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왕과 손왕주재상이 다소 놀라, ‘지금 북당의 재정으로? 치매라도 걸린 건가? 올해 세수 재정 수입이 작년과 거의 차이가 없는데. 설마 이렇게 된 걸 내가 뒤늦게 안 건 아니겠지, 나라에 새로운 세수가 생겼는데도 모르고 있었다고?’“폐하…… 이 재력은……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주재상이 조심스럽게 묻는 게 본인에게 그런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명원제가 주재상을 흘끔 보고 태산처럼 요동치 않고, “짐에게는 사위가 있지.” 나라와 맞먹을 재력을 가진 사위 말이다.“오……” 주재상과 냉정언이 서로 쳐다보며, 낯짝이 두꺼워도 유분수지!“국난이 닥쳤는데 서로 돕는 게 당연하지!” 명원제는 두 사람의 오!에 감춰진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고 불만스럽게 말했다.“오……”“물러 가라!” 명원제가 약간 삐진 듯 하다.오늘 안왕부에서 연회를 마련해 손왕부 가족을 대접했다. 말이 대접이지 사실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전부터 형제간에 사적인 원한이 있었는데 나중엔 셋째 일로 손왕이 안왕에게 한동안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다.손왕은 미운 걸 가슴에 담아두는 타입은 아니지만 뒤끝이 꽤 오래 남는 편이다.안왕이 연회를 마련한 이유는 사실 단순하게 적대감을 우의로 바꾸기 위해서다. 어쨌든 두 사람은 같은 관청에서 아침 저녁으로 얼굴을 맞댈 텐데, 불쾌한 감정이 있으면 공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손왕은 공사가 확실한 사람으로 안왕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손왕비와 함께 연회에 참석했다.술자리에서 안왕은 계속 술을 권하며 사죄하고 자신이 어리석어서 셋째형 집이 몰락했다며, 그때 셋째형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되는 거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셋째가 자신을 쫓아와 때릴 때 반격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그래도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손왕이 보기에 안왕의 태도에 진정성이 있고 본인이 형이므로 계속 미워할 수 없어서, “다 지난 일이야, 앞으로 다시 거론하지 마라. 형제 간의 싸움은 하룻밤을 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더냐. 셋째가 돌아오면 순순히 셋째에게 잘못을 빌
손왕과 안왕의 술자리손왕은 의외였다. 본인도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조정에 자신을 천거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적은 편이다. 손왕은 홍려시 소경(少卿)으로 가고 싶다. 부임한 이래로 정치적 업적 하나 없이, 공도 없고 과도 없는, 그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에 불과한 손왕에게 하나의 기회다.전에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이상적인 인생이라고 했지만, 막상 관직을 맡고 보니 자신이 그렇게 무용지물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과 본인도 일할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이번에 그가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누군가 이름을 거론했을 때 마음속으로 몰래 기뻤다. 왜냐면 자신을 거론했다는 건 일종의 인정이기 때문이다.“형이 가고 싶으면 저랑 일곱째가 같이 연명해서 형을 추천할 게요.” 손왕의 마음이 동한 것을 보고 안왕이 말했다.“일곱째…… 일곱째도 아마 가고 싶겠지?” 손왕이 머뭇거리며 말했다.안왕이 웃으며, “일곱째는 가고 싶어도 못 가요, 경조부에서 지금 보내 줄 거 같습니까. 다섯째는 아직 복직 안 했고, 이부도 새사람을 보내주지 않는데 일곱째가 어떻게 가요? 일곱째가 늘 둘째형을 존중해 왔으니 만약 형을 천거한다고 하면 분명 응할 거예요.”손왕비가 기뻐서, “여섯째도 같이 천거하도록 하실 수 있겠네요. 추천하는 사람이 더 많으면 그만큼 희망도 커지니까.”안왕이 눈을 번득이더니, “아뇨, 여섯째 쪽엔 가지 말아요. 여섯째는 원래 조정 일에 관여하지 않는데 이번일에 끼어들면 사람들이 사적인 감정으로 천거하는 거란 오해를 면하기 어려워요. 결국 여섯째는 조정에 있지도 않고 형 재임기의 정치적 업적도 몰라서 확실이 사적인 감정으로 천거하는 게 되고 말아요.”손왕이 약간 주저하며, “내가 제일 적임자는 아닌데……”손왕비가 살짝 성을 내며, “왜 당신이 제일 적임자가 아니예요? 홍려시에서 근무한 날도 적지 않은데 그간 좋은 기회가 없었잖아요. 지금 기회가 눈 앞에 있는데 꼭 잡아야 해요.”안왕도 용기를 북돋우며, “맞아요 형, 자기비하 하지 마요, 이번에 축하행
막아라제왕은 안왕이 이런 마음씀씀이가 있는 줄 모르고, 전에 가지고 있던 안왕에 대한 인상을 고치고 그와 같이 손왕이 숙나라 사신으로 가는 것을 천거하는데 동의했다.안왕이 기뻐하며 제왕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탄식하며, “만약 형이 공을 세우고 돌아오면 아바마마도 마음이 놓이실 거야.”제왕은 경조부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 이 말을 듣고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왕이 멀리 간 뒤 마부에게 초왕부로 가자고 하고 이 일을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듣고 급히, “둘째 형수가 어젯밤 일부러 감췄던 거야. 숙나라에 가시겠다고?”탕양이, “전하, 소신이 얼른 주재상 어른을 찾아가 입궁전에 손왕 전하를 막아보고, 적극적으로 이 일을 막아 달라고 하겠습니다.”우문호가 하늘을 보더니, “이미 늦은 것 같다. 지금이면 이미 조례가 열렸어.”우문호가 잠시 중얼거리더니, “안돼., 내가 입궁해야겠어. 여봐라, 조복을 준비해라.”“전하, 못 들어가십니다.” 탕양이 말리며, “폐하의 성지 없이 입궁 못하십니다.”“지금 그걸 따질 때냐. 가서 얘기하자!” 우문호가 얼른 방에 가서 옷을 갈아 입고 의관을 정제한 후 탕양과 함께 말을 달려 출발했다.궁문에 도착하자 과연 저지당했는데 수문장 오석(烏石)이 위엄 있게, “전하, 폐하의 성지에 전하께서는 금족기간으로 성지 없이는 입궁하실 수 없으시니 돌아가시지요.”“오장군, 중요한 일이 있네, 미안하지만 통행을 부탁하네.” “안됩니다. 성지는 거역할 수 없으니 소신을 곤란하게 하지 마시고 전하께서는 돌아가시지요. 소신은 전하를 뵌 적이 없으며 전하께서 금족령을 범하신 것을 모릅니다.” 오석의 태도는 강경했다.오석은 진짜 새까맣고 고집 센 바위처럼 꿈쩍도 안 하고 오직 명령에 따라 일할 줄만 알아서 정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문호는 알고 있다. 만약 진짜 치고 들어가면 황제를 노하게 하고 만조 백관의 의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탕양이, “오장군, 재상께서는 입궁하셨는가?”“아직입니다!” 오석이 답했다.우
의기양양 손왕제왕이 이 말을 하고 차를 한 모금 한 뒤 계속 우문호에게, “이번에 넷째 형 사람이 전력을 다해 천거한데다, 원래 둘째 형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어서 아바마마께서 비록 별로 원하지 않으셨지만 최종적으로 동의하실 수밖에 없었어요. 형, 이 일 제가 아무리 궁리해봐도 이상하단 말이예요. 왜 넷째형이 가려고 하지 않죠? 넷째형은 홍려시 시경이고, 이번에 다른 6국 사람과 교섭할 수 있는데 넷째형에게 공을 세우고 잘난 척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형은 이상하지 않아요?”우문호가 하는 수 없이, “이상한 게 맞지. 이게 보통의 일이면 넷째가 뭐 하러 그렇게 많은 사람을 내세워 천거했겠어? 속으로 확실히 알았던 거야. 이번에 숙나라엔 낌새가 있기 때문에 피하고 안 간 거지.”제왕 얼굴이 핏기가 가시며, “맙소사. 무슨 낌새죠? 둘째형 위험한 거예요? 그럼 얼른 형에게 알리러 가요.”우문호는 손왕이 너무 걱정할까 봐, “그냥 우리 추측일 뿐이니 일단 형을 찾아가지는 마. 내가 형한테 얘기할 게. 네 호들갑에 형이 더 놀라. 형이 덩치만 컸지 간은 콩알만 해.”“그럼 얼른 형한테 얘기해서 알려줘야 지요. 저야 넷째 형이 호의를 베풀 리가 없다는 걸 아니까. 하여간 개가 똥을 끊지!” 제왕이 발끈해서 시쳇말로 욕했다.우문호가 제왕을 돌아가라고 달랜 뒤 탕양을 손왕부로 보냈다.손왕부는 지금 흥청거렸는데 숙나라 사신 소식이 전해지고 손왕비는 하인들에게 전부 상을 내렸는데 매우 흥겨운 때에 탕양이 와서 손왕비가 탕양에게도 상을 내리며 희색이 만연했다.탕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른 손왕을 모시고 갔다.손왕은 속으로 만족스러워, 우문호를 보고 신이 나서 배를 탕탕 치며, “다섯째야, 형이 숙나라에서 돌아오면 아바마마 앞에서 너에 대해 잘 말씀드려 주마.”손왕의 기름진 얼굴에 기쁨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손왕을 서재로 끌고 가더니, “좋아 죽겠죠?”“당연하지?” 손왕이 우문호를 쳐다보고, “왜? 형이 간다는데 기쁘지 않아?
욱한 손왕손왕은 우문호가 계속 듣기 싫은 말만 하고 축하의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자 약간 화가 나서, “다섯째야 너 형이 가서 공을 세울까 봐 눈꼴 사나운 거야? 형이 눈에 거슬려?”우문호는 손왕이 이렇게 얘기할 생각 못하고, “제가 어떻게 형이 눈에 거슬립니까? 전 형이 공을 세워서 출세하시기를 간절히 바래요.”손왕이 못 마땅하다는 듯, “거짓말 마, 태자가 된 지 오래됐고 권력을 쥔 지도 오래됐지? 정말 형이 공을 세워 출세 하는 걸 바랬으면 전에 왜 발탁 안 해줬어? 형이 널 원망하는 게 아니야, 단지 넷째가 이번에 어렵사리 인심 써서 나더러 가서 식견도 좀 넓히라고 한 거건데 넌 오로지 안 좋은 말만 하고 정이 싹 떨어지는 구나.”손왕은 우문호의 놀란 얼굴을 보고 자기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참 기분이 들떠 있어서 우문호와 흥을 깨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 곧, “난 이틀 있으면 출발해서 내일 손왕부에서 연회가 있어, 넌 금족기간이라 올 수 없으니 사람을 보내 술을 보내 네가 날 위해 송별 인사를 한 것으로 치도록 하마.”손왕은 말을 마치고 갔다.우문호는 약간 타격을 입었다. 둘째형이 자신의 말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사실 이때 손왕은 한참 기분이 좋을 때로 우문호가 한 말은 흥을 깨므로 그 점을 원망하는 게 아니다.우문호를 경악하게 한 건 우문호가 권력을 잡고 있는 동안 손왕을 발탁한 적이 없다는 것이며, 이 말이 지금 처음으로 툭 튀어 나왔다는 건 손왕 마음 속에 계속 있었다는 뜻이다.탕양이 밖에서 듣고 손왕이 간 뒤에 들어와, “전하 마음에 두지 마세요. 손왕 전하는 사람을 너무 아름답게만 보고 안왕 전하께서 진심으로 자신을 발탁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다.”우문호가 쓴 웃음을 지으며, “형은 사실 내가 그동안 형을 발탁하지 않은 걸 마음에 두고 있었어, 형을 발탁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형 성격이 미지근하고 위기의식이 적어서 한직에 발령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 했어. 매일 무사태평하게 지내는 게 뭐가 나빠
퍼붓는 손왕비손왕비도 듣고 화가 났다. 자기 남편은 자기가 잘 아는데 성격이 유약해 정말 누가 기분을 건드린 게 아니면 이렇게 화를 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마음이 영 불편한 게, 초왕부에 그동안 걸핏하면 일이 생겼고 그때마다 자기가 사심없이 여러모로 애쓰며 도왔다. 다섯째가 태자가 돼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되어도 둘째형을 발탁하지 않은 것도 그럴 수도 있지 했건만, 어렵사리 이런 기회를 얻었는데 힘이 되어주지는 못할 망정 비꼬는 말이나 하다니 해도 너무 했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분이 삭지 않아, 마차를 준비시켜 황실 별장으로 가서 원경릉에게 좀 따지기로 했다.원경릉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고 최근 대부분 별장에서 태상황을 돌보며 지냈다. 폐기종과 천식은 일단 발작하면 밤새 숨을 쉴 수가 없기때문에 태상황 곁에서 떠나지 못했다. 적어도 날씨가 따듯해 져야 병세가 호전될 것이다.원경릉은 손왕비가 온다는 소리에 태상황께 안부인사를 하는 김에 자기와 수다나 떨 줄 알았으나 태상황이 막 잠이 들어서 일단 본관에서 먼저 손왕비를 만났다.“혼자 오셨어요? 미색이랑 요부인은 안 오시고?” 원경릉이 웃으며 묻는 게 미색과 요부인 두사람은 지금 손왕비와 가까이 살아서 보통 외출할 때 같이 움직인다.손왕비가 담담하게, “둘은 안 왔어, 내가 안 불렀거든.”원경릉이 들어오면서부터 손왕비 안색이 심상치 않은 걸 보고, “왜 그래요? 기분 나쁘세요? 누가 건드렸어요?”손왕비가 약간 화가 난 눈빛으로, “태자비, 말 좀 묻자. 사실대로만 대답해.”“완전 살벌한데요?” 원경릉이 방금 안에서 약을 나누고 아직 손을 닦지 않아서 손을 닦은 뒤 자리에 앉아, “말씀하세요, 반드시 사실대로 답할 게요.”손왕비가 다가와서, “어디 얘기해 봐, 요 2~3년간 내가 태자비에게 어떻게 했어?”원경릉은 손왕비의 얼굴빛에 엷은 분노가 비치는 데다 이렇게 강렬한 적대감이 섞인 질문을 하는 것을 듣고 갈피를 잡지 못해, “둘째 형님은 저한테 잘 해 주셨죠. 그동안 안팎으로 형님이 도와
손왕비의 하소연원경릉은 손왕비가 봇물 터지듯 좔좔 쏟아낸 얘기를 듣고 최근 2~3년을 떠올려보니 확실히 무슨 일이 터지던 손왕 부부는 항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들 쪽에 서 주었다. 누가 옳고 그른 지 따지지 않는 이런 형제의 정을 다치게 해서는 안되기에 서둘러 달래며 사과했다. “형님 말씀이 맞아요, 이 일은 태자가 제대로 못했네요. 제가 가서 혼낼 게요. 태자란 사람이 말이죠, 형님도 아시지만 둘째 아주버님을 존경할 뿐 아니라, 악의 없이 그런 말을 할 건 형이 멀리 나가신 적이 없어서 걱정돼서 일 거예요. 거기다 숙나라와 우리 북당은 계속 긴장관계라 숙나라에서 둘째 아주버님을 불리하게 하는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좋은 뜻으로 한 말일 텐데, 듣기 싫게 말한 거로 태자와 실랑이 하지 마세요. 아직도 태자를 모르세요? 이 인간 입에서 어디 좋은 소리가 나오던 가요. 평소 저한테 하는 잔소리도 한마디도 좋은 소리가 없고, 아바마마께도 몇 번이나 말대꾸를 했는지. 입은 걸지만 마음은 착해요. 보통의 상식으로 보시면 안될 거예요.”손왕비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비로소 좀 풀리며, “나도 그냥 태자비한테 얘기나 하려고 그러지, 태자비도 태자 혼내지 마. 남자들은 다 체면을 중시 하니까. 한마디만 전해주면 돼. 둘째형은 다섯째가 좋아할 걸 기대하고 당연히 자기 일처럼 좋아 했어야 했다고. 축복하고 당부하는 말이 그런 음모론보다 훨씬 나았다고 말이야.”“알겠어요, 안심하세요. 있다가 꼭 전할 게요.” 원경릉이 달랬다.손왕비는 원경릉이 긴장한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나도 알아 이번에 득달같이 와서 이런 얘기하는 건 지나치다 싶어, 그렇게 큰 일도 아니고, 하지만 자네 둘째 아주버님은…… 뭐랄까? 마음속에 섭섭함이 있어. 맏이가 사고를 쳐서 아바마마 슬하에 손왕이 첫째잖아. 아바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리고 싶은데, 그런 게 본인 성격과 상충되니까 억지로 자신을 몰아붙여, 책임은 아무튼 져야 하겠고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어도 재주가 없으니 좌절감이 드나 봐.
숨막히는 정국우문호가, “맞아, 숙나라 쪽 소식이 와서 소홍천이 직접 가져왔는데, 숙나라가 확실히 움직이기 시작 했어. 대주와 전쟁이 눈앞으로 닥친 거지.”“대주 쪽에서 편지는 왔어?”“정정이랑 연락이 됐어. 어제 전서구가 날아왔는데 이미 정확하게 배치를 마쳤고 우리도 준비하라고. 우리 두 나라는 군사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 대군도 국경을 압박하다가 필요할 때 대주를 도와야 해.”“하지만 아직 무기를 만들어 내지 못했잖아.” 원경릉이 당황하며 ‘정말 전쟁이 시작된다고? 얼마나 원하지 않던 일인데!’우문호가, “소홍천 말이 우리가 보낸 밀정이 병여도의 행방을 이미 알아냈으나 병여도를 망가뜨리는 데 쩔쩔매고 있는 모양이야.”“그쪽에서는 만들기 시작 했어?”“아직, 병여도에 대해 파악을 다 못 했어. 하지만 이번에 대주에서 사람을 보내올 게 틀림없으니, 그들은 대주 사람을 협박해 병여도의 비밀을 알아낼 가능성이 커. 소홍천이 오늘 가져온 정보가 바로 이런 추측이고 또 하나 더 있는데 숙나라가 각국의 사신들을 잡고 협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사신들 나라가 이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말이야.”원경릉이 경악하며, “숙나라는 지금 이미 북막과 같이 출병했는데 독고는 2:1로 대주와 싸우겠다는 거야? 우리와 대주는 이미 동맹을 맺었는데 가만히 손 놓고 지켜 볼 수 없잖아. 둘째 아주버님이 이번에 가시는 건 엄청 위험할 거야.”원경릉이 자세히 생각하자 너무 두려워서, “아니, 숙나라는 원래 자기가 이번 경축행사에 참여하길 원했잖아, 다시 말해 그들은 자기를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고 싶었던 거야. 자기가 금족령이 아니었으면 갔을 테니까 숙나라 사람의 야심이 아주 환히 보인다. 둘째 아주버님은 가시면 안돼.”“아바마마께서 이미 응하셨어. 일국의 군주는 식언할 수 없는 법. 아바마마는 일찍부터 이 단계를 예상하시고 넷째를 보내려고 한 게, 숙나라 홍엽은 아직 넷째의 힘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넷째에게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