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친왕의 목적우문호는 이미 옷자락 떨치고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말해!”보친왕이 소매속에서 옥가락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고 천천히 돌아서서 냉담한 말투로, “이상하지 않아? 대주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병여도를 다시 보내오지 않는지?”우문호는 확실히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몇달 전에 사람을 보냈는데 보낸 자는 돌아오지 않고 아무 소식도 없어, 두번째 사람을 보냈으나 역시 소식이 없었다.“당신, 사신을 죽여버렸나?” 우문호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보친왕이 고개를 흔들며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죽었지, 하지만 나도 부질없는 짓을 했어. 병여도는 진정정의 손에만 있는데, 대주에 변고가 나고 진정정 부부에게 일이 생겨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거든. 그러니 네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보내도 병여도를 가지고 올 수 없지. 병여도는 지금 내 수중에 딱 한 부 있어. 너희와 대주가 동맹을 맺어서 이미 선비족과 북막에 미운 털이 박혔으니, 만약 너희들이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북막과 선비의 밥이 돼서 심하게 유린당할 걸. 어때 내가 북당의 생명줄을 쥐고 있지? 넌 말야, 두번째 가능성을 잘 생각해 보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서절로 보내지 말고. 그럴 필요 없어. 난 군사를 일으킬 생각도 없고 서절은 포기했거든.”“그러니까 아직 당신 목적이 뭔 지 얘기 안 했어!”“가라,” 보친왕이 하품을 하며, “난 졸려, 내일 안풍친왕이 오면 정의를 따져야 되거든. 만약 정의가 세워지면 너희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 직접 앞으로 가서 우문호에게 문을 열어주며 하인을 부르더니, “태자 전하께서 가신다!”칠흑 같은 어둠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을 봤다. 고개를 숙이고 우문호에게 예를 취하며, “태자 전하 나가시지요!”우문호가 보니 아는 사람이다. 이자는 보친왕의 가신 박집(朴集)으로 보친왕의 예전 모습처럼 온화하고 자애로운 분위기지만, 지금은 검은 옷을 휘감고 싸늘한 얼굴로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고 스르륵 걸어오는 것이 상당한 무공 고
격분“이렇게 오랜 시간 아무도 보친왕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야?”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올해 40~50정도 되지 않았어?” 이렇게 오랜 시간 잠복해 있었는데 아무도 모르다니 보친왕이 연기를 잘한 거야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위기 의식이 없었던 거야?”“아무도 보친왕을 대비하지 않았어. 왜냐면 봉토가 있었고 계속 경성에 있었고, 서절은 거의 가지 않았거든. 거기다 조정의 정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데다 출사할 의사도 전혀 없고 누가 이런 돈 많은 한량을 대비 하겠어?”원경릉이 생각해 봐도 그렇다. 황실 일족은 지금까지 사람 수가 많아 충분히 감독할 수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특히 조금의 허점도 드러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주목을 끌기 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병여도를 훔쳐 간 건 병기를 제조해서 모반을 일으키려고 한 거야?”우문호가, “물어봤는데, 원래는 확실히 그럴 생각이었다는 군. 나중에 다바오에게 물리고 우리의 주의를 끌면서 계획을 바꿨데.”“계획을 바꿨다고? 어떻게?” 원경릉이 천천히 생각해 보더니, “보친왕이 할머니를 납치해 간 건 당신이나 나를 위협하려는 게 아니라, 분명 할머니가 병여도와 병장기를 제조하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 거야. 하지만 군사를 일으켜 모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면…… 누군가와 거래하려는 게 아닐까? 병여도와 할머니를 누군가에게 말이야?”“보친왕이 말이 진정정 부부에게 의외의 일이 생겨서 병여도는 오직 자기 거 한 부라고. 하지만 병여도만 보고 무기를 제조해 내기 어렵거든, 그래서 할머니와 병여도를 한 벌로 해서 진정한 병여도가 되는 거지. 적어도 보친왕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내 추측에 당신이 애기한 그 상황 아니면 안풍친왕과 거래를 하려는 게 아닐까. 만약 후자라면 이 거래는 진짜 엄청난 거지.”“진정정 부부에게 무슨 의외의 일이 일어난 거야?” 원경릉이 황급히 물었다.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아직 몰라, 그러고보니 나도 한동안 진정정의 편지를 못 받았어. 대주
배에 탄 할머니와 눈 늑대명원제는 금군에게 보친왕부를 포위하라는 어명을 내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휘종제의 시신이 도난당한 일을 떠벌리지 못하게 했다. 만약 북당의 백성이나 다른 나라에서 알 경우 우문 왕조에 있어 씻어낼 수 없는 오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명원제는 불같이 화가 나서 보친왕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죽여도 아깝지 않지만, 분을 삭이고 안풍친왕이 도착해 보친왕과 담판 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명원제는 경성에 야간 통행 금지를 명하고 성문을 출입하는 자를 면밀히 검사해 의심스러운 자가 있으면 일단 끌고가서 엄중히 조사했다.상선 한 척이 강을 따라 내려오는데 서절 방향으로 가고 있다.상선은 상당히 컸지만 선채가 깊이 잠기지 않는 것으로 볼 때 배에 화물이 많이 실려 있지 않고 물결을 따라 내려가서 속도가 매우 빠르다.돛대의 돛이 바람을 받아 펄럭이고, 갑판에는 사람이 지키고 있는데 미동도 하지 않고 사방의 수면을 주시하는 것이 마치 따라오는 선박에 대비하는 듯 일반적인 상선과 비교해 상당히 수상해 보였다.더욱 수상한 점은 돛대 아래 눈처럼 흰 늑대가 엎드려 있는 것으로, 늑대의 귀가 쫑긋하고 눈은 붉은데 조용히 엎드려 움직이지 않고 두명의 선원과 대치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었다.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가 갑판으로 나와 눈 늑대를 흘겨보며 경계하더니 두명의 선원에게, “지켜봐, 다른 자가 쫓아 올지도 모른다.”“알겠습니다. 오 나리!” 선원 한명이 대답했다.다른 한명이 눈 늑대를 보고, “오 나리, 어떻게 처리할 까요?”오 나리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이 배에 고수는 열명이 되지 않고 늑대와 한 시진 가까이 싸웠는데 늑대의 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으니 어쩌란 말인가?“어쨌든 고작해야 들짐승인데 설마 사람을 구할 수 있겠느냐?” 오 나리가 콧방귀를 뀌며, “신경 쓰지 마라, 서절 부두에 도착하면 강에 밀어버릴 방법을 생각해서 익사 시켜.”“지금도 강에 못 빠뜨리는데 부두에 가면 더 못 건드릴 거 같은데요.”오 나리는 귀찮
눈 늑대에게 비상을?눈 늑대는 쫑긋하게 세운 귀를 천천히 늘어뜨리고 침대 곁에 엎드려 지키고 있다.이때 누가 들어왔는데 석류색으로 붉은 옷을 입은 여자로 손에는 죽과 고기가 놓인 쟁반을 받쳐들고 있다.눈 늑대는 뒤로 몸을 뻗더니 여자 앞으로 뛰어 올라 착지했다. 여자 이름은 풍야(馮若)로 보친왕부의 평범한 시녀 중 하나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신분은 자객으로 거금을 받고 보친왕부에 속한 사람이다.풍야는 방금 만두 늑대와 얽혀 싸워 봐서 능력이 어떤 지 알고 있었는데 방금 힘차게 하늘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속으로 다시 흠칫했다. 하지만 늑대 감정을 상하게 해서 대사를 그르치지 말라는 오 나리의 분부가 있었으므로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쟁반을 내밀며, “먹을 걸 가지고 왔어, 고기 먹고 싶지?”풍야는 고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생고기는 피가 뚝뚝 흐르고 약 3~4근은 돼 보이는데 생고기 표면에 흰색 가루가 발라져 있다. 만두 늑대는 상당히 배가 고파서 한 입 베어 물더니 먹기 시작했다.“안돼……”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며 고기에 묻은 가루를 보고 얼른 못 먹게 말렸지만 만두 늑대는 이미 먹기시작해 할머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서너 입에 고기를 홀랑 다 먹어 치웠다.풍야는 음산한 웃음을 짓고 죽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그래봤 자 들 짐승이지, 사람한테 덤벼 봤지?”“너…… 얘한테 독을 탄 거냐? 무슨 독이야? 해독제는?” 할머니가 다급하게 묻는데 두통이고 뭐 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 걸어오더니 풍야의 소맷자락을 잡아 끌며, “해독제 내놔, 해독제!”풍야는 할머니를 부축하며 담담하게, “노마님, 전 마님도 도와드리지 못하는데 늑대를 어떻게 돕겠어요. 살고 싶으시면 죽 드세요.”“해독제 내놔……”할머니는 흥분이 심장에 미치고 배가 흔들리는 바람에 기혈이 뒤틀리고 위장이 뒤집히면서 하마터면 토할 뻔 했다.“비상이에요. 해독제는 없어요. 이정도 양이면 화타와 편작이 같이 살아 돌아와도 늑대 못 살려내요.” 풍야는 한 손으로
장한 늑대와 안풍친왕눈 늑대는 천천히 바닥에 엎드려 눈에 붉은 불꽃도 사라지고 대신 온순하고 말 잘 듣는 순둥이로 돌아와 있었다.할머니는 풍야의 몸에서 나는 피비리내를 맡고 힘겹게, “날 놔줘요. 어서 가서 지혈하게. 피를 많이 흘리면 죽을 수도 있어요.”늑대한테 입은 상처라니 풍야의 일생 최대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비록 눈 늑대가 지금 엎드려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꽉 붙잡고 자신이 나가는 걸 엄호하게 한 뒤에 할머니를 선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풍야는 가리개 밖에서 눈 늑대를 노려보고 살의를 번뜩이며 왜 아직 독이 발작하지 않는지 의혹이 들었다.좋아, 조금 더 살게 해 주지. 독으로 죽지 않아도 널 죽일 테니까. 풍야는 이를 갈며 바로 지혈하러 갔다.할머니는 몸을 일으켜 눈 늑대를 끌어안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긴장도 돼서, “중독됐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 비상이 엄청 많던데 진짜 목숨이 위태로워.”하지만 눈 늑대는 귀를 쫑긋 세우고 바닥에 앉아 앞발을 할머니 어깨에 올리고 의기양양한 것이 전혀 중독된 모습이 아니다.할머니는 이상하단 생각에 눈 늑대의 머리를 안고 눈을 들여다 보고, 심장 소리를 들어봐도 전혀 중독된 것 같지 않다.“너 진짜 대단하구나!” 할머니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눈 늑대는 머리를 쳐들고 칭찬해 달라는 포즈를 취했다.“하지만 다시는 사람을 물어서는 안돼. 만약 또 사람을 물면 저들이 전력을 다해 우리를 상대할 거야. 그럼 우리 처지는 비참해진단다.” 눈 늑대는 바닥에 엎드려 ‘우우’하고 우는 게 당연히 알고 있다며 안 그랬으면 아까 여자를 물어 죽였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만두 늑대는 사람을 물어 죽이면 강 한가운데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만큼 지혜로웠다.풍야는 오 나리에게 눈 늑대에게 독을 먹였으나 소용없어서 독이 발작하는 대신 자기를 물었다고 알렸다.오 나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독에 안 죽었다고? 일반적인 늑대는 아니군. 넌 괜히 늑대 건드려서 쓸데없
안풍친왕과 유친왕안풍친왕이 평소처럼, “이 일이 있은 뒤 조정과 후궁에 함구령을 내리고 실록에도 싣지 못하게 해서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다 보니 잘못된 부분이 생긴 모양이야. 당시 헌제께서 아직 붕어하지 않으셨고 정신도 또렷하셨지. 성지를 내리실 때 나이 든 신하 두셋이 그 자리에 있었고 황실 사람도 누군가 있었어.”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기고, “전하의 말씀에 따르면 휘종제께서는 오히려 유친왕을 위해 누명을 벗겨 주신 셈인데 보친왕은 왜 휘종제 무덤을 파내야 했을까요?”‘복수를 위해서라면 헌제께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아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내가 방금 말한 대로 많은 사람들이 휘종제의 생각이라고 오해하고 있어. 휘종제께서 등극하시고 얼마 되지 않아 유친왕 전하의 누명이 벗겨졌으니 다들 휘종제께서 짐짓 태평한 척, 자신이 숙부를 살해한 죄를 덮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거지. 휘종제께서 더러운 면을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신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황실을 위해서 였어. 당시 유친왕은 역심을 품고 모반을 하려 했거든.”우문호가 깜짝 놀라, “정말 모반을?”“그래, 재산몰수와 일가 참수는 확실히 중한 벌이지. 하지만 유친왕은 조금도 억울하지 않아. 억울한 걸로 치면 그와 같이 죽은 가족과 신하들이지. 이 일은 당시 많은 것에 연루되어서 유친왕 외에 십여명의 조정 관리의 목이 떨어졌는데 그들은 다 임금의 자리를 찬탈하는데 가담한 자들이야.”“그렇게 심각했나요?” 우문호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십여명의 관원이 같이 목이 날아갔다는 건 북당 왕조가 생긴 이래 가장 심각한 사건이나 이 일은 뜻밖에도 감춰진 채로 실록에는 간단하게 약술되었고 마지막엔 심지어 억울한 누명을 벗겨준 것으로 되어 이 사건은 억울하게 모함을 당한 사건으로 남아 있다.“그렇게 심한 죄를 어떻게 누명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까? 누명이라고 치부한다는 건 곧 헌제께서 잘못 판결하신 셈이 되지 않습니까?” 원경릉이 옆에서
안풍친왕 부부가 말하는 진실우문호는 안풍친왕 부부가 말년에도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부러웠으나 원경릉은 의미심장하게 안풍친왕을 흘깃 봤다.안풍친왕비의 눈빛이 원경릉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 담담하게, “네가 생각하는 그렇게 멋진 얘기 아니야.”원경릉이 바로 ‘깨갱’하며, “알겠습니다!”“무슨 멋진?” 우문호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물었다.원경릉이 목청을 가다듬더니, “일단 왕비 마마 말씀을 들어보자.”우문호는 안풍친왕비가 계속 얘기하길 기다렸다.“그들 모자를 구한 뒤 먼저 안전하게 숨겨뒀다가 일이 잠잠해지면 경성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보친왕의 어미는 조정 사람이 자신을 찾아낼 까봐 두려워서 날이 어두울 때 몰래 상인들 틈에 섞여 성에서 도망쳤어. 걔를 별장에 남겨두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사람들에게 아이를 하나 주웠다고 하고 우리 집에 데리고 와서 직접 키웠지. 걔는 내 품에서 자랐는데 당시 이 사건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져 있어서 걔 앞에서 언급하는 자가 없었지. 휘종제께서 이 사건의 누명을 벗겨 줄 때까지 말이야. 그제서야 내가 대략의 과정을 걔에게 얘기해 줬고 자세한 건 얘기하지 않았어. 어쨌든 그 속엔 더럽고 잔인한 일이 많으니. 걔는 당시 아직 어려서 얘기를 듣고 상처를 받았었는데 금방 다시 회복 했어. 모반이 대역죄라는 걸 알고 비록 연루된 가족을 생각하면 괴롭지만 휘종제는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에 지은 모반의 오점을 말끔히 씻어주어서 그 아이를 원래 부모에게 입적 시켜 주셨지. 그래서 조정에 원한이 없었는데 오랫동안 은밀하게 계획을 세웠 다니 믿을 수가 없어. 북당이 그동안 수차례의 위기를 겪어왔는데, 복수하자면 좋은 기회가 벌써 있고도 남았어. 왜 미적미적 행동하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야?”“그럼 마마께서 생각하시기엔 그가 언제부터 원한을 품기 시작했을까요?” 우문호가 물었다.왕비가, “분명 최근일 거야. 속일 수 없겠네, 지난 몇 년간 우리 부부는 계속 서절에 있었어. 2년전 경성으로 돌아와 매화 산장에서 살았지만. 우리가 서절
보친왕을 편드는 안풍친왕비우문호는 원경릉과 태후의 일을 상의했던 게 생각나서,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이 있는데, 보친왕이 왕릉에 수작을 부려 고의로 우리가 휘종제의 시신을 도난 당했다는 것을 알게 했다면 그는 황조모께서 붕어하실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그가 설마……”왕비는 바로 우문호의 생각을 부정하고, “아니, 그냥 우연일 뿐이야, 태후 마마께서 병으로 서거하지 않으셨어도 다른 방법으로 너희에게 알렸을 테니까. 걔는 모반을 하려는 게 아니고 우문씨 집안의 강산을 못 쓰게 만들 생각도 없어. 그저 마음이 달갑지 않아서 아버지를 위해 정의를 되찾아 드리고 싶은 거지. 그래서 휘종제의 시신을 훔쳐간 거고, 병여도도……”왕비가 여기까지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미간을 서서히 찌푸렸다.우문호는 왕비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 “뭔가 떠오르신 건 아닌가요?”왕비가 고개를 흔들며, “아니, 내가 잘못 봤을 리 없다고 믿어. 어쨌든 내가 키운 아이니까. 걔는 천성이 나쁜 사람이 아닌 걸 알아.”우문호는 안풍친왕비가 과단성이 있고 똑똑한 데다 공평무사하다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 기른 정에 이끌려 객관성이 떨어진다.안풍친왕 표정이 일관되게 엄숙하고 냉정한 것이 왕비의 말에 맞장구를 치지 못하는 한 가닥 찜찜함이 느껴졌다.그래서 우문호는, “왕야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안풍친왕은, “일단 서둘러 결론을 내릴 필요 없이 내가 걔와 만나고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우문호가 바로, “마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안풍친왕이 느긋하게, “서두를 필요 없네. 일단 이 삼일 뒤에 가도 늦지 않아.”우문호가 급해서, “이틀을 더 기다려요? 못 기다릴 것 같습니다. 보친왕이 노마님을 납치해 갔어요. 노마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험한 꼴을 견디지 못하십니다.”원경릉도 애가 타서 간절하게, “왕야, 조만간 그를 만나실 건데 조금 일찍 만나시면 안 될까요?”안풍친왕이 금빛 호랑이 머리를 쓰다듬자 호랑이가 천천히 일어나 앞발을 앞으로 쭉 뻗어 위세가 등등한 자세를 지었다.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