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종제 어르신과 파지옥 어르신.“십팔매, 적성루에 가서 사람을 찾아, 그들을 경호에서 막고, 비밀리에 다시 경성으로 보내게 하게. 도중에 얼굴을 드러내지 말고, 돌아온 후 바로 숙왕부로 오게 하게.”무상황이 지시했다.그러자 소요공이 일어나며 말했다.“좋소. 사람을 부르러 가겠소.”휘종제 어르신은 황제가 되기 전에 숙친왕이었고, 이곳은 휘종제 어르신이 지내던 숙왕부이다. 그러니 다시 말해, 그는 숙왕부의 주인이었다.적성루 사람들은 그런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깜짝 놀랐다.적성루의 어르신은 그들의 행방을 몰랐다. 하지만 안풍 친왕을 통해 그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다들 연세가 많은 사람이니, 의심을 금치 못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소요공이 연서유도 함께 돌아왔다고 말하자, 그제야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추 할머니와 몇몇 어르신은 연 낭자를 다시 볼 생각에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적성루 사람은 밤새 말을 타고 경성을 떠났다.우문호는 무상황과 다른 사람이 이 일을 맡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그리고 그들이 돌아오더라도 진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그는 그중 휘종제 어르신이 가장 걱정이었다. 그 나이에 성형 수술로 젊어 보이려까지 했으니, 아마도 조용할 성격일 리는 없을 것이었다.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문호 또한 여전히 조금 불안했다.부활한 황제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면 어떤 큰 파장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휘종제 어르신이 젊어 보이기 위해 수술을 받았기에, 아마 그가 죽었을 때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이가 많고 눈물이 많은 옛 신하들이 쉽게 그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물론, 그 신하들도 제례 때의 초상화에서만 봤을 것이기에, 그와 실제로 대면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서일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휘종제 어르신이 연세가 많으니, 누가 그를 기억하겠는가? 숙친왕 시절엔 별로 존재감이 없었
숙왕부의 사람들은 여전히 매우 흥분해 있었다.세월이 흘러 많은 일을 겪은 탓에 안풍 친왕과 함께 다른 나라에서 떠돌았지만 그들의 뿌리는 여전히 북당, 숙왕부, 그리고 적성루에 있었다.그리고 그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람도 바로 숙왕부의 사람들 뿐이었다.태자 어르신과는 관계가 깊지 않았기에, 평남왕 우문극과 노창왕만이 신경 썼다.또한 휘종제 어르신과 황후 연서유도 진정으로 그리고 있었다. 특히 후자는 더욱더 그리워했다.다음 날 아침, 왕부는 청소와 동시에 물건을 정리하며, 마치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듯했다. 병세가 나아진 추 할머니도 두 명의 부인과 함께 시장에서 고기를 사 와 얼음 창고에 미리 쟁여놓았다.추 할머니는 연 낭자가 빚은 만두가 가장 맛있어 했기에, 그녀가 돌아오면 만두를 빚어야 한다고 말했다.잠시 후 정오가 되자, 안풍 친왕 부부와 삼위가 왕부로 돌아왔고, 뒤를 따르는 호랑이 늑대 견도 있었다.안풍 친왕은 굳은 표정으로, 왕부에 도착하자 바로 적성루로 향했다.“그만 생각하시오. 이미 돌아왔잖소.”안풍 왕비가 그를 위로했다.“그래!”안풍 친왕은 고개를 들어, 적성루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은 듯 보였다. 한때 흑영을 묶었던 큰 나무는 여전히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가장 가난했던 시절을 보냈고,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행복했다.“라만, 사람이 끈질기게 살아가는 이유는 마음속에 소망이 있기 때문이오. 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네.”“알고 있소. 하지만 그들도 고향으로 돌아와야하지 않겠소.”안풍 왕비가 말했다.“돌아오셨습니까?”평남왕 우문극이 기쁘게 다가왔다. 그는 라만을 보며 감격했다.“아버지와 삼촌께서 돌아오신다고 합니다.”안풍 왕비는 부드럽게 우문극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그들이 돌아오셨다구나. 아마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 오실 것이다.”“정말입니까?”우문극은 처음에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형수님의 말은 믿고 있었다. 흥분의
“장 대인께서 작년 연말에 넘어지신 후, 아직도 일어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왕부에서 이미 그를 위해 관을 준비했다고 합니다.”“운왕과 창왕도 떠나셨지요.”섬전위가 말을 하면서 노창왕을 한 번 쳐다봤다.“노창왕이 아니라, 노창왕 아버지를 말하는 것이오.”“그래!”노창왕은 손을 뒤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휘종제 어르신께서 더 힘드신 건, 아들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살아 있는 아들도 무상황과 저희 친왕뿐이니 말입니다.”귀영이 말했다.안풍 왕비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다소 무거웠다. 예전에 휘종제 어르신께 찾아갔을 때, 그는 이 사람들에 대해 물은 적 있었다. 그녀는 그들의 죽음을 알릴 엄두가 나지 않아, 다들 건강하다고 했을 뿐이다.그래서 휘종제 어르신께서는 그들이 아직 잘 살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서일이 말했듯이, 안풍 친왕이 그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예전에 알고 있던 친척과 옛 벗들이 떠났기 때문이다.그리고 예전에는 그들을 아는 사람이 아직 많기에, 오지 못하게 했었다.민간에서 백성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도 큰 소란을 일으킬 수는 없었지만, 죽은 황제가 살아난다면, 아마도 천하가 들썩일 것이다.모두 각자 추억에 잠겨,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마차는 점차 숙왕부 대문에 가까워졌고, 경단 일행은 이미 골목에서 떠나, 궁으로 돌아간 뒤였다. 마차에 탄 네 사람은 호위를 받으며 왕부 안으로 들어간 후, 길을 따라 적성루로 향했다.문이 열리자, 다들 눈시울이 붉어졌다.흥분을 금치 못하거나 환호할 것 같았지만, 다들 조용했다.추 할머니와 두 명의 부인, 그리고 노창왕비가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휘종제 어르신의 황후 연서유를 안고, 한데 엉켜서 울었다. 눈물이 눈 앞을 가려 시선이 흐릿해졌고,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마음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안쓰러움이 밀려왔다.“어찌 이렇게 늙으신 것입니까?”운 부인은 연서유를 보며 눈물을 끊임없이 흘렸다.연서유 역시 울며 그들을 보았
불길이 일며, 모든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였다.노부인들은 부엌에서 만두를 빚고, 노인들은 밖에서 큰 원을 이루어 앉았다. 그렇게 적성루 전체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우문극은 안풍 친왕 부부 옆에 앉았고, 삼대 거두는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휘종제 어르신과 노태자도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고, 파지옥은 고기를 구워 먹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고기를 구워 먹고 속 열이 오르면, 얼마나 많은 차를 마셔서 가라앉혀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들도 한때 국가의 대사를 논의했었지만, 이제는 우문호가 다스리는 북당이 어떻게 번창하고, 어떻게 번영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다.불빛과 함께 구운 고기의 향기가 서서히 기분을 좋게 해주었고,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느낌이 되돌아왔다. 다들 여전히 예전처럼 음식을 다투고 있었다.황궁 소월궁.가족 여덟명이 함께 모여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원경릉이 준 약 때문에, 다소 졸린 경천 황제는 이미 잠들었다.우문호는 별로 입맛이 없어, 몇 입 먹고 나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아바마마, 어르신이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제가 돌아오는 동안 계속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경단이 위로하며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 걱정이 아니다.”원경릉이 물었다.“그럼 무엇을 걱정하는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을 보며 말했다.“어제 궁으로 돌아올 때, 서일이 나에게 한마디 했소. 안풍 친왕이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막는 이유는 그들의 옛 친척이나 벗이 이미 다 떠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원경릉도 항상 큰 그림을 신경 쓰는 편이였기에, 서일처럼 구체적인 문제까지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원경릉은 이것이 가장 큰 가능성임을 깨달았다.사실 그녀도 공감할 수 있었다.그녀도 한동안 떠나 있었지만, 다행히 돌아왔을 때 모두가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만약 운이 좋지 않아, 50년 후에 돌아왔다면, 그녀도 지금의 친척이나 친구들이 거의
다섯째는 사람을 볼 때다 마음속에 있는 저울로 계산했다.원 선생은 그 저울의 꼭대기에 자리 잡아 모두를 압도했다.경천은 그저 저울에 오를 수 있을 정도였고, 그 높이는 사실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후 그가 점점 높아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했다.다섯째가 원경릉에게 한 마디 전했다."만약 경천이 계란이를 탐내지 않는다면, 그를 기분 좋게 양자로 들일 수도 있소."원경릉이 그를 비웃었다."참 단순한 생각이오. 금나라 황제를 양자로 들이면, 경천 황제가 당신이 금나라를 탐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소."다섯째가 웃으며 말했다."영토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네."하지만 그는 그럴 생각까진 없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친분을 쌓고 서로 침략하지 않으면, 백성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다.황제는 항상 평안한 삶을 바란다. 그는 그렇게 큰 야망이 없었고, 영토를 확장하려는 욕심도 없었다.물론, 다른 사람에게 땅을 조금이라도 빼앗길 순 없다.원경릉이 경천에게 준 약은 주로 그의 면역력을 조절하는 약이었다. 그리고 그가 자주 악몽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에게 진정제를 조금 줘서 잘 자게 해주었다.택란은 그가 깨어났을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다시 잠들면 오라버니와 놀았다.원경릉은 요즘 요부인에게 가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며 시간을 보냈다.아이들이 돌아온 후, 왕비들이 차례차례 궁에 들어왔다. 원용의와 미색도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어린 형제자매들이 감정을 나누도록 했다.만아는 황후가 호명과 주 아가씨의 혼인을 성사하겠다고 들었을 때 매우 기뻐했다.만아와 호명은 인연이 깊다. 만약 호명이 없었다면, 만아는 그때 초왕부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혼사를 올리고 아이까지 있으니, 호명도 혼사를 올려 가정을 이루기를 바랐다. 이제는 혼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기를 말이다.그래서 그녀는 궁에 들어와 원경릉에게 물은 후, 남강에 편지를 보냈다. 그러고는 아홉째에게 연락을 보내, 귀한 선물을 준비해 약도성으로 보내라고 했다.그녀는 호명을 자기
그들은 먼저 들어가서 인사를 한 후, 안풍 왕비 부부와 함께 밖으로 나가 이야기를 나누었다.왕비가 말했다."그들은 예전의 벗과 가족들이 많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기분이 많이 우울해진 상황이다.""그럼 어찌합니까?"우문호는 안타깝께 느껴졌다. 그들이 계속 우울한 상태로 있게 할 수는 없었다."방금 백조부와 그들을 데리고 장 대인을 만나면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장 대인? 장 어르신이요?"우문호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경조부의 부윤이었고, 은퇴한 지 오래되었다. 몇 년 전 넘어져서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들었지만, 지금은 상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고 있다.원 할머니도 그를 치료하러 갔었고, 몸조리할 처방을 내렸지만, 연세가 높은 어르신에게 있어, 넘어지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었다."나가게 하는 건 면하는 것이 좋으니, 장 대인을 데려오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안풍 친왕이 말했다."그럼, 그렇게 합시다."왕비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돌아서서 지시를 내렸다.우문호는 안풍 친왕과 이야기를 나눈 후, 장 대인이 휘종제 어르신과도 친분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그 당시 왕위 계승 싸움에서 장 대인이 많은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장 대인이 많은 삶의 이치를 말해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마 그들의 마음 정도는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적성루의 장수들은 바로 나서서 큰 대군을 이끌고 장 대인 집으로 향했다.그렇게 반 시진이 채 지나지 않아, 머리카락과 수염이 모두 하얗게 된 노인이 태사 의자에 앉아, 적성루의 노인들의 어깨에 받들려 왔다.휘종제 어르신은 그를 보고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와 시선을 마주한 후, 이내 문턱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장 대인은 잠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잘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가 앉은 모습은 여전히 익숙했다.그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안풍 친왕을 바라보자, 안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지만 태자 어른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손자 녀석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던 것이었다.“어르신이 돌아오고 나서 벗들도 만나도 아들도 봤으니 더는 아쉬움이 없을 거야.”안풍 왕비는 앞으로 다가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애들한테 전달해줘. 너희들이 태자 어르신을 모시고 와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절대 여기 모셔왔다고 해서 돌아가신 게 아니야.”솔직히 원경릉이 오면서 이 문제를 걱정하고 하고 있었다.아이들은 머리가 똑똑하지만 아직 어리고 생각이 짧아서 죄책감을 느낄까 봐 걱정되었다.그때 남평왕이 눈시울을 붉힌 채로 다가와 원경릉에게 진심을 전했다.“엊저녁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여러 번이나 당부했었어. 녀석들이 고향으로 데리고 와줘서 너무 감다하다면서, 죽기 전에 북당을 한 번 더 본 것만으로도 생을 잘 마감할 수 있다고 하셨어.”원경릉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비록 태자 어른에게 각별한 정은 없지만 고향을 그리는 순수한 마음만으로도 깊은 공감이 갔었다.이제부터 장례식을 치르기 시작했다.워낙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미처 관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무상황이 자신의 수관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눈물을 뚝뚝 흘리던 원경릉이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마침 눈이 마주친 무상황이 덤덤하게 물었다.“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 수관은 몇 해전에 준비했어. 그런데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괜히 관만 먼지 쌓이게 됐어.”“태상황의 수관은 제왕 것과 같게 만들었습니다.”소요공이 한마디 끼어들었다.“만약 그때 그런 일이 없었다면 태자가 북당의 제왕 자리에 앉았어.”태상황이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때 일은 원경릉도 알고 있었다.태자 어른의 일가는 유친왕에게 참살당하고 온 가문에 우문극과 태자 어른만 살아남았었다.그 당시 심한 부상을 입고 두 다리까지 다쳐서 결국은 현대로 옮겨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그 바람에 제왕의 자리와는 인연이 없게 되
이튿날, 약속대로 안풍 친왕은 변장한 휘종제를 모시고 매화장으로 향했다.전 명원제는 백부가 오신다는 연통을 받고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그분이 오시면 분명 좋은 일이 없으니, 얼른 아랫것들에게 값비싼 물건들을 치우고 고기 음식들만 준비하라 일렀다.그를 만난 휘종제는 당연히 기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아들에게 약속한 이상 손자에게 신분을 드러낼 수 없으니 기쁜 심정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안풍 친왕은 휘종제가 자신의 벗이라 소개했지만 전 명원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오로지 안풍 친왕이 매화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도 찾아서 가져갈까 봐 노심초사했다.보물을 발굴한 후부터 전 명원제는 항상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봐 무서웠다.솔직히 은퇴할 때도 자신에게 많은 노후 자금을 남기지 않았다.물론 조정에서 보조금이 내려와 충분히 부양할 수 있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들에게 보태 주었다.게다가 최근 2년 동안 북당의 생활이 차차 풍요로워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사들였다.휘종제가 몰래 안풍 친왕에게 말했다.“내 손자의 얼굴은 아비를 닮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아비 얼굴은 조금 쩨쩨하게 생겼거든.”그러자 안풍 친왕이 눈을 희번득거렸다.“여섯째는 쩨쩨하지 않아요. 행실이 조금 그럴 뿐이지 다 아버지한테서 배운 거잖아요.”휘종제는 여섯째가 두 손을 소매에 넣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그 모습이 자신과 너무 똑같아서 차마 원망하지 못했다.‘아무리 못나도 내 아들인 걸 어쩌겠어.’이제 열째도 꽤 ‘건장’하게 자랐다.안풍 친왕이 평가하는 건장함이란 솔직히 그의 둘째 형처럼 너무 뚱뚱하다는 소리였다.다행히 열째가 무술을 익혀서 ‘날쌘 뚱보’가 되었다.열째는 경단이 온다는 소리에 부랴부랴 짐을 싸고 그들과 하산하겠다고 말했다.2년 전에 우문호가 그에게 왕으로 책봉하려고 했는데 명원제가 반대했었다.그러면서 열째가 몇 년을 더 단련하고 조정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후에 책봉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었다.오늘 보니 그때 왕으로 책봉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