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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성민은 유상혁의 개일뿐이었다. 어쩌면 그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정말로 개처럼 민감한 후각을 소유하게 된 그였다.

그는 군복을 입은 예쁜 여자가 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것을 보자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무슨 짓이야? 내가 누군 줄 알아?”

“알 필요 없어.”

홍성은 성민을 향해 다가갔다.

성민은 야수를 마주한 듯한 느낌에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멀뚱히 서서 뭐해? 해치워!”

네 명의 기골이 장대한 부하들이 얼른 달려와 홍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홍성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곁눈질로 그들을 보더니 희고 고운 손으로 자신을 향해 뻗은 손을 잡아 상대의 손목을 꺾어버렸다.

콰득!

“끄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손놀림 한 번에 사내의 손은 망가져버렸다.

뒤에 있던 나머지 세 사람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그들은 모두 조직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던 사람들로서 결투 경험이 아주 풍부했는데 쉽지 않은 여자를 보니 그들의 자존심을 자극한 것이다.

더 잔인한 사람이 이기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들의 생각은 빗나갔다.

그들은 홍성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극심한 고통이 팔과 뇌에 전해졌다.

그들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홍성은 룸에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시끄럽다는 듯 기다란 다리를 쭉 뻗었다.

퍽퍽퍽!

팔을 잡고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 모두가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성민은 창백하게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홍성이 쉽게 그의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채를 잡아 뒤로 홱 가로챘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성민의 뒤통수가 벽에 부딪쳤다.

그가 무의식중에 뒤통수를 만지자 미끌미끌한 촉감이 들었다. 손을 들어 조명에 비춰본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건 그의 피였다!

그때 홍성은 이미 따지 않은 술병을 들고 싸늘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술병으로 어딜 내리쳐야 일격에 그를 죽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듯했다.

“너... 네가 감히 날 건드려?”

성민은 떨리는 목소리를 숨길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협박했다.

“난 유상혁 씨의 사람이야! 날 건드렸으니 유상혁 씨가 널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중연시에 네가 몸을 사릴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누구든 죽은 목숨이야!”

“그래?”

홍성의 눈빛에 서린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바닥에서 굴러먹는 인간쓰레기에게 이런 권세와 지위가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몇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한 건 그 사람들 중에 유상혁은 없다는 것이다.

홍성은 술병을 든 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녀는 원래 손으로 성민의 목을 부러뜨릴 수 있었지만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안 돼...”

성민은 철저히 공포에 사로잡혔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정말로 자신을 죽일 것만 같았다.

“멈춰!”

놀란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울렸다.

서현우의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홍성은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서현우가 그녀를 멈춘 건 아니었다. 서태훈이었다.

홍성은 서현우의 명령만 들었지만 서태훈은 그의 아버지가 아닌가.

놀라서 멍하니 있던 서태훈은 이제야 정신이 들어 바닥에서 일어나 서현우를 지나쳐 성민의 곁으로 가서 급히 물었다.

“성 대표님, 괜찮으세요?”

서태훈의 그런 모습에 성민의 공포심이 많이 누그러졌다. 그는 홍성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쟤 얼른 꺼지라고 해! 얼른! 나한테서 떨어지라고 해!”

서태훈이 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의 예쁘지만 인정사정 없이 잔인한 여자를 보며 그는 속으로 오금이 저렸다.

그는 서현우를 보더니 홍성을 향해 말했다.

“아가씨, 말로 해요. 우선은 진정하고...”

홍성이 서현우를 바라보았고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홍성은 손에 있는 술병을 던지고 뒤로 물러나 룸의 문 앞에 꼼짝없이 서있었는데 어둠 속으로 숨은 것만 같았다.

“당신을 개처럼 대하는데 저런 사람을 구해요?”

서현우는 감정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물었다.

“닥쳐!”

개라는 말에 서태훈은 수치심을 느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서현우의 앞에 다가가 손을 들어 그의 따귀를 때리려고 했다.

어둠 속에서 홍성이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끼어들어야 할지 말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서현우는 모르는 사람을 보는 표정으로 분노하고 있는 서태훈을 바라보았다.

서태훈은 결국 손을 거뒀다.

무력감이 그를 잠식하여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그는 휘청거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성민은 몰래 폰을 꺼내 ‘99’ 라는 문자를 보냈다.

“왜 돌아왔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서태훈이 물었다.

“누가 널 돌아오라고 했어?”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말라붙은 피를 닦는 서태훈은 마음이 괴로웠다.

딸이 사고를 당했고 아들이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나영이가 아니라면 안 왔을 거예요.”

서현우는 서태훈의 희끗희끗한 귀밑머리를 발견했다.

그가 줄곧 원망하던 무책임한 아버지는 많이 늙었다.

“네가 그건 어떻게 알아?”

서태훈이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얼른 꺼져! 멀리 꺼지라고! 다시는 중연시에 돌아오지 마!”

“꺼지라고요?”

서현우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나영이가 죽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요?”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

서태훈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성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성 대표님께 사과드려! 얼른!”

성민이 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냐! 오해야, 오해. 괜찮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이를 갈았다.

‘내 사람들이 오면 넌 죽었어.’

서현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실망이 담긴 눈빛으로 서태훈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아이의 영웅이라고 하는데 그는 한 번도 아버지에게 위대함과 존경심을 느껴보지 못했다.

서태훈은 서현우가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니 잘 알고 있다. 6년이 지나도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고집스럽더니 지금은 더 고집스러워졌다고 생각했다.

“성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서태훈은 말과 함께 테이블에서 은행 카드를 들어 다시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성 대표님, 제발요. 제가 이렇게 꿇을게요...”

서태훈이 꿇기도 전에 서현우가 그를 잡았다.

서현우의 눈빛에 담긴 실망이 더욱 짙어졌고 그건 마치 칼처럼 서태훈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꺼져!”

서태훈은 갈라진 목소리로 고함을 치듯 서현우를 향해 윽박질렀다.

성민에게 밉보이면 딸을 구할 희망을 잃게 된다. 현재 그의 유일한 희망은 아들을 지키는 것이다.

유상혁은 중연시에서 아무리 영향력이 강하다고는 하나 서현우가 중연시를 벗어나기만 한다면 목숨을 부지할 기회는 있었다.

아들이 무사히 빠져나가 서씨 가문의 대를 잇기만 한다면 서태훈 본인은 죽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하찮은 목숨으로 최선을 다해 딸을 구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딸과 함께 죽더라도 아들만은 지키고 싶었다.

“그래요.”

서현우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몸을 돌려 나갔다.

“그렇게 할게요. 저는 개새끼잖아요.”

서태훈은 움찔하더니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다.

원래도 굽은 등이 더욱 굽었다.

쾅!

순간 룸 밖에서 누군가 문을 걷어찼다.

이어 열 명이 넘는 문신을 한 남자들이 흉악한 포스를 내뿜으며 들어왔다.

구석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성민이 눈을 번뜩이더니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떠나? 내 허락 없이 누구도 여기서 나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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