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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9화

Author: 유애
유민 현주

사식이가 밖에서 들어오며, “무슨 말씀을 하는데 이렇게 즐거우세요?”

“꼬맹이는 엿들으면 안 돼.” 원용의가 웃으며 말했다.

사식이가 ‘흥’하며, “저도 혼인했거든요.”

원용의가 사식이를 보고, “그래, 사식이도 혼인을 했지. 세월이 정말 빠르구나.”

손왕비가 갑자기, “맞아, 옹정 군주가 죽었어, 알고 있어?”

원경릉이 대경실색해서, “죽었다고요? 어떻게 된 거예요?”

손왕비가, “군주 부마 저택에 상이 났다고, 말로는 급서(急逝)라고 하는데 소식통에 따르면 호비가 아이를 낳은 뒤로 정서가 영 불안정 하더니 어두운 방에 도사리고 앉아 종일 태자비를 욕하다가 나중에 군주의 부마와 다투더니 군주가 벽에 부딪혀 자살했 데.”

원용의가 냉랭하게, “종일 태자비를 욕해요? 죽어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네요. 그때 일을 아바마마께서 장공주의 얼굴을 봐서 크게 추궁하지 않으신 건데 고마움을 몰라도 분수가 있지. 죽어도 싸네요.”

“됐어, 죽은 사람을.” 원경릉이 옹정 군주의 매몰차고 살기등등한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영 싫었다.

“그럼 유민 현주는? 아직 혼례 안 치렀죠?” 요부인이 물었다. 요부인인 지금 황실 사람이 아니라 이런 자잘한 소식은 모르고 있다.

“유민 현주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 모친상으로 아마 3년은 또 못 가지 싶네. 정말 안됐지. 누가 3년을 기다려 주겠어? 3년 지나면 노처녀지.” 손왕비가 코웃음을 쳤다.

원용의가, “누구와 혼인하는데요?”

“박씨 집안의 박원 공자!” 손왕비가 원용의를 흘끔 본 게, 원용의가 전에 박원과 혼담이 오갔기 때문이다.

원용의가 놀래서, “박원이요? 본인이 동의했나요? 박형이 어떻게 유민 현주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할 수가 있죠? 둘째 형님 말씀 좀 드리지 그러셨어요?”

손왕비와 박원은 친척관계라 이 일은 손왕비가 얘기했으니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왕비가 한숨을 쉬며, “나야 말을 했지, 유민 현주가 교활하고 제멋대로기는 하지만 그나마 제대로 된 집안 출신으로 강호의 여자들과 어울려 사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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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2060화

    박원과 소홍천손왕비가, “이 일때문에 나도 박원 집에 두 번이나 갔는데 오지 말라고 해서 더 이상 얘기 안 했어. 어쨌든 그집 혼사인데 내가 참견하기가 그렇잖아?”손왕비가 좀 화가 난 듯 보였다. 유민 현주의 패악질을 그 자리에서 봤기 때문에 박원같은 좋은 사람이 이런 여자 손에서 망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원용의가, “박형과 소문주가 함께 한다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자네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소용없어, 부모는 어울린다고 생각 안 하니까.” 손왕비는 짜증이 나는지 손을 내젓더니, “됐어, 이 얘기 그만해.”원용의와 원경릉은 서로 마주보고 약간 슬픈 기색으로, ‘잘 되기만 하면 이게 얼마나 경사인데.’그래서 원용의는 그날 돌아가서 박원을 집으로 불렀다. 원용의는 결혼 후에도 박원과 왕래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금 명분이 오누이고 제왕도 이 일에 관대해서 질투하지 않았다.원용의는 솔직 담백한 성격이라 말을 돌려서 할 줄 몰라 박원이 앉아 차를 한 잔 마시자, “둘째 형님 말씀에 유민 현주와 혼담이 오간다면서요?”박원이 듣더니 웃으며, “어머니의 한결같은 바람이시지. 상대는 우리 박씨 가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유민 현주도 여전히 태자 전하를 사모한다고 들었어.”“망상도 진짜 한결같네!” 원용의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니 미친 거 아니 예요? 지금도 태자 전하를 그리워하다니.”“결혼으로 신분이 확 높아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여자가 어디 있어? 유민 현주는 출신이 좋잖아. 어머니가 옹정 군주니까 그런 생각 하는 것도 정상이지.” 박원은 비판할 마음도 없고 이 화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 계속 차를 마셨다.원용의가 박원을 바라보며 차를 한잔 건넸다. 딸을 낳은 원용의는 일처리가 갈 수록 세밀하고 신중해 졌다. 차 한잔 후 담담하게, “이번에 소홍천과 남강 북쪽이랑 강북부도 같이 갔는데 같이 일해보니 잘 안 맞는 건 없었어요?”박원의 눈가에 서서히 미소가 퍼지며, “무슨 얘기가 듣고 싶어?”“오늘 둘째 형님이랑 같이 유

  • 명의 왕비   제 2061화

    바쁜 우문호원용의가 이 말을 듣고 부아가 치미는데 웃기기도 해서, “그래요, 당신께서 너그러이 양보해주신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요.”박원이 거만하게, “다행히 의붓 동생을 하나 얻어서 손해는 안 봤네.”원용의는 박원이 농담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게 싫어서, “소홍천이랑 어떤 지 물었잖아요. 얼른 말해요.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소홍천은 분명히 임소를 잊을 거라니 까요.”박원이 웃으며, “그럼 일단 잊어버리기를 기다렸다가 잊어버리면 혼담을 넣도록 할게.”혼담얘기까지 했으니 좋아하는 건 확실하고 소홍천이 유민 현주보다 훨씬 낫다고 원용의는 생각했다. 정말 혼인한다면 미담으로 남을 법 하다.소홍천 쪽에 대해 원경릉도 우문호에게 이 일을 알고 있는지 물었는데 우문호는 모르고 있었지만 진짜라면 지지할 게 틀림없다.옹정 군주의 죽음을 얘기하며 원경릉이, “벌써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니 황실 친족의 도리로 내일 우리도 시간을 내서 향 올리러 가자. 사람이 죽었는데 원한도 다 잊어야지.”같은 황실 사람이라 해도 안 볼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장공주의 체면은 살려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 우문호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안 간다고 사람들에게 욕 먹는 건 좋지 않다.우문호가 동의하며, “가야지, 내일 일찍 가자. 돌아와서 난 관아에 나가봐야 해.”“요즘 바쁜 건 좀 어때?”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기대 물었다.“많이 바빠, 정신 없고.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어. 만아가 벌써 수주부(帅州府)까지 와서 며칠 안에 경성에 도착할 거야.”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키스하고 자리에 눕혀주었다. 최근 발이 바닥에 닿을 틈도 없이 정신없이 바빠서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만아와 헤어지고 몇 달이 됐지만 원경릉은 만아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낯설고 너무 그리웠다. “하지만 이번에 와도 작위를 받고 금새 헤어져야 하잖아.”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아니, 이번엔 경성에 좀 오래 있게 하려고.”원경릉이 놀라서, “그럼 남강에 대한 자기 계획에 영향을 주는 거 아냐?”우문호가

  • 명의 왕비   제 2062화

    소홍천과 두 남자손왕이 유민 현주를 뿌리치며 굳은 표정으로, “쿵쾅쿵쾅 소란스럽게, 어떤 상황인지 안 보여?”유민 현주는 원래 손왕에게 달려온 게 아니라 우문호에게 달려 간 건데 우문호가 피할 줄 몰랐다. 우문호의 행동에 유민 현주는 상처를 받고 손왕의 질책 따위는 무시하고 우문호를 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오빠, 정말 이렇게 매정하게 하실 거예요?”우문호는 유민 현주가 싫고 자주 접촉하고 싶지도 않아서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아 바로 원경릉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유민 현주가 뒤에서 울며 오빠오빠 소리치는데 우문호는 화만 치밀고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소홍천이 박원에게 애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줘서 절대로 박원이 쟤한테 해를 입지 못하게 해야 겠어.”박원은 유능하고 무공이 뛰어난데다 지혜롭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박원이 옮고 그름과 선악을 정확히 분별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박원은 교육도 잘 받아서 어떤 일이든 마음 속에 척도가 있어서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안다.우문호에게 이런 무장이 절실히 필요하다.원경릉이 웃으며, “자기 진짜 너무 살갑게 구는 거 아냐. 저들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놔둬. 내 생각엔 박원도 유민이 마음에 들 리가 없어.”“박씨 부모님이 순간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실 까봐 그렇지. 그분들은 소홍천을 좋게 안 보시니까. 나중에 당신이 소홍천을 불러서 물어보는 게 어때?”원경릉이 고개를 젓더니, “아니, 나랑 소홍천이 그 정도로 친하지는 않아.”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나도 묻기가 그런데. 됐다. 당신 말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놔두자. 인연이 있으면 결국은 만나게 될 테니까.”옹정 군주의 상여가 나간 뒤 삼일 째 되는 날 임소의 행방을 알게 되었는데 평남왕부에 또 나타나서 이번에는 평남왕의 양자 우문휘(宇文暉)가 직접 임소를 우문호에게 보냈다.이번엔 귀영위가 따라가서 임소를 데리고 경성으로 체포해 오는데 안타깝게도 곧 경성에 도착하려는 순간 임소가 도망쳤

  • 명의 왕비   제 2063화

    손전무그리고 첫째 황자 우문군과 주명양은 최근 잘 지내고 있다. 전에 한번 운수가 사나웠던 뒤로 부귀하게 지내던 걸 잊지 못해 지금은 누군가에게 받은 은자로 여전히 패거리와 장사를 하는데 골동품을 판다고 했다.지난번 일로 교훈을 얻어 그들도 보는 눈이 생겼는지 은자를 내놓으라는 장사는 하지 않고, 위험이 큰 장사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첫째 황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편하게 지난날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이번에 그와 장사를 하는 사람은 강남의 상인으로 이름은 손전무(孫全武)인데 강남에 거액의 재산이 있으나 경성에 인맥이 없다. 골동품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역시 우문군 같은 토착 건달이 의지하기 가장 적합한 사람이다. 우문군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사람이 없고 경성 각계 각층에 전부 야트막하게 안면을 트고 있으며, 제일 중요한 건 우문군에게 탐심이 있다는 사실이었다.탐심이 있는 사람은 통제하기 상당히 쉽다.이 골동품 상인도 우문군에게 외지 장사꾼을 여럿 소개 시켜 주었는데 이들은 다 경성에 분점을 가지고 있고 분점은 열흘에 한 번씩 수속을 해야 해서 우문군이 이 일을 대신 하기 좋았다.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사정할 필요 없이 바로 제왕에게 가져가 도장 찍으라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제왕은 우문군을 싫어해서 이런 작은 일은 본인이 직접 나설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우문군도 제왕을 위해 일처리를 제대로 했다. 왜냐면 경성에는 이런 식으로 일정 수고비를 받고 분점의 대리 심사를 맡은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왕은 심지어 우문군이 이런 저급한 대리 업무라도 하는 게 발전한 거라고 생각했다.우문군은 손전무를 위해 분점 신고를 처리하고 그에게 사람을 몇 소개했는데, 골동품은 일반 사람이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문군이 소개한 대부분은 전에 우문군을 따랐던 관원들로 이 사람들은 지금 우문군을 따르지 않지만 감히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값싼 친절이라 자신에게 소개한 사람들 뒷일은 우문군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하지만

  • 명의 왕비   제 2064화

    주명양의 돈놀이우문호는 원래 사람을 시켜 우문군을 살펴보게 했으나 우문군이 왕래하는 사람은 전부 장사꾼들로 손전무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분명 강남의 부유한 상인이라 하던 대로 얼마를 벌던 상관하지 않았다.거기에 아바마마도 사람을 시켜 정기적으로 손전무의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만약 이상한 구석이 발견되면 궁에서 사람이 와서 가르쳐 줄 것이다. 그래서 우문호는 더더욱 손전무를 마음에 두지 않았고 그저 자신의 일을 돌보기에 바빴다.경성의 황족과 관리들은 사실 한 권역 안에 있는데 구씨 집안 둘째 부인이 은자를 벌었다는 얘기에 친한 친구들을 소개하고 친한 친구도 은자를 벌어서 다른 사람을 소개하고 이렇게 얼마 되지 않아 주명양의 손을 거쳐 유통되는 은자는 수백만 냥에 이르러 주명양이 계산해 보니 한달에 순전히 수수료만도 7~8,000냥이라 우문군보다 많아도 훨씬 많다.주명양과 우문군은 진정한 부부가 아니라 당연히 이 은자에 대해서는 우문군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숨겨뒀다.이렇게 은자를 빌려주고 한달에 세번에 나눠 이자를 받는데 빌려준 은자는 열흘 단위로 이자를 계산해 손전무가 주명양에게 주고 주명양이 다시 여러 부인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이달은 기한을 2~3일 넘기고도 손전무가 오지 않았다.이건 전에 없던 일로 주명양이 깜짝 놀라 손전무가 경성에 빌린 집에 찾으러 갔으나 사람은 없고 나리는 강남으로 돌아가셨고 며칠 지나야 돌아오신다고 하인이 말했다.주명양은 좌불안석 불안한 마음으로 돌아가 다른 부인들에게도 설명 해야 했다. 다행히 대부분 주명양을 믿는 게 어쨌든 전에 날짜대로 이자를 줬기 때문이다. 한번 기다리고 다시 두번째 이자를 받아야 할 때가 되었는데 손전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 주명양은 가만 있을 수 없어 다시 한 번 찾아갔다.하인이 나리가 막 오셨는데 친구분이 계시다고 했지만 주명양은 친구가 어떤 분이든 상관없으니 일단 손전무를 만나 은자를 받고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주명양은 위험을 무릅쓸 수 없었다.본관으로 들

  • 명의 왕비   제 2065화

    손전무와 또 하나의 손님손전무가 주명양을 밀치더니 차갑게, “관아에 신고하던지 마음대로 하세요. 전 당신의 은자를 가져간 적이 없고, 신고해도 저에게 누명을 씌우지는 못합니다. 첫째 황자비 마마 가시는 게 좋겠군요.”주명양의 머리에서 펄펄 김이 나고 손전무를 손가락질 하며, “내가 만만한 모양인데 진짜 법정에서 널 고소할 테니까 경성에 발 디딜 꿈도 꾸지 마. 그 은자 주인이, 그 사람들 남편들이 어떤 사람인 줄 알아? 넌 잘못 걸린 줄 알아.”손전무가 냉소를 지으며, “그래요? 제가 듣기로는 조정에서 엄한 명령을 내려 모든 관원과 그 가족들은 개인적으로 돈놀이를 해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돈놀이는 국법을 어기는 행위로 그분들은 결코 법을 알면서 고의로 법을 어길 리가 없습니다.”주명양은 소름이 쫙 돋으면서, “네가 원래부터 다 생각이 있었구나. 손전무 이놈, 은자를 토해내지 않으면 너 죽고 나 죽자.”손전무가 옷을 떨치고, “좋습니다. 어디 첫째 황자비 마마의 대단함을 좀 배워볼 까요.”주명양은 원래 어쭙잖은 무공을 배웠다. 지금 손전무가 딱 잡아 떼는 걸 보고 은자 수백만 냥을 자신은 절대로 갚을 수 없는데 만약 못 받아가면 자기는 사람 구실을 못한다는 생각에 손 날을 세워 내리 꽂았다.원래 손전무가 한낱 상인인 줄 알고 무공은 모를 줄 알았는데 주명양의 손 날이 닿기도 전에 손전무가 주명양의 팔을 꺾어 기둥에 박아버렸다. 주명양은 머리가 윙윙 울리고 아파서 기절할 지경이다.손전무가 차갑게, “첫째 황자비 마마 제가 외지인이라고 업신여기시면 안됩니다. 저에게 정말 일이 터지면 경성에 적지 않은 사람이 절 지키기 위해 일어설 겁니다.”말을 마치고 온 몸에 악한 기운을 내뿜으며 멀리 있는 하인에게, “저 사람을 내 쫓아라!”바로 누군가 와서 주명양을 끌고 나가 문 앞에 던져 놓고 문을 닫는데 주명양은 기가 막혀서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주변으로 사람들이 둘러서자 주명양은 창피한 나머지 일단 자리를 뜨고 다음 대책을 도모하

  • 명의 왕비   제 2066화

    우문군의 비자금주명양은 쫓겨난 뒤 마음이 황망한 것이 손전무는 잡아뗄 게 분명하고 그 수백만 냥을 주명양이 어떻게 배상하지?도저히 배상할 수 없다. 은자 수백만 냥은 먹고 죽을 래도 없다.주명양은 화가 나서 미치겠는데 집으로 돌아와 시중을 드는 시동과 노비를 보니 아직 밥을 해 두지 않아서 얼른 주방으로 숨어들어 갔다. 전에는 하인이 게으름을 피우면 불벼락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그럴 기운도 없고 방으로 들어가 자기 돈이 얼마나 있나 보는데 최근 좀 모았지만 열흘 치 이자 한 번도 감당할 정도도 못 되었다.그리고 지금 이미 두 번이나 이자를 놓쳐서 일부 사람들은 벌써 짜증이 났는데 만약 진짜 주명양에게 따지고 들면 자신도 어쩔 방법이 없어 시간을 벌려면 일단 두 번치 이자를 줘야 했다. 그리고 그러려면 적어도 이만 냥은 필요하다.밖에 우문군의 목소리가 들려서 주명양이 얼른 지폐를 숨겼다.우문군은 오늘 기분이 좋아서 문에 들어서자 마자 주명양에게 비단 상자 하나를 건넸다. “오늘 돈 좀 벌었어. 받아.”그들 부부 관계는 돈을 번 뒤로 호전됐으나 선물을 준 건 이번이 처음으로 주명양이 받아서 열어보니 금반지로 비록 스타일은 구식이지만 무게는 꽤 묵직했다.주명양은 우문군이 최근 돈을 좀 모은 걸 알지만 구체적으로 얼만지 모르고 그가 돈을 숨겨두는 곳도 몰랐다.주명양이 우문군에게 차를 끓여주며 몰래 떠보는데, “요즘 보니까 제법 벌던데 수만 냥은 되겠네요?”우문호가 의자에 앉아 자랑스런 얼굴로, “맞지는 않지만 비슷해!’주명양이 혹했다. 만약 받아서 일단 이자만 주면 열흘은 더 연장할 수 있다. 주명양이 그렇게 생각하고 우문군 곁으로 다가가, “그럼 전부 전장에 맡겼어요?”“얼마 되지도 않은데 뭐 전장까지.” 우문군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주명양을 흘겨보며, “왜? 돈 없어?”자기한테도 나눠 달라고 할까 봐 주명양은 돈놀이 하던 걸 우문군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문군의 눈에 주명양은 돈이 없다.주명양이 느끼하게 웃으며, “그건 아니고요,

  • 명의 왕비   제 2067화

    주명양의 계략주명양은 속으로 진짜 화가 났다. 다른 사람들 묻지도 않는데 제일 가까운 사람이 의심하자 얼굴이 굳어져서, “이모가 이렇게 절 못 믿으시 다니요.”둘째 부인이 주명양에게, “이모가 널 못 믿는게 아니라 어쨌든 30만냥을 투자했는데 진짜 무슨 문제가 생기면 피 같은 본전을 날리게 되는 건데 그 돈은 네 사촌 동생 혼수할 돈 아니냐.”주명양은 앞이 캄캄하고 다급한 게 만약 지금 30만냥을 가져가겠다고 하면 주명양에게 지금 그런 돈이 어디 있어?하지만 얼굴에는 티를 안 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모께서 정말 가져가시겠다면 가능하죠. 하지만 손 주인장 얘기를 들으니 지금 장사가 잘 돼서 다음달부터 이자가 오를 거 같던데 이모가 돈을 빼 가면 두 눈 멀쩡히 뜨고 다른 부인들만 좋은 일 시킬 거 같네요.”둘째 부인이 이 얘기를 듣고 얼른, “이자가 오른다고? 얼마나 오른데?”주명양은 둘째 부인이 욕심이 가득한 것을 보고 안도했다. 아직 욕심이 있다는 건 30만냥을 급히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말로, “손 주인장이 모두의 지지에 힘입었으니 벌어들인 돈도 여러 부인께 돌려드리고 싶다고 했어요. 다음달부터 추가 2할 이죠.”“추가 2할이라고 그렇게 많이?” 둘째 부인은 눈이 동그래져서 속으로 계산해보니 지금 30만냥을 투자했는데 10일마다 2,000냥을 받으니 한 달이면 6,000냥이고 만약 2할을 더 쳐주면 한 달에 7,000냥이 넘는다는 소리잖아?이건 작은 금액이 아니네.둘째 부인은 곁에 구정민을 보며 딸이 만약 냉씨 집안과 혼담이 성공하면 냉씨 집안은 고결하고 존귀한 집안이니 혼수를 초라하게 할 수 없다. 초라하면 사람들이 무시하고 업신여길 거라 아직 혼담이 완전히 결정되기 전에 돈을 좀더 불려 놓는게 좋지. 몇 개월만 돈 놀이를 해도 은자가 몇 만 냥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둘째 부인은 욕심을 누를 수가 없어서 웃으며, “그렇다면 일단 투자를 해야지. 어쨌든 네 사촌동생 혼담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 결정된 뒤에 다시 와도 늦지 않겠구나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97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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