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홍천과 우문호사식이가, “그럼 됐어요, 태자비 마마도 걱정 안하시는 데 우리가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어서 쉬세요.”“아이들 좀 보고.” 아가들의 천진무구한 웃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세상의 온갖 시름이 사라진다.홍매원(紅梅苑)!소홍천은 홍매문의 문주로 경성에 분파 하나없이 그녀 본인도 사는 곳이 홍매원이다.오늘은 홍매원 대문을 걸어 잠그고 밖에 문지기가 지키고 있다.안은 소홍천이 특히 좋아하는 붉은 초가 일렁이는 것이 우문호도 익숙하지만 오늘밤 상처를 싸매 준 뒤 보니 혼례식 초에 불을 붙여 놓은 것이라 끓어오르는 분노는 잠시 눌러 놓고 소홍천에게, “왜 또 혼례식 초를 붙여 놨어? 오매불망 시집가길 바라는 거야?”소홍천이 피로 얼룩진 솜과 수건을 한쪽으로 치우고 우문호에게 차를 따라주며 눈을 흘기더니, “남이사!”우문호가 진지하게, “그런데 너, 목 매고 죽을 생각대신 왕강 생각도 좀 해.”“험한 말 하게 하지 맙시다.” 소홍천이 새침한 얼굴로 찻잔도 빼앗아가며, “이런 얘기 한 번만 더 했다 가는 앞으로 여기 오지마요.”“널 위해서 라니까!”“절 위해서면 절 아내로 데려가든 지요, 저랑 태자비 마마랑 ‘용쟁호투’하게 만드시면, 전하는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을 겁니다.” 소홍천은 붉은 밧줄을 손에 쥐고 천천히 손목에 두 번 감더니 숙련된 솜씨로 동심결 매듭으로 묶는데 끝을 마무리하지 않고 우문호에게 내밀며, “대신 매듭 좀 지어줘요.”우문호가 매듭을 지어주고 답답하다는 듯, “혼자 동심결 매듭 묶을 수 있으면서 왜 마지막 한 매듭은 묶지 않았어?”소홍천이 눈을 굴리며 애교가 넘치는 미소를 짓더니, “행운을 나눠 받게요, 전하는 지금 최고로 복이 넘칠 때잖아요, 저한테 좀 나눠 주시면 안돼요? 어쩌면 전하의 이 매듭 덕에 제가 소원성취할지도?”우문호가, “사람이 물러설 줄을 알아야지, 죽자고 쥐고 있는 시답잖은 거 내려 놔, 다른 사람들한테는 통할지 몰라도 나한테는 안 통해, 난 진상을 알잖아, 단순히 감정이 식은 거라고? 그 사람은
원경릉을 노린다고?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태자비를 바꿀 수 있다는 건, 우문호가 태자가 아니라는 전제다.우문호의 아내는 오직 원경릉만 가능하기 때문이다.“만일 늑대파가 이 일을 맡으면 알거나 저지할 방법이 있을까?”소홍천이, “알 수 있죠, 늑대파에서 자객을 보낼 때 바로 알죠, 저지하는 거까지는……” 그녀가 한숨을 쉬고, “막는 건 불가능해요, 지금까지 늑대파가 마무리하지 못한 임무가 없거든요, 은자를 받기만 하면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목을 따서 가져 올 거예요.”우문호의 안색이 살벌 해졌다.소홍천이 우문호에게, “정말 전하 어마마마께서 태자비를 죽이려고 하는 게 확실한가요?”우문호가 어두운 목소리로, “오늘 궁에서 어마마마와 한바탕 싸웠어, 마지막에 한마디 하더군, 내가 지금 이렇게 불효자가 된 건 전부 원 선생이 망쳐 놓은 거라고, 당초에 원 선생이 아이를 낳을 때 즉시 결단을 내렸 어야 했다고. 이 말을 하는데 눈에 원한이 가득 차서 사람을 꽁꽁 얼려버리는 눈빛이었어.”“그건 태자비 마마를 죽이겠다고 말한 건 아니네요, 지나치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소홍천은 여전히 생각하길, 현비가 이렇게 비이성적일리가? 황태손의 생모를 죽이다니 여파가 얼마나 큰데!우문호가 재론의 여지도 없는 원망과 분노로, “내가 만약 쓸데없이 걱정하는 거면 이 밤중에 널 찾아 왔겠어? 모자는 생각이 통해. 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걸 어마마마는 알고, 똑같이 어마마마 생각을 나도 알아. 지금 아바마마와 태상황 폐하 모두 원 선생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데다 황실에 세 아들을 낳아주었지. 천신만고 끝에 큰 공을 세웠으니 어마마마는 원 선생의 털끝 하나도 건드려서는 안돼, 없애려면 몰래 하는 수밖에 없지. 자객을 고용하는 게 제일 편하고. 홍천, 이 일에 네가 신경 좀 써줘, 예사로 여길 수 없는 게 조금도 실수해선 안돼, 지난 두 번을 겪어서 내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그런 거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미리 대책을 세워 두는 게 맞다고 생
우문호의 상처를 봐주는 원경릉우문호가 소홍천에게, “홍천, 다른 방법은 소용없으니 늑대파 사람에게 연락할 수 있게 날 도와줘, 아니면 늑대파가 이 일을 받아들였는지 확인해줘.”백사문 문주가, “전하, 늑대문이 이 일을 맡았는지 여부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허나 만약 일을 수락했다면 포기하게 하는 건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습니다.”우문호가 예를 취하며, “우선 귀찮으시겠지만 확실한 정보를 물어봐 주세요.”“전하 걱정 마세요, 이틀 내에 분명 소식이 있을 겁니다. 늑대문은 일을 맡기 전에 우선 조사를 한 뒤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일을 맡고 열흘 내에 행동에 들어갈 것이 틀림없습니다.”열흘!우문호의 마음이 막막하고 초조 해졌다. 시간이 촉박하다.곧 날이 밝을 즈음 우문호는 초왕부로 돌아왔다.원경릉은 깊이 잠들어 있고 우문호는 침대 가에 앉아 쌔근쌔근 잠든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가슴이 타 들어가는 것이 어째 딱 이 시기인지, 스스로가 무용지물처럼 느껴졌다.원경릉이 곁에 누가 있다고 느끼고 몽롱하게 눈을 뜨더니, 옷을 입은 채로 침대 곁에 앉아 있는 우문호에게서 실낱 같은 피비린내가 나는 것을 맡고는 잠이 확 깼다.“일어나지 마, 계속 자.” 우문호가 몸을 숙여 원경릉의 볼에 뽀뽀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 앉으며 숙면 뒤에 오는 쉰 목소리로, “상처는 어때?”우문호가 원경릉을 안고, “괜찮아, 작은 상처야.”“봐봐!” 원경릉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됐어, 괜찮아, 당신은 계속 자.”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끌어당기자 원경릉이 통증으로 작게 신음하며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 우문호가 꼭 쥐었던 손목을 살살 펴서 원경릉의 손바닥을 보니 벌겋게 부어 있고, 한쪽엔 물집이 잡혀 있는 게 우무호의 미간도 찌푸려지며, “어떻게 된 거야?”원경릉은 현비의 일을 감추지 않고, “자기 어마마마 탕약 드시는 거 시중 들 때, 탕약을 엎으셨어.”“일부러?” 우문호의 눈빛이 삼엄해 졌
늑대파 이리 나리늑대파의 총본산은 수도권에 있지 않고 천자의 주변에 있다.하지만 늑대파의 총본산이 어디 있는지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다녀갔거나 들어가더라도 이곳이 원래 이름 높은 늑대파인 줄 알 수가 없다.왜냐면 늑대파의 총본산은 기루 안에 있고, 그것도 수도권에서 제일 큰 기루로, 여기는 흥청거리며 휘황찬란해서 매일 밤 귀족과 부한 상인 및 부유한 시인 묵객들이 드나들며 돈을 쓰는 곳이다.기루의 이름은 초두취(梢頭醉)로 사장은 세칭 ‘이리 나리’라 불리는데 이름은 모르고 단지 검은 돈이 상당하고, 초두취 말고도 각 지역에 기루와 유곽, 기름집과 싸전, 비단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는데 안 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제일 중요한 건 이리 나리가 올해 갓 서른이 된 미혼의 젊은 사람으로 명실상부한 다이아몬드 ‘미중년’이란 사실이다.이리 나리는 수도권 최고의 미남인데 어느 정도 아름답냐고? 그가 만약 여장을 하면 초두취의 명기들이 빛을 잃고 꼬리를 내릴 정도다.하지만 다들 ‘남자가 이렇게 유약해서 쓰나’ 생각한다. 강인함이 없고 겉으로 부드러우나 속은 알 수 없을 뿐더러 종일 서시(西施)처럼 아픈 심장을 부여잡고 병약한 모습이다.이리 나리를 자주 본 사람들은 이리 나리가 불치병에 걸려 얼마 못 살 거라 생각했지만 스무 살 때 초두취를 열어 지금까지 십년이 지나도록 멀쩡하게 살아있고 병약하긴 병약하지만 나날이 유유자적 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초두취에 없는 미인이 있을까? 그러니 이리 나리가 결혼을 안하고 천하의 모든 남자가 꿈에도 그리는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돈이며 외모에 여자까지 다 있으니 인생에 무슨 여한이 있을까?이리 나리의 거침없고 멋스러운 모습은 북당 남자들이 일생동안 궁극으로 추구하는 모습이었다.이리 나리는 별도의 저택이 없고, 초두취 후원에 살았다.초두취는 매우 커서 경성에 있는 왕부의 2배 정도 되고 후원과 앞쪽이 나뉘어져 있어 앞쪽에서는 장사를 하고 후원에서는 이리 나리가 살지만 사치스럽고 화려한 측면을 논하자면 후원이
태자비를 없앤다고?“왜 말이 없어? 어!” 이리 나리가 다시 무겁게 침향목 차탁을 두드리자 최상품의 침향목에 한 줄기로 금이 갔다.“나리……” 네모난 얼굴의 부하가 염치 불구하고 앞으로 나와, “아니면 물릴 까요?”이리 나리가 이 말을 듣고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 “물려? 우리 늑대파가 성립된 이래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있어? 거래를 물린 적이 있어?”“그건……” 네모난 얼굴의 부하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리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이리 나리는 냉랭하게, “거래를 이미 받아들였으니 물릴 수는 없지만, 늑대파의 규칙을 깰 수는 없어.”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태자비는 정말 무공을 모른다고.수하들이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보며 어째야 좋을지 모른다.“태사부!” 이리 나리가 목청을 울리며 소리치자 목의 파란 힘줄이 드러나며 확실히 분노했음을 알 수 있다.염소 수염을 기르고 태사부 분위기를 풍기는 태사부가 문에서 줄달음쳐 오며 입으로, “나리, 소인 여기 있습니다.”“이 일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이리 나리가 튀어나온 이마를 주무르며 상당히 걱정했다. 진짜 너무 걱정이 됐다.태사부는 계속 문 가에서 듣고 있어서 이리 나리가 어느 대목에서 화가 났는지 알고, “나리, 지금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이 목표인물에게 무공을 가르쳐서 100등 안에 들어오면 그때 손을 쓰는 것이고, 두번째는 저희 늑대파 규칙에 이런 조항이 있지요, 만약 이 여자가 남편을 배신하고 아이를 버리면 죽일 수 있다.”이리 나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응, 응, 무공을 가르치는 건 시간이 너무 걸려, 안되지 싶다. 두번째는 가능하군.”태사부가 음산하게 웃으며, “나리, 사실 두번째가 더 어렵습니다. 목표인물은 태자비예요, 미래의 황후인데 어떻게 남편과 자식을 버리겠습니까? 천하의 남자는 다 태자보다 못한 것을…… 그야 당연히 이리 나리께서는 예외로 하늘에서 유배 온 신선 같은 분이시니 태자와 비할 바가 아니지요, 하지만 나리께서 나서실 수
미색은 어떤 여자?미색(美色)은, 천하의 미색이란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경성에 전에 두 미녀가 미모로 사람을 압도했다고 하는데 미색과 비교하면 역시 한끝발은 뒤쳐진다.그리고 그 경성의 두 미녀는 바로 주씨 집안의 자매 주명취와 주명양이다.지금 한 명은 황천으로 갔고, 한명은 기왕부에 시집가서 철 지난 첩으로 살고 있다.이리 나리는 만족한 얼굴로 미색에게, “응, 태자 전하는 북당을 위해 전쟁에서 큰 공로를 세우셨으니 이정도 절세 미녀와 어울리는 유일한 분이 아니겠나.”이리 나리는 사람됨이 초지일관 공평해서, 누군가의 부인을 죽이는 이상 다른 더 좋은 사람을 찾아줘야 했다.“나리, 부르셨어요?” 미색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자 완벽한 미소가 떠올랐다.이리 나리가 다리를 쭉 펴고 일어서서, “짐을 챙겨라 날 따라 경성으로 들어갈 것이다. 너에게 시댁을 마련해 주마!”미색이 살짝 놀라더니, 쏜 살 듯이 밖으로 뛰어 가며, “나리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짐 챙길 게요.”나리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 두번씩 변해서 서두르지 않으면 금방 마음이 바뀌곤 했다. 미색은 두 달만 있으면 만 스무 살이라, 두 달 내에 혼사길을 찾지 못하면 이제 스무 살을 넘는 노처녀가 되고 만다.이리 나리는 눈웃음을 지으며 감개무량한 태사부에게, “미색이 왜 저렇게 좋아해? 남편 찾아주는 건데?”태사부가 염소수염을 말아 쥐며, “나리, 식욕과 성욕은 본능입니다. 이 말은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지요.”늑대파 사람들 모두 미색이 시집가고 싶어 안달인 걸 알지만, 도대체 어느 정도 안달이냐고? 늑대파에 거시기가 달린 50세 이하의 모든 남자에게 미색이 물어봤다.미색은 늑대파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데다 장문인의 측근 대호법(大護法)으로 본시 미색이 원하기만 하면 늑대파의 자제라면 누구든 거절할 수 없을 뿐더러 간절히 원할 지경이다.하지만 아무도 미색과 혼인하길 원하지 않는 것은 아이들도 다 알다시피 예쁜 것일 수록 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미색은 독을 품
호비를 만나고 돌아오는 마차원경릉은 황제에게 수면제를 처방해 주고 우선 좀 푹 자도록 했는데, 명원제는 몸에 무슨 큰 병이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의 병이기 때문이다.명원제는 화를 속으로 참았으니 한의학의 각도에서 보면 속이 타 들어 가고 가슴속의 화가 몸 안에서 여기저기 부딪히며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태다.이런 건 약으로 보할 수 없는 것으로 명원제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 발산해 내면 바로 좋아진다.원경릉은 황제와 속얘기를 나누기 뭐해서 호비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했더니 호비가 말을 끌어내자 명원제가 역정을 내며,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일 수가 없는데 화병이 안 나고 배겨?”호비가 원경릉에게 전하자 원경릉이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그럼 방법이 없네요. 폐하도 못 죽이는 사람을 우리도 못 죽일 게 분명하니까요.”호비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람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내가 죽이고 싶어요.”원경릉이, “마마는 지금 회임 중이십니다, 툭하면 때린다 죽인다 하시면 태교에 좋지 않아요.”호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후궁이란 신분이 거추장스럽습니다, 만약 예전처럼 변경이면 누가 내 남자를 불쾌하게 만들었다간, 가만 안 두고 반드시 죽이거나 처리할 텐데.”원경릉은 성이 잔뜩 난 임산부를 보며, 호비의 얼굴에 목숨을 걸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느꼈다. 호비는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뒤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통쾌하게 사는 모습이 원경릉은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다.호비가 원경릉에게, “태자는 참으로 앞뒤로 적의 공격을 받고 있네요. 외부인이 수를 쓰는 건 그렇다고 치지만 자신의 어마마마와 소씨 집안 가족도 그러니 말입니다. 사람들은 외척이 막강한 힘이라 던데, 태자의 외척은 막강하긴 막강한데 대항하는 힘이 막강할 줄이야.”원경릉도 순간 맥이 탁 풀렸다.궁문을 나오자 서일이 마차를 끌고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이 어디를 가든지 서일이 반드시 따라가도록 하고, 귀영위를 배치해 12시진 내
이리 나리와 원경릉의 만남하지만 어떤 사람이 맹렬하게 달려와 한 팔로 여자 아이를 안고 몸을 앞으로 구르며 그대로 부딪혀 올 줄 어떻게 짐작이나 했을까. 말은 원래 억지로 멈추게 하면 앞 발굽을 들어 올렸다가 착지하며 멈추는데 그 사람이 여자 아이를 안고 자발적으로 굴러와서 마침 말발굽 아래로 굴러들어갔다.수십키로의 말이 관성을 따라 그 사람의 종아리뼈를 한 발로 밟자, 숨이 멎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서일이 두 손을 한꺼번에 입어 물고 눈과 코를 찡그린 채 놀란 상태로, 이 사람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사람을 구하면 구했지 왜 말발굽 아래로 굴러?밟히려고 환장했나?“공자!”“딸아!”사람들 속에서 두 여인이 달려 나왔는데 하나는 꼬마 여자 아이를 안고 놀라서 대성통곡을 하더니 허둥지둥 떠났다.다른 한 여자는 땅바닥에 사람을 구한 공자를 부축하고 긴장한 채 소리치는데, “괜찮아요? 사람을 구하더라도 자기 목숨은 생각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얼마나 위험한데요.”원경릉은 서일이 사람을 친 줄 알고 사식이, 만아와 같이 내려서 얼른 다가가서, “괜찮……으……세상에!”원경릉이 남자의 얼굴을 보고 순간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는데, 이 사람 어떻게 이렇게 잘 생겼지? 검은 머리카락에 먹 같은 눈썹, 복숭아꽃 같은 눈에 기개가 비범한 것이 딱 반안(潘安, 중국 최고의 미남)이 환생한 게 분명했다.깜짝 놀란 후 그를 부축하고 있는 여자를 다시 보니 빛나는 눈망울에 구름 같은 머리 결, 앵두 같은 입술에 하얀 치아가 드러나는 것이 경국지색이 따로 없네?원경릉이 놀란 건 말할 것도 없고 사식이와 만아도 놀라서 숨을 들이키고 사방에서 주위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다가 마지못해 자리를 떴다.이렇듯 경악과 흠모의 순간 상당히 위화감이 드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바로 서일이 경솔하게 변명하길, “제가 친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자기가 굴러왔어요.”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깨뜨리는 목소리에 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노려보며 ‘안구정화’ 알아 몰라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