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왕의 변명“그래? 예를 들면 어떤 일을 종 잡을 수가 없는데? 얘기해 봐 분석 좀 해 보게.”안왕이 약간 눈을 피하며, “네가 믿던 안 믿던 난 지금 야심 없어, 이 사건은 내가 관여한 적이 있는 셈쳐도 벌써 지난간 일이고 지금은 맡은 일 잘해서 아바마마의 시름을 덜어드리고 싶을 뿐이야. 우리 형제가 전에도 얘기했듯이 일단 서로 간의 악감정을 버리고 대외적으로 일치 단결 해야지. 집안싸움이 되서는 안돼, 아바마마 옥체가 좋지 않으시니까.”우문호가, “넷째 형, 우리가 아직 형제라고 하니까 형제의 정에 따라 얘기할 게. 난 아바마마 앞에서 형을 지켜주고 싶지만, 알고 있는 건 반드시 나에게 얘기 해야 해. 지금은 병여도를 다시 가져오는 게 제일 중요한 임무로 나머지는 전부 괜찮아.”안왕이 우문호를 보고 아무 말이 없다.우문호가 계속, “뭘 걱정하는지 알아, 말 안 하면 형이 전에 한 일을 내가 못 찾아낼 것 같아? 만약 정말 조사하고 들면 사흘을 못 가서 안왕부 구석구석을 싹 다 뒤져내면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일이 꼽을 수도 없이 많겠지? 나는 아주 구체적으로 형제의 정을 생각해서, 셋째형이 체포해 와서 개인적으로 묻는 거야. 진짜 대대적으로 일을 벌이기로 들면 형은 경조부 법정에 서야만 할 걸.”안왕이 우문호를 보고 한숨을 쉬며, “진짜 한 끝차이로 쟁반에 가득한 걸 다 쏟았네. 대부분 내가 한 게 아니고 아라가 한 거야. 보친왕부에 있던 첩자도 아라가 심어 놓은 거고, 아라 생각에 일이 간단하지 않으니 몰래 알아보고 몇 사람을 보친왕부에 잠입시켜 놨어.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나중에 아라가 죽은 후에 명단을 받아 들고 비로소 알았어. 그들은 아라에 충성을 다하는 자들로 나에게 충성을 바치는 자가 아니야. 아라가 죽었으니 그들은 비록 내 관리 하에 들어왔지만 아라의 죽음이 그들의 마음을 냉담하게 만든 나머지 나에게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배신하고 있어. 진짜야. 아라가 이렇게 깊숙하게 포진해 놓았을 줄 몰랐어. 게다가 아라가 꽂아
안왕과 우문호의 딜우문호가 계속, “이 얘긴 잠시 접어두고, 박씨 집안 쪽엔 형이 해명해. 지켜볼 거야, 만약 박씨 집안에 가서 똑바로 해명하지 않으면 형에 대해 다 불어버릴 줄 알아. 그리고 보친왕부에 있는 양대 세력 중에 나머지 한 세력은 홍엽공자 아냐?”안왕은 화가 나서 우문호의 말을 듣고 아예 얼굴도 돌리지 않고 답이 없다.우문호는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좋은 말로 할 때 알고 있는 걸 남김없이 다 말해. 형도 알겠지만 형 주변에 전부 목숨 걸고 충성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거든. 형한테서 원하는 걸 얻지 못하면 형 주변의 사람을 찾아갈 거야. 어쩌면 형수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형수는 좀 알고 계시겠지?”“우문호,” 안왕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입술이 찢어지던 말던 상관하지 않고 분노해서, “형수는 아무것도 몰라, 형수를 찾아가는 날엔 널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안 가도 된다니까. 형이 협조하면 돼.” 우문호는 스스로 차를 끓여 마시며 일어나 안왕보다 높이 앉아 굽어보며 말했다.안왕이 차갑게, “네가 무슨 생각인지 내가 모를 줄 같아? 홍엽이 북당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기만 하면 넌 나를 훼방할 게 분명해. 내가 속을 줄 알고. 홍엽 일은 난 일체 몰라, 네가 누구한테 가서 물어보던 내 대답은 하나야. 호야, 네 형을 바보라고 생각하지 마라. 네가 맡은 일에 공을 세우는 건 네 일이니, 말할 수 있는 건 나도 협조하지만 홍엽 일은 모른다면 모르는 거야. 만약 네가 형수를 귀찮게 하러 갈 생각이라면 나중에 내가 너한테 따질 테니까.”우문호가 콧방귀를 뀌며, “형, 천하에 실속은 형 혼자 다 차리고. 난 셋째 형에게 형을 체포해 오라고 했는데, 형은 나한테 박원 사건만 불고 계산 끝내려고 했어? 형 입에서 홍엽 일을 듣지 못하면 쉽게 형을 놔줄 수 없지. 어디 나랑 한번 시간을 끌어봐, 일단 안왕부 사람을 하나씩 데려와서 취조를 하지, 그들이 전부 형에게 충성해야 할 텐데 말이야. 아니면 그들 입에서 나오는 거랑 형
안왕과 아라의 비밀명단을 가져와서 귀영위에게 전해주고 조사하게 했다.곧 소홍천 쪽에서 한방에 7~8명을 잡아와서 귀영위 쪽과 전부 더하니 20명이 넘었다.사람을 잡아 들인 후 바로 취조를 시작해 이날 하룻밤에 우문호는 경조부 사람을 데리고 이 사람들과 두뇌싸움과 배짱을 겨루며 조금씩 파 들어가기 시작했다. 알아 낸 건 기록한 뒤 다시 다른 진술과 대조했다. 삼일 밤낮을 써서 이들의 심문을 마치고 모둔 정보를 대조해보고 이틀 간의 시간 동안 다시 완전한 정보와 증거 사슬로 정리해 냈다.우문호는 5일간 초왕부로 돌아가지 않다가 이 날 새벽 드디어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초왕부로 돌아갔는데 전신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고 수염까지 덥수룩한 모습이 영락없는 떠돌이다.서일이 먼저 돌아와 초왕부에서는 야식을 만들고 원경릉도 기다리고 있었다.우문호는 들어오자 마자 얼른 한 그릇 후딱 먹어 치우고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원경릉이 수염을 깎아주자 그제서야 원래의 잘생긴 얼굴이 되살아 났다.“살짝 졸고 5경(새벽3시~5시)에 조정에 가서 아침조회를 하고 어서방에서 보고 해야 해.” 우문호가 나한상에 널브러졌다. 일에 찌든 얼굴엔 다크 서클이 콧구멍까지 내려왔다.“말끔하게 조사한 거야?” 원경릉이 가슴 아파하며 물었다.“병여도는 아직 못 찾아왔지만 희망이 있어.” 우문호가 눈을 감고 중얼거리듯, “나중에 얘기 해. 너무 졸려, 내일 얘기할 게.”원경릉이 우문호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그래, 일단 자. 오경에 깨워줄 게.” 우문호는 답도 없이 벌써 잠에 빠졌다. 우문호는 사실 피곤이 너무 쌓이고 며칠 간의 심문으로 목소리까지 갈라졌다.우문호는 5경이 되도록 자다가 일어나서 대충 입을 씻고 조복을 입고 찬바람을 맞으며 문을 나섰다.아침 조회 때 우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어서방에서 공무를 논의할 때 독대를 청했다.명원제는 우문호의 보고를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그 말은 병여도가 진짜 선비족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거냐?”우문호가, “맞습니
새로운 계획명원제의 마음은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했다. 제왕의 자식들은 왕위를 놓고 다투는 것이 역대 왕조 대대로 피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누구나 마음 속에 요행을 바라듯이 명원제도 자기가 낳은 아들은 예외일 거란 천진한 생각을 가졌었다.하지만 2년 연달아 계속 발생한 일들을 보고 아주 똑똑히 현실을 인식하고 큰 아들을 폐위하기에 이르렀다. 분노로 결정했던 일이지만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그런데 큰 아들 일이 정리된 지 며칠 됐다고 넷째가 또 분란을 일으켰다.명원제는 넷째의 아심을 알고 있어 권한을 뺏고 군영으로 쫓아 보내며 경고 했다.하지만 소위 경고라는 것은 그저 방임에 지나지 않았음을 이제 깨달았다.“아바마마 고정 하소서,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병여도를 되찾아 오는 일입니다.” 우문호가 말했다.명원제가 싸늘하게, “선비에서 우리 북당에 두 갈래로 첩자를 포석해 두었다는 건 국경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왔다는 게 아니냐, 네가 반성해야는 거 아냐?”우문호가 잘못을 시인하며, “제 감찰이 부족해서 선비족이 기회를 틈탔습니다.”“그럼 어떻게 병여도를 되찾겠다는 거지?” 명원제는 원래 화가 잔뜩 났으나 아들 얼굴에 피로가 가득하고 요 며칠간 얼마나 힘들었을 지 생각하니 마음이 짠한 것이 화를 꾹 참고 물었다.“소자에게 이미 계획이 있습니다.”“얘기해 봐!”우문호의 계획을 다 듣고 명원제는 우문호를 한동안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우문호는 명원제가 찬성하지 않는 줄 알고, “아바마마, 저희가 지금 선비에 사람을 보내 잠입시키면 사전 포석을 하지 못해 병여도를 되찾기 어렵습니다. 그럼 홍엽에게 알려서 홍엽이 빼앗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데 홍엽 수중에서 빼앗아 오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회를 봐서 못 쓰게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못 쓰게 만드는 건 너무 아깝지만 제가 계속 대주 쪽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으니 대주의 섭정왕 수중에서 병여도를 다시 얻어내겠습니다.”병여도를 못 쓰게 만드는 건 명원제 입장에서
홍엽공자의 편지그 편지는 우문호가 압수해 다 읽은 뒤 완전 뚜껑이 열려서 구겨버린 다음 구석에 던져버리고 사람을 시켜 원경릉에게 가져다 주게 했다.서신을 받아 든 원경릉은 도저히 알아보기 힘들어서 서신을 펼쳐 다린 후에야 겨우 안에 문제를 읽을 수 있었다.이 편지엔 수백개의 글자가 써 있는데 그야말로 한편의 서정문으로 헤어진 뒤 얼마나 절절하게 마음을 놓지 못하고 걱정했는지 토로하고 있었다. 원경릉은 다 읽은 후 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졌는데 이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홍엽공자와 매칭이 되지 않았다.홍엽은 문장의 마지막에 우리의 인연은 이미 10년전에 정해졌으니 이 생엔 당신이 있는 곳이 내가 돌아갈 곳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원경릉은 이 말에 닭살이 쫙 돋았다.그렇게 심오한 모략을 짜는 사람이, 이런 병신 돋는 문장도 쓰다니 정말 난해한 사람이다.“태자비 마마, 전하께서 밖에서 보고 계십니다.” 만아가 작은 소리로 알려줬다.원경릉이 창문을 힐끔 보니 과연 사람 그림자가 쌩하고 지나간다.원경릉이 어이없이 웃으며 아직도 안심이 안돼? 몰래 내 반응을 지켜봐야 할 만큼?“문을 활짝 열어서 태자 전하께 들어오시라고 해.”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만아가 가서 문을 열자 우문호가 아직 분이 사그라지지 않는지, 훤칠한 얼굴에 싸늘한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원경릉 곁에서 한바퀴 휙 도는 게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큰 늑대 개 같다.“다 본 감상이 어때?” 우문호가 앉아서 물었다.원경릉이 편지를 찢어서 탁자에 쌓아 두고, “응, 글씨 잘 쓰네, 필력도 좋고.”“글자도 보통이고 필력은 완전 괴발개발이야!” 우문호가 코웃음을 치더니 화가 나서, “그 밖에는? 서신에 쓰여진 말에 무슨 감흥 없어? 그런 걸 사랑에 빠졌다고 하지.”“그거 말고는……”원경릉이 미간을 찌푸리며 근심에 쌓여, “홍엽 공자란 사람의 인품이 안 좋은 걸 알아볼 수 있겠어.”“인품이 안 좋은 걸 알아보다니? 어느 구절에서?” 우문호가 당황해서 찢어진
병여도 사건 이후이틀 후 경조부에서 판결이 내려져, 보친왕은 독주를 받아 사사되었고 시체는 온전하게 보전되었다.홍엽은 경성을 떠났고, 보친왕은 벌을 받았으며, 안왕은 감금되어 이 사건은 일견 수습된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이건 두 나라가 대전하기 위한 폭풍 전야에 불과함을, 북당이 패배해서 귀퉁이가 찢어졌다는 것을 말이다.이 안정돼 보이는 솥은 아래로 물이 이미 부글부글 끓어올라 언제 넘쳐서 평온한 솥을 발칵 뒤집을지 알 수 없었다.우문호는 아직 경조부 부윤으로 있지만 이미 내각에 들어갔고 관아의 많은 사안은 제왕에게 맡겨 관리하도록 했다. 우문호는 종일 주재상, 냉정언 등과 회의를 하고 가끔 출궁해 주씨 집에 갔다가 한밤중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원경릉도 의대 일로 바빠서 부부 두사람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았는데, 우문호가 집에 돌아올 때 원경릉은 이미 잠들어 있고, 원경릉이 나갈 때 우문호는 막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사람이 유일하게 교류할 때가 우문호가 돌아와서 원경릉에게 뽀뽀할 때와 원경릉이 학교 가며 우문호에게 뽀뽀할 때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선비에 역간첩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을 선정하고 전체적인 배치를 하는데 상당히 치밀해야 하는 것이 행로에 약간의 착오만 있어도 공을 거둘 수 없음은 물론이고 간첩의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북당과 대주의 무역은 맹렬한 기세로 진행되고 있다.이리 나리는 대주로부터 수많은 주문을 받고 시장의 절반을 잠식해 본부도 수도권 직례에서 경성으로 옮겨, 전열을 가다듬고 자리를 잡았다.천자의 사위로 이리 나리는 충분한 영향력이 있어, 경성 상인들의 신임을 순식간에 얻을 수 있었고 이리 나리 성격이 후해서 다들 그와 장사하기를 좋아했다.하지만 이리 나리와 공주가 결혼한지도 꽤 되었는데 공주의 배가 불러 오지 않는다고 암암리에 수근대는 사람도 있었다.이 유언비어는 우문령을 곤란하게 만들었는데 원경릉이 가서 다독여 주었다. 이 시대는 혼인하고 3개월이 지났는데
박원과 제왕여러차례 고민 끝에 제왕은 역시 가기로 했다.박원은 미리 원용의를 따돌렸는데, 그러니까 이 얘기는 두 남자들끼리 나눈 것으로 다른 사람은 없었다.날이 이미 추워져 큰 일을 겪은 후라 박원은 원래보다 몸이 많이 약해져서 안색이 아직 예전의 붉고 윤기나는 모습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눈가가 아직 창백하다.박원이 직접 술을 데워 제왕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불렀다.박원은 시원시원한데 반해 제왕은 쭈뼛쭈뼛, 제왕은 말도 신중하고 깍듯하게, “평안후 작위를 받으신 걸 미쳐 축하 드리지 못했습니다.” “고마워요!” 박원이 씨익 웃자, 비로서 예전의 빛나는 기백이 느껴졌다. “평안이란 두 글자가 각별하게 느껴지네요.”“예.” 제왕이 딱히 할 말도 없고 앉아서 술만 마셨다.박원은 제왕의 이런 모습을 보고 웃으며, “왕야께서 제 귀에 주절주절 쉬지 않고 얘기해 주시는 것도 좋았는데.”제왕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다 들었습니까?”“정말 신기하죠, 다 들렸어요.” 박원이 웃으며 갈수록 명랑해 지더니, “그리고 왕야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 속에 남았죠, 하지만 안심하세요. 동생한테 말한 적 없으니까요.”제왕은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을 들 수 없는 게 그때 한 말은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고 박원이 듣지 못하는 줄 알고 반응할 리 없어서 편하게 말한 건데, 그걸 전부 듣고 있었고 심지어 기억하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왕야께서 동생을 깊이 연모하는 마음에 저도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왕야는 행동이 유약해서 얕잡아 보기도 했어요.” 제왕은 단숨에 술을 털어 넣더니, 술을 마셔서 얼굴이 빨갛게 된 것처럼 속으로 깜짝 놀란 걸 숨기며, “그……그러니까 정말 남녀로서 감정이 없는 겁니까?”박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더니, “처음엔 확실히 가슴 떨림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죠. 만약 내가 이생에 아내를 맞아야 한다면 그녀 같은 여자를 맞겠다고. 그리고 우리 두 집이 정혼을 하고 우리 관계가 확정되자 전 오히려 좀 망설여
박원의 점괘박원이 만족스럽게 제왕을 향해 웃으며, “왕야, 그러시다면 왜 지금 누워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십니까? 좋은 여자는 점 찍어 둔 사람이 많은 법이죠, 이 마을을 지나면 이 가게는 다시 없습니다. 잃어버린 뒤에 후회하지 마세요.”박원이 갑자기 제왕에게 다가가더니 비밀스런 미소를 지으며, “왕야, 아가씨를 대할 때는 줄곧 학구적이고 예의 바른 태도만 취하시면 곤란합니다. 어쩌면 말입니다. 다른 방법도 시험해 보세요.”제왕이 또 다시 눈이 커지며 얼굴이 붉어지더니 살짝 역정을 내며, “생각이……생각이 너무 발칙하군요, 어찌 여자에게 강경한 수단을 쓴다는 말입니까?”박원이 똑바로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왕야 지금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세요? 제가 건의 드린 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고,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잃을 것도 없다는 건데. 왕야께서 몸을 사리지 않으시면 세상에 못 가질 미인이 없습니다.”“그……그럴까요?” 제왕은 잠시 생각하더니 박원이 방금 한 말은 일리가 있고,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아는게 있어 보인다. 어디 한 번 믿어봐?박원이 경성을 떠나기 전 절에 부처님께 인사 드리러 갔다.불당은 세밑을 맞아 사람이 아주 많았고, 박원은 운세를 하나 뽑아 해석해 주는 곳에 가져가서 해석을 부탁했다.해석하는 사람이 운세를 받아 들고 보더니, “잃어버린 가족은 북쪽에 있고, 찬찬히 조사하되 서두를 필요 없으며, 가을 겨울에 이를 차지하면 찾기 어렵고 봄여름이 다가오면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오네. 공자께서는 뭘 구하셨습니까?”박원이 앉으며 작은 소리로, “출행을 할까 해서요.”해석하는 사람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이것은 대길로 안정 속에서 승리를 구할 운입니다. 공자께서 출행하시면 반드시 큰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공자님께 한말씀만 드리자면 밖에서는 매사에 조심하셔야 합니다.”박원이 미소를 지으며, “만약 무슨 변고가 생길지 알 수 없는데 그럴 때 선생은 곤경에서 나올 비방이 있습니까?”그 선생이 의미심장하게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