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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Penulis: 나설희
"육현..."

"미안해, 늦었어."

육현경이 말했다.

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착각일까?

지금 이 순간, 육현경은 평소 딱딱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갑자기 그에게도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감정과 욕망이 생긴 것 같았다.

"혹시 잘못 찾아온 거 아니에요? 우선 나 좀 나줘요..."

소이연은 몸을 뒤틀며 말했다.

그녀는 그가 뭐라고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앞으로 네 곁에는 내가 있어."

육현경은 소이연의 저항을 전혀 느끼지 못하듯 그녀의 귓가에 진지하게 말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하는 듯.

"육현경... 으악!"

소이연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육현경은 그녀를 번쩍 들어 안았다.

‘이 사람, 이게 습관인가?!’

"발 조심해."

육현경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

그녀는 육현경이 많이 취한 줄 알았다. 하지만 육현경은 멀쩡하게 그녀의 발을 걱정하고 있다.

‘안 취했나?!’

육현경이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소이연은 바로 미친 듯이 저항하기 시작했다.

육현경은 비록 많이 취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취기가 올라와 몸을 비틀거렸다.

하여 소이연을 안고 있는 정도는 문제없지만 바둥거리는 소이연을 감당하기는 조금 힘들다.

"움직이지 마."

육현경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내려놔요,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소이연이 반항하며 말했다.

그녀는 누군가 자기를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깨끗한 사람이라며?!

다 거짓말이지!’

소이연은 계속해서 육현경의 품에서 바둥거리며 벗어나려 했다.

육현경은 소이연을 안고 힘들게 그녀의 방으로 들어왔다. 겨우 침대 앞까지 왔건만 소이연이 온몸으로 저항하는 바람에 육현경은 발을 비틀거렸다.

"아야!"

소이연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눈앞이 어지러워지며 정신이 아찔 해났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너무 무거워 그녀가 아무리 밀어도 꿈쩍하지 않았고 그녀에게서 떨어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봐 소이연, 내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육현경은 거친 숨을 내쉬며 위협했다.

소이연은 단번에 조용해졌다.

성인이라 척하면 척,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이제 움직이지 않는 거야?"

육현경은 품 안의 그녀를 바라봤다.

하얀 얼굴에 어렴풋이 보이는 불그스름한 얼굴.

육현경은 이 상황이 난처해졌다.

그녀에게 장난치려던 핑계조차 없어졌다.

"나 먼저 놔줘요."

소이연이 항의했다.

"나 좀... 쉬자."

육현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이연은 이번에도 한 번에 알아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육현경은 긴 숨을 몇 번 들이쉬더니 그제야 소이연의 몸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도 야릇하게 바뀌었다.

기온도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았다.

소이연은 몸을 돌려 서랍에서 에어컨 리모컨을 꺼내 시원한 바람을 틀었다.

이제 막 입춘이고 밤공기는 아직도 쌀쌀했다.

갑자기 찬 바람이 뿜어져 나오자.

"에취!"

육현경이 재채기했다.

그 시각,

술기운이 오른 그는 찬 공기에 위가 조금씩 불편해졌다.

그는 입을 막고 물었다.

"화장실은 어디야?"

소이연은 오른쪽을 가리켰다.

육현경은 얼른 화장실로 뛰어갔다. 이어서 안에서 걷잡을 수 없는 구토 소리가 들려왔다.

소이연은 어리둥절했다.

그녀가 육현경을 구토하게 만든 건가?!

한참 뒤.

육현경은 여전히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구토 소리도 사라졌다.

소이연은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며칠 전 술에 취한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녀는 이런 사람 목숨에 관련된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 육현경은 화장실에서 바지를 내리고 볼일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화장실 문 앞까지 왔을 때, 안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육현경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소이연은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태연하게 화장실 문을 닫아버렸다.

육현경은 머리를 숙여…… 바라보았다.

‘그 정도로 별론가?’

한참 뒤,

육현경이 걸어 나오며 해석했다.

"볼일이 급했어."

"네."

소이연은 짧게 대답하고 손님을 내쫓듯이 말했다.

"육현경 씨, 그럼 안녕히 가세요."

육현경은 뭐라 대답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 없이 나갔다.

육현경이 나가자 소이연은 이내 방문을 잠갔다.

소이연은 그를 배웅하지 않았고, 육현경이 떠난 뒤에야 이불 속에서 꼭 쥐고 있던 두 주먹에 힘을 뺐다.

그녀는 안구 정화가 필요했다. 할 수만 있다면 눈알을 빼서 씻고 싶었다.

...

다음날

잠에서 깬 소이연의 눈은 마치 판다처럼 다크서클이 깊이 드리웠다.

원래도 불면증이 있었는데 육현경 때문에 한밤중에 깨다 보니 더 피곤했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육현경은 그녀의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을 헤집고 있었다.

소이연이 방에서 나오니 육현경은 아주 태연하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

‘나 잠이 덜 깬 건가?!’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육현경이 풍성한 아침밥을 식탁 위에 올리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맛있는지 먹어봐."

"왜 아직도 안 갔어요? 그리고 왜 자꾸 반말이에요?"

소이연은 그제야 정신 차리고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

"인제 가려고. 그리고 반말은 내 맘이야."

육현경은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앞치마를 벗고 쪼글쪼글한 양복을 입었다.

그러고는 문을 나서며 말했다.

"아침은 사과의 의미로 만들었어. 천천히 먹어"

말을 마친 육현경은 그녀의 집에서 나섰다.

혼자 남겨진 소이연은 어이가 없어서 씩씩거렸다.

그녀는 오랜만에 누군가 때문에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을 느꼈다.

‘저 사람 나한테 너무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소이연은 음식을 먹었다.

낭비하면 안 되니까.

아침밥을 먹고 소이연이 집을 나섰다.

오늘은 먼저 문씨 그룹으로 가서 해결해야 할 일은 빨리 해결해야 한다.

그녀가 아파트 단지를 나서자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걸어와 정중하게 말했다. "소이연 씨, 안녕하세요. 육현경 대표님의 부탁으로 소이연 씨를 모시러 왔어요. 가시는 곳까지 안전하게 태워드릴게요."

"..."

소이연은 육현경이 보낸 차에 앉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이승윤은 명함을 내밀었다.

"제 번호예요. 언제든지 필요하실 때면 전화 주세요. 대표님이 오늘부터 저는 소이연 씨의 전용 기사라고 했으니까요."

"..."

‘거절하면 안 되는 거지?’

소이연은 명함을 받고 문씨 그룹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등장하자 회사의 모든 직원은 그녀를 주목했다.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목발을 짚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많은 사람의 시선 속에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이내 눈앞의 모습에 멍해졌다.

그녀는 그제야 사람들이 왜 이상한 눈길로 자기를 쳐다보는지 알아챘다.

비록 문서인과의 약혼식은 화재 때문에 취소되었지만 그녀와 문서인의 관계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소나은이 그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소나은은 사무용 걸상에 앉아 있었고 문서인도 사무실에 있었다.

문서인은 사무용 테이블에 앉아 소나은과 진한 스킨쉽을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문소리는 두 사람의 좋은 일을 방해한 것이 분명하다.

문서인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노크할 줄 몰라……"

불쾌한 듯 머리를 돌리던 문서인은 상대가 소이연이라는 것을 확인하더니 안색이 굳어버렸다.

소나은도 놀라 문서인 뒤로 숨었다.

소나은은 역시나 피해자인 척하며 몸을 움츠렸다. 마치 소이연이 자기를 때릴 거라는 듯이 말이다.

정말 뛰어난 연기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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