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는자는 누구인가나장군의 얼굴에 검은 두건을 썼는데 형형한 눈빛이 드러나며 낮은 목소리로, “태자 전하, 태자비 마마, 두 분은 돌아가시지요. 태상황 폐하의 명으로 누구도 건곤전에 들어가지 못하십니다.”“나장군, 물러서게!” 우문호가 날카롭게 호령했다.“태자 전하 용서하십시오, 들어가시려 거든 소신의 시체를 밟고 가셔야 합니다!” 나장군은 상당히 강경한 태도이고 심지어 다른 귀영위들도 검에 손을 대고 우문호와 원경릉을 대하고 있다.이런 대치 모습에 우문호와 원경릉은 당황한 것이 입궁할 때 저지당할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전부 무기를 들고 있을 줄 몰랐다.이때 구사도 사람들을 데리고 건곤전 밖으로 나와 우문호와 원경릉 앞으로 와서, “태자 전하, 태자비 마마, 일단 돌아가시지요, 태상황 폐하와 황제 폐하께서 명을 내리셔서 두 분은 들어가실 수 없으십니다.”구사가 오늘 관복을 입고 손에는 검을 들었으며 같이 들어온 금군도 정예로 상당히 거대한 전투태세다. 우문호는 이 모습에 어이가 없는 것이 그저 들어가서 진찰한번 해보겠다는 거 아냐? 태상황 쪽에서 귀영위를 보내서 막는데, 아바마마도 금군을 보내서 막아? 도대체 누가 이런 막대한 능력이 있어 원선생이 태상황 폐하 진찰하러 들어가는 것조차 막는 걸까?우문호가 들어가려면 일단 귀영위와 금군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그건 황궁을 크게 어지럽히는 행위와 마찬가지다.구사가 우문호 앞으로 한걸음 나와 눈빛으로 슬쩍 암시했다.우문호는 한동안 구사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우리 가자.”원경릉은 원하지 않았지만 억지로 뚫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구사가 두 사람 뒤에서, “소신이 전하께서 출궁하시는 길을 모시겠습니다.”구사를 제외하고 두명의 금군이 따라 나온 것이 황제의 명으로 둘을 감시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우문호는 화도 나도 애도 타서 바로 구사에게 알고 있는 걸 털어놓으라고 하고 싶어 뒤를 돌아보니 두명의 금이 따라 붙어서 구사가 살짝 고
냉정언의 충격 발언원경릉도 의외인 게, 아니 우문호랑 무슨 상관이야?냉정언이 손을 휘젓더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치료를 원하지 않으시는 건 전하께서 한 일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거죠.”“역시 안풍친왕비 마마?” 우문호가 열이 받아서, “내가 보친왕을 죽였기 때문인가? 왕비마마께서 말씀하신 대의는 겉만 번지르르한 말 뿐인가?”“태자전하, 말씀을 삼가세요!” 구사가 수습하며, “제가 알기로, 이 일은 안풍친왕비 마마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원경릉이 다급해서 냉정언에게, “냉대인, 어서 말씀하세요, 조바심 나게 하지 마시고. 어젯밤부터 오늘 종일, 저와 태자 전하는 애가 타서 죽을 지경입니다.”냉정언이 우문호를 보고, “보친왕을 죽인 건 황제폐하의 뜻이니 폐하도 그걸로 전하께 노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보친왕을 죽인 뒤에, 또 뭘 하셨죠?”우문호가 잠시 멍하게, “뭘 하다니? 당연히 병여도를 찾으려고 사람을 포진 시켰지.”“맞습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배치한 사람들을 폐하께서 다 알고 계십니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하셨는지 폐하께서 아십니까?”“배치한 사람의 신분은 절대 비밀을 보장해야 해. 이 일은 내가 아바마마께 보고 드렸었고, 별 말씀 없으셨어. 어떻게 배치하는지는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처리했고, 상세하게 말씀드릴 수도 없었어, 뭔가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보고 드리지.”원경릉이, “그런데 이 일이 태상황 폐하의 병환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크게 상관있죠,” 냉정언이 정색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내심으로는 흥분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친왕이 죽은 뒤 경성에 안왕이 무과장원 박원을 다치게 했으나 이 일을 안왕은 대충 넘어갔고, 황제 폐하도 혐의를 비호해 주셨다는 풍문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나이든 신하들이 연명해서 황제 폐하를 질책하고 안왕을 봉토로 쫓아내라고 요구하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황제 폐하는 나이든 신하들에게 질책을 당하자 몹시 체면이 상한 데다 안왕을 봉토로 보내는 건 더욱 원하
태상황 폐하의 진실“아니,” 우문호가 즉시 부정하며, “아바마마는 줄곧 황조부를 존경하고 효를 다 하셨어. 누구보다 황조부를 염려하시는 데 어떻게 이런 작은 일로 대역무도한 일을 벌이신다는 말이야? 그리고 황조부께서 정치에 관여하신 게 처음도 아니고, 태자를 책봉할 때도 아바마마는 황조부 말씀을 들으셨다고. 그리고 아바마마께서 넷째를 쫓아 보내고 싶지 않으시면, 태상황 폐하도 억지로 내보내실 분이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건데?”냉정언이, “일단 앉으시죠, 제 말을 잘 들으세요. 다 듣고 나면 왜 폐하께서 이렇게 하셨는지 아실 겁니다.”원경릉이 눈물을 훔치고 우문호를 끌어 앉혔다. 우문호는 여전히 믿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나, 당황한 눈빛에 속마음이 들키고 말았다.“그래, 말해봐, 어떻게 말하는지 듣고 반박해 주지.” 우문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냉정언이, “황제 폐하께서는 분명 효자시라는 걸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보위에 오르시기 전에 그렇게 오랜 기간 태자로 있으면서 계속 태상황께 충효를 다하셨습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퇴위하시고 지금까지 앞뒤까지 포함해 대략 8년 넘는 시간 동안, 조정에서 수많은 일이 있을 때마다 황제 폐하는 태상황의 의견을 물으셨고 태상황 폐하는 보통 거의 관여하지 않고 대부분 심지어 의견도 별로 많이 내지 않으셨지만……”“그럼 됐잖아? 자네 말 대로 그렇게 잘 어울리시는 데 어떻게 이 일이 아바마마의 뜻이 될 수가 있어?” 우문호의 마음속이 혼란해서 냉정언의 말을 자르고 반박했다.냉정언이 무겁게, “그래요, 폐하는 늘 그렇게 하셨습니다. 일종의 습관처럼. 하지만 재위 기간이 길어지고 경험한 일이 많아지시자, 큰 일에 대해 황제 폐한 본인 스스로 결단이 서 있는 상태로 태상황 폐하께 그다지 묻고 싶지 않은데, 방금 말했던 것처럼 일종의 습관이 돼서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했습니다. 이때 태상황 폐하께서 여전히 별다른 의견 없이 황제 폐하께서 잘 하고 계신다고 칭찬해 주시면 황제 폐하 마음에 불쾌한 마음이 남지 않았을 것
냉정언은 알고 있다“주재상이 올린 상소를 기억하십니까? 우문군의 황자 신분을 회복해 달라는?” 냉정언이 말했다.우문호가 쓴 웃음을 지으며,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큰형을 총애하신다면, 주재상이 이렇게 하는 게 아바마마의 심기에 맞는 거 아닌가? 설마 이것도 연관이 있어?”“아주 상관있죠. 황제 폐하께서 우문군의 황자 신분을 회복하고 말고는 본인 스스로 결정하신 뒤 그 뜻을 받든 누군가가 상소를 올려 일을 진행 했어야 하는데, 주재상이 나서서 짐작하고 일을 진행했지요. 더 중요한 건 나중에 알아보니 주재상이 이 일을 하는데 고작 반나절밖에 안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주재상이 한 마디 하면 척척 알아듣고 심지어 다른 신하들을 설득시킬 필요도 없는 겁니다, 얼마나 대단한 위력인가요? 그리고 얼마나 큰 위협인지 모르시겠습니까? 그래도 주재상은 결국 신하니 황제 폐하께서 감당하실 수 있지만, 태상황폐하는 말이죠, 태상황께서 일단 성지를 내리시면 황제 폐하께서 감당하실 수 있으신 가요? 황제 폐하의 입장에서 전체를 보면 황제 폐하께서 통제가능한 사람을 태상황 폐하께서 전부 제어할 수 있고, 태상황 폐하께서 통제 가능한 사람을 황제 폐하는 제어하실 수 없습니다. 이건 대권이 아직 태상황 폐하 수중에 있다는 말과 같아요. 태자 전하는 태상황 폐하께서 고르신 강력한 세력인데, 하필 이 때 전하께서 안왕 전하가 박원을 다치게 했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바람에 황제 폐하는 전하께서 안왕 전하를 봉토로 쫓아 보내려 한다는 오해를 하시게 된 거죠. 대신들이 안왕을 경성에서 내쫓으라고 상소를 올리고 태상황까지 동의 하셨으니 황제 폐하는 안왕 전하라는 잠재적인 적수를 쫓아내기 위해 전하와 태상황 폐하가 손을 잡았다고 오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까놓고 말해 황제 폐하는 태자 전하께서 폐위되지 않도록 막으실 거예요, 본인이 그렇게 오랜 기간 태자로 있으셔서 태자의 마음을 아주 잘 아시니까요. 그래서 만약 태자비 마마께서 병을 치료하시면 태자 전하께서 연루될 것이라는
냉정언의 해법냉정언의 이 말에 우문호는 반박하지 않았다. 우문호가 아무리 정치적 감각이 없어도 냉정언이 말한 건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어두운 비밀이란 걸 안다. 황조부께서 정말 붕어하시면 아바마마의 목적이 달성된 마당에 흑역사를 남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냉정언은 죽여야 한다.우문호의 마음이 완전 차갑게 식어버리며 분노와 무력함이 벌레처럼 마음을 갉아 먹었다. 아프고 쓰리고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우문호는 바로 입궁해 아바마마께 따지고 싶었다. 왜 말끝마다 효도효도 하면서 황조부의 목숨조차 방치 하냐고.냉정언은 우문호의 낯빛이 바뀌는 것을 보고 찢어지는 아픔으로 다시 한숨을 쉬며, “사실 태자 전하는 이렇게 화를 내실 필요 없는 게 황제 폐하도 지금 고통스럽습니다. 폐하께서 하신 이 모든 것은 권력자로서 생각일 뿐 아들로서 폐하의 양심은 시시각각 자책하고 있을 테니 까요. 목여태감 말이 폐하께서 요즘 잠도 못 주무시고 밤에 악몽을 꾸시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져 있다고 하더군요.”우문호는 눈가가 빨개지며, “그럴 거면 권력자로서 생각따위 집어치우실 수 없어?”“어떤 건 한번 금이 가면 막을 수 없는 기세로 앞으로 떠밀려 가게 됩니다. 폐하께서도 아마 통제하실 수 없으시겠지요. 왜냐면 지금 주장을 바꾸신다고 해도 이미 부자 사이에 균열이 존재하기 시작했고, 태상황께서 만약 괜찮아지시면 폐하는 더욱 큰 위협을 느끼고 또 무슨 일을 하실 지 모릅니다.”원경릉이 냉정언을 보고, “냉대인, 이 모든 걸 우리에게 알려주셨는데 대처할 방법이 있으신 가요?”우문호와 구사가 원경릉의 이 질문에 일제히 냉정언을 쳐다봤다.냉정언의 눈동자에 한줄기 은은한 빛이 스치며, “무슨 좋은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태상황 폐하를 구하기 위해 지금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 황제 폐하의 위기감을 없애는 것 즉 태자의 권한을 포기하는 것입니다.”우문호가 차갑게, “스스로 폐위 시켜 달라고 하라고?”“아뇨, 폐하는 전하를 폐하고 싶을 리가 없어요. 하지
우문호의 판단원경릉이 괴로워하며, “이럴 줄 몰랐어, 아바마마께서 아무리 심하게 의심을 하셨어도 그렇지 황조부 목숨을 가지고 위협하시면 안 돼지.”우문호가 천천히, “원 선생, 틀려.”원경릉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우문호의 말을 듣고 얼른, “뭐가 틀린데?”“아바마마의 이런 사고방식, 전에 무슨 낌새를 느낀 적이 있어? 뭔가 조짐이 보였다든가?”원경릉이 당황해서, “그……전에는 없었어, 하지만 최근 아바마마를 거의 못 뵀고, 뵀다고 해도 나에게 이런 얘기 안 하셨을 게 분명해.”“말은 안 할 수 있지만, 눈빛이나 표정에서 알아볼 수 있잖아? 아바마마는 늘 나를 질책 하셨어, 이거 잘못했다, 저거 잘못했다, 하지만 아바마마 얼굴에서 뿌듯함과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고.”“응?”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그 말은 냉대인의 말이 전부 거짓이란 소리야? 하지만 냉대인의 분석이 하나같이 사리에 맞아, 권력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위기감, 왕위를 지키려는 치밀한 계획, 피붙이의 도리에 맞든 안 맞든 일단 합리적이야. 그리고 냉대인이 믿음이 안가는 거야? 둘이 원래 관계 좋잖아.”“사실 아바마마께서 나나 황조부를 이렇게 대비하는 건 정상이야. 하지만 이 일이 위화감이 느껴지는 건 냉정언의 말이 지나치게 조리 있어서야.”“아바마마께서 냉대인에게 말씀하신 거라며, 아바마마도 마음이 모순되니까 냉대인에게 털어놓는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지.”우문호가 손을 젓고 깊이 생각하더니, “아니, 아바마마는 지극히 내성적인 분으로 냉정언이란 일개 신하에게 모순된 마음을 털어놓은 건 말이 안돼. 게다가 냉정언이 아바마마의 양심의 가책을 눈치챘다고? 그리고 넷째가 박원을 다치게 하고 아바마마께서 넷째를 두둔했다는 걸 퍼트린 건 불과 얼마전이야. 하지만 태상황 폐하의 병환은 하루이틀전에 시작된 게 아니지. 병환이 심각해 져서 널 입궁 시키려 할 때까지 적어도 10여일은 걸렸을 거야. 그때는 마침 내가 선비에 사람을 배치할 때고.”원경릉이 얼굴을 찌푸리고, “자기가 의심하는 게
목여태감을 다그치다우문호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길래 다음날 다시 입궁했지만 이번은 건곤전도 어서방도 아니고 황귀비께 가서, 황귀비께 목여태감을 속여서 오게 하도록 부탁했다.목여태감은 계속 명원제 곁에 있으므로 속여서 오게 하기 쉽지 않지만, 황귀비는 궁에서 존귀한 신분으로 조금 기다리니 손쉽게 목여태감을 부를 수 있었다.목여태감이 황귀비전에 들어오다가 우문호를 보고 얼굴색이 변하며 얼른 밖으로 나갔다.우문호가 막아 서며, “태감이 나를 보고 가다니, 뭔가 좋은 걸 나한테 들킬 까봐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군?”목여태감이 숨지 못해 허탈하게 웃으며, “전하말씀하시는 것 좀 봐요, 제가 뭐가 좋은 게 있겠습니까? 오랫동안 황귀비 마마께 문안을 여쭙지 못해서 가는 길에 인사 여쭈러 왔을 뿐입니다.”“태감은 자상하기도 하지.” 우문호가 목여태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왕 왔으니 앉아서 나랑 수다나 떨까?”목여태감은 우문호가 계속 쳐다보자 켕기는 게 있는지 한사코 뒤로 물러서며, “그게…… 소인은 가서 폐하 시중을 들어야 해서 지금 전하와 말씀을 나눌 수가 없네요. 전하께서 어렵사리 입궁하셨으니 황귀비 마마와 시간 보내시지요.”황귀비가 이 말을 듣고 미소 지으며 일어나, “태감 마침 잘 왔네, 내가 내부무와 정산할 게 있는데 자네가 태자와 좀 있어줘, 금방 다녀올 테니.”말을 마치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서 아예 문까지 닫았다.목여태감은 살짝 한숨을 쉬더니 우문호에게, “전하, 소인은 아무것도 모릅니다.”“내가 물어볼 걸 어떻게 알았어? 하지만 태감과 얘기 좀 해야지, 걱정 말고 앉아!” 우문호가 억지로 태감을 데려다 앉히자 태감이 ‘아야야’ 하며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우문호는 앉지 않고 태감을 내려다보며, “태감, 아바마마께서 요즘 누구를 비교적 자주 만나 시지?”목여태감이 무심코 자연스럽게, “늘 대신들과 회의하시거나 냉대인과 바둑을 두시지 특별한 사람이 폐하를 만나러 온 적이 없습니다.”“흠, 그럼 황조부께서 병에 걸리시고 아바마
명원제와 냉정언“예!”“너한테 뭘 물었지?” 목여태감이 입술을 여전히 떨며, “소인 어찌 감히 숨기겠습니까, 태자 전하께서는 태상황 폐하의 일을 물으셨는데, 태상황 폐하께서 왜 태자비가 입궁해 병구완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냐고 했습니다.”“짐이 왜 허락하지 않았냐고 물었겠지?” 명원제의 목소리가 공허하고 차가웠다.목여태감이 털썩 무릎을 꿇고, “아……아닙니다. 폐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전하께서 그렇게 묻지 않으셨습니다.”명원제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게 굳어, “태자가 물었고, 네 마음속에 의문이기도 해. 그렇지?”목여태감의 얼굴색이 갈수록 창백해 지면서, “아……아닙니다, 소인이 어찌 감히, 소인은 그런 의문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폐하께서 하신 일은 현명하신 결단이셨습니다.”“짐은 성현이 아니야……” 명원제는 반쯤 말하고 말을 삼키더니 눈빛에서 예리함을 거두고, “일어나라, 앞으로 태자가 만약 널 찾아 묻거든 넌 한 마디도 더 말해서는 안된다.”“예!” 목여태감이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진 듯 천천히 일어나 물러나가는데 명원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냉정언에게 입궁하여 짐과 바둑을 두자고 전해라.”“예!” 바둑이란 전장은 피는 튀지 않지만 상당히 잔혹하다. 전에 바둑을 둘 때 명원제는 냉정언의 적수가 되지 못했는데 이번은 연속으로 몇 판이나 명원제가 냉정언을 살려 달라고 하게 만들었다. 명원제가 바둑알을 엎으며 차를 한 모금 하더니, “태자에게 전부 얘기했느냐?”냉정언이 표정 하나 바뀌지 낳고, “폐하께 아룁니다. 할 말은 이미 다 했습니다.”“태자는 어떤 반응이었지?”“화를 내셨습니다!”명원제가 ‘흠’하고, “화만 내는 건 아직 모자란데.”“소신이 태자 전하께서 사임하실 것과 대신들과 소원할 것, 그리고 선비에 잠입한 자의 명단을 올릴 것을 암시했습니다.”명원제의 눈이 살짝 반짝이더니, “뭐라고 하던가?”“상당히 흥분하셔서, 폐위를 자청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명원제는 손에 백 돌을 하나 쥐고 있다가 튕겨내자, 바닥에서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