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식이는 참고 참다가 원경릉의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부인, 왕비께서 쉬셔야 하니 이만 돌아가십시오.”라고 말했다.황씨는 사식이의 태도에 기분이 나쁜 듯 사식이의 손을 뿌리쳤다.“왕비는 무슨 왕비? 쫓겨난 주제에 아직도 왕비 취급을 받고 싶은 거야? 그리고 원경릉 어미에게 그따위로 밖에 말 못 해?”“사식아 빨리 모시고 나가라!” 원경릉은 황씨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사식이에게 말했다.사식이는 황씨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싸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이거 놓아라! 뭐하는 짓이야!”사식이는 버둥거리는 황씨를 데리고 나가나다 안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았다.“왕야께서 오셨습니다!”사식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우문호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원경릉을 꼭 안았다.매일 맡던 냄새, 익숙한 옷의 촉감, 따듯한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그 모습을 본 희상궁과 만아는 밖으로 나오며 문을 닫았다.바깥에 있던 황씨는 눈을 크게 뜨고 “왕야? 내 사위가 왔다고?”하며 크게 기뻐했다.사식이는 황씨를 끌고 나오는 것이 힘들어 확 던져버리고 싶었다. 황씨는 사식이가 방심한 틈을 타 손에서 빠져나가더니 후다닥 정후를 찾아 달려갔다.우문호와 원경릉은 한참을 껴안고 있다가 손을 풀어 서로를 바라보았다.원경릉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말도 없이…… 근데 왜 몸에서 담배냄새가 나는 거야?”원경릉이 물었다.“건곤전에 하룻밤 묵어서 그런가? 영감님 냄새지.”“어떻게 됐어?”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깨진 그릇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근데 이게 다 뭐야, 누가 너 괴롭혔어?”“아니, 말도 마.” 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우문호는 깨진 그릇의 파편을 치우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정후부 사람들은 너한테 왜 이러는 것이야? 왕비 대우도 안 해주고. 내가 네 부친을 찾아가 뭐라고 해야겠다.”“가지마, 내가 황상께서 공주부의 일을 추궁했다고 말했거든, 내가 아들을 낳아야 황상께서 나를 용서해줄 것이라고
원경릉은 억지로 웃으며 “그 호 아가씨…… 어떻게 할 생각이야?”라고 물었다.“뭘 어떻게 해? 그 여자랑은 혼인하지 않을 것이야.” 우문호가 인상을 썼다.“그럼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어?”우문호는 원경릉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볍게 안아 그녀를 반쯤 눕혔다. 그는 원경릉의 배에 귀를 대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 일은 우리랑은 무관해. 만약에 진북후(鎮北侯)가 위협을 한다면 그것은 부황께서 해결하실 일이지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어? 종마도 아니고 마음대로 가져다가 교배를 시키는 게 말이 안 되지. 그렇게 혼인을 하고 싶다면 부황께서 직접 하라고 하면 돼.”그는 고개를 들고 원경릉을 보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녀석 오늘은 움직임이 적구나. 집안에 큰일이 생겼는데 계속 잠만 자다니! 아버지가 왔는데도 반겨주지를 않네.”원경릉은 손을 뻗어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하지 마. 다 듣고 있다고.”라고 말했다.“근데 경릉아 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우문호의 낯빛이 변했다.“아니야. 내가 일은 무슨…… 괜찮아.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지 아기도 움직이지 않네. 전혀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니야. 부중에 있을 때보다는 조금 덜 움직이는 것 뿐.”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아기가 움직이지 않는데 이게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이걸 부친께서 아셔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어떻게 알려? 지금 입궁해서 내 배 속에 아기가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해?”원경릉이 빙그레 웃었다.“본왕은 하루에 30분씩만 후부에 있을 수 있어. 어의를 불러 같이 있는다면 아마 조금 더 오래 있을 수 있을 거야. 이거 좋은 생각인데?”우문호는 즉시 나가서 만아를 시켜 어의를 불러오라고 했다. 마침내 정후부에 오래 머무를 수 있을 방법을 생각해낸 우문호는 흥분된 표정으로 원경릉의 볼에 계속 입을 맞추며 원경릉의 배를 쓰다듬었다.“아가야 네가 아버지를 도와주는구나! 근데 오늘따라 정말 움직이지 않는구나!”*정후는 황씨를 통해 우문호가 정후부에 왔다는
정후는 두툼한 솜옷을 걸치고 뒷문 옆의 작은 문간방에 숨어 쿵쾅거리는 심장을 감쌌다.정후는 초왕을 볼 면복이 없었지만 초왕이 왜 오밤중에 정후부에 온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정후는 둘째 노마님을 시켜 그곳의 동태를 살피라고 했다. 둘째 노마님은 똑똑한 사람으로 정후의 말을 듣고 정후도 가지 않는 곳에 왜 자신이 가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갈 수 없다고 거절했고 그 말을 들은 정후는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노마님은 달랐다. 우문호가 정후부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노마님께서 손씨 아주머니를 데리고 왔다. 노마님은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화를 내거나 손찌검을 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손녀를 보러 온 것이다. 노마님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노마님의 예상 밖으로 우문호가 손녀의 배에 찰싹 붙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노마님은 깜짝 놀랐지만 한순간에 근심 걱정이 사라졌다. “조모! 조모께서 이 늦은 밤에 어찌 행차하셨습니까.” 원경릉은 우문호를 밀치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조모, 제가 이렇게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여기 앉으세요.”우문호는 노마님이 앉을 수 있게 의자를 준비했다. 노마님은 손자사위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원경릉과 우문호를 번갈아 보며 “왕야도 앉으시지요.”라고 말했다.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노마님을 보았다.“듣자 하니 몸이 편찮으시다고 하던데, 지금은 어떠십니까 많이 좋아지셨습니까?”“왕야께서 걱정해주신 덕분에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다행입니다. 경릉이가 항상 조모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문호가 웃으며 원경릉의 손을 잡았다.노마님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어리둥절해 원경릉을 보자, 원경릉이 자리를 옮겨 조모의 옆에 앉았다.“조모님, 황상께서 비록 화가 나셨지만, 손녀와 왕야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공주부의 일은 이미 왕야께 말씀드렸고 용서도 받았습니다.”그제야 노마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노마님은 오밤중에 우문호가 찾아와 원경릉을 나무랄 줄 알
조어의의 진찰 결과손씨 아주머니가 얼른 빗자루를 받아 쥐고, “상궁 마마께서 어찌 이런 일을 하십니까? 쇤네가 하지요.”“그런 말씀 마세요.” 희상궁이 웃으며, “저도 왕비마마를 모시는 사람인 걸요.”희상궁은 꿋꿋하게 자기가 빗자루질을 했다.노마님이 손씨 아주머니에게 분부를 내려, “왕야와 왕비마마께서 드실 걸 좀 내오너라.”손씨 아주머니가 얼른 가서 직접 준비했다.두 사람이 먹고 나자 만아도 조어의를 모시고 돌아왔다.노마님은 어의가 온 것을 보니 걱정스러운데 사식이가 노마님을 달래며 황제 폐하의 경계를 늦추게 하려고 일부러 어의를 불러 온 것이라고 사실대로 얘기하고 나서야 노마님은 비로소 안심하셨다.한바탕 설득 끝에 노마님이 겨우 돌아가셨다.조어의가 맥을 짚은 뒤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왕야, 왕비 마마 안심하십시오, 왕비 마마께서는 별 일 없으십니다. 정상적으로 쉬시고 정상적으로 드시면 별 탈이 없을 것입니다.”우문호는 어의를 병풍 뒤로 불러 한 손으로 병풍을 꽉 잡고 조어의를 포위하듯 감싼 후 별 거 아닌 듯한 말투로: “어의, 잠시 후 정후부를 나간 뒤 밖에서 누가 자네에게 왕비의 상태를 물으면 자네는 뭐라고 대답할 텐가?”조어의는 새댁처럼 조신한 몸짓으로 눈이 침침한 지 죄 없는 눈을 깜박거리며, “그……당연히 왕비마마 상태가 아주 좋으십니다. 궁에 계신 분께 걱정하시 마시라고 해야 지요.”“궁에 계신 분이 걱정하시면 큰 일이라도 생기나?” 우문호 말투가 심상치 않다.조어의가 당황해서, “그……그 왕야께서 보시기엔 어떻게 답하는 것이 옳습니까?”“태아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야지, 출혈과 유산 기운이 있다고.” 우문호가 말했다.조어의가 화들짝 놀라며, “그……그런 일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이는 앞으로 태어나실 세손 저하를 저주하는 것으로 소신은 감히 할 수 없습니다.”“뭐가 저주야? 이 녀석이 만약 말 몇 마디에 떨어질 아이면 나와도 소용없어, 아비인 내가 괜찮다는데 어의인 자네가 무서울 게 뭐가 있는데? 내가 시키는 대
호 아가씨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의 신경전사식이가 와서 어의를 부축하며, “어의, 내가 데려다 주겠네.”어의가 한숨을 쉬며, “사식 아가씨, 그럴 필요 없습니다. 가서 왕비마마를 돌봐 주세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얼른 제게 좀 알려주시고요. 안타깝게도 폐하께서 소신이 정후부에 머무는 것을 허락치 않으셨거든요. 그렇게 라도 해서 왕비마마의 용태를 알아야 지요.”말을 마치고 어의는 스스로 마차에 올랐고 사식이는 돌아가라고 했다.사식이가 돌아가서 우문호에게: “왕야 안심하셔도 됩니다. 어의 완전 거짓말의 고수였어요, 눈도 하나 깜짝 안하고 금군을 꼼짝 마라 어르던 데요.”원경릉이 웃으며 살짝 우문호를 째려보고: “이 정도 계책을 아바마마께서 못 알아보실 리 없어.”“알아채셔도 괜찮아, 이 아인 폐하의 손자인데 폐하가 긴장 안 하면 누가 긴장해? 의심스럽더라도 만일 진짜일 경우를 생각해야 할 걸?” 우문호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듯 말했다.매일 여기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 수 있도록 우문호도 필사적이었다.“넌 안심하고 태교에만 신경 써,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자고. 정후부 사람은 사식이에게 잘 감시하라고 할 테니까, 누가 널 괴롭히거든 다음에 내가 아주 작살을 낼 거야. 할머니가 너를 감싸 주실 건 나도 아니, 전에 듣기로 할머니께서 슬슬 권력을 다시 쥐기 시작하셨다 더군. 할머니가 주도권을 쥐고 계신데 감히 누가 죽고 싶어서 덤비겠어?”하고 다독거렸다.원경릉이 웃으며 “나 그건 걱정 안 해.”원경릉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단지 지금 이 중차대한 시기에 아바마마와 힘겨루기를 하게 될 줄 생각도 못했을 뿐이야. 진북후가 언제 호 아가씨를 데리고 돌아온데? 알고 있어?”“대략 며칠 안에 도착할거야, 이미 내 계획은 아바마마께 알렸고, 아바마마께서 진북후의 딸을 양녀로 삼으시고 공주로 책봉한 뒤 공주의 부마를 찾는 것으로 말이야.”“아바마마께서 그러자고 하실까?” 원경릉에게 순간 희망이 솟아났다.“그러고 싶지 않으셔도 어쩔 수 없지. 난 어쨌든
우문호의 처가 방문과 장인의 태도“진짜 화났어?”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아니, 태자자리를 놓고 다투는데 진북후의 협력은 없어도 돼, 그 사람이 방해만 하지 않으면 돼지.”넷째가 이제 꼬리를 드러냈으니 다음 수순은 진북후의 지원을 얻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안되지, 우문호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우문호는 호 아가씨와 혼인하지 않을 것이고 진북후의 후원도 필요 없지만 진북후가 넷째를 도와서도 안되고, 당연히 큰형을 도와서도 안된다. 우문호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자리에 앉아, “난 그만 가 볼게, 정언한테 얘기할 게 좀 있어, 내일 다시 올 테니, 어서 좀 쉬어.”원경릉은 우문호의 안색이 순간 얼어붙은 데다 냉정언에게 간다는 얘기에, 분명 중요한 일을 처리하러 가는 것이라고 느끼고: “알았어, 조심해서 가.”“알았어!” 우문호는 원경릉의 볼에 뽀뽀하고 헤어지기 아쉬운 눈빛으로, “안심해, 넌 금방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까.”원경릉이 웃으며, “서둘지 마, 난 여기서도 진짜 좋아.”“내가 안심이 안돼.” 우문호가 일어나는 김에 원경릉도 일으켜 품에 안더니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나 간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놓아주며 그가 나가는 것을 지켜봤다.우문호가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정후가 조심조심 형녕각에 나타났다.정후는 이리저리 둘러보고 우문호가 정말 간 것을 확인하자 뒷짐을 지고 어깨를 편 뒤 어슬렁어슬렁 거들먹거리며 들어 왔다.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듣자 하니 방금 왕야께서 오셨다고.”실내를 잽싸게 살피는데 망가진 탁자나 의자도 없고, 원경릉의 얼굴에도 손가락 자국이나 상처 같은 게 없다.상당히 이상적인 상황으로 크게 화를 내지 않은 건 확실하다.원경릉은 여전히 불안에 떠는 정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몸의 원래 주인의 아버지라는 이 인간은, 도둑놈 심보는 있지만 도둑놈이 될 배짱은 없는 사람이다. “왕야께서 뭐라 시더냐?” 정후는 아무도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자 기분이
원경릉을 대하는 가족의 태도원경릉은 잔뜩 슬픈 표정으로, “셋째 이모가 돌아가셨어요? 미인박명이라 더니, 그런데 셋째이모면 어머니 쪽 사람인데 어머니만 한 번 가보시면 되지 않습니까?”정후는 꿀꺽 침을 삼키며 다소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네 셋째 이모부도 돌아가셨어, 가는 김에 내가 한꺼번에 문상을 다녀오려고.”“한 번에 두 분이나 돌아가시 다니, 진짜 지관이 묘자리를 잘못 쓴 걸까요.” 희상궁이 탄식했다.정후가 이 말을 듣고 잠시 넋이 나갔다. 진짜 조상의 묘자리를 잘못 쓰기라도 한 건 아닐까? 왜 자신이 작위를 계승한 뒤로 계속 재수가 없는 거지?보아하니 이번엔 진짜 고향에 가서 조상의 무덤을 보수해서 우리 집안 사람 목숨을 구해주는 지 두고 봐야겠다.정후가 착잡한 마음으로 뒷짐을 지며, 조상님 자손들 관직운 좀 팍팍 주셔서 잘 살게 해주시면 안됩니까?마당에 서서 순간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하다가 내친김에 황씨한테 가기로 했다. 여편네지만 그래도 정실 부인이니 이 참에 가까이해서 아내와 금슬이 좋아지면 혹시 운이 트일 지도 모른다.황씨가 없어 물어보니 노마님께 불려갔다고 한다.어머니께서? 정후는 어머니가 출신이 귀한 집안인 데다 방금 사람들 말로 왕야가 왔을 때 노마님이 직접 맞으러 가셨다고 했다.정후는 예전에 노마님께 의지하는 일이 드물었지만 막다른 길에 몰린 지금 같은 때에 노마님께 희망을 걸고 어쨌든 가보기로 했다.황씨는 노마님께 안으로 불려갔다.황씨는 시어머니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봤다.특히 요즘 시어머니는 줄곧 침상에 누워 있어 반쯤 죽은 사람 취급하며 다를 시어머니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런데 화를 내니 장난이 아니다.“네 이년, 어느 집 어미가 이렇게 해? 딸이 쫓겨서 돌아왔는데 얼른 가서 안부를 묻고 신경 쓰기는 커녕 밥상머리에서 밥그릇을 깨? 너는 철딱서니가 없는 거냐 아니면 머리가 모자란 거냐?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고 부덕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어?”노마님은 한바탕 꾸짖으셨지만 화가 풀리지 않아
목여태감의 지혜명원제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졌으나 목여태감은 다시 서글퍼 하며, “단지, 여러 사람이 그러는데 명의도 스스로 치료하는 것은……”목여태감이 몰래 명원제를 흘끔 봤다.명원제가 목여태감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목여태감이 얼른 고개를 숙이고 너무 티가 났나?목여태감은 스스로 반성했다. 최근 너무 자만해서 감히 폐하의 어심까지 넘겨짚었다.하지만 황제도 전부 알아채셨으니 한마디 더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왕비마마는 태아를 쉽게 잃지 않을 것입니다. 태상황과 태후께서도 상당히 기대하고 계시니까요.”명원제가 탁자를 두드리며, “됐다, 그 입 다물라!”“예, 쓸데없이 지껄였습니다.” 목여태감이 할말 다하고, 허둥거리지 않고 여유 있게 잘못을 시인했다.명원제는 자기 마음이 약해서 속고 있다고 느꼈지만 어쩔 수 없다. 손자는 중한 법이니까. 명원제는 이번은 참고 넘기기로 하고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다섯째에게 매일 가서 곁에 조금 더 있어 주도록 하고, 하루 세끼 잘 먹는지 지켜볼 것이며 조어의에게 명해 정후부에서 있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짐에게 보고하도록.”목여태감이 눈가에 번지는 일말의 미소를 숨기며 말했다. “예, 소인 얼른 가서 초왕부에 성지를 전하겠습니다.”명원제는 목여태감이 허리를 굽히고 나가 것을 보며 눈을 흘겼다.최근 진짜 머리가 아파서 토가 나올 지경이다.진북후는 곧 도착하는데 지금 명원제 곁에는 걱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원래 다섯째를 진북후 쪽과 혼인을 시키면 적어도 진북후를 2~3년은 묶어 두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천천히 그의 병권을 빼앗으면 그나마 볼멘 소리가 좀 덜 할 텐데.아니면 진북후의 속내가 드러나는 순간 나라와 백성이 해를 입을 것이다.진북후는 원래 괜찮은 사람으로 우국충정이 넘치지만 사람은 변할 수 있으며 특히 병권을 가지면 교만해지기 쉽다. 최근 몇 년 동안 진북후가 수도로 보내는 상소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진북후의 요구가 점점 많아지고 태도도 점점 방자해 지고 있다.그런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
붉은 피가 아치형을 그리며 공중에서 뿜어져 나왔고, 두 개의 이가 튀어 나가 버렸다. 그에게 전해진 강한 힘 때문에, 유아독존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관객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박수를 치는 것도 잊어버렸다.발목이 묶여 있는데도 이렇게 유연하게 뛰어올라 무릎으로 유아독존의 턱을 가격하고, 착지까지 안정적으로 해내다니!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하지만 곧이어 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소요공은 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아독존을 향해 다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무려 3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른 후, 세 바퀴를 돌며 내려와 두발로 유아독존의 뺨을 쳤다.다시 한번 핏줄기와 함께 이빨이 튀어나왔고, 유아독존은 또다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짧은 정적 후, 경기장 천장을 날릴 것 같은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이전까지 유아독존을 지지했던 네티즌들은 소요공의 첫 번째 영상이 특수효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요공은 이 싸움을 통해 직접 특수효과가 아니라 진정한 무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생방송 채팅창에는 소요공을 향한 칭찬의 댓글이 연이어 쏟아졌다."탄성을 자아내는 광경!""라이브가 아니었다면 믿을 수 없었을 거야!""이게 진정한 무술이구나!""아니, 이건 무공이야!""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아!""어르신, 최고!""어르신 최고!"그 이후 채팅창은 하나같이 '어르신 최고'로 도배되었다.그리고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소요공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밧줄에서 벗어났다. 그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있던 밧줄은 힘을 받고 끊어지고 말았다. 그는 무상황과 추 어르신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눈빛으로 무상황에게 명대로 상대의 이를 부러트렸다고 전했다.추 어르신은 무표정으로 생각했다.‘역시 허세가 많아, 또 경공을 선보였군.’무상황은 아주 기쁜 듯 소요공에게 잘했다며 손짓을 보냈다. 어차피 오늘 밤 이후로 그들은 인기가 치솟을 것이었기에,
유아독존은 여전히 소요공에게 거만하게 말했다."노인네, 항복할 준비나 해요.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니까!”무상황은 그의 거만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요공의 귀에 속삭였다."저 누런 이빨을 모조리 부숴버려라. 이것은 명령이다!""명 받들겠습니다!"소요공은 쉬운 일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곧게 폈다.생중계되는 대결이라, 카메라는 이미 링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사회자가 몇 마디 하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무술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이 말은 소요공이 사회자에게 부탁한 것이었고, 추 어르신이 따로 소요공에게 이런 말을 부탁해달라고 시켰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이내 양측 선수를 소개해주었다.유아독존이 먼저 링에 올랐는데, 방금까지 거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용감하고 바른 자세로 이번 대결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노약자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무술이 허울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그리고 자신이 연세가 지긋한 소요공을 봐주겠다고 약속했다.번지르르한 말만 골라 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소요공은 한쪽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누렇게 변색한 유아독존의 이빨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대결은 별다른 제한 없는 자유 무술로 진행된다. 무기만 사용할 수 없을 뿐 손발은 물론, 머리 정도는 쓸 수 있었다. .대결 시작 전, 소요공은 무상황에게 자신의 두 손을 묶어달라고 부탁했다.유아독존에게 전하는 모욕과도 다름없는 행동에,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라이브로 보고 있던 네티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노인네, 제정신이야? 손을 묶으면 발로만 싸우겠다는 거야?”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두 발까지 묶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허수아비처럼 링 위에 곧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다들 그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심판, 경기장 주인, 중계 사이트 관계자들 모두 당황
두사람의 대결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내 인기 화제가 되어, 검색어 상위에 올르며, 대립적인 의견을 불러일으켰다.일부 사람들은 유아독존이 어르신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저 어르신이 퇴직 후의 삶을 기록하려 영상을 찍었을 뿐, 굳이 그가 대역을 썼는지 깊게 파고들 필요가 없고, 다들 영상도 재밌게 봤으니, 그만이다는 생각이었다.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퇴직한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은 괜찮지만, 무술을 더럽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심지어 첫 번째 영상에서 소요공이 특수 효과를 사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영상 속 행위가 워낙 위험해 보였기에, 젊은이들도 해낼 수 없고, 노인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무협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물론 이 사람들은 소요공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 소요공 뒤에 있는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수백만 명의 팬을 가진 계정은 대개 회사가 운영하고 있기에, 노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여긴 것이었다.청조 영상 사이트는 이번 독점 생중계 권한을 얻었다.추 어르신은 이번 대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 좋아했다. 무술에 관한 주제가 사람들 입에 자주 입에 오르고 있으니, 무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그들이 이곳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원경릉의 오빠와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괜히 걱정되었다. 그들은 유아독존의 영상을 보고, 상대가 꽤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주진이 바로 그들을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세요, '유아독존' 백 명이 와도 상대가 되지 않아요."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주진의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그들은 차를 타고 소요공 일행과 합류하러 길을 나섰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의사인 그들이 제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드디어 대결의 날이 왔다.대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