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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7화

Author: 유애
명원제는 황귀비의 난처해 하면서도 격앙된 얼굴을 바라봤다. 황귀비가 언제 지금처럼 미친듯이 예민한 적이 있었던가? 더듬어 보았지만 없었다. 명원제는 당황스러워 어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요 며칠동안 터진 일로 명원제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미 버림받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잠시 후 명원제가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짐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짐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네가 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짐을 가장 잘 헤아려야 하거늘.”

“그럼 폐하께서도 신첩을 가장 잘 아셨어야 지요.” 황귀비가 살짝 턱을 들고 얼굴에 슬픔과 실망의 빛을 띠며 말을 이어나갔다. “용종을 해치려 했다는 한마디에 신첩은 가슴을 칼로 갈가리 도려내는 것 같습니다. 폐하께서 전에 신첩에게 물으셨죠. 호비를 총애하는 게 신경 쓰이냐고. 아직도 신첩에게 이 말을 물으신다면 신첩은 기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첩이 생각하기로 폐하께서는 후궁의 다른 비빈들이나 막 입궁한 수녀들에게 물어보시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푸대접을 당해서 폐하의 용안 한 번 뵙지 못한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신첩은 감히 모험할 수 없으니까요. 고명한 의술을 가진 태자비가 와서 호비 뱃속에 용종을 지키고자 해도, 어의가 조금의 자신도 없다는데 태자비라고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겠습니까?”

명원제가 말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호비가 그렇게 당신을 믿는데 당신도 호비 생각을 해야지. 호비가 낙태를 하더라도 어의에게 태자비를 청하지 못하게 했으니 이 점에서 정말 짐을 실망시켰다.”

황귀비는 더는 말이 안 통한다는 듯 자리를 뜨기로 했다. 의연하고 냉담한 눈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말했다. “폐하를 실망시켜드려 신첩 송구합니다. 신첩이 폐하께 대들고 폐하께 무례하게 굴어 덕을 잃었으니 후궁을 대표하는 것이나 다스리는 것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신첩은 장문전으로 옮겨 이제부터 밖으로 나오지 않겠습니다. 폐하 용서하지 마세요!”

명원제가 다시 화가 난 듯 소리쳤다. “이십 여년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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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원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정확히 황귀비는 어의가 태자비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저도 어의에게 태자비를 부르지 못하게 했을 겁니다!” 호비가 명원제를 보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한달 전부터 좋지 않았지만 태자비에게 알리지도, 심지어는 입궁해서 진찰해 달라고 청하지도 않았어요. 알리지 않은 이유를 아시나요?”명원제가 당황하며 물었다. “무엇이냐?”호비가 복통은 억지로 참았지만 두 다리가 떨리는 것은 아무리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듯 미쳐 말했다. “왜냐면, 폐하께서 정사를 팽개치시고 제 곁에 계실 까봐 였습니다. 온 궁에 좋은 약재란 약재는 전부 찾아 저에게 쓰시고, 내의원 사람을 밤새 재우지 않고 제 곁에서 처방을 내리게 할 것이며 처방이 맞지 않으면 바로 죄를 물을 것입니다. 저를 달래 주시려고 전 원하지 않는 보석 장신구를 한 무더기 하사하실 게 틀림없고 저에게 뭐라도 보상해 주시려고 하셨을 겁니다. 마치 열째에게 다섯 도시를 하사하셔서 저를 안심시켜 주시는 것처럼요. 제가 폐하의 마음 속에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실 겁니다. 폐하께서 열째를 지나치게 총애하셔서 열째는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아이로 변했습니다.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전 그저 여기서 조용히 살며 폐하께서 한가하실 때 가끔씩 저와 이런저런 말씀을 나눠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폐하께서 저를 위한다고 하시는 것이 온 황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당신……” 명원제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호비의 격앙된 얼굴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 명원제가 호비를 위해 한 이런 일들을 뜻밖에도 호비는 한번도 감사히 받은 적이 없었다는 말인가?호비는 마음이 미어졌다. “전 8살때 폐하를 처음 뵙고 줄곧 마음에 두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저는 폐하를 떠나 먼 곳에 있으며 폐하의 업적을 듣고, 백성들이 폐하를 칭송하는 것을 들으며 존경하고 숭배하며 폐하가 아니면 시집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랑한 사람은 영명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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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원제는 핏줄을 타고 불꽃이 손끝과 발끝까지 쫙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명원제의 머릿속에 우문호의 결단력 있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과단성 있는 언행, 지혜로운 판단과 능력있는 사람이 바로 내 아들이다.’“폐하께서 직접 성지를 내려 정하신 태자 전하로, 태상황 폐하께서 하신 것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이 말을 마치고 일어나 예를 취하고 자리르 떠났다. 명원제는 눈을 감고 요 사흘 간의 일을 떠올리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억울함, 내키지 않는 마음 그리고 반성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노부인의 말에 깨닫게 된 것이다. 이 말을 한 건 노부인이지만 사실 노부인은 태상황을 대신한 것으로 태상황은 여전히 명원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명원제의 눈시울이 뿌예지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마를 대령해라, 건곤전으로 가겠다!”향이 하나 탈 정도로 짧은 시간이 흐른 뒤 명원제는 건곤전 앞에 꿇어 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소신 벌을 청하러 왔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았으니 아바마마 노여움을 푸시고 용서해 주십시오. 아바마마, 소신 들어갈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잠시 후 건곤전에서 태상황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편전에서 과인을 기다리거라!”명원제가 일어나는데 눈물을 참을 수 없어 한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성큼성큼 편전으로 가서 밖에서 기다리는데 궁인이 나와 안으로 드시라고 했다. 명원제는 문을 밀고 들어가 바로 태상황에게 달려가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아 울먹였다. “아바마마, 소자가 잘못했습니다!”태상황은 자기 앞에 꿇어앉은 황제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자신이 노부인을 보내 명원제에게 그런 얘기를 전하도록 한 것은 만약 명원제가 노부인이 그런 말을 했다고 책망한다면 부자의 관계를 더이상 유지할 필요 없다고 이미 마음 먹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명원제가 깨닫는다면 북당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명원제는 북당의 황제가 아닌가!명원제가 슬픔과 격앙된 감정으로 눈물을 떨구고 있을 때, 태상황이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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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상황이 명원제를 보는 눈빛에는 말로 하지 못한 감정들이 녹아 있었다. “내 것이 없는 게 아니라 네 것이 이 강산과 하나가 되는 것이네. 자신에게 큰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어떤 일도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는 거야.” 명원제가 답했다. “알겠습니다!”태상황이 다시 말을 이었다. “황제가 성질을 부리면 반드시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 일의 후환이 끝이 없을 테니 받아들이거라!”명원제가 어리둥절해 했다. “아바마마, 아직 저를 용서해 주시지 않으신 것입니까?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태상황이 천천히 일어나 명원제에게 말했다. “네가 반성한 건 단지 과인이 지적해 준 것일 뿐이지만 결국 멀지 않아서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될 것이야.”태상황은 밖을 보더니 무거운 듯도 하고 좀 가벼워진 듯 했다. “곧!”태상황은 다시 건곤전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명원제 혼자만 남았다.그의 마음 속에서는 실망이 일었다. 아바마마께서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기에 명원제는 감히 건곤전에 들어갈 수 없었다.그쪽에 산적한 근심이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명원제의 마음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십황자를 생각하니 팔목의 상처가 아파왔다. 자기 몸이 다쳐봐야 아픔을 느낀다.명원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편전을 나섰다. “채명전으로 돌아가자!”십황자가 잡힌 뒤 채명전 사랑에 갇혔는데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는데, 목이 쉬도록 울었으나 어명이 없으므로 아무도 감히 십황자를 내보내 주지 못했다.십황자는 머리로 문을 쿵쿵 들이받으며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죽겠다는 소리를 해 듣는 궁인들마저도 놀라 벌벌 떨며 가슴을 졸였다.명원제가 냉랭하게 마당에 서서 문에 부딪히는 소리와 난리치는 것을 듣더니 갑자기 분노에 차서 일갈했다. “조용히 못해!”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용안이 분노로 일그러지니 궁인들은 전부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애원했다. “폐하, 고정하소서!” 큰 소리로 외쳤다.“아바마마!” 그러자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십황자가 두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아바마마 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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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644화

    명원제는 자신과 인연이 없는 아들을 흘끔 보더니 악몽에 빠진 사람처럼 머리속이 새하얘지더니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원경릉은 너무 괴로워 뒤로 돌아 몰래 눈물을 훔치는데 깊은 무력감이 밀려왔다.채명전 하인들이 낮게 흐느끼는 소리에 명원제가 불쾌해 하며 눈을 흘기자, 궁인들은 입을 틀어막고 함부로 티를 내지 못했다.호비는 마음이 너무도 괴로워서 명원제의 이런 행동을 보며 마음이 상당히 답답해져서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 “폐하, 신첩 곁에 있으실 필요 없으십니다. 신첩 홀로 좀 고요하게 있고 싶습니다.”호비는 요 며칠동안 자신을 신첩이라 지칭하고 명원제를 극존칭 했는데 후궁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법도에 틀린 것은 아니지만 호비가 전에 명원제 앞에서 이런 적이 별로 없어서 명원제는 상당히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어쩌면 채명전의 분위기가 너무 답답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원경릉이 여기 있기 때문일수도 있어서 명원제도 호비에게 감히 뭐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몇 마디 위로의 말을 남기고 원경릉에게 호비 곁에 있어주라고 한 뒤 떠났다. 명원제가 나가자 호비가 비로소 한숨을 토해냈다.원경릉이 곁에 앉아 위로해주었다. “마마 너무 괴로워 마세요. 몸이 제일 중요합니다.”호비가 쓴웃음을 짓자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괴롭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나도 방법이 없었어. 이 아이와 내가 인연이 없었으니.”“마마께서는 아직 미령하시고 앞으로 자신의 아이를 더 가지실 겁니다.” 원경릉이 마음에도 없는 위로를 했다. 원경릉은 이 말이 막 아이를 잃은 엄마에게 조금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호비가 손을 뻗어 눈물을 닦고 화려한 침대 휘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최근 줄곧 회의감이 들어, 내가 잘못한 게 아닐까 하고.”“에?” 원경릉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호비가 원경릉에게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늘 숨이 막히는 것 같애.”원경릉이 호비의 손을 꼭 잡았다. “곧 좋아질 겁니다!”호비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좋던 아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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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 명의 왕비   제3388화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 명의 왕비   제3387화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 명의 왕비   제3386화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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