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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화

반격의 결과, 자금탕을 마시게 된 원경릉

원경릉은 꿈인지 생신지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로 약상자를 침대 밑으로 밀어 넣는 순간 약상자가 사라졌다.

이번엔 잠깐 숨을 멈추고 기다렸다가, 손을 뻗어 침대 밑을 더듬어 보니 진짜 아무것도 없다.

와들와들 떨며 침대로 기어 올라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최근 들어 벌어지는 사건은 그녀의 의식 범주를 넘어서는 일로 전문지식과 비전문지식을 전부 동원해도 답이 안 나왔다. 인류는 미지의 사건을 조우하면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지금 그녀가 그렇다.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고개를 들어 돌아보기도 전에 차가운 기운이 사방을 에워 싸며 머리가 지끈하다 하더니 원경릉은 그만 침대에서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짐 앞에서 죽어가는 척을 해? 당장 가서 죽어버리던지, 아니면 옷 갈아입고 짐과 입궁하도록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 서릿발 같은 목소리가 정수리에 꽂히며 거칠게 몸을 뒤집힌 원경릉은 등의 통증에 전신에 경련을 일으켰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데 무쇠 같은 손이 원경릉의 턱을 으스러뜨릴 듯 쥐었다.

고통에 찬 그녀의 눈동자와 광분한 초왕의 눈이 마주쳤다. 냉혹하고 매서운 얼굴은 가릴 수 없는 경멸과 증오로 가득했다, “경고하지. 여우 짓은 그만 두는게 좋아, 만약 다시 한 번 태후 마마 앞에서 그 간사한 혓바닥을 놀렸다간, 아주 숨통을 끊어버릴 테니까.”

원경릉은 고통이 극심한 나머지 울분이 차 올랐다. 인간의 생명이 이 사람들 눈에는 한 푼어치의 가치도 없는 것인가? 상처가 이렇게 심한 사람을, 그마저도 가만 놔둘 수 없다는 말인가.

그녀는 전신의 기력을 쥐어 짜내 머리를 늘어뜨리고 무릎으로 바닥을 짚으며, 머리로 힘껏 초왕의 얼굴을 들이 받았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최후의 일격을 가한 셈이다.

초왕 우문호는 원경릉이 반격할 거라 상상도 못했고, 머리로 들이받는 바람에 피하지 못해 눈 앞이 번쩍하며 어찔했다.

원경릉 자신은 다 죽어가면서도 이를 악물고, 초왕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틈에 그의 손등을 무릎으로 누르고, 입안의 선혈을 그의 얼굴에 떨구며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미친년처럼 말했다: “제 손으로 사람 하나 못 죽이면서, 왜 그렇게 사람을 업신여기는데!”

그녀의 얼굴에 따귀가 날아왔다.

머리가 한쪽으로 쏠리고 눈 앞이 캄캄하다. 꺼져가는 의식 속에 기상궁이 달려오며, “왕야, 고정하시옵소서!”

왕야는 분이 삭지 않는지 다시 따귀를 때리고는, 분노로 일그러진 채로 원경릉의 등에 핏자국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 “상처를 처치하고 옷을 갈아 입혀라, 상처는 단단히 싸매도록, 자금탕 한 사발이면 반나절은 버티겠지.”

원경릉은 금박 자수가 놓인 초왕의 검은 비단신이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며 숨을 들이 쉬고 천천히 내 쉬었다.

기상궁과 녹주는 아무 말 없이 달려와 침대까지 부축해 엎드리게 했다. 가위로 옷을 자르자 두 사람은 잠시 숨을 멈췄다.

녹주가 울먹이며, “진짜 모질기도 하지, 30대를 진짜 때리다니.”

“어서 가서 더운 물이랑 가루약 가져오너라, 자금탕 달이고!” 기상궁이 나지막이 분부했다.

원경릉은 온몸이 다 아프지만 특히 옷을 벗기려고, 피 떡이 되어 몸에 딱 붙어버린 속옷을 잘라낼 때는 전신이 경련을 일으킬 정도였지만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사실 목구멍이 타 들어 가는 듯 해서 말을 할래야 할 수도 없었다.

상처를 씻고, 엉킨 피를 긁어내고 가루약을 바르는 모든 과정을 그녀는 묵묵히 견뎠다. 마치 깨면 아무것도 아닌 악몽을 꾸는 것처럼.

원경릉은 녹주가 기상궁에서 묻는 것을 들었다: “상궁 마마, 정말 자금탕을 들이나요?”

“들여라, 안 그러면 목이 달아날 게다.” 기상궁은 말을 마치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자금탕은….”

“됐다, 어서 왕비 마마를 부축하거라.”

원경릉은 낡은 솜이불처럼 들쳐져 입안으로 뜨거운 액체를 흘려 넣었다. 써서 거의 삼키질 못했다.

“마시세요, 왕비 마마, 쭉 들이키시면 끝납니다.” 기상궁은 원경릉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원경릉은 이 고통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숨을 참고 단숨에 약을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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