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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Author: 나설희
"뭐야?!"

문서아는 놀라서 펄쩍 뛰었다.

문서아의 야단법석에 문씨 가문 사람들을 불쾌해졌다.

매니저와 통화를 끊은 뒤, 문서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아직도 B급 배우에서 맴돌고 있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A급 배우로 올라설 계획이었다.

"왜 그래?"

문서인는 귀찮은 듯 물었다.

"매니저한테서 전화 왔는데 투자자가 내 여주인공 배역을 다른 배우로 교체한대."

문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번 드라마 육씨 그룹의 풍향 엔터에서 투자한 거지? 너 육씨 가문 사람들한테 잘못한 거 있어?"

"그럴 리가! 난 그 가문 사람들 만난 적도 없어."

문서아는 황급히 부인했다.

"아, 난 몰라. 나 이거 무조건 하고 싶단 말이야. 오빠가 좀 어떻게 해줘. 이번 배역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데!"

문서인도 의아했다.

일반적으로 캐스팅이 끝나면 배역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이때, 갑자기 문서인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육현경이랑 하도경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어. 나중에 육현경은 비록 해외에서 생활했지만 두 사람 아주 사이는 여전히 좋았지. 어쩌면 하도경이 너를 괴롭히기 위해 육현경을 찾았을 수도 있어..."

"하도경! 이 간사한 자식!"

문서아가 매섭게 말했다.

그녀는 문서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네가 정 그 역할을 원한다면, 하도경과 직접 만나서 잘 얘기해 봐. 아니면 직접 육현경을 찾아가든지."

문서인이 의견을 제출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가 그랬잖아. 육현경이 너한테 관심 있으니 맞선 한번 보라고. 너 육현경과 결혼하면 앞으로 어떤 배역이든 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문서인이 얘기했다.

"아, 나 싫어! 지금 나더러 계모나 되라고? 죽어도 싫어. "

문서아는 질색했다.

"그럴 거면 차라리 하도경이 낫겠어!"

문서인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문서아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 멋대로였고 그녀가 하기 싫어하는 일은 아무도 강요할 수 없었다.

...

"에취!"

고급 클럽의 VIP 룸에서 하도경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한밤중에 누가 내 생각을 해.’

"왜 멍때리고 있어? 간만에 육현경이 왔는데 더 마셔야지."

송문수가 하도경을 재촉했다.

"오늘 밤 우리 취할 때까지 마시는 거야! "

하도경이 말했다.

육현경을 귀찮게 한 건 아닌가 싶지만, 계속 전화로 불러 댄 결과 그래도 나타났다.

룸에는 육현경, 하도경, 송문수 그리고 계지원까지 네 명이 있었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다. 하지만 육현경은 해외에서 오래 지냈기 때문에 자주 모일 수 없었다.

네 사람의 마지막 만남은 8년 전 육현경이 귀국해서 모인 환영 파티였다.

그날 밤 육현경은 술을 많이 마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 8년이 훌쩍 지났네."

하도경은 추억에 젖어 육현경과 술잔을 부딪치려 했다.

그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하도경은 약간 짜증을 부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문서아는 방으로 들어와 하도경에 대한 불만을 꾹꾹 삼키며 억지로 전화를 걸었다.

하도경의 귀찮은 듯한 말투에 문수아는 안색이 변해버렸다.

‘전화번호를 한 번도 바꾼 적 없는데 하도경이 모를 리가?

괜히 그러는 거지?

남자들은 참 고약해.’

"나 문서아야."

하도경은 잠시 멈칫했다.

한참 만에야 하도경은 상대가 누군지 겨우 생각났다.

"무슨 일인데?"

"네가 날 잊지 못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유치하게 해야겠어? 하도경 잘 들어. 넌 내 취향이 아니야. 나한테 일부러 이러는 거라면 난 더 널 싫어할 수밖에 없어..."

하도경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미친 여자가 분위기를 망치네.’

문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통화 종료'라는 문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하도경, 감히 내 전화를 끊어?!’

그녀는 화가 나서 휴대폰을 던져버릴 뻔했다.

그러고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하도경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내일 너 찾으러 갈 테니까 알아서 해."

하도경이 문자를 확인했다.

그는 문서아가 공주병에 망상장애까지 있다고 느껴졌다.

"누구야?"

송문수는 하도경의 안색이 바뀐 걸 보고 물었다.

"문서아."

하도경이 말했다.

"고등학생 때 너 걔 좋아하지 않았어? 왜? 이제 느낌 없어?"

"뭘 좋아해!"

하도경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때는 어려서 예쁜 여자만 보면 좋아한다고 그랬지. 그렇게 따지면 난 소이연을 더 좋아했겠어. 걔가 제일 예뻐."

육현경은 술잔을 든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계지원은 육현경을 힐끗 보더니 입가에 알듯 말듯 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소이연과 문서인의 약혼식에 화재가 나면서 아수라장이 되었잖아? 내가 듣기로 문씨 가문에서 이걸 핑계로 소이연이랑 파혼한다고 하던데."

송문수가 참견했다.

"소이연의 과거가 싫어서 그러겠지."

하도경이 옆에서 술을 마시면서 말했다.

"사실 남자라면 다 신경 쓰는 게 정상이지. 근데 그게 싫다면 소이연이랑 엮이질 말았어야지! 소이연 그때 정말 문씨 그룹을 위해서 죽을 각오로 일했잖아. 여기 클럽에서도 나 몇 번 봤어. 협찬 때문에 매일 술에 취해서 여기저기 구토하고 추행도 자주 당하고 그랬어. 나 그때 문서인이 만약 소이연과 결혼하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짐승이었어!"

술잔을 든 육현경의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그 집안 얘기 그만하자. 기분 더러워. 술 마셔, 술 마셔!"

하도경이 분위기를 전환하며 말했다.

그는 원래 분위기를 깨는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술을 마셨다.

하지만 육현경만 점점 더 조용해졌다.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자."

계지원이 술잔을 내려놓고 육현경을 불렀다.

육현경과 계지원은 클럽 옥상에 올라와 바람을 쐬었다.

두 사람은 담배를 피웠다.

계지원이 먼저 말했다.

"나도 소이연 몇 번 마주친 적 있어. 한 번은 위출혈이라 내가 병원에 데려다줬어."

육현경은 천천히 숨을 쉬었다.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런데 소이연은 강해 보였어. 잘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어."

계지원이 천천히 말했다.

육현경은 이미 담배 한 대를 다 피웠다.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육현경은 담뱃불을 끄고 화제를 돌렸다.

"너한테 말해줄 거 있어. 예수진을 문서아 대신 풍향이 투자한 새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결정했어."

계지원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예수진은 종래로 풍향이랑 일하지 않아."

"거절할 기회는 없어."

설사 거절했다고 해도 소용없다.

"준비 잘해."

"그래."

계지원이 대답했다.

"나 먼저 갈게. 애들한테 얘기해줘."

육현경은 클럽을 떠났다.

그는 클럽에서 나와 바로 대기하고 있던 차에 탔다.

머릿속에 온통 하도경과 계지원이 말한 소이연의 일뿐이었다.

"노스타운으로 가."

육현경이 말했다.

"네."

육현경의 차는 바로 유턴했다.

노스타운에 도착한 육현경은 소이연 집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벨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소이연은 빨개진 육현경의 얼굴과 풍겨오는 술 냄새를 맡고 그가 취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랑 밥 먹고 또 술 마시러 간 거야?!’

소이연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늦은 저녁, 남자와 여자 단둘이...

그녀가 문을 닫으려고 할 때,

갑자기 따듯한 품이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의 몸은 그의 품속에 꽉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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