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분“이렇게 오랜 시간 아무도 보친왕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야?”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올해 40~50정도 되지 않았어?” 이렇게 오랜 시간 잠복해 있었는데 아무도 모르다니 보친왕이 연기를 잘한 거야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위기 의식이 없었던 거야?”“아무도 보친왕을 대비하지 않았어. 왜냐면 봉토가 있었고 계속 경성에 있었고, 서절은 거의 가지 않았거든. 거기다 조정의 정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데다 출사할 의사도 전혀 없고 누가 이런 돈 많은 한량을 대비 하겠어?”원경릉이 생각해 봐도 그렇다. 황실 일족은 지금까지 사람 수가 많아 충분히 감독할 수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특히 조금의 허점도 드러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주목을 끌기 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병여도를 훔쳐 간 건 병기를 제조해서 모반을 일으키려고 한 거야?”우문호가, “물어봤는데, 원래는 확실히 그럴 생각이었다는 군. 나중에 다바오에게 물리고 우리의 주의를 끌면서 계획을 바꿨데.”“계획을 바꿨다고? 어떻게?” 원경릉이 천천히 생각해 보더니, “보친왕이 할머니를 납치해 간 건 당신이나 나를 위협하려는 게 아니라, 분명 할머니가 병여도와 병장기를 제조하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 거야. 하지만 군사를 일으켜 모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면…… 누군가와 거래하려는 게 아닐까? 병여도와 할머니를 누군가에게 말이야?”“보친왕이 말이 진정정 부부에게 의외의 일이 생겨서 병여도는 오직 자기 거 한 부라고. 하지만 병여도만 보고 무기를 제조해 내기 어렵거든, 그래서 할머니와 병여도를 한 벌로 해서 진정한 병여도가 되는 거지. 적어도 보친왕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내 추측에 당신이 애기한 그 상황 아니면 안풍친왕과 거래를 하려는 게 아닐까. 만약 후자라면 이 거래는 진짜 엄청난 거지.”“진정정 부부에게 무슨 의외의 일이 일어난 거야?” 원경릉이 황급히 물었다.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아직 몰라, 그러고보니 나도 한동안 진정정의 편지를 못 받았어. 대주
배에 탄 할머니와 눈 늑대명원제는 금군에게 보친왕부를 포위하라는 어명을 내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휘종제의 시신이 도난당한 일을 떠벌리지 못하게 했다. 만약 북당의 백성이나 다른 나라에서 알 경우 우문 왕조에 있어 씻어낼 수 없는 오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명원제는 불같이 화가 나서 보친왕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죽여도 아깝지 않지만, 분을 삭이고 안풍친왕이 도착해 보친왕과 담판 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명원제는 경성에 야간 통행 금지를 명하고 성문을 출입하는 자를 면밀히 검사해 의심스러운 자가 있으면 일단 끌고가서 엄중히 조사했다.상선 한 척이 강을 따라 내려오는데 서절 방향으로 가고 있다.상선은 상당히 컸지만 선채가 깊이 잠기지 않는 것으로 볼 때 배에 화물이 많이 실려 있지 않고 물결을 따라 내려가서 속도가 매우 빠르다.돛대의 돛이 바람을 받아 펄럭이고, 갑판에는 사람이 지키고 있는데 미동도 하지 않고 사방의 수면을 주시하는 것이 마치 따라오는 선박에 대비하는 듯 일반적인 상선과 비교해 상당히 수상해 보였다.더욱 수상한 점은 돛대 아래 눈처럼 흰 늑대가 엎드려 있는 것으로, 늑대의 귀가 쫑긋하고 눈은 붉은데 조용히 엎드려 움직이지 않고 두명의 선원과 대치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었다.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가 갑판으로 나와 눈 늑대를 흘겨보며 경계하더니 두명의 선원에게, “지켜봐, 다른 자가 쫓아 올지도 모른다.”“알겠습니다. 오 나리!” 선원 한명이 대답했다.다른 한명이 눈 늑대를 보고, “오 나리, 어떻게 처리할 까요?”오 나리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이 배에 고수는 열명이 되지 않고 늑대와 한 시진 가까이 싸웠는데 늑대의 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으니 어쩌란 말인가?“어쨌든 고작해야 들짐승인데 설마 사람을 구할 수 있겠느냐?” 오 나리가 콧방귀를 뀌며, “신경 쓰지 마라, 서절 부두에 도착하면 강에 밀어버릴 방법을 생각해서 익사 시켜.”“지금도 강에 못 빠뜨리는데 부두에 가면 더 못 건드릴 거 같은데요.”오 나리는 귀찮
눈 늑대에게 비상을?눈 늑대는 쫑긋하게 세운 귀를 천천히 늘어뜨리고 침대 곁에 엎드려 지키고 있다.이때 누가 들어왔는데 석류색으로 붉은 옷을 입은 여자로 손에는 죽과 고기가 놓인 쟁반을 받쳐들고 있다.눈 늑대는 뒤로 몸을 뻗더니 여자 앞으로 뛰어 올라 착지했다. 여자 이름은 풍야(馮若)로 보친왕부의 평범한 시녀 중 하나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신분은 자객으로 거금을 받고 보친왕부에 속한 사람이다.풍야는 방금 만두 늑대와 얽혀 싸워 봐서 능력이 어떤 지 알고 있었는데 방금 힘차게 하늘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속으로 다시 흠칫했다. 하지만 늑대 감정을 상하게 해서 대사를 그르치지 말라는 오 나리의 분부가 있었으므로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쟁반을 내밀며, “먹을 걸 가지고 왔어, 고기 먹고 싶지?”풍야는 고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생고기는 피가 뚝뚝 흐르고 약 3~4근은 돼 보이는데 생고기 표면에 흰색 가루가 발라져 있다. 만두 늑대는 상당히 배가 고파서 한 입 베어 물더니 먹기 시작했다.“안돼……”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며 고기에 묻은 가루를 보고 얼른 못 먹게 말렸지만 만두 늑대는 이미 먹기시작해 할머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서너 입에 고기를 홀랑 다 먹어 치웠다.풍야는 음산한 웃음을 짓고 죽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그래봤 자 들 짐승이지, 사람한테 덤벼 봤지?”“너…… 얘한테 독을 탄 거냐? 무슨 독이야? 해독제는?” 할머니가 다급하게 묻는데 두통이고 뭐 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 걸어오더니 풍야의 소맷자락을 잡아 끌며, “해독제 내놔, 해독제!”풍야는 할머니를 부축하며 담담하게, “노마님, 전 마님도 도와드리지 못하는데 늑대를 어떻게 돕겠어요. 살고 싶으시면 죽 드세요.”“해독제 내놔……”할머니는 흥분이 심장에 미치고 배가 흔들리는 바람에 기혈이 뒤틀리고 위장이 뒤집히면서 하마터면 토할 뻔 했다.“비상이에요. 해독제는 없어요. 이정도 양이면 화타와 편작이 같이 살아 돌아와도 늑대 못 살려내요.” 풍야는 한 손으로
장한 늑대와 안풍친왕눈 늑대는 천천히 바닥에 엎드려 눈에 붉은 불꽃도 사라지고 대신 온순하고 말 잘 듣는 순둥이로 돌아와 있었다.할머니는 풍야의 몸에서 나는 피비리내를 맡고 힘겹게, “날 놔줘요. 어서 가서 지혈하게. 피를 많이 흘리면 죽을 수도 있어요.”늑대한테 입은 상처라니 풍야의 일생 최대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비록 눈 늑대가 지금 엎드려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꽉 붙잡고 자신이 나가는 걸 엄호하게 한 뒤에 할머니를 선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풍야는 가리개 밖에서 눈 늑대를 노려보고 살의를 번뜩이며 왜 아직 독이 발작하지 않는지 의혹이 들었다.좋아, 조금 더 살게 해 주지. 독으로 죽지 않아도 널 죽일 테니까. 풍야는 이를 갈며 바로 지혈하러 갔다.할머니는 몸을 일으켜 눈 늑대를 끌어안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긴장도 돼서, “중독됐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 비상이 엄청 많던데 진짜 목숨이 위태로워.”하지만 눈 늑대는 귀를 쫑긋 세우고 바닥에 앉아 앞발을 할머니 어깨에 올리고 의기양양한 것이 전혀 중독된 모습이 아니다.할머니는 이상하단 생각에 눈 늑대의 머리를 안고 눈을 들여다 보고, 심장 소리를 들어봐도 전혀 중독된 것 같지 않다.“너 진짜 대단하구나!” 할머니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눈 늑대는 머리를 쳐들고 칭찬해 달라는 포즈를 취했다.“하지만 다시는 사람을 물어서는 안돼. 만약 또 사람을 물면 저들이 전력을 다해 우리를 상대할 거야. 그럼 우리 처지는 비참해진단다.” 눈 늑대는 바닥에 엎드려 ‘우우’하고 우는 게 당연히 알고 있다며 안 그랬으면 아까 여자를 물어 죽였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만두 늑대는 사람을 물어 죽이면 강 한가운데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만큼 지혜로웠다.풍야는 오 나리에게 눈 늑대에게 독을 먹였으나 소용없어서 독이 발작하는 대신 자기를 물었다고 알렸다.오 나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독에 안 죽었다고? 일반적인 늑대는 아니군. 넌 괜히 늑대 건드려서 쓸데없
안풍친왕과 유친왕안풍친왕이 평소처럼, “이 일이 있은 뒤 조정과 후궁에 함구령을 내리고 실록에도 싣지 못하게 해서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다 보니 잘못된 부분이 생긴 모양이야. 당시 헌제께서 아직 붕어하지 않으셨고 정신도 또렷하셨지. 성지를 내리실 때 나이 든 신하 두셋이 그 자리에 있었고 황실 사람도 누군가 있었어.”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기고, “전하의 말씀에 따르면 휘종제께서는 오히려 유친왕을 위해 누명을 벗겨 주신 셈인데 보친왕은 왜 휘종제 무덤을 파내야 했을까요?”‘복수를 위해서라면 헌제께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아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내가 방금 말한 대로 많은 사람들이 휘종제의 생각이라고 오해하고 있어. 휘종제께서 등극하시고 얼마 되지 않아 유친왕 전하의 누명이 벗겨졌으니 다들 휘종제께서 짐짓 태평한 척, 자신이 숙부를 살해한 죄를 덮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거지. 휘종제께서 더러운 면을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신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황실을 위해서 였어. 당시 유친왕은 역심을 품고 모반을 하려 했거든.”우문호가 깜짝 놀라, “정말 모반을?”“그래, 재산몰수와 일가 참수는 확실히 중한 벌이지. 하지만 유친왕은 조금도 억울하지 않아. 억울한 걸로 치면 그와 같이 죽은 가족과 신하들이지. 이 일은 당시 많은 것에 연루되어서 유친왕 외에 십여명의 조정 관리의 목이 떨어졌는데 그들은 다 임금의 자리를 찬탈하는데 가담한 자들이야.”“그렇게 심각했나요?” 우문호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십여명의 관원이 같이 목이 날아갔다는 건 북당 왕조가 생긴 이래 가장 심각한 사건이나 이 일은 뜻밖에도 감춰진 채로 실록에는 간단하게 약술되었고 마지막엔 심지어 억울한 누명을 벗겨준 것으로 되어 이 사건은 억울하게 모함을 당한 사건으로 남아 있다.“그렇게 심한 죄를 어떻게 누명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까? 누명이라고 치부한다는 건 곧 헌제께서 잘못 판결하신 셈이 되지 않습니까?” 원경릉이 옆에서
안풍친왕 부부가 말하는 진실우문호는 안풍친왕 부부가 말년에도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부러웠으나 원경릉은 의미심장하게 안풍친왕을 흘깃 봤다.안풍친왕비의 눈빛이 원경릉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 담담하게, “네가 생각하는 그렇게 멋진 얘기 아니야.”원경릉이 바로 ‘깨갱’하며, “알겠습니다!”“무슨 멋진?” 우문호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물었다.원경릉이 목청을 가다듬더니, “일단 왕비 마마 말씀을 들어보자.”우문호는 안풍친왕비가 계속 얘기하길 기다렸다.“그들 모자를 구한 뒤 먼저 안전하게 숨겨뒀다가 일이 잠잠해지면 경성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보친왕의 어미는 조정 사람이 자신을 찾아낼 까봐 두려워서 날이 어두울 때 몰래 상인들 틈에 섞여 성에서 도망쳤어. 걔를 별장에 남겨두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사람들에게 아이를 하나 주웠다고 하고 우리 집에 데리고 와서 직접 키웠지. 걔는 내 품에서 자랐는데 당시 이 사건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져 있어서 걔 앞에서 언급하는 자가 없었지. 휘종제께서 이 사건의 누명을 벗겨 줄 때까지 말이야. 그제서야 내가 대략의 과정을 걔에게 얘기해 줬고 자세한 건 얘기하지 않았어. 어쨌든 그 속엔 더럽고 잔인한 일이 많으니. 걔는 당시 아직 어려서 얘기를 듣고 상처를 받았었는데 금방 다시 회복 했어. 모반이 대역죄라는 걸 알고 비록 연루된 가족을 생각하면 괴롭지만 휘종제는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에 지은 모반의 오점을 말끔히 씻어주어서 그 아이를 원래 부모에게 입적 시켜 주셨지. 그래서 조정에 원한이 없었는데 오랫동안 은밀하게 계획을 세웠 다니 믿을 수가 없어. 북당이 그동안 수차례의 위기를 겪어왔는데, 복수하자면 좋은 기회가 벌써 있고도 남았어. 왜 미적미적 행동하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야?”“그럼 마마께서 생각하시기엔 그가 언제부터 원한을 품기 시작했을까요?” 우문호가 물었다.왕비가, “분명 최근일 거야. 속일 수 없겠네, 지난 몇 년간 우리 부부는 계속 서절에 있었어. 2년전 경성으로 돌아와 매화 산장에서 살았지만. 우리가 서절
보친왕을 편드는 안풍친왕비우문호는 원경릉과 태후의 일을 상의했던 게 생각나서,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이 있는데, 보친왕이 왕릉에 수작을 부려 고의로 우리가 휘종제의 시신을 도난 당했다는 것을 알게 했다면 그는 황조모께서 붕어하실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그가 설마……”왕비는 바로 우문호의 생각을 부정하고, “아니, 그냥 우연일 뿐이야, 태후 마마께서 병으로 서거하지 않으셨어도 다른 방법으로 너희에게 알렸을 테니까. 걔는 모반을 하려는 게 아니고 우문씨 집안의 강산을 못 쓰게 만들 생각도 없어. 그저 마음이 달갑지 않아서 아버지를 위해 정의를 되찾아 드리고 싶은 거지. 그래서 휘종제의 시신을 훔쳐간 거고, 병여도도……”왕비가 여기까지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미간을 서서히 찌푸렸다.우문호는 왕비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 “뭔가 떠오르신 건 아닌가요?”왕비가 고개를 흔들며, “아니, 내가 잘못 봤을 리 없다고 믿어. 어쨌든 내가 키운 아이니까. 걔는 천성이 나쁜 사람이 아닌 걸 알아.”우문호는 안풍친왕비가 과단성이 있고 똑똑한 데다 공평무사하다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 기른 정에 이끌려 객관성이 떨어진다.안풍친왕 표정이 일관되게 엄숙하고 냉정한 것이 왕비의 말에 맞장구를 치지 못하는 한 가닥 찜찜함이 느껴졌다.그래서 우문호는, “왕야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안풍친왕은, “일단 서둘러 결론을 내릴 필요 없이 내가 걔와 만나고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우문호가 바로, “마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안풍친왕이 느긋하게, “서두를 필요 없네. 일단 이 삼일 뒤에 가도 늦지 않아.”우문호가 급해서, “이틀을 더 기다려요? 못 기다릴 것 같습니다. 보친왕이 노마님을 납치해 갔어요. 노마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험한 꼴을 견디지 못하십니다.”원경릉도 애가 타서 간절하게, “왕야, 조만간 그를 만나실 건데 조금 일찍 만나시면 안 될까요?”안풍친왕이 금빛 호랑이 머리를 쓰다듬자 호랑이가 천천히 일어나 앞발을 앞으로 쭉 뻗어 위세가 등등한 자세를 지었다.
할머니의 안위우문호와 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란 것이 홍엽과 결탁했다고? 그건 외적과 결탁했다는 소리잖아?우문호가 보친왕에게 물었을 때, 마지못해 다음 계획을 선택했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어쩌면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보친왕은 아직 한쪽 날개를 다 펴지도 못했는데 일찍 신분이 드러나는 바람에 사적으로 병장기를 제조할 수 없어 전투력 규모를 발전시킬 수 없으므로 본인의 힘으로 모반을 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보친왕이 복수를 포기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북당에 심각한 타격을 주려면 적과 내통해 병여도를 선비족이나 북막에 준다면 북당은 대주에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며, 북막과 선비족이란 두 강대국과 직면해 고립무원이 처할 것이 틀림없다.만약 보친왕이 선비족과 결탁했다면 그는 일찍 이런 수를 남겨두고 홍엽과 연합전선을 유지했을 것이다. 작년에 홍엽이 왔을 때 넷째와 접촉한 적이 있어서 당시엔 넷째만 대비했지 홍엽이 접촉한 건 어쩌면 넷째가 아니라 보친왕이었을 지도 모른다.왕비는 원경릉이 근심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의 안위는 안심해도 돼, 눈 늑대가 같이 갔으니 위험한 순간 눈 늑대가 할머니를 구할 거야. 그리고 할머니께서 서절 땅을 밟을 때까지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니 아무도 할머니를 해치지 못해.”“하지만 서절은 물길을 따라 간다는데 눈 늑대가 따라간다는 보장이 없어서.” 원경릉이 걱정스레 말했다.“따라갔어, 지금 배에 있어.” 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이 놀라서, “어떻게 아세요? 배에 마마 사람이 있나요?”왕비가 미소를 지으며, “눈 늑대는 전부 GPS를 차고 있거든.”“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원경릉이 경악하며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여기엔 위치 측정 시스템이 있을 리 없고 안풍친왕비가 어딘 가에서 꺼낸 칩을 이식했다고 해도 여기엔 현대문명이 전무한데 어떻게 위치 추적이 가능하단 말이야?왕비가 미소를 지으며, “비유적으로 말한 거야. 난 걔들의 어머니라 자연스레 걔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어.”우문호는 여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