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관이 곧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의원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연단 말인가? 혜평 공주는 그만 조급해져 사람을 보내 조어의를 청해와 물었다.조어의가 말했다."공주, 유대인은 그저 소신에게 말만 전하라 하였습니다. 그들이 왜 오지 않는지 소신은 정말 모르옵니다. 그러나 이틀 전에 그들이 학원에 들어갈 때 태자비와 계약을 체결했다 들었습니다. 그들은 배움을 마치고 난 뒤 태자비의 말을 3년간 따라야 하옵니다. 태자비가 계약으로 그들을 억압하여 올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사옵니다. 공주께서 그들을 데려오려면 다른 방도를 생각해야 할 것 같사옵니다."조어의의 말을 듣고 혜평 공주는 화가 치솟아 하마터면 선혈을 토할 뻔했다. 그녀의 얼굴은 그만 파랗게 질렸고 차가운 눈빛이 조어의의 얼굴을 스쳐 지났다. 조어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소신이 그만 실언했사옵니다!""그들이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지요?"혜평 공주는 화가 나 눈이 붉게 물들었다.조어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난감한 듯 말했다."공주, 소신은 공주의 돈을 가졌는데 어찌 숨김이 있겠습니까? 만약 그들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날 소신은 유대인께 말씀드렸을 것이옵니다. 소신은 비록 어리석지만 그래도 이 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혜평 공주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만약 조어의와 원경릉이 내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 입니다."차가운 눈동자에 포악한 기운이 남김없이 드러났고, 조어의는 속으로 세게 놀라 고개를 숙여 말했다."소신은 절대 공주마마를 속일 리가 없사옵니다!"조어의를 보내고 혜평 공주는 곧장 유국수를 만나러 갔다.유국수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하더니 이내 긴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의기소침한 기색을 띠었다."속았다!""속았다니요! 누구에게 속았습니까? 아버님께서 그 자들이 틀림없이 올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누가 이 조건을 거절할 수나 있겠습니까?"혜평 공주는 당황했다. 그녀는 이
혜평 공주는 너무 놀라워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고 이내 이를 갈며 말했다."만약 이리율이라면 나는 절대로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옵니다!"유국수는 생각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느꼈다. 이리율은 한 수만 내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끼어들었다면 반드시 큰 이익을 얻으려 할 것이다. 더군다나 원경릉은 그의 제자인데 왜 그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못 했을까?그는 이십여 년간 이 시장의 흐름을 꿰뚫었지만 어떻게 이리율의 수작에 걸려들었을까?그는 냉랭하게 말했다."지금 의관을 사고 약을 산 상황에 그들이 제조한 약은 이미 빠르게 시장을 차지했다. 우리의 약은 만들어 낸다 해도 가격으로 싸우지 못할뿐더러 한동안 물건이 적체될 것이다. 그리고 네가 가게와 약을 사면서 많은 돈들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처지는 아주 피동적이고 수에 걸려들었다.""수에 걸려들지 않았습니다! 가격을 낮추어 싸워보시지요."혜평 공주가 악을 썼다."싸울 수 없다. 그들이 물건을 들인 값이 우리보다 그렇게 많이 낮은데, 그들은 한 병의 약을 제조하여 팔면 3문을 벌면 되지만 우리는 5문의 손해를 보아야 한다. 물건을 팔기만 하면 손해를 볼 것이고 물건을 팔지 않는다면 그들은 시장 전체를 삼킬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신세를 고칠 힘이 없다."혜평은 내키지 않아 주먹을 쥐고는 노발대발하며 물었다."그럼 저희는 이렇게 그들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말이옵니까?"유국수는 천천히 앉아 창백하고 무기력한 얼굴을 들어 올려 평생을 드세게 살아온 며느리를 바라보았다."이리율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 그는 북당의 갑부야, 그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너는 전혀 모를 것이다. 우리의 가산은 아마 그의 한몫도 안될 것이다."혜평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켰다."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유국수는 이것이 이미 전복된 싸움이라 깨달았고 그만 입술까지 떨고 말았다. "그는 서너 번 조정에 돈을 기부했다, 툭하면 백만 냥에 심지어 이삼백만 냥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주었는데,
이것은 명원제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는 혜평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방임할 수 있지만 그녀가 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 따르지 않고 공공연히 명을 어기는 것을 방임할 수가 없다!명원제는 여전히 직접 죄를 묻지 않고 어명을 내려 정월 열세 번째 날부터 민간에서 의관을 개설하려면 먼저 내의원 관할 하의 혜민서에서 의료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고 규범 하였다.그리고 이미 개설된 의관은 현재 신청할 수 있고 신청 과정에도 계속 진료를 할 수 있다.이 어명은 혜평 공주의 새로운 의관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기에 어명이 내려오자 바로 혜평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혜민서 오대인과 관계가 좋았고 이전에 돈을 보냈으니 처리하기도 쉬울 것이다.그녀는 잠시 이리 나리 쪽을 신경 쓸 새도 없이 먼저 서둘러 사람을 보내 혜민서에 가서 자격증을 처리하게 했다.그러나 총무는 가서 일일이 모두 심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대청의 의원의 자격마저도 심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혜평은 의원도 찾지를 못했으니 어찌 의원을 심사한단 말인가?그리고 바로 그때, 혜민서도 약의 가격을 발표하였고, 조정은 책을 인쇄하여 직접 각 의관과 각 의약시장에 보냈다.혜평이 보니 이 가격들은 어디 그녀가 정한 가격이란 말인가? 소요환 한 병으로 보자면, 그녀가 요구한 정가는 35문이었지만 팔수 있는 최고가는 15문밖에 되지 않았다.그녀가 지금 들여온 물건들에 비추어 볼 때 15문으로 팔면 전혀 벌 수 있는 돈이 없었고 밑져야 본전 이였다.그녀는 화가 나 오대인을 찾아갔고 오대인은 어음을 꺼내 공주 앞에 건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하관은 최근 며칠 동안 줄곧 틈이 나지 않아 공주를 찾아뵙지 못했사옵니다. 그리하여 이 중요한 일을 미루었습니다. 약의 가격은 내의원 원판께서 제정하셨고 내각에서 통과되었으니 하관도 어찌할 방법이 없사옵니다. 공주께서는 돈을 도로 가져가시지요.""헌데 왜 일찍이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나?"혜평은 화가 나 어음을 쓸어내리고 봉안을 부릅뜨고 말했다."나
혜평은 화로 인해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몇 년 동안 그녀는 좌절을 겪지 않았고 그녀가 평정할 수 없는 경쟁은 없었다.그녀는 오대인을 차갑게 바라보며 노여워했다."좋네, 아주 좋네! 기다리시게, 나는 절대 자네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걸세!"오대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몸을 숙여 인사를 올렸다."안녕히 가십시오!"혜평은 소매를 뿌리치고 갔다.그녀의 의관과는 달리 원경릉의 안강당은 아주 바빴다. 이것은 원경릉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다. 처음 빈민가에서 호명을 보았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줄곧 의료 개혁이라는 큰일이 걸려 있었다. 사실 그녀는 오히려 혜평에게 감사해야 했다. 왜냐하면 혜평이 몰아세우지 않고 의서를 증설하는 일로 자신을 도발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모든 저축을 다 써서 의원과 의관들을 개설하려 마음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원래 계획은 의원들이 의서에서 일을 하며 의료를 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을 완화시키는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오히려 가장 좋다. 그녀의 의원과 의관은 체제 내의 것이 아니니 많은 의료 조치를 스스로 제정할 수 있고 중간에 부패를 할 경우가 없다.그 의원들이 거짓으로 귀순을 한 것은 그녀가 안배한 것이다. 그녀는 혜평이 자신의 의원들을 데려가려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으라고, 이리 나리가 혜평의 돈을 소모하는 수에 협조하여 그녀가 새로 연 의관이 계획만 요란하고 실행은 형편없게 만들었다.이 의원들은 그녀와 계약이 있는 것 외, 전례 없는 존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개설한 의원과 의관에서 의원들은 이전처럼 겉으로 존경받고 뒤에서는 사람들의 꾸중을 듣지 않았다. 병을 오래 끄는 것은 이 시대에 너무 흔하고, 환자로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면서도 전혀 방법이 없었다.의원으로서 처음에는 모두 인심이 있었지만 점차 업계에 오염되고 동화되었고, 마지막에는 이 모든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의학원에서 나온 사람은 방금 이 업종을 접촉하였고 능력을
명원제는 원경릉의 제의를 듣고 동의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조정의 지출이 증가될 것이고, 현재의 의료에 대해 전면적으로 개혁을 하는 것은 조정의 압력도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전부터 스승이 제자를 키우는 것은 행칙이었고, 이런 행칙이 바뀌게 되면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한마디로 하면 명원제는 모든 것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고, 조금 조정할 수는 있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그는 잠시 받아들일 수 없었다.원경릉은 오늘 용기를 북돋아 왔다. 그녀는 서서 명원제와 한시진 정도의 말을 했고 두 다리는 완전히 감각을 잃었다. 그녀는 개혁에 어려움을 있겠지만 조정의 장기적인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의료는 더 이상 북당의 고질병이 아니다. 그녀가 지금 개설한 의원과 의관은 마치 봄에 먼저 푸르게 자라난 새싹과도 같다. 결국 온 산과 들판이 푸르러질 것이다.명원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며 말을 너무 하여 목소리가 쉰 며느리를 보았다. 그녀도 어쩔 수 없었는지 이렇게 어설픈 비유까지 꺼내 들었다.사실 한 시진 동안 그도 점점 설득되었다. 원경릉이 예전에 처음 학원을 설립하겠다고 제기했을 때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고난과 미지로 가득 차 있었기에 의원들이 연합하여 소동을 일으킬까 봐 두려웠고 백성들이 정말 도움을 청할 곳이 없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돈이 있기만 하면 목숨도 있다.심지어 원경릉이 당시 의학원을 개설했을 때도 그는 재미만 볼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지금 그녀가 키워낸 의원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백성들을 납득시킬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그래서 이 열성으로 가득 찬 며느리를 보며 명원제도 설득당했다.이튿날, 명원제는 원 할머니를 궁으로 모셔 어서방에서 꼬박 두 시진을 이야기하였다.마지막으로 어명을 내려 전의감을 증설하고 원 할머니를 어의 정으로 조어의를 어의 부정으로 명하였고 판관과 주부는 할머니가 추천을 하게 명하였다. 전의감 관아를 설립한 후 각지 주부도 의서를 증설하고
전 경성에서 유독 혜평의 보원당만 행동하지 않았다. 그녀는 심지어 진찰비와 약의 가격도 조정하지 않았고 대청 의사에게 증을 받으라 하지도 않았고, 그녀는 오히려 서너 번씩 궁으로 가서 명원제를 만나려 했고, 명원제가 그녀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기를 바랐다.명원제는 처음에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으나, 결국은 그녀를 불러 알현하였고 그저 그녀에게 한마디만 말했다. 현재 조정에 전의감을 설립하였으니 의관을 계속 운명하려면 전의감의 관아에 가서 자격증을 처리하고 석 달 내로 처리하지 않으면 의료 자격을 취소한다.혜평이 간다면 원경릉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고 가지 않으면 의원을 운영할 수 없으니 이 화를 혜평은 가라앉히기는 몹시 어려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증서를 발급하면 보원당은 전의감의 감독과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니, 그녀는 더욱 내키지 않았다.그녀는 황급한 와중에 부마와 유국수를 찾아 상의할 수밖에 없었다. 유국수는 이미 완전히 낙담하였다. 그는 조정을 이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태자비와 이리 나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여전히 혜평에게 증서를 처리하고 의원에게 심사를 받게 하며 가격을 조정해 환자를 쟁취하도록 건의했다.약 공장은 잠시 전의감의 감독과 관리를 받지 않으나, 그는 앞으로 결국 전의감의 감독 범주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 공장은 반드시 가능한 한 빨리 운영을 회복하여 가격을 인하하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야 한다.혜평은 이 말을 듣고는 유국수와 부마가 자신의 풀을 꺾어 다른 사람의 기를 세워준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에 쌓인 분노가 이 순간 마침내 모두 터져버렸다. 그녀는 유국수 탁자 위의 물건을 한꺼번에 쓸어 버리며 소리쳤다."결국엔 다 무능한 자들입니다. 평소에 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듣기 좋고, 대단한 척하더니 정말 일이 닥치고 나니 방귀도 못 뀌고 나에게 타협하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내가 왜 타협을 해야 합니까?"유국수의 안색은 바로 어두워졌고 차갑게 혜평공주를 노려보았다.부마도
"공주..."부마가 크게 노하여 말을 하려 하자 유국수는 그에게 눈짓을 하며 입을 다물라고 했다.이렇게 큰 소동이 생긴 후, 유국수는 공주부를 떠나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가 지냈다.부마는 비록 한바탕 성질을 내서 혜평과 며칠간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결국에는 화해를 했다.혜평은 눈앞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부마와 상의하여 새로 산 의원들을 팔아 돈을 꺼내어 약 공장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키려 했다. 약 공장은 당분간 그들의 감독을 받지 않으니 그녀는 여전히 아주 큰 여유가 있다.부마도 이 결정을 지지하며 스스로 나가서 가게를 팔겠다고 청했다.팔십여 개의 의원은 팔기가 쉽지 않았다. 급하게 팔려고 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가격을 깎일 수밖에 없다. 혜평은 분노에 이성을 잃고 돈을 다시 꺼낼 생각뿐이었다. 그러니 가격을 낮추어서라도 팔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팔기는 쉽지 않았고 하나하나 팔다 보면 정력도 소모되니 각종 트집이 잡힐수가 있다. 바로 그때, 직예의 한 상인이 자금을 들여 그녀의 여든 개가 넘는 점포를 모두 사려 했다. 하지만 가격은 아주 낮게 눌리어 만약 그 가격으로 판다면 점포만 해도 결손이 이백만 냥을 초과하게 되고 거기에 내부를 꾸민 것과 약장을 들이며 쓴 돈은 계산하지도 않았다.부마는 돌아와서 그녀와 이 일을 상의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그녀는 비록 가격이 낮아져 화가 났지만, 그 의원들을 두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먼저 모두 팔려 했다. 그래서 부마에게 이 일을 잘 처리하도록 했고 팔고 얻은 돈은 약 공장을 확장하여 새로운 약을 개발해 화흥당의 약과 대적하기로 했다.부마는 직예에 이르른 후, 오히려 직예에 큰 저택을 산 후에야 장사를 처리하러 갔다.삼백만 냥에 신설 점포를 모두 팔았고, 임대한 것들도 상인이 모두 이어받아 적어도 내부를 꾸민 것은 거저 얻은 셈이다.이 삼백만 냥을 부마는 가져가지 않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전장에 두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혜평 공주에게 서신을 보내, 그와 아버지
부마가 차갑게 말했다."비록 내 명의로 의원을 차렸지만 의원의 일에 대해 내가 어떠한 의견이나 낼 수 있었습니까? 언제 나의 조언을 들어 보기나 했사옵니까? 만약 아버지의 관계와, 의약에 대해 익숙하신 것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아버지를 또 참여하게 하실 것이옵니까? 애초에 의원을 차릴 때, 아버지께서 3만 냥을 대주셨고 요 몇 년 동안 당신을 위해 계략을 세우며 의원과 약 공장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를 어떻게 대했습니까? 당신은 가게 하나도 그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누가 오늘의 당신을 만들어 주었는지 잊고 있습니다, 공주는 너무 독단적이고 사나우며 사람의 마음을 시리게 만드옵니다. 나는 그런 여인과 더 이상 함께 지낼 수 없사옵니다. 나를 죽인다 하여도 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사옵니다.""결국에."그녀의 증오와 원망이 가득한 눈동자는 한쪽에서 벌벌 떨고 있는 외실에게 옮겨졌다."저 여우 같은 천한 년에게 마음을 홀린 것입니다.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내가 더 이상 추궁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입니까? 그건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과 저 년을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부마는 담담하게 말했다."마음대로 하시지요. 관아에 고해도 좋고 탄핵을 해도 좋사옵니다. 그러나 북당은 자고로 부마가 첩을 들일 수 있사옵니다. 공주가 첩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면 외실을 만들 수밖에 없사옵니다. 만약 관청에서 죄를 내리고 곤장을 맞아 옥으로 가야 한다 해도 모두 받아들일 것이옵니다."이 말들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혜평의 가슴을 찔러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애써 허리를 곧게 펴고 눈가는 차가웠다. 그러나 그녀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매섭게 말했다."좋습니다. 기다리십시오. 가게를 판 돈을 가져갔으니 반드시 관아에 고할 것입니다. 곤장을 맞고 옥으로 가는 것으로 그친다 생각하십니까? 모두 당신이 자초한 일이니 죽어도 묻힐 곳이 없도록 만들 것이옵니다. 후회하지 않길 바라옵니다."그녀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득 찬 화를 안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