벌에서 푹푹 빠지는 진흙을 뚫고 훈련했던 바로 그 단단한 하체 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떠한 흔들림도 없는 곧은 궤적이었다.안성현이 칼을 내리쳤다. 챙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편전 천장을 때렸다. 두 사람의 검이 공중에서 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그것은 단순히 무술 감독이 짜놓은 합을 맞추는 액션이 아니었다. 배우 안성현과 배우 이현준이 각자의 연기 철학과 영혼을 부딪치는 처절한 결투였다.안성현의 검은 묵직하고 거셌다. 왕의 권력을 상징하듯 압도적인 힘으로 현준을 눌러왔다. 현준은 그 힘을 유연하게 흘려보내며 검을 회전시켰다. 이신의 검술은 서늘하고 은밀했다. 왕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단 한 번도 왕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정교한 조율. 현준은 그 미세한 힘의 균형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었다."너는 나를 베지 못한다, 이신! 너는 내 그림자니까!"
촬영장 위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앞으로 닥칠 수많은 시련과 갈등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현준은 이제 그 모든 것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그의 곁에는 자신을 믿어주는 동료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연기라는 이름의 구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현준의 항해는 이제 거친 파도를 뚫고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그는 다시 한번 검을 챙겨 들었다. 내일은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웃을 수 있었다. 그림자가 빛을 품었을 때, 비로소 세상은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물든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빛을 향한 걸음세트장의 열기가 잠시 식은 오후, 현준은 대기실 의자에 깊숙이 묻혀 앉아 있었다. 극 중 서윤 공주를 향한 이신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카메라 밖의 이현준은 오히려 현실의 한 사람을 간절하게 떠올렸다.그의 정신적 등대이자, 마음의 안식처인 윤세리.12년의 어두운 무명 시절을 지나오며 영혼까지 짓눌렸던 현준을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세리였다.'아수라'의 남규만을 연기하며 광기에 잠식될 뻔했을 때도, '아버지의 바다' 속 박정수의 처절한 고독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했을 때도, 그의 곁에서 정신과 전문의이자 액팅 코치로서 그를 현실로 끌어당겨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그녀는 현준에게 단순한 연인 그 이상의 의미였다. 지독한 고독 속에서 연기를 하던 그가 유일하게 가면을 벗고 온전한 '이현준'으로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안식처였다."현준 씨, 많이 지쳐 보여요. 차 한잔 마실래요?"
촬영장의 소음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막이 쳐져 있는 듯했다.분장실로 돌아온 현준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피 칠갑이 된 모습과 지독하게 슬픈 눈. 그는 문득 이 캐릭터가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연기는 타인의 삶을 사는 행위라지만, 이번에는 그 경계가 너무나도 위태로웠다.'나는 이신인가, 이현준인가?'현준은 세면대에서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어냈다. 붉은 액체가 씻겨 내려가며 원래의 살색이 드러났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이신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저녁이 되자 촬영 팀은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연 배우들과 감독, 주요 스태프들이 모인 자리였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엣플릭스 동시 공개가 확정되면서 제작사의 지원도 전폭적으로 늘어난 덕분이었다."우리 현준 씨 덕분에 이번 드라마 해외 반응이 벌써부터 뜨거워요. 예고편 조회수가 역대급이라더군."제작사 대표의 칭찬에 현준은 겸손하게 웃으며 술잔을 받았다. 옆자리에 앉은 유진은 조용히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현준 오빠, 아까 그 장면 찍을 때 정말 이신이 제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어요.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몰입을 잘해요?"유진의 물음에 현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글쎄요. 그냥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통을 제 경험 중에서 비슷한 조각들을 찾아 맞추는 거죠.""그 조각들이 너무 아픈 건
숙소에 도착한 현준은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내일 찍을 분량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다. 내일은 이신이 왕의 밀명을 받고 반대파 대신을 암살하러 가는 장면이었다. 다시 냉혹한 살인귀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사랑은 사치다. 나는 그림자다.'현준은 눈을 감고 이신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로맨틱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서늘한 살기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는 잠들기 직전까지 검을 휘두르는 손동작을 연습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다음 날 새벽, 촬영장은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안개 낀 산속에서 진행된 암살 신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가득했다. 현준은 대역 없이 고난도 와이어 액션을 소화하며 스태프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그는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며 적들의 목을 베었다. 피 튀기는 현장 속에서 그의 표정은 무심했다. 어제 공주 앞에서 눈물짓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주군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적인 암살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류승호 감독은 모니터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현준 씨는 정말 천의 얼굴을 가졌어. 어떻게 하루 만에 눈빛이 저렇게 달라지지? 이게 진짜 배우의 힘인가 봐."현준은 마지막 적을 쓰러뜨리고 검의 피를 닦아냈다. 안개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신은 피투성이가 된 채 숲속을 빠져나왔다. 그의 앞에는 다시 왕궁의 화려한 단청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이 화려함 아래 얼마나 많은 시신이 깔려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그 시신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