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엑스트라, 한류를 삼키다!》全部章節:第 1 章 - 第 10 章

15 章節

1. 만년 엑스트라, 한류를 삼키다!

프롤로그: 먼지 같은 존재쪽잠으로 겨우 버틴 밤샘 촬영의 여파는 혹독했다. 이현준은 촬영장 구석, 스티로폼 박스를 간이 의자 삼아 앉아 차갑게 식은 커피를 들이켰다. 맹렬한 겨울바람이 허름한 갑옷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젠장, 추워 죽겠네. 오늘 안에 끝나긴 하는 건가?"옆에 앉은 동료 엑스트라, 박 씨가 입김을 호호 불며 투덜거렸다. 올해로 15년 차 엑스트라인 그는 이 바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주인공의 감정선이 잡히지 않으면, 수백 명의 엑스트라는 그저 하염없이 배경처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오늘 전투 씬이 하이라이트라니, 쉽게 안 끝날 겁니다."현준의 대답에 박 씨가 혀를 찼다."하이라이트는 무슨. 어차피 우리 얼굴은 1초도 안 나와. 그냥 멀리서 '와아!' 하고 달려가다 칼 맞고 쓰러지면 끝이지. 현준 씨, 자네도 이 짓 10년 넘었지? 이제 지겹지도 않나?"지겹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10년.스무 살, 연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 하나로 서울에 상경한 지 10년이 흘렀다.그동안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늘 '엑스트라', '단역', '행인 1' 따위의 것들이었다. 수백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화면 속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먼지 중 하나일 뿐이었다.하지만 현준은 단 한 번도 연기를 가볍게 여긴 적이 없었다. 대사 한 줄 없는 역할이라도, 그는 그 인물이 되어 촬영장에 섰다. 시장을 지나는 행인 1이 될 때는,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잠시 장터 구경을 나온 소심한 가장을 상상했다. 전쟁터에서 죽어 나가는 병사 7이 될 때는, 고향에 두고 온 노모와 아이를 그리며 눈을 감았다.그에게는 기이한 능력이 있었다. 어떤 역할이든 순식간에 몰입하고, 그 인물의 감정과 습관까지 완벽하게 체화하는 능력. 목소리 톤, 걸음걸이, 눈빛, 심지어 호흡까지 바꾸는 것은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덕분에 그는 어떤 현장에서든 '시키는 건 뭐든지 잘하는 엑스트라'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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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친구요? 그냥 엑스트라잖아요. 대사 있는 역할인데...""밑져야 본전 아닙니까. 지금 사람 구할 시간도 없잖아요."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감독은 현준에게 다가왔다."이봐요. 본인. 고향이 어디예요?""네? 저... 전남 순천입니다.""사투리 쓸 줄 알아요? 진짜처럼?""네. 쓸 줄 압니다."현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온, 대사가 있는 역할의 기회였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강지한 앞에서."이리 와봐요."조감독에게 이끌려 민준은 모니터 앞에 서 있는 김진태 감독 앞으로 갔다. 김 감독은 날카로운 눈으로 민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네가 뭘 할 수 있는데?'라고 묻는 것 같았다."네가 엑스트라 이현준이라고?""네, 감독님.""대사 있는 연기, 해본 적 있나?""학교 다닐 때 연극은 해봤습니다. 현장에서는..."현준이 말을 흐리자, 김 감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됐고. 여기 대본. 딱 5분 준다. 이 '덕보'라는 인물이 돼서, 내 앞에서 연기해봐. 어설프면 바로 촬영장에서 쫓아낼 줄 알아."김 감독이 던진 대본을 현준은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들었다. 대사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응축되어 있었다. 죽음의 공포, 동료를 잃은 슬픔, 장군에게 모든 것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현준은 눈을 감았다. 5분. 그에게는 5분도 길었다. 대본을 읽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덕보'라는 인물이 살아 숨 쉬기 시작했다.그는 순천의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었다. 왜군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 군에 입대했다. 성격은 우직하지만 겁이 많다. 오늘 아침, 정찰을 나갔다가 동료들이 눈앞에서 처참하게 죽는 것을 목격했다. 겨우 혼자 살아남아 이곳까지 달려왔다.눈을 떴을 때, 이현준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괴물의 탄생"준비됐나?"김 감독의 목소리에 현준, 아니 덕보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초점을 잃고 헤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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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매니저 명함이에요. 앞으로 연기 계속할 생각이라면, 혼자 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 만나는 게 중요하거든요."명함을 받아든 현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명함에는 '스타 컴퍼니, 김동진 실장'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스타 컴퍼니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소속된, 업계 1위의 기획사였다.10년의 무명 생활. 먼지처럼 스쳐 지나가던 그의 인생에, 드디어 첫 번째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빛이 그를 어디로 이끌어 갈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만년 엑스트라 이현준의 시간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다른 세계로의 초대촬영장의 소음과 흙먼지가 거짓말처럼 멀어졌다. 이현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움직이는 공간 중 하나일 검은색 밴의 푹신한 가죽 시트에 몸을 묻은 채,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10년간 낡은 승합차나 지하철, 버스를 전전하던 그에게 이 공간은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공기마저 달랐다. 은은한 방향제 냄새와 부드러운 가죽 냄새,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톱스타 강지한에게서 풍겨오는 희미한 향수 냄새가 비현실적으로 뒤섞여 있었다."많이 긴장돼요?"침묵을 깬 것은 강지한이었다. 그는 현준의 어색함을 풀어주려는 듯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생수 한 병을 건넸다."네, 조금... 솔직히 많이 긴장됩니다. 이런 차는 처음 타 봐서...""하하, 나도 처음엔 그랬어요. 신인 시절에 처음 소속사 차를 탔는데, 시트가 너무 깨끗해서 앉지도 못하고 바닥에 쭈그리고 갔던 기억이 나네요."강지한의 소탈한 말에 현준의 어깨에서 힘이 조금 빠져나갔다. 하늘 위의 별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그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오늘 연기, 정말 대단했어요. 사실 아까 전투 씬 때부터 계속 눈여겨봤어요. 다른 사람들은 그저 '달리는' 연기를 할 때, 현준 씨는 '살기 위해 달려가다 죽는' 연기를 하더군요. 카메라가 잡지 않는 곳에서도요.""아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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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제가 봤어요. 이 친구는 그냥 연기를 잘하는 수준이 아니에요. 괴물이라구요. 현장에서 직접 봤으면 실장님도 제 말에 동의했을 겁니다.""지한아, 네 안목을 의심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알잖아. 현장의 감정과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는 다를 수 있다는 거. 순간의 몰입이 꾸준함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김동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현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의 눈이 심연처럼 깊어졌다."이현준 씨.""네, 실장님.""내가 지금부터 딱 1분 줄게요. 여기서, 나를 상대로 연기를 한번 해봐요."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강지한조차 예상치 못한 제안에 얼굴이 굳었다. 이것은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었다. 현준의 모든 것을 건, 일생일대의 오디션이었다."어떤... 연기를 하면 되겠습니까?"현준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물었다.김동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잔인할 정도로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상황을 줄게요. 당신은 6살짜리 딸을 둔 아빠야. 오늘 아침, 유치원 버스를 태워 보내면서 이따 저녁에 인형 사주겠다고 약속했어.그런데 방금, 유치원 버스가 전복되었다는 뉴스를 봤어. 사망자 명단에... 당신 딸의 이름이 있고. 지금 당신은 병원 영안실 앞에서,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해. 아내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저기 빈 의자가 당신 아내야. 시작해요.""..."너무나도 잔혹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현준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빛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1분의 기적김동진과 강지한은 숨을 죽였다. 방금 전까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던 청년은 사라지고, 세상의 모든 절망을 짊어진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핏기가 가시고, 동공은 공허하게 풀려 있었다. 손은 식탁 밑에서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현준, 아니 '딸을 잃은 아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동진이 가리킨 빈 의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달싹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에 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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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만년 엑스트라, 한류를 삼키다!

"오늘 밤, 이 '남규만'이라는 어린 괴물이 되어서 와요. 내가 본 당신의 재능이 진짜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겁니다."검은 밴이 현준의 낡은 반지하 자취방 골목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현준의 손에는 계약서와 시나리오 몇 장이 들려 있었다. 하루 사이에 그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고 있었다.방으로 들어온 현준은 불도 켜지 않은 채, 차가운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직도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손에 들린 종이의 감촉이 이것이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시나리오를 펼쳤다.'남규만(17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는 웃으며 사람을 죽인다.'단 두 줄의 인물 설명. 하지만 그 안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이 담겨 있었다. 현준은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17세의 어린 괴물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내일, 그는 거장의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괴물을 마주하는 밤싸구려 향초가 타들어 가며 내는 희미한 연기가 이현준의 낡은 반지하 방을 채웠다. 어둠과 습기, 가난의 냄새를 조금이라도 몰아내기 위한 발버둥이었지만, 오늘 밤만큼은 다른 의미를 가졌다. 그것은 '이현준'이라는 존재를 지우는 신성한 의식과도 같았다.그는 차가운 방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손에 든 대본은 이미 수십 번을 읽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글자를 읽지 않았다. 그는 '남규만(17세)'이라는 인물의 영혼 속으로 깊이, 더 깊이 가라앉고 있었다.'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그렇다면 그는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모른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다. 세상 모든 것이 그저 관찰하고 실험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그는 웃으며 사람을 죽인다.'왜 웃는가? 즐거워서? 아니다. 감정이 없으니 즐거움도 없다. 그의 웃음은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는 학습의 결과물일 것이다.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웃는다는 것을 관찰하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마치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 내듯, 그의 웃음에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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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현준 씨. 들어오세요."때마침 진행요원의 호명 소리가 들렸다. 현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기실에는 어색한 침묵과 함께, 방금 전 현준이 보여준 기묘한 분위기에 대한 수군거림이 남았다.* 거장의 눈앞에서오디션장은 넓고 휑했다. 정면에는 심사위원 석에 세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가운데 앉은 남자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현준은 저절로 숨을 삼켰다. 짧은 머리, 날카로운 매의 눈, 무표정한 얼굴. 대한민국 영화계를 호령하는 거장, 이창욱 감독이었다. 그의 옆에는 캐스팅 디렉터와 조감독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이현준. 95년생. 프로필은... 전무하군. 10년간 엑스트라만 했다고?"이창욱 감독이 서류를 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는 감정 없이 건조했다."네."현준의 짧은 대답.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미 '남규만'의 것이었다."지정 대본, 14번 씬. 아버지가 마당에서 고양이 사체를 발견하고, 규만을 추궁하는 장면. 시작해."이창욱 감독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턱을 괸 채 현준을 쏘아보았다. 마치 '네까짓 게 뭘 할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현준은 심사위원 석을 아버지가서 있는 마당이라 상상하고, 카메라를 향해 섰다. 그는 대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마치 손에 묻은 피를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옷에 손을 툭툭 털었다.그 작은 동작 하나에 오디션장의 공기가 바뀌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이창욱 감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소름 끼치도록 순수한, 그러나 그 안에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완벽한 '남규만'의 미소였다."살아 있지가 않길래."첫 대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이가 장난감을 망가뜨리고 변명하는 듯한, 너무나도 태연한 말투였다.이창욱 감독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했다."숨을 안 쉬더라고요. 그래서 열어봤어요. 왜 멈췄는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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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질문은 뜬금없었다. 이름이나 경력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너'라는 존재의 본질을 묻고 있었다."......이현준입니다.""그런 걸 묻는 게 아니야."이창욱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방금 네가 연기한 그 '괴물'. 어디서 꺼내 온 거지? 네 안에 원래부터 살고 있었나? 아니면 어디서 훔쳐 오기라도 한 건가?"예술가의 언어였다. 그는 현준의 연기를 기술이나 테크닉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창조의 영역이자, 어쩌면 빙의(憑依)처럼 보이는 영역이었다.현준은 잠시 침묵했다. 자신의 기이한 능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저 역할에 몰입했습니다'라는 상투적인 대답은 이 거장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재능의 본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저는... 비어 있습니다.""...비어있다고?""네. 제 안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담기가... 조금 쉬운 것뿐입니다."그것이 현준이 이해하는 자신의 전부였다. 그는 텅 빈 그릇이었고, 대본이라는 주문을 통해 다른 영혼을 담아내는 일종의 매개체였다. 그의 대답에 이창욱 감독의 눈이 처음으로 강렬하게 빛났다. "하... 그래. 그거였군. 비어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채울 수 있다... 그래서 네 연기에는 '연기'가 없었던 거야. 그냥 그놈 자체가 되어버렸으니."이창욱은 무릎을 탁 쳤다. 그는 평생을 찾아 헤맨 배우를 마주한 구도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현준 씨. 오디션은 합격이야."김동진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이창욱의 다음 말은 그 미소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네에게 '남규만'의 아역을 줄 생각은 없어."감당할 수 없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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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감독의 눈이 다시 한번 날카롭게 빛났다."내일 대본 리딩에서, 안성현을 압도해봐. 네가 왜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지, 연기로 증명해내란 말이다. 만약 네가 그 앞에서 주눅이 들거나, 그의 기에 눌려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오늘의 이 제안은 없었던 일이 될 거다."그것은 마지막 시험이자, 가장 혹독한 관문이었다. 결국 현준과 김동진은 '아수라'의 시나리오를 들고 제작사를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타는 내내, 차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김동진은 앞으로 닥쳐올 거대한 폭풍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고, 현준은 여전히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었다. 자신의 좁고 어두운 반지하 방으로 돌아온 현준은, 묵직한 시나리오 뭉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표지에 박힌 '아수라'라는 강렬한 두 글자가 그의 심장을 내리쳤다.주인공, 이현준.자신의 이름 앞에 '주인공'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을 10년간 꿈꿔왔다. 하지만 지금 그 단어는 기쁨이 아닌,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안성현을... 압도하라고?'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까마득한 하늘 위의 태양 같은 존재. 그런 사람 앞에서 내가 과연 제대로 서 있기나 할 수 있을까.그때,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김동진 실장'이었다. [내일 리딩, 다른 생각 아무것도 하지 말고 딱 하나만 생각해. 당신은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 이현준이 아니야. 당신은 이미 완성된 괴물, '남규-만'이야. 괴물은 전설을 두려워하지 않아. 그저 또 다른 사냥감으로 볼 뿐이지. 내일, 당신의 첫 사냥을 시작해.]김동진의 메시지는 현준의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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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 아니 남규만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의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볍고 평온했다. 안성현의 연기가 땅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육중한 저음이라면, 현준의 연기는 그 위를 안개처럼 부유하는 예측 불가능한 고음이었다.리딩이 계속되었다. 안성현은 시나리오를 읽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사를 통해 공간을 창조하고, 감정을 조각했다. 그의 분노는 회의실의 온도를 높였고, 그의 탄식은 회의실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는 그야말로 '연기의 신'이었다. 현준은 그 거대한 파도 속에서 작은 조각배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는 그저 안성현이 던지는 대사를 받아치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였다.김동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이창욱 감독의 미간에도 희미한 주름이 잡혔다. '역시, 아직은 무리였나...'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 포식자의 속삭임  씬의 클라이맥스. 오기철 형사가 결정적인 증거를 들이밀며 남규만을 몰아붙이는 장면이었다. 안성현은 몰입의 정점에서, 대본에도 없는 행동을 취했다. 그는 육중한 몸을 일으켜 테이블을 '쿵'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네가 죽였잖아, 이 개자식아! 네가 죽인 거, 내가 다 알아!"안성현의 포효는 실제 사자의 울음소리 같았다. 회의실 전체가 그의 기에 압도되어 진동했다. 김동진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저런 기백 앞에서 버틸 수 있는 배우는 대한민국에 거의 없을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현준에게 향했다. 이제 그가 주눅이 들어 무너져 내리거나, 혹은 어설프게 맞받아치다 깨져버릴 것이라 예상했다.하지만, 남규만은 웃고 있었다.그는 안성현의 폭발적인 분노 앞에서,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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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만년 엑스트라, 한류를 삼키다!

* 작별, 나의 반지하  곰팡이와 눅눅한 먼지 냄새. 이현준의 10년을 지배했던 익숙한 공기가 오늘따라 유독 코를 찔렀다. 그의 모든 짐은 현관문 앞에 놓인 이삿짐 박스 세 개가 전부였다. 닳아빠진 옷가지 몇 벌, 라면 냄비 하나, 그리고 상자 하나를 가득 채운 낡은 대본들. 그가 지나온 처절했던 시간의 증거들이었다. 박스 맨 위에는 그가 처음으로 대사 한 줄을 맡았던 단막극의 대본이 놓여 있었다.'지나가던 행인 2: (놀라며) 앗, 저기요!' 라는, 그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줄.그는 그 대본을 가만히 쓸어보다가, 다른 대본들과 함께 소중하게 상자에 담았다. 과거를 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끌어안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함이었다. "선배님, 짐 다 챙기셨습니까?"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김동진 실장과 함께 온 앳된 얼굴의 청년이었다. 자신을 '오늘부터 선배님의 로드 매니저가 된 박성철'이라고 소개한 그는, 방 안의 풍경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창문도 없는 어두컴컴한 방,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벽지, 사람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 대한민국 최고의 기대작의 주연 배우가 방금 전까지 살던 곳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이... 이런 곳에서 계속 지내신 겁니까?"박성철의 목소리에는 동정심과 함께 존경심이 묻어 나왔다. 이현준은 그저 옅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10년 동안 정든 집인데, 막상 떠나려니 좀 시원섭섭하네요."김동진은 말없이 방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는 이곳의 가난함이 아닌, 이런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꿈을 놓지 않았던 한 남자의 단단한 심지를 보고 있었다. 그는 이 배우를 선택한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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