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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9화

Author: 유애
기화는 10만 냥의 황금을 운반하여 북막경내를 급히 떠난 것이 아닌 북막 변경에 가까운 주변 주현에서 식량을 구매했다. 10만 냥의 황금으로 부근의 몇 개 주현의 시장 속 식량을 거의 전부 매진시켰다. 이 식량은 자연히 북당으로 운송할 수 없었기에 그는 식량창고를 세내어 식량을 사재기했고 자신마저 북막을 떠나지 않았다.

식량을 끊는 이 방법은 애초에 대주가 북막을 공격할 때도 사용한 적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한 역사는 북막인들에게 아무런 교육적 의미가 없다. 그들의 이번 조치는 대대적인 침입이고 반드시 북당을 차지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당을 이기기만 하면 식량은 반드시 충분할 것이다. 북당 자체가 하나의 큰 식량 창고이다.

그러므로 진 대장군이 기화가 식량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북당인이 권세와 이익으로 의해 이 식량으로 돈을 벌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필요한 물건이니 되팔아 돈을 벌 수 있다.

아무래도 북당 태자를 죽인 북당인은 북당군에게 쓰이지 않을 것이며 그의 눈에는 이익만 있을 뿐이다.

진 대장군은 무장으로 전쟁에 관한 일만 생각했고 개의치 않았다.

지금 그는 우문호가 죽었으니 북당은 지금 반드시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했기에 진 대장군은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주력 부대는 신속하게 북당 경내에 진입했고 줄곧 파죽지세로 두 달 내에 북당 황도를 함락시켰다.

그는 모든 군사가 북당 국경으로 진격하여 압착하라고 명을 내렸다.

양군이 맞붙을 때 그는 강북부 이외 100리 정도 떨어진 곳으로 정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단 한 번도 방심하지 않았다. 북당군에는 소요공이 직접 지휘를 하였고 태상황이 직접 출정한데다 안풍 친왕 부부가 진두지휘했으니 이번 전쟁에 북당군은 사기가 고조되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하여 그는 전고가 일단 울리면 반드시 북당 변경의 두 성을 점령해야 한다고 명을 내렸다. 먼저 좋은 물꼬를 터서 북당군을 누르고 다시 몰아세우면 북당군을 순조롭게 쳐낼 수 있다.

첫 번째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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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417화

    위왕은 욕심을 부리지도, 바람을 품지도 않았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인생의 풍파를 겪으며, 지나친 욕망은 오히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예전의 위왕은 오늘과 같은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이 순간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었다.위왕은 한참 웃고 난 후, 자리를 틀고 앉아 작은 책자를 꺼내어 자녀들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자식이 워낙 많다 보니, 위왕은 아직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경성으로 돌아가기 전,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썼다.몇몇은 이미 혼인할 나이가 되었기에, 위왕은 이번에 돌아가서 그들의 혼사를 먼저 정해두려고 했다. 올해 바로 결혼하지는 않더라도, 우선 혼사를 정해두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못내 가슴이 아파왔다."위왕이 속상해한다고 생각하오?"원경릉이 물었다."그렇지는 않소. 다만, 그 많은 아이 중에 친자식이 하나도 없지 않소."다섯째가 답했다."그건 중요하지 않소. 정화가 하는 일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오. 그녀가 구해준 아이들은, 모두 새로운 삶과 세상을 시작한 것과 다름없소.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나지막이 말했다."알고 있소."그는 애써 감정을 가라앉히며 말했다."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 따라 감수성이 많아지는 것 같소."그 모습에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황제는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되네. 자, 이제 출발할 시간이 되었으니, 어서 준비하시오."명령이 떨어지자, 일행은 다시 길에 올랐다. 다들 타지에 있을 때는 경성이 그리웠지만, 막상 돌아가려니 이 아름다운 강산이 아쉽기도 했다.원경릉은 마차에 오르지 않고 다섯째와 함께 말을 타고 나란히 달렸다."이번에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려 했지만,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소. 1년 반 정도 지나면 그들도 자리를 잡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오. 그때 가끔 경성으로 찾아오면 되지 않겠소? 어떻게 생각하시오?""좋은 생각인 것 같소."원경릉이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다섯째, 아이들을 정말

  • 명의 왕비   제3416화

    일행은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그들은 상처 입은 위왕과 그의 곁을 지킨 정화를 데리러 가기 위해 먼저 강북부로 가야 했다.우문호는 강북부로 가는 내내, 위왕과 정화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 추측했다. 그는 셋째의 삶에 다시 여인이 나타날지 궁금했다.그렇게 강북부에 막 도착했을 때, 위왕과 정화는 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서일이 경성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먼저 알렸었던 터라, 위왕은 당장 경성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의 상처는 이미 아문 듯하나, 걸음은 여전히 불편해 보였다.우문호는 자신을 위해 저승에 한 번 다녀온 것 같은 위왕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왔다. 이에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다 사양하고, 직접 위왕의 짐을 마차에 실었다. 마지막 여정을 마쳤기에, 그는 급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따라가도 괜찮았다.위왕은 그동안 강북부에 안착해 있었지만, 귀한 물건을 많이 갖고 있지는 않았다. 위왕의 짐이라 하면, 그저 정화가 좋아할 만한 물건을 볼 때마다 사두고, 선뜻 선물하지 못한 물건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것을 이제야 한꺼번에 정화에게 선물하려 하니, 마차로 운반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다들 길을 가다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원경릉은 위왕과 정화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위왕과 정화 사이에 특별한 분위기는 없었고, 그저 부드럽고 가족 같은 느낌을 풍겼다. 두 사람이 가끔 서로를 챙기긴 했지만, 시선을 거의 마주하지는 않았다.다섯째도 그 모습을 살펴보고 원경릉에게 말했다."오붓한 우리 부부의 사이에 미치려면 한참 멀었소.""그렇게 비교하면 안 되오. 우리야, 누군가가 뻔뻔하게 달라붙고 있지 않았소?"원경릉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알고 있소."우문호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당신이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충실한 부하 노릇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이토록 사이가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오. 이렇게 부부 사이의 정을 유지하게 해 준 충실한 부하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해야지 않겠소?"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 명의 왕비   제3415화

    원경릉도 우문호의 말을 듣고, 너무나도 기뻐,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마 이리 나리께서 이 소식을 들으시면 엄청나게 기뻐하실 것이오.""돌아가자마자 바로 전해야겠소. 우리 아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질투나게 해야겠소."다섯째는 신이 나서 말했다가, 이내 멈칫거리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뛰어난 인재는 마땅히 곁에 두어 조정 일을 돕게 해야 하거늘. 훗날 이리 나리를 따라 장사를 하게 하고 싶지는 않소.""경단이가 좋아하는 일이오. 어려서부터 장사를 좋아했지 않소?"원경릉이 답했다."맞는 말이긴 하오."다섯째는 어린 시절의 경단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경단이는 어릴 적, 다른 아이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고 돈을 벌만큼 장사를 좋아했었다. 사실 경단의 장사 재능은 어려서부터 이미 드러나 있었다.원경릉은 못내 의혹이 있어, 우문호와 함께 거닐며 물었다."하지만, 이리 나리께서는 어찌 집안 장사를 친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시고, 우리 경단이를 후계자로 삼으신 것이오? 장사 규모가 하도 크니, 해마다 얼마나 벌지 상상도 가지 않소. 경단에게 조금만 나눠줘도 적지 않은 돈이네."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답했다."장사 방면에서는 이리 나리가 북당 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오. 하지만 재능이라는 것은 모든 이에게 있는 게 아니네. 엄청난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는 사람은, 경단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만 해낼 수 있소."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신 말도 일리가 있소.""게다가,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은 법이오. 이리 나리는 말년이 되어서야 아이를 얻었소. 세월이 지나, 언제까지 자식을 도와줄 수 있겠소? 결국은 돕지 못하는 날이 오기 마련이오. 그리되면, 어마어마한 가업을 넘겨줄 텐데, 탐내는 이들이 얼마나 많겠소? 1대가 지켰다 해도, 2대, 3대는 또 어찌 장담하겠소? 차라리 가업과 자식에게 평생 넉넉하게 지낼 수 있는 재물을 남겨주는 편이 더 나을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그의 팔을 가볍게 쳤다."

  • 명의 왕비   제3414화

    우문호는 깜짝 놀라 경단을 바라보았는데, 경단의 표정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평온했고, 마치 길가에서 엿이나 파는 소소한 장사처럼 쉽게 생각하는듯 했다. 하지만 이는 다섯개 도성과 연관이 있는 쌀장사였다. 아직 어린아이가 불과 몇 년 만에 곡물 시장 반이 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의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경단아, 잠시 걸음을 옮겨 이야기하자꾸나."우문호는 말을 마치고 찰떡이를 남겨 둔 채, 경단의 팔을 잡고 안채로 향했다.그러자 찰떡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문밖으로 나섰다. 우문호의 눈빛 속에서 보이는 반짝이는 희망에, 속으로 둘째 형님의 주머니가 큰 위협을 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역시나 둘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우문호가 다급히 입을 열며 궁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해마다 국고에서 내려오는 돈이 적은 데다가, 지출이 워낙 크다보니, 여러 차례 상을 내리는 것도 그가 따로 모은 돈에서 보태야 하는 지경이었다.심지어 열심히 키운 자식들도 다 컸으니, 이제는 자식이 부모님에게 은혜를 갚을 때가 되었다고 말하며, 경단에게 효도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경단은 열성을 다해 그를 설득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갑자기 이리 나리의 말이 떠올랐다."장사를 하는 일은 될수록 폐하에게 숨기거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얼마를 벌든, 반은 바쳐야 할 것이다. 폐하는 어려서부터 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경단이 웃으며 답했다."아바마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해마다 버는 돈은 꼭 반씩 드리겠습니다. 이제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 효도해야지요.""우리 경단이가 참으로 효자로구나. 네 어머니께서도 무척 기뻐하실 게다."우문호가 경단의 어깨를 덥석 잡고 감격하며 말했다."그럼 해마다 얼마나 버는 것이냐?"그러자 경단이 우문호의 귓가에 다가가, 몰래 숫자를 속삭였는데, 우문호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넋을 잃고 말았다."그렇게나 많이 번다는 것이냐?""운송 비용을 잘 관리한 덕분에 이익이 다른 사

  • 명의 왕비   제3413화

    미색은 혼인을 맺을 때, 평생 부군의 말을 따르겠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그렇다고 그녀가 혼인의 단맛에 취한 것이 아니었다. 미색은 워낙 강단 있는 성격을 갖고 있었기에 부드러운 여인은 아니었다. 그녀는 매사에 거칠게 돌진하는 불안정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여섯째는 다정한 성격의 군자이며, 생각이 바르고 이치를 잘 헤아려서 모든 일을 척척 잘 조율하기에,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지기 가장 적절했다.그래서 여섯째와 혼인 후, 그녀는 그가 지닌 다정함과 애정에 관해 더욱 깊이 알게 되었고, 결국 단단히 사로잡히고 말았다. 혼인한 지 이미 십여 년이 되어가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의 눈빛 하나에도 설레었다. 그래서 늘 무예도 드러내지 않았다.그가 부부의 정을 배신하지 않는 한, 그녀는 영원히 그에게 손을 쓰지 않을 것이었다. 다만 부부 사이에 장난치는 것은 예외였다.미색은 부군에게 빠져서 완전히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그녀는 늘 마음속으로 여섯째가 자신을 배신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었다. 정말 그런 상황이 생기면, 그녀는 분명 주먹으로 그의 머리를 박살 내서 모든 것을 끝냈을 것이다. 회왕은 그녀에게 약속을 자주 하지 않았으며, 달콤한 말을 하는 것도 드물었다. 하지만 드물지 않기에, 가끔 건네는 그의 말에 그녀가 마음을 사로잡힐 가능성이 컸다.그리고 달콤한 말이 적다고 해도, 평소 늘 그녀를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다. 혼인 후 지금까지, 미색이 월경으로 복통을 겪을 때마다, 그는 십여 년 동안 직접 흑설탕을 탄 물을 끓여주었고, 발을 주무르며 경맥의 순환을 도왔다.비록 두 사람의 성격은 닮지 않았으나, 그 어떤 부부보다도 금실이 좋았다.한편, 우문호는 도성을 순행하던 중,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도성마다 ‘배부르당’이라는 이름의 쌀가게가 있는 점이었다. 가게 이름이 다소 유치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대충 계산해 보니, 다섯개 도성에 총 오십여 개의 ‘배부르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쌀

  • 명의 왕비   제3412화

    몇 개 도성을 순행하자, 우문호는 예상 밖의 상황에 못내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바로 칭찬해 주고는, 호 대장군에게는 상을 내려 주었다. 집과 토지를 하사하여, 그가 단순히 조정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지킬 땅이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었다.과거 호 대장군은 다소 불손한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야망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이제는 오직 국토에 대한 애정만이 남아 있었다.게다가 호가의 젊은 세대 중 몇 명은 조정에서 관직을 맡고 있었다. 비록 직위는 높지 않지만, 평생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다.지금의 호 대장군은 우문호를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 북당 전체가 고작 십수 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 듯하니 말이다.경단과 찰떡은 부모님과 함께 성안을 거닐며 다과도 사고 식사도 했다. 도성은 눈에 닿는 곳마다 평화롭고 화목했다. 비록 바쁠 때면 다툼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일꾼들의 평범한 일상이었다.이곳엔 수공예품이 많았고, 특히 진흙 인형이 많았다.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인형 하나를 선물하면서 어서 손주를 안겨 달라는 농담을 건넸다.그러자 원경릉은 인형을 받긴커녕, 오히려 우문호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곧 반격할 방법을 찾아내서 말했다."외손주 말이오?"이번엔 우문호가 그녀를 반격하고 싶어졌다.하지만 그가 반응하기도 전, 원경릉이 스스로 고개를 저으며 입을 막았다.‘내 머리에 지금 뭐가 든 거지?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야?’그러자 미색이 말했다."그럴 때가 되긴 했지요. 혼사를 정하고, 곧 시집도 갈 나이지요."우문호와 원경릉은 고개를 홱 돌렸는데, 함께 미색을 때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하지만 눈치 못 챈 미색은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택란이가 시집갈 때, 제가 고모로서 혼수를 넉넉히 마련하겠습니다."그녀의 말에, 여섯째가 다급히 그녀를 끌어당겼다."그만하시오. 정말 맞을 수도 있소."그러자 미색이 못마땅한 듯 말했다."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웬

  • 명의 왕비   제3411화

    우문호 일행이 다른 성을 순행하러 떠나는 동안, 현대의 여행 삼인조도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북당이 아닌 광원 시로 돌아가 정신을 가다듬고 과거시험을 기다리기로 했다.삼대 거두도 예전에 과거를 본 적이 있었다. 헌제 재위 시절, 한번은 황실 자제들에게 과거 시험 응시를 허락한 적이 있었는데, 예외였기에 그 해를 지나고 나서는 다시 허용되지 않았다.이러한 특례가 생긴 데는 당시 조정의 형세가 문제 때문이기도 했다.세 사람은 광원 시로 향하면서 과거 시험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 당시 시험에서 어려움을 느낀 사람은 오직 무상황뿐이었는데, 그는 비록 몸과 마음을 다하여 임했으나, 끝내 통과 명단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는 헌제의 칭찬을 받았었다.소요공도 시험이 쉽다고 여긴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만큼은 평온해 했다. 부유한 집안에, 평락공인 조부의 유일한 외아들이니, 조부가 돌아가시면, 재산을 모두 물려받을 것이라 생각해서 성적에 전혀 연연치 않았던 것이다.다만, 시험장에서 그가 잊지 못할 기억은 탁자에 엎드려 자다가 목이 아팠고, 코골이 소리까지 너무 커서 감찰관에게 꾸중을 들었다는 것이었다.추 어르신은 시험에 열심히 임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시험지를 보자마자, 자신감이 넘쳐흐른듯 바로 붓을 들었고, 그렇게 그 해의 장원이 되었다.더 덧붙이자면, 그 해 장원은 평남왕 우문극이었다. 황태손인 그는 늘 예리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뛰어난 인재인 것을 언제 알 수 있을까? 비록 머리를 다쳤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그때 전해지던 말이 하나 있었다. 문인은 문인이고, 인재는 인재며, 태손은 태손이라.이는 뛰어난 태손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게다가 시험에 얽힌 소요공의 웃음거리는 지금까지 모두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무상황은 그 일을 떠올린듯, 웃으며 추 어르신에게 물었다."주대유, 그 일을 기억하느냐? 그 해 십팔매가 시험을 보기 전, 옷에 한가득 부정할 글을 적지 않았느냐?"

  • 명의 왕비   제3410화

    택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것이 바로 첫사랑입니까?""그래서 요즘 생각이 많아진 것이냐? 무슨 걱정이 있느냐? 어미에게 한 번 말해보거라."택란이 말했다."걱정은 없으나, 요즘 많은 일을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한 여인에게 잘해주신다고 하셨는데, 거짓이지요?""알아챘느냐?"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예. 예전에는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믿었지만, 지금은 누구의 말이든지 조금은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제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워, 습관처럼 그런 집착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좋은 일이다. 모든 것에 의심을 품게 되면 진실을 찾으려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될 테니."원경릉이 택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딸, 정말 많이 컸구나, 어른스러워졌어."택란이 조용히 말했다."어머니, 저는 오히려 제가 어른스러워지지 않기를 바랍니다.""그래. 가끔은 제멋대로 해도 좋다. 다만 꼭 선을 지켜야 한다."원경릉은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보통 사람과 다른 생각을 품을 때가 있고, 감정 변화도 큰 편이라, 즉흥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았다. 이런 때일수록 너무 아이를 속박하지 말고 조금 느슨하게 대하며,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 좋았다.아이들 중, 원경릉의 아픈 손가락은 늘 계란이었다.여자아이여서가 아니라, 그녀의 능력 때문이었다.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고나서 부터, 계란은 감정의 변화가 격해져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까 두려워, 감정을 억누르고, 조절하려 애썼다.그래서 그녀는 거의 어린아이처럼 행동한 적이 없었다.계란이가 인형도 몰래 숨어서 놀았다는 이야기를 원경릉은 떡들과 쌍둥이한테서 들은 적 있었다.어머니와 딸은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고, 날이 채 밝지도 않은 이른 새벽에 말도 없이 금나라로 향했다. 모녀가 워낙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에, 반나절이면 돌아올 수 있었다.두사람은 금나라 금위의 감시를 피해, 곧장 경천이 있는 궁으로 향했다.경천은 두 사람을

  • 명의 왕비   제3409화

    딸의 말에 원경릉은 진심으로 놀랐다.원경릉은 딸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일부러 걱정하는 듯 화를 내며 말했다."계란아, 어찌 지금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냐? 혹시 네 아버지한테 첩이라도 생긴 것이냐? 그럼, 어미에게 꼭 말해야 한다. 숨기면 안 돼.""아닙니다. 그저 궁금해서 물은 것입니다."택란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다니? 네 아버지한테 여자라도 생긴 줄 알고 몹시 걱정했구나.""아바마마께 문제가 생겼다면, 어마마마께서 모를 리 없겠지요."택란이 어마마마를 붙잡고 말했다."어서 누우시지요."원경릉은 누워서 택란을 안았고, 잠시 침묵한 후에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네 아버지가 경성을 떠나기 전에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한 여인에게 상을 내리겠다고 어명을 여러 번이나 내리셨지.""정말입니까?"택란이 매우 놀라며 물었다."대체 어떤 여인입니까?""너는 모를 것이다. 한 관리의 딸인데, 서화에도 능해서 소문이 자자하더구나."원경릉이 답하자, 택란이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그 관리가 나라를 위해 일을 하니, 직접 집안에 상을 내린 것은 아닙니까?""그건 잘 모르겠구나."원경릉이 딸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택란아, 네 아버지의 마음이 변할 것 같으냐?""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마시지요."택란이 확신하며 말했지만, 원경릉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넌 무슨 일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구나. 나한테 속이는 것이 있으니, 그런 질문을 한 것 아니더냐? 아니면 네 아버지가 정말 나를 배신한 것이냐? 후궁을 두지 않고, 평생 나만 바라본다고 했었다."택란은 아직 그녀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의 걱정스러운 모습에 택란은 마음이 복잡해져, 품에 기댄 채 말했다."그런 것이 아니라... 사실 저는 사내가 젊었을 때 한 약속이 얼마나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어마마마와 아바마마께서는 늘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부잖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다른 사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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