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는 천천히 걸어가 이목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이목은 강하게 반항을 했으나 탕양의 합세로 금세 제압되었다.그 모습을 본 현비는 분노했다.“대담하구나! 본궁의 말에 불복하다니! 구사와 탕양 너희는 태후께서 아주 큰 벌을 내릴 것이야!”호위병들이 이목을 돕기 위해 우르르 몰려갔다. 그 모습을 본 부병들이 호위병들과 싸움을 벌였고, 이내 태후의 금군들도 부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현비는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대문을 지키며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문 안쪽에서는 원경릉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고, 밖에서는 금군과 부병들이 현비의 호위병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시간은 점점 흘렀고, 희상궁은 점점 초조해졌다. 희상궁은 결심한 표정으로 머리에 꽂혀있던 비녀를 뽑더니 현비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을 잡아당겼다. “모두 멈추어라!”“감히! 네가 본궁에 옥체에 손을……!” 현비는 희상궁이 자신에 목에 비녀를 갖다 댈 줄을 꿈에도 몰랐다는 표정으로 눈을 희번덕거렸다. “모두 멈춰! 그렇지 않는다면……”“모두들 신경 쓰지 마라! 상궁 따위가 본궁을 해치기라도 하겠느냐!”희상궁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현비, 움직이지 마세요. 저조차도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지금 당장 제게 중요한 것은 초왕비의 안전입니다.”라고 말했다.희상궁은 결의에 찬 얼굴로 현비를 질질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물러서거라! 저 사람들을 안으로 들여보내거라!”희상궁의 모습을 본 호상궁은 깜짝 놀라서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다.“상궁님, 제발 멈추세요! 현비마마의 옥체를 상하게 하신다면 상궁님은 죽은 목숨입니다!”“괜찮아!” 희상궁이 시녀를 막고 있던 호위병들을 노려보며 “물러서거라 지금 당장!”라고 소리쳤다.현비는 호위병들을 보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라! 아무도 들여 보내선 안 돼!”라고 말했다.희상궁은 호위병들이 물러서지 않는 것을 보고 현비 얼굴을 비녀로 긋고는 바로 옆구리에 바짝 갖다 댔다. 현비의 비명소리에 호위병들은 크게 놀라 물러섰다.“구사! 문을
“데리고 가거라!”명원제가 손을 휘저었다. 현비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명원제를 보며 “신첩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다.그녀는 많은 이들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화도 났지만, 왠지 모르게 희열이 느껴졌다.‘황상께서는 내 죄를 알고도 나를 폐위시키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우문호를 태자로 책봉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황실의 법도에 따르면 모비가 폐위된다면 태자로 책봉될 수 없다.현비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끌려 나왔다.현비가 끌려나간 후, 명원제는 현비를 도운자들을 모두 숙청했다. 명원제는 희상궁을 일으키며 “상궁, 고생이 많네요.”라고 말했다.희상궁은 눈물을 흘리며 명원제를 보았다.“소인 그저…… 왕비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예, 그 마음 잘 압니다.” 명원제가 수술실을 보며 “모두 무사하니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다섯째가 이렇게 빨리 왕부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주지스님이 마차에 타자마자 초왕부로 가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문호는 서일의 말을 듣고 마차를 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명원제와 주지스님이 탄 마차를 보았다.명원제는 초왕비가 삼 형제를 낳았다는 말을 듣고 입이 귀에 걸렸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안에서 현비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 분노했다. 현비만 아니었다면 명원제는 당장이라도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 들었을 것이다.명원제는 아이들이 보고 싶었지만, 초왕비가 위급하다는 소리에 문밖에서 소식을 기다렸다. “황상께서는 소월각에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잠시 후 아이들을 데리고 소월각으로 가 젖을 먹게 할 겁니다.” 희상궁이 말했다.이에 명원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데리고 온 사람들과 함께 소월각으로 향했다. 소월각에 도착한 명원제는 준비된 차를 마시며 초조하게 아이들을 기다렸다.잠시 후 명원제가 벌떡 일어나더니 옆에 있던 목여태감에게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아이들은 아직이냐?”“황상,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
명원제의 말 한마디에 원경릉은 태자비로 확정됐다. 수술실 안에서 강녕후 부인이 지혈침을 놓고 자궁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했고, 주지스님은 오자마자 수혈을 시작했다. 잠시 후 원경릉의 심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단시간 내에 많은 피를 흘려서 언제 쇼크가 올 지 모르니 안심할 수는 없었다. 주지스님은 진정 주사를 놓고는 원경릉의 복부 피부를 8자로 꿰매었다. 원경릉이 수혈을 받는 내내 우문호는 곁에서 피가 그녀의 혈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지금 이순간 아이들보다 원경릉이 더 중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세 형제를 보고 기뻐했지만, 그들은 낳은 원경릉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심장박동을 듣고 있었다. 심장박동은 정상보다 빨라지자 주지수님이 우문호에게 원경릉의 옆에서 그녀를 진정시키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다독였다. 원경릉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가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자 이마가 번쩍거렸다. 그녀의 눈은 감겨있었고 속눈썹에는 눈물이 묻어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가련한지 마치 비를 쫄딱 맞은 까마귀의 날개 같았다.예전부터 우문호는 그녀에게 못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피부도 곱고, 이목구비도 선명하니 절세미인이 따로 없었다. “경릉아, 나와 우리 아이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우문호가 말했다.그 순간 주지스님이 강녕후 부인에게 “부인, 소변관을 연결할 줄 아시나요?”라고 물었다.“예! 압니다.” 강녕후 부인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여러 해 용태후의 조수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그녀는 식은 죽 먹기라는 듯 서둘러 준비했다.주지는 밖으로 나갔고 우문호는 눈을 크게 뜨고 강녕후 부인이 약상자 속에서 무엇을 꺼내는지 지켜보았다. “왕야…… 이건 왕야께서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녕후 부인이 말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사식이와 만아가 입을 가리고 웃었고, 수술실의 무거운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졌다. 우문호는 그제야 멋쩍은 듯 얼굴을 돌리고
‘이제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됐구나.’명원제는 곧 황제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섯째가 적임자이건 아니건 지금 상황으로 태자가 될 자격은 수많은 친왕 중에 다섯째만 갖추었다. 또 명원제도 반신반의했던 기적을 초왕비가 이루었다. 몸도 좋지 않은 초왕비가 건강한 사내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강녕후 부인의 말대로 배를 갈라서 낳은 것이기는 하나 어쨌거나 뱃속에 세 아이를 품은 것이 어디 보통일이겠는가?명원제는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목여태감은 줄곧 명원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명원제가 고개를 들더니 “태감, 이제 결정을 해야 할 시기기 됐지?”라고 물었다. “황상께서는 영생하실 겁니다!” 목여태감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북당에는 새로운 군주가 필요하다.” 명원제가 말했다.유모 상궁은 아이들이 울기만 하고 젖을 먹지 않자 몹시 당황했다. 그 모습을 본 조어의는 고뇌하다가 명원제에게 갔다.“황상, 세 분이 모두 울기만 할 뿐 도통 젖을 드시지 않습니다. 어찌나 크게 우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셨습니다.”“그게 무슨 일이야? 방금까지는 멀쩡했잖아!”조어의의 말을 듣고 놀란 명원제가 벌떡 일어났다.명원제가 다가가 유모 상궁이 안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으며 콧등에 핏대가 솟아있었다. 그 작은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아이들이 울자 명원제는 안쓰러운 마음에 한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이상하게도 그가 품에 안자 아이가 잠시 울음을 그치고 그의 가슴 쪽으로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젖을 찾았다.“이거 봐! 애들이 이렇게 배고픈데 너희들이 안 먹인 거 아니냐?” 명원제가 물었다.“폐하,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젖을 먹는 법을 모르는 듯합니다.”목여태감이 말했다.“그런가?” 명원제가 물었다.“그래도 젖을 먹어야 합니다.” 조어의가 말했다.명원제는 유모 상궁에게 아이를 안겨주며 “병풍 뒤에 가서 먹이거라!”라고 말했다.유모 상궁은 아이를 안고
조어의는 손을 뻗어 아이의 맥을 짚었다. “산파의 말을 들어보니 세 분 중에 마지막에 나오신 분이 모태에 계실 때 탯줄이 목에 감겨있었다고 했습니다. 강녕후 부인이 급히 조치를 취했기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목에 가래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한 건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명원제는 조어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의는 이제부터 셋째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말거라.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짐에게 보고를 하고!”“예! 알겠습니다.” 조어의가 말했다. 잠시 후, 셋째가 또 울기 시작했다. 우는 소리는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었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명원제는 셋째가 배고파서 그러는 것 같아 유모 상궁에게 빨리 젖을 먹이라고 했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젖을 먹었지만, 셋째는 젖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울었다.명원제는 셋째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됐다! 됐어! 먹지 않겠다는데 강요하지 말고 잠깐 기다려보자!”유모 상궁은 셋째를 다시 명원제 품에 안겼다. 명원제는 아이를 달래주었고, 셋째는 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넌 짐의 품이 그렇게 편하더냐……” 명원제가 잠든 아이에게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잠시 후 원판이 찾아와 원경릉의 상황에 대해 얘기할 게 있다고 하자, 명원제는 아이를 유모 상궁에게 맡겼다.“왕비께서 안정을 취한 것 같으나, 아직 혼수상태이십니다.”“안정을 취했으면 됐다. 좀 지나면 정신이 들 거야. 아이들을 건강하게 낳아주었으니, 짐이 큰 보상을 해줘야지.” *태후는 초왕부의 소식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그녀가 얼마나 기다리던 손주인가. 태후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출산일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그녀 역시도 마음을 졸였다. 초왕이 사내아이 셋을 순산했다는 소리에 태후는 매우 기뻐했다. “상을 내려야지! 상을!”태후가 말했다.*태상황은 초왕비의 출산 소식을 듣고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앉아 책을 보다가 아이들이 나왔다는 소
“정말 과인을 닮았다고?”“예, 그렇습니다. 태상황님과 귀가 똑같습니다.”“귀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섯째를 닮았느냐 초왕비를 닮았느냐?”“아이들의 얼굴이 쭈굴쭈굴해서 아직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다섯째도 초왕비도 인물이 나쁜 편이 아니니 잘생겼을 겁니다.”태상황은 속으로 정후부보다는 황실의 인물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황실의 남자들은 최고 미녀들을 선별해 아내로 맞이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인물이 안 좋을 수 있겠는가? 태상황은 증손자들을 보고 싶어 오금이 저렸다. 그는 초왕비의 안위가 걱정되어 티를 내지는 못하였지만, 자신이 태황조부가 된 것에 감격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첫째, 둘째, 셋째 모두 다 중요했다.“넌 돌아가라. 내일 해가 뜨면 과인이 직접 가볼 테야.”태상황이 말했다.명원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출궁을 하시려고요?” 라고 물었다.“뭐 그리 놀랄 일이야? 과인은 궁밖으로 못 나간다는 법이라도 있느냐? 빨리 가거라! 오늘 밤 담배 한 대가 마지막 담배란 말이다! 과인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마라!”명원제는 흥분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태상황을 보았다.“부황 돌아가기 전에 말씀을 드릴 게 있습니다……”“그게 무엇이냐?”“오늘 소자가 말실수를 한 게 있습니다…… 실수로 초왕비를 태자비라고 해버렸습니다.”그 말을 들은 태상황은 몹시 당황했다.“어찌 그렇게 경솔할 수가 있느냐! 그게 말실수라고?”“예, 소자가 흥분한 나머지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명원제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셈이야?” 태상황이 물었다.“잘 모르겠습니다. 실언을 해버리다니……” “이왕 그렇게 된 거 그대로 해야 하나?” 태상황이 말했다.“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그래, 넌 이만 가보거라!” 태상황이 손을 휘휘 저었다.“예, 소자 물러가보겠습니다.” 명원제는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옆에서 그들의 말을 듣던 상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 모두 기분이 좋으시니, 흥을 깨면 안 되겠군……’명
호비는 황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해 허둥지둥했다. 명원제의 금빛 찬란한 옷이 보이자 그녀는 마지못해 앞으로 나와 그에게 인사를 했다.“강연, 황상을 뵙습니다!”명원제는 갓 목욕을 마친 뽀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은 마치 샘물처럼 맑았고 그녀의 눈동자는 깊었다. 명원제는 호비와 한 공간에 있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그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말을 꺼냈다.“그래, 짐이 너를 찾아온 이유는 초왕비가 아이를 낳아서 너무 기쁘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예, 황상, 그럼 제가 옷을 갈아입고 올까요?” 호강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명원제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그녀가 우스웠다. 그는 그녀를 훑어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괜찮다. 그렇게 입어도 좋다.”“그래도 이건 너무 편한 복장이라……” 호강연은 잠옷을 쭉 끌어당기며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호강연이 궁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상궁이 황상을 마주할 때는 늘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가르친 적이 있다. 호강연이 계속 불편한 내색을 비추자 명원제는 괜찮다고 하며 자리에 앉았다.“그런데 황상,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호강연은 그의 방문이 임행(臨幸)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동침을 하기 전에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동침을 도와줄 궁녀도 없고, 기록할 태감도 오지 않았다. 명원제는 호비를 보고 있다가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잊어버렸다. “황상?” 호강연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 눈동자에는 애틋함이 실려있었다. 명원제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에 벌떡 일어났다.“짐과 함께 잠자리에 들거라!”그 말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궁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호강연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예! 명을 받들겠나이다.”호강연은 순간 초왕비와 세 쌍둥이가 고마웠다. 만약 초왕비가 세 쌍둥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왕이 즐거워서 말동무를
아빠는 처음이라우문호는 자기 얼굴을 원경릉의 손바닥에 문지르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당신, 정말 대단해,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끌어 안았다. 그렇게 그녀를 끌어 안고 있으니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원경릉은 눈을 감고 작게 숨을 내 뱉았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왔고 전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세 아이를 보는데 모두 포대기에 싸여 잘 보이지도 않는다. 고개를 들어올려야 겨우 보인다.우문호가: “움직이지 마, 내가 보여 줄게.”우문호가 한 손에 두 아이 포대기 뒤쪽을 꽉 쥐고 뒤집어 아이들 얼굴이 원경릉을 향하도록 했다. 원경릉은 몸을 돌려 고개를 쳐들지 않고도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허공에 갑자기 귀여운 아가 얼굴 두개가 나타나니 원경릉은 당황해서 똑똑히 못 보고 희상궁이 화들짝 놀라며: “어머나 세상에, 우리 왕야, 아이를 이런 식으로 안으시면 어쩝니까? 이러면 토하……”희상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아가가 젖 먹은 걸 원경릉의 얼굴과 머리에 분수처럼 토했다.“아!” 원경릉의 얼굴이 젖으로 축축해 진 걸 보고 우문호가 놀라서 아가를 내 팽개치고: “얼른 눈 감아, 눈에 젖이 들어가지 않게.”두 아가가 그나마 다행히 이불에 던져져서 ‘꽝’부딪히진 않았지만 놀라 ‘으왕’울음보가 터졌다.희상궁이 안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며 얼른 가서 아이를 안고 만아와 사식이를 불러 하나씩 안았는데 아가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울고 있었다. 희상궁이 무섭게 화를 내며: “이런 아빠는 본적이 없어요. 아니 아가들이 놀래서 어떤 가 좀 보세요 네? 아이고, 안고 가자, 얼른 안고 가, 여기 있으면 안되겠습니다, 애가 경기 들리겠어요, 만아야, 사식 아가씨, 우리 가요.”우문호가 원경릉 얼굴에 묻은 젖을 닦아 내고 말문이 막혀서 멀뚱히 희상궁을 보며, “희상궁이 이렇게 나한테 화내는 거 처음이야.”원경릉이 힘없이 웃으며, “자기야, 아빠인 거 알고는 있어?”“알지!” 우문호가 답답하다는 듯, “세 녀석이 눈 앞에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
붉은 피가 아치형을 그리며 공중에서 뿜어져 나왔고, 두 개의 이가 튀어 나가 버렸다. 그에게 전해진 강한 힘 때문에, 유아독존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관객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박수를 치는 것도 잊어버렸다.발목이 묶여 있는데도 이렇게 유연하게 뛰어올라 무릎으로 유아독존의 턱을 가격하고, 착지까지 안정적으로 해내다니!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하지만 곧이어 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소요공은 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아독존을 향해 다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무려 3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른 후, 세 바퀴를 돌며 내려와 두발로 유아독존의 뺨을 쳤다.다시 한번 핏줄기와 함께 이빨이 튀어나왔고, 유아독존은 또다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짧은 정적 후, 경기장 천장을 날릴 것 같은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이전까지 유아독존을 지지했던 네티즌들은 소요공의 첫 번째 영상이 특수효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요공은 이 싸움을 통해 직접 특수효과가 아니라 진정한 무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생방송 채팅창에는 소요공을 향한 칭찬의 댓글이 연이어 쏟아졌다."탄성을 자아내는 광경!""라이브가 아니었다면 믿을 수 없었을 거야!""이게 진정한 무술이구나!""아니, 이건 무공이야!""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아!""어르신, 최고!""어르신 최고!"그 이후 채팅창은 하나같이 '어르신 최고'로 도배되었다.그리고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소요공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밧줄에서 벗어났다. 그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있던 밧줄은 힘을 받고 끊어지고 말았다. 그는 무상황과 추 어르신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눈빛으로 무상황에게 명대로 상대의 이를 부러트렸다고 전했다.추 어르신은 무표정으로 생각했다.‘역시 허세가 많아, 또 경공을 선보였군.’무상황은 아주 기쁜 듯 소요공에게 잘했다며 손짓을 보냈다. 어차피 오늘 밤 이후로 그들은 인기가 치솟을 것이었기에,
유아독존은 여전히 소요공에게 거만하게 말했다."노인네, 항복할 준비나 해요.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니까!”무상황은 그의 거만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요공의 귀에 속삭였다."저 누런 이빨을 모조리 부숴버려라. 이것은 명령이다!""명 받들겠습니다!"소요공은 쉬운 일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곧게 폈다.생중계되는 대결이라, 카메라는 이미 링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사회자가 몇 마디 하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무술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이 말은 소요공이 사회자에게 부탁한 것이었고, 추 어르신이 따로 소요공에게 이런 말을 부탁해달라고 시켰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이내 양측 선수를 소개해주었다.유아독존이 먼저 링에 올랐는데, 방금까지 거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용감하고 바른 자세로 이번 대결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노약자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무술이 허울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그리고 자신이 연세가 지긋한 소요공을 봐주겠다고 약속했다.번지르르한 말만 골라 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소요공은 한쪽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누렇게 변색한 유아독존의 이빨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대결은 별다른 제한 없는 자유 무술로 진행된다. 무기만 사용할 수 없을 뿐 손발은 물론, 머리 정도는 쓸 수 있었다. .대결 시작 전, 소요공은 무상황에게 자신의 두 손을 묶어달라고 부탁했다.유아독존에게 전하는 모욕과도 다름없는 행동에,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라이브로 보고 있던 네티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노인네, 제정신이야? 손을 묶으면 발로만 싸우겠다는 거야?”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두 발까지 묶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허수아비처럼 링 위에 곧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다들 그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심판, 경기장 주인, 중계 사이트 관계자들 모두 당황
두사람의 대결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내 인기 화제가 되어, 검색어 상위에 올르며, 대립적인 의견을 불러일으켰다.일부 사람들은 유아독존이 어르신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저 어르신이 퇴직 후의 삶을 기록하려 영상을 찍었을 뿐, 굳이 그가 대역을 썼는지 깊게 파고들 필요가 없고, 다들 영상도 재밌게 봤으니, 그만이다는 생각이었다.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퇴직한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은 괜찮지만, 무술을 더럽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심지어 첫 번째 영상에서 소요공이 특수 효과를 사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영상 속 행위가 워낙 위험해 보였기에, 젊은이들도 해낼 수 없고, 노인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무협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물론 이 사람들은 소요공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 소요공 뒤에 있는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수백만 명의 팬을 가진 계정은 대개 회사가 운영하고 있기에, 노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여긴 것이었다.청조 영상 사이트는 이번 독점 생중계 권한을 얻었다.추 어르신은 이번 대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 좋아했다. 무술에 관한 주제가 사람들 입에 자주 입에 오르고 있으니, 무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그들이 이곳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원경릉의 오빠와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괜히 걱정되었다. 그들은 유아독존의 영상을 보고, 상대가 꽤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주진이 바로 그들을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세요, '유아독존' 백 명이 와도 상대가 되지 않아요."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주진의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그들은 차를 타고 소요공 일행과 합류하러 길을 나섰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의사인 그들이 제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드디어 대결의 날이 왔다.대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