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1591화

Author: 유애
안풍친왕비와 보친왕

하지만 보친왕의 말에 안풍친왕은 당혹스럽다 못해 전혀 감이 안 잡힌다고 느꼈다.

겉으로 보면 이미 북당에 침투해 있고, 보친왕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건 홍엽인데 보친왕은 기어코 북막의 진씨 집안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다.

안풍친왕 일생 중 지난 30년을 전부 북막 진씨 집안과 싸우며 보냈다.

그래서 알 수 있다. 진씨 집안은 음모나 계략엔 서투르고, 무력과 전투력만 믿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침투하는 건 진씨 집안 솜씨가 아니며, 진씨 집안은 이 일을 할 수도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랜 시간 포석을 갖추고 잠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십년 전의 일에 대한 앙금을 읽어내 글로 풀어야 하는데 진씨 집안에겐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보친왕의 진지한 얼굴을 보면 거짓말 같지도 않다.

이건 뭔가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해!

“네 죄는 천인공로 할 대죄로 널 어떻게 처리할지는 황제께서 결정하실 거다. 네 자신이 벌인 일의 죄과는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안풍친왕이 보친왕에게 말했다.

보친왕은 안풍친왕비를 향해 무릎을 꿇고 절하며 슬픔과 후회가 가득한 목소리로,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안풍친왕비는 눈을 감았지만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잠시 후 안풍친왕비가 눈을 뜨고 안풍친왕에게, “먼저 돌아가세요. 전 여기 며칠 있으려고요. 마당에 대추가 익었던데 맛이 그립네요.”

안풍친왕이 왕비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나갔다.

보친왕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안풍친왕비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보친왕을 보지 않고 문 밖에서 안으로 아주 조금씩 더 안으로 비춰 드는 햇살만 본다.

“일어나거라!” 안풍친왕비가 마침내 보친왕에게, “남강의 무고 환술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집념으로 작동되는 거지. 그 말은 네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가 한 말을 완전히 믿은 적이 없었다는 말이고, 그게 누군가가 틈탈 기회가 됐구나.”

보친왕이 몸을 부르르 떨며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안왕과 위왕은 왕릉 순장 구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1592화

    홍엽을 만난 우문호어떤 사람은 멋대로 날뛰고 흉악한 표정을 지어도 악의가 없다고 느껴지고, 반대로 또 어떤 사람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자애롭고 선한 눈짓을 해도 위험인물이라는 경계심이 드는 사람이 있다.홍엽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우문호가 아직 대답하기도 전에 마차 가리개가 훅 젖혀지며 만두 늑대가 고개를 내밀더니 바닥에 뛰어내려 우문호 앞에서 발라당 누워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그리고 가리개가 다시 젖혀지더니 할머니가 얼굴을 내밀고 기쁜 듯, “태자 전하!”우문호는 장검을 칼집에서 꺼내 홍엽을 가리키며 싸늘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네가 할머니를 납치했나?”칼날이 날카로운 빛을 발하며 홍엽의 목을 겨누자 흰 피부에 푸른 혈관이 또렷하게 보이는데, 조금만 옆으로 비껴도 칼날이 피부를 가르며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 만들 태세다. 홍엽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우문호가 손을 쓰지 않을 거란 걸 아는 듯, 여전히 해맑은 미소가 걸려 있다. “태자 전하 오해 십니다. 딱 그 반대의 경우지요. 제가 노마님을 구해드린 겁니다.”서일이 달려가 할머니를 부축해 내려오며 화난 목소리로, “그런 선한 마음을 품었을 리가 있나? 노마님을 납치해 간 건 분명 당신이야.”할머니가 얼른 해명하며, “아니, 아니야, 이 젊은이가 날 구해줬어.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네.”우문호가 홍엽을 노려보자 홍엽은 눈을 굴리며 다른 데를 보는데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고 더도 덜도 말고 딱 적당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있다.우문호가 검을 거두었으나 여전히 예리한 눈빛으로, “그런 가요, 그거 참 절묘합니다. 내가 막 노마님을 구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공자께서 한 걸음 빠르셨군요.”“가다가 우연히 목격했을 뿐이니 태자 전하께서는 굳이 감사하실 정도 아닙니다.” 홍엽이 정색하고 느긋하게 말했다.우문호가 칼을 칼집에 넣으며 담담하게,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하지 않도록 하죠, 그럼 이만!”서일에게 노마님을 말에 태우라고 했다.“태자 전하!” 홍엽이 불렀다.우문호가 막 말

  • 명의 왕비   제 1593화

    홍엽과 우문호의 신경전홍엽이 명랑하게 웃으며, “그거 잘 됐네요. 가는 길 내내 태자 전하와 함께 할 수 있다니 지겹지 않겠습니다.”“그러게요. 얘기를 나눌 수 있겠군요. 공자께서는 어떻게 마침 딱 노마님을 구하신 겁니까?” 서일은 어리둥절했다. 전하의 말은 무슨 뜻이지? 홍엽을 나쁜 놈이라고 했다가, 또 홍엽을 데리고 경성을 들어간다고 하고. 게다가 두 사람이 말하는 태도가 사뭇 화기애애 한 것이 이해가 안간다.서일이 자기 말을 홍엽에게 주고 마차를 몰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에 우문호가 마차에 올라 할머니께 안부를 묻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할머니가 우문호의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저 젊은이가 우아해 보이지만 무공이 굉장해. 배에서 내린 뒤 우리는 육로로 서절까지 갔는데, 기슭에 세워져 있던 마차에 태워 어느 집에 가두더군. 첫날 밤에는 아무 일 없다가 둘째날에 그 풍야라는 아가씨가 우리 늑대를 죽이려고 마당에 고기를 떨어뜨려 놓고 늑대를 유인해 내는데 수많은 사람이 늑대를 때려 죽이려고 매복을 하고 있고, 난 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지. 엄청난 소리만 들리고 잠시 후 늑대가 문을 부수고 나를 꺼내 줬어. 그때 이 젊은이와 그들이 싸우는 걸 봤는데 젊은이가 몇 사람을 죽이고 결국 곤경에서 우리를 구해 마차로 도망 시켰지. 우리는 거기를 빠져나가서 객잔에서 하룻밤 묵고 오늘 비로소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른 걸 세.”우문호가 듣더니, “놀라셨겠습니다.”할머니가 웃으며, “처음엔 좀 놀랐는데 뒤엔 늑대가 따라와서 안 무서웠어. 배에선 아무도 날 괴롭히지 못하게 해서 고생도 겁날 일도 없었지.”말을 하며 할머니는 눈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고 부드럽게 칭찬하며, “정말 생각도 못 했어. 늑대가 이렇게 총기가 있다니.”눈 늑대는 칭찬을 듣고 사정없이 꼬리를 흔들어 댔다.우문호가 한마디 꾸짖으며, “자중해. 넌 늑대야, 개냐 꼬리 흔들게?”눈 늑대는 우~하고 울더니 할머니 발치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다.“저 홍엽공자란 자는

  • 명의 왕비   제 1594화

    경성으로 돌아온 우문호경성으로 돌아오는 길, 늦가을 경치가 상당히 아름답다. 관도 양 옆은 반쯤 단풍이 든 나무가 늘어서 있고 옅은 노란색으로 물든 낙엽이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데 한층 또 한층 금빛 찬란하다.말은 매우 빨리 달릴 수 있지만 할머니의 몸이 마차가 까부르는 것을 견디지 못해 서일에게 천천히 몰라고 했다.홍엽공자는 마치 북당의 경치를 특별히 좋아하는듯 길을 따라가며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고, 가끔 말을 따라가는 걸 놓치기도 했다.특히 회관(回關)에 도착했을 때는 온 산과 들이 반은 단풍이 들고 반은 녹색인 것을 보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며, “전하께서 아까 제가 만약 낯선 땅에서 객사하면 하고 말씀하셨을 때 슬프고 처량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보니 여기서 죽는 것도 일종의 행복 아닐까요?”우문호는 홍엽이 산수를 보느라 넋이 나간 모습에 조금도 경계를 풀지 않고 오히려 이자의 마음이 음흉해 본심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공자께서 여기서 죽는 게 행복하다고 느끼시면 저는 말리지 않겠습니다.” 우문호는 시선을 거두고 말을 달렸으며, 홍엽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웃었다.명원제는 보친왕에게 첫번째 처벌이 내려져 친왕의 봉호를 박탈했다.보친왕은 당초 휘종제가 책봉한 것으로 그가 어릴 때 친왕의 자리를 허락했다. 규정에 따르면 황제의 아들만 친왕으로 책봉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당시 유친왕은 모반하지 않았어도 보친왕은 고작해야 군왕에 봉해질 수 있었다.휘종제는 이 조카에게 한량없는 황은을 베풀었고 그의 충심과 경건한 마음을 결코 바꾼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왕릉의 무덤을 파헤쳐 휘종제의 시체를 훔쳐 가다니 명원제가 어찌 진노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보친왕을 죽여도 할 말이 없다.하지만 병여도를 아직 찾아오지 못했고, 그 일은 아직 완벽한 조사 결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명원제는 잠시 그의 목숨을 살려 두기로 했다.우문호 일행이 오주(梧州)에 도착하자 구사가 사람을 데리고 맞으러 와서 보고하고 정보를 교환한 후, 우문호는 할머니와

  • 명의 왕비   제 1595화

    병여도 사건에 대한 보친왕의 고백“박원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우문호는 전혀 믿기지 않아, “박원은 당신을 봤는데 만약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신분을 폭로하는 꼴이 되는 거 아닙니까?”보친왕이 담담하게, “정말 봤을까? 당시 칠흑같이 어두워서, 박원의 관찰력이 예민했다고 해도 내가 부인하기만 하면 누가 그의 말을 믿겠나? 내가 당시에 갑자기 그를 공격한 건 그저 말을 빼앗아 달아나기 위해서로 살인을 하려던 게 아니었어. 전체 큰 그림에서 살인하지 않을 수 있으면 나는 절대로 살인하지 않아.”“애민 정신이 철철 넘치게 말씀하시는 데 놀잇배 아가씨같이 왜 이러십니까? 잔인하게 사람을 죽였잖아요? 당신이 세운 일련의 계략에 일곱째도 말려들 뻔 하지를 않나, 심보가 아주 악하기가 이를 데가 없던 데요?”보친왕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맞아, 그 아가씨와 몸종은 내가 죽였네. 일곱째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그런 거지 무슨 악한 심보 때문은 아니야. 일곱째는 괜찮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단지 당시 국면이 어지러우면 어지러울 수록, 여러 사람이 연루되고 반대로 난 안전해 지거든.”“그럼 철패는요? 일부러 철패를 남겨두어 아바마마의 손발을 묶어 둔 것도 국면을 더욱 어지럽히기 위해?”보친왕이 한탄하며, “그 철패는 일찌감치 수중에 넣었던 거지. 만일 발각되더라도 이 철패가 우리집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쉽게 쓸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너희들이 내가 그날 밤 도망간 길을 추적해냈고, 놀잇배를 탄 것까지 알아냈어. 내 얼굴을 아는 아가씨와 몸종을 죽였지만 안심이 안됐네.”우문호가 차갑게, “안타깝게도 당신은 모르셨 더군요. 그날 당신을 접대한 건 오월이가 맞지만 오월이의 몸종은 아파서 오지 않고 버들이의 시녀가 대신했다는 사실을. 그래서 당신은 오월이와 몸종을 죽였지만 당신을 진짜로 본 사람은 버들이의 하녀였어요. 그녀가 당신이 남긴 철패를 주웠고요.”보친왕이 우문호를 보고 담당하게 웃으며,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우문호도 보친왕을 보고 갑자기

  • 명의 왕비   제 1596화

    보친왕과 접선한 자는 누구인가보친왕이, “북막 진씨 집안의 밀정이야. 기왕비는 자기가 똑똑하다고 자만하고 있었지만, 저택에 이미 사람이 잠입해 있었던 거야. 우문군이 강남 거상의 지원을 받으려고 자기 딸의 혼사를 거래 조건으로 삼아 기왕비를 격노하게 만들었지. 부부의 내분은 언젠가는 있을 일로 내가 마침 그 기회를 틈타 우문군을 희생시켰으나 조금도 안타깝지 않네. 우문군은 멍청하고 못 됐어. 내 손에 당하지 않아도 조만간 다른 사람 손에 당하게 돼 있는데 굳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우문군의 후궁 주명양과 당신은 왕래가 있었습니까?” 우문호가 다시 물었다.보친왕이 고개를 흔들며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주명양과 뭐 하러 왕래를 해? 걔가 뭘 할 수 있다고?”우문호가, “기왕비가 서재의 도난 사건을 꾸밀 때 사람을 시켜 소문이 밖에 세나가도록 했습니다. 당신들 사이에 접촉이 없었으면 주명양이 접촉한 사람은 바로 당신과 결탁한 자일 겁니다.”보친왕이 놀라서, “주명양이? 그건 몰랐어. 북막 사람은 자신들 방법이 있어서 주재상의 손녀를 찾더라도……”보친왕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래서 나와 접촉한 게 진짜 북막 사람이 아니다?”“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하고, 큰 그림대로 배치하고 각계 각층에 침투하는 게 북막 사람일 거라 생각합니까?”북막 사람은 사지 육신은 발달했지만 뇌는 단순해서, 무력과 전투를 숭상하고 싸워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략을 꾸미는 것 따위는 자기들이 먼저 못 견딜 게 틀림없다. 그러니 북당 재상의 손녀 주명양을 내부 첩자로 포섭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누구지?” 보친왕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다시 생각해 보세요. 당신과 접선한 사람이 선비족일 가능성은 없나요?”보친왕이 고개를 저으며, “나와 접선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건 진씨 집안의 영패였어. 그리고 진대장군의 친필 서신도 있었지. 절대로 잘못 봤을 리가 없어. 진씨 집안 영패는 내가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자네가 태자로 책봉될 때 북막

  • 명의 왕비   제 1597화

    주명양의 폭탄 선언“입구에 홍등을 걸어 놓으면 그자가 오기로 했지.”우문호는 망설였다. 지금 계획을 망친 가운데 홍등을 걸어도 올 리 만무하지만 홍등을 건 뒤 의심스러운 사람이 부근에 어슬렁거리는지 살펴 볼 수는 있다.그래서 우문호가 갈 때 보친왕부의 늙은 집사에게 입구에 홍등을 걸어 두라고 하고 홍매문 사람에게는 입구를 주목하고 있으라고 했다.이틀간 지켜봤으나 아무 결과가 없고 도리어 구사가 홍엽을 데리고 할머니를 경성에 보내 드려, 할머니를 태운 마차가 문 앞에 이르자 우문호가 직접 나가 맞이했다. 홍엽이 싱글벙글 웃으며, “외람되게도 선물을 미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일단 들어가서 방해하지 않고 있다가 며칠 후 선물을 준비한 뒤에 다시 태자 전하를 찾아 뵙겠습니다.”우문호는 홍엽의 악의 없이 수려한 외모를 보며 마음속으로 저자가 이 모든 일을 배후에서 지시했다는 생각에 아무 증거도 없지만, “선물은 됐고 공자께서 오셨으니 주인의 도리를 다해야 지요. 공자의 시중을 들 두 사람을 보내드리겠습니다.”홍엽이 인사하며 눈을 반짝이더니, “그러면 감사하죠. 저는 해복객잔(海福客棧)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하, 선물은 역시 보내야 하지요. 전하께서는 기다렸다가 받기만 하시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유유히 사라졌다.우문호는 탕양에게 염탐꾼 둘을 홍엽 신변에 붙여 살피라고 명했다.원래 주명양이란 끈은 가지고 있으려 했으나 지금 상대방이 추호도 틈을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주재상이 주명양을 직접 심문했으나 주명양은 한사코 불지 않고 입을 꾹 닫았다.주재상이 마음을 모질게 먹고 주명양의 입에서 뭔가를 끌어내기 위해 매를 들겠다고 하자 주명양이 그제서야 겁을 먹고 형장이 가해지자 날카로운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태자 전하, 태자 전하 절 구해주세요……”재상의 저택 사람은 다급히 태자를 청해 우문호가 왔을 때는 큰 마당에 모든 하인을 전부 물리고 주재상이 복도 태사의에 앉아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있었다.주명양이 마당에 꿇어 앉아 있는데 전신이

  • 명의 왕비   제 1598화

    명월루 사람의 증언주명양은 우문호의 말에 가슴이 와르르 무너지는 얼굴이다. 자신이 들은 걸 도저히 믿을 수 없는지 전신을 부르르 떨며 분노와 슬픔으로, “정말 무정하네요,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있죠? 내가 임신한 걸 알았을 때, 때가 무르익으면 날 위해 혼례를 치르고 당당하게 아내로 맞겠다고 하더니 어떻게 저를 속일 수가 있나요?”우문호는 당장 주명양의 목을 조를 듯 소리치며, “무슨 개소립니까? 당신은 지금도 여전히 큰형의 첩으로 이혼장이 없으니 부부의 명분도 아직 없어지지 않았는데.”“이혼장은 간단한 거잖아요?” 주명양이 울며, “내가 그를 찾아가서 이혼장을 받아오면 바로 나랑 혼인할 건 가요?”“그런 문제가 아니라 난 절대로 당신과 어떤 관계도 없으니, 닥쳐요!” 우문호가 폭발했다. 주씨 집안에서 사람이 와서 우문호를 청할 때, 재상이 주명양을 엄히 심문 중이라고 알려줘서 뭔가를 알아냈나 하는 생각에 황급히 달려왔건만 정보는 커녕 도리어 구정물만 뒤집어 썼다.주명양은 슬프고 화가 나서 우문호를 가리키며, “결백한 체 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나 본데 우리가 명월루에서 만난 걸 명월루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알아요. 당신이 발뺌해도 그들을 오라고 해서 물어보면 확실하죠.”“데려와, 당장 데려와!” 우문호는 한 순간도 주명양을 보고 싶지 않았으나 이 오해를 깨끗하게 씻지 않으면 주재상에게 송구하다.주재상이 우문호를 보는 시선이 의혹으로 가득하다.주재상이 우문호만 본관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주명양도 밖에 두고 문을 닫았다.우문호가 씩씩거리며 앉아, “재상, 다시 말하지만 손가락 끝도 건드린 적이 없어요.”주재상이 책상 곁에 앉아 차를 끓이는 난로에 탄을 더 넣고, 두 손을 소매속에 넣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형을 가하기 전에 명양에게 귀영위가 쓰는 자백을 강요하는 약을 썼네, 이런 약은 내공이 심후한 사람에게는 쓸모없지만 명양이처럼 연약한 여자에겐 약효가 뛰어나지. 태자전하는 이 약의 효능을 알고 있을 겁니다.”우문호가 등골이

  • 명의 왕비   제 1599화

    명월루에 우문호가?우문호가 의자에 앉아 부리부리한 눈으로 위아래를 훑어보며 위압적이라 두 사람은 순간 멈칫하며, “그……”“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 사실대로 말해.” 재상이 날카롭게 말했다.주명양도 울며, “말해, 알아 몰라? 내가 몇 번을 같이 간 거 너희들도 다 알잖아. 본 대로 얘기해.”두 사람은 주명양도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어르신께 말씀드립니다. 이분은 다섯째 나리로 뵌 적이 있습니다. 매번 오실 때마다 이 아가씨와 같이 오셨고 별실에서 반나절 정도 계시다 가셨습니다.”우문호가 책상을 내리치며, “간이 배밖으로 나왔구나, 감히 날 모함해?”명월루의 두 사람은 놀라서 떨며, “다섯째 나리 저희를 탓하지 마세요. 그저 사실대로 말씀드릴 뿐입니다.”그들은 눈을 가린 채 데려왔기 때문에 여기가 어디이고 주재상이 누구이며, 눈 앞에 다섯째 나리의 신분은 더더군다나 알지 못했다.“너희들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란 말이지?” 주재상이 두 사람을 보고 설렁설렁, “만약 너희들의 말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을 시엔 목이 떨어질 것이다.”두 사람이 이 말을 듣더니 주재상이 관원임을 알고 얼른 엎드려 황공해 하며, “소인 감히 거짓을 고하지 못합니다. 명월루에 기록이 있을 것입니다. 언제 오시고 언제 가셨는지 전부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만약 못 믿으시겠으면 명월루로 사람을 보내 찾아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방에서 시중을 들던 시녀 홍매(紅梅)도 증인이고요, 홍매가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며칠 있으면 옵니다. 어르신께서 직접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광분해서, “좀 똑바로 봐, 저 여자가 데리고 온 사람이 태……평한 내가 맞는지!”그 둘은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보고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면서도 똑똑하게, “맞습니다……당신이십니다, 다섯째 나리, 나리께서는 소인에게 상을 내리신 적도 있습니다.”주명양이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할아버지, 봐요, 들으셨죠, 제가 모함한 게 아니죠, 제 뱃속에 아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 명의 왕비   제3388화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 명의 왕비   제3387화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 명의 왕비   제3386화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