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난 후, 만두는 동생들을 데리고 배를 타러 가자고 제안했다.다들 이제 경성에서 놀 기회가 많지 않고, 오랜만에 함께 모이기도 했으니, 이전에 해보지 못한 것들을 모두 해보고 싶었다.예전에 아이들도 크루즈를 탄 적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노를 젓는 배가 훨씬 더 재미있다고 했다. 그들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어머니와 함께라면, 조금 위험한 놀이도 허락받고 놀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노파심에 늘 이것저것 걱정 했다.아버지도 능력이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능력에 대해서 항상 불안해했고, 지금까지도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 외에는 그 능력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아버지는 목숨과 연관된 일이고, 온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아껴야 한다고 말했었다.그들은 배 총 네 척을 빌렸다. 어머니와 요부인이 한 척, 쌍둥이 형제가 한 척, 만두와 여동생 한 척, 경단과 찰떡이 한 척에 탔다.“호수 건너편까지 갔다가 돌아오자꾸나. 빨리 돌아오는 자가 승자다. 하지만 힘으로만 승부를 보아야 하고, 혹 다른 힘을 빌린다면 실격이다.!”만두가 크게 외쳤다.“이기면 상이 있습니까?”경단이 물었다.만두는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상은 없지만, 지면 소월궁 마당을 7일간 쓸어야 한다. 청소도 능력을 쓰면 안 된다. 미리 말하자면, 어머니께서는 대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꼴찌만 지는 것이 아니라, 1등이 아니면 다 패배다.”즉, 승리하지 못하면 모두 패배로 간주하여, 소월궁을 청소해야 했다.요부인은 만두의 말을 듣고,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았다.“너희에게 청소를 맡긴다니, 목여 태감이 정신을 잃겠구나.”원경릉도 그렇게 생각했다. 목여 태감은 직접 아이들에게 밥까지 떠먹이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청소시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럼, 목여 태감의 빨래를 도웁시다.”택란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요리도 해드려야 합니다.”“하하하!”원경릉이 노를 잡고 힘을 주자, 배가 미끄러지듯
원경릉과 요부인은 아이들 뒤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그들이 신나게 떠드는 모습을 보며 감개무량해졌다.세쌍둥이는 이제 훤칠하게 자랐고, 만두는 이제 위엄도 내뿜으며 맏형다운 모습을 보이며, 동생들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주기까지 했다.비록 쌍둥이는 형들만큼 키가 크진 않았지만, 늘씬하고, 준수하니 황실 자제다운 기품이 있었다.택란도 어느덧 어엿한 아가씨로 자라났고, 예쁘고 다정하며 사려 깊이 어머니를 잘 챙겼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딸이라는 말이 걸맞은 아이였다.세월은 빠르게 흘러, 어느샌가 아이들이 훌쩍 컸으니, 황후는 참으로 복 많은 여인이다.“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부인이 말했다.원경릉이 답했다.“요부인 뿐만 아니라, 저도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저 눈 한 번 깜빡했을 뿐인데,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이 컸네요.”“난 참 복이 많은 것 같네.”요부인이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난 아직도 그날, 내가 황후한테 저질렀던 일을 잊지 못하네…”그러자 원경릉이 그녀를 꾸짖었다.“그 얘긴 이제 그만하십시오. 우리가 함께 겪은 일들만으로도, 그 과거는 충분히 갚은 것 아닙니까?”“화내지는 말게나. 그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뿐이네. 매일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해야지 않겠는가?”요부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지만, 말투는 단호했다.“다른 사람은 그날 내가 한 짓을 떠올리고, 내가 아무리 병에 시달려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네. 어쩌면 ‘꼴 좋다’며 비웃었을지도 모르네. 하지만 황후는 참 어리석게도, 그런 나를 저승 문턱에서 끌어냈네. 오늘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건 황후 덕분이네.”원경릉은 그녀의 손을 토닥였다.“행복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지요. 그날 선한 마음으로 부인을 도운 것이 아니라, 부인의 인맥을 이용해 다섯째의 입지를 다지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서로 이용한 것이니, 은혜를 베풀었다는 말은 그만하시지요. 또 그때의 말을 꺼내는 것이 질리
우문호 가족이 재회하는 동안, 손왕부에서는 갈등이 일어났다.손왕비는 이유도 말하지 않고, 그저 계속 손왕에게 싸늘한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사실 이 갈등이 부부관계 때문만은 아니었다. 손왕비는 다른 황실 부인이 혼인한 후에 함께 지내는 것을 보며, 한 번도 격정적인 순간이 없었던 자기의 고요하고 무료한 생활을 떠올렸기 때문이다.심지어 손왕비와 손왕이 가장 애틋했던 때에도, 서로 예의를 갖추는 사이 같다는 말이 가장 적절할 정도였다.그리고 손왕비는 순왕의 눈빛에서 단 한 번도 불타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다섯째가 황후를 바라보는 눈빛, 여섯째가 미색을 바라보는 눈빛, 일곱째가 원용의를 바라보는 눈빛, 훼천이 요부인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모두 사랑의 감정을 본 적 있었지만 말이다. 심지어 셋째 위왕이 정화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마치 굶주린 표범이 사냥감을 보는 것 같이 정화를 바라봤다.그에 반면 순왕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늘 고요하고 평온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말이다.십수 년 전이라면, 손왕비는 다들 이렇게 지낸다고 생각하며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부부가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것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왕비는 이제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았기에, 이내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녀는 못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너무 무미건조한 건 아닐지 생각했다.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감정이 들기 시작했고, 자기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지 의심까지 하게 되었다.어찌 손왕의 애정을 조금도 받지 못하는 것인가?중년인 그녀는 신의 황후 덕분에 70~80세까지는 문제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수십 년을 이렇게 재미없이 지내야 한다는 말인가?손왕비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이 고민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이 나이에, 어린아이처럼 애정을 원한다고 투정을 부릴 수도 없었다.아니면 순왕과의 잠자리가 만족스럽지 않아 언짢다고 할
만두는 여동생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휴가를 내어서 형제들, 그리고 적동과 함께 궁으로 돌아갔다.다른 아이들은 벗이 한 마리뿐이지만, 만두는 설랑과 적동, 두 마리나 있었다.역시 맏형답게, 아주 위풍당당했다.경단 삼 남매는 마침내 경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경단은 도착하자마자, 성적에 관해 이야기하겠다는 이유로 이리 나리에게 끌려가고 말았다.수많은 상가 거리를 보유한 신흥 부호답게, 경단은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히 고모부의 저택으로 가서 서재에서 고모부와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경단의 대답에 고모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밖으로 나와 공주에게 말했다.“당신의 친정 조카는 정말 크게 될 아이네. 큰 인물이 될 것이네.”하지만 늘 이리 나리의 말을 반박하지 않던 공주가 이번엔 단호히 입을 열었다.“크게 될 아이라 해도 당신의 수하로 들어올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이미 이룬 업적이 많은 아이니, 굳이 당신의 사업을 이어받을 필요가 없지요.”“당신 곁에 더 오래 있는 것이 싫은 것이오? 경단이 가업을 이어받으면, 난 아주 한가해질 것이오.”“지금도 조정 일이 바쁘지 않을 때면 한가하지 않습니까.”혼인한 지 오래되었으니, 공주도 그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이리 나리의 사업은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었고, 중요한 자리마다 적임자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적임자들도 후계자를 양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리 나리는 그저 분기 말마다 각 곳의 보고를 확인하면 되었고, 가끔 시찰 정도만 필요한 상황이었다.게다가 그의 수하엔 사업을 대신 관리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따지고 보면, 이리 나리는 고생할 것도 없었지만 그저 관리하는 일마저 넘기고 싶어 경단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그는 부귀와 여유를 누리는 삶을 즐기고 싶었다.그도 예전엔 장사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질려버리고 말았다.이리 나리는 이 사실을 부인에게 간파당하자 부끄러움과 동시에 못내 짜증이 났다.“오늘 밤엔 궁에 회의하러 가야 하니, 당신과 함께 보낼 수 없소.”
늦은 밤.냉명여는 모닥불 앞에 앉아, 흔들리는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택란이 그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어찌 멍하니 있는 것이냐?”“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유씨 아주머니께서는 분명 요패천에게 강제로 잡혀 온 부잣집 딸이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히려 요패천을 도와 나쁜 짓을 해왔고, 심지어 요패천의 아들을 둘이나 낳고 요홍장까지 낳으셨습니다. 어찌 자기처럼 불쌍한 여인들을 괴롭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택란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이해되지 않으면 그냥 넘기거라. 우리는 그저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하늘의 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된다.”“예!”남매는 그렇게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냉명여는 검을 안은 채로 택란 옆에 있는 나무에 기대 잠에 들었다.경천은 장작을 이리저리 찌르다가, 택란에게 망토를 건네주었다.“명여를 안에서 자게 하는 것이 어떠냐?”택란은 고개를 저으며 경천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이제 저는 돌아가야 합니다.”“벌써?”경천이 깜짝 놀라 묻자, 택란이 고개를 끄덕였다.“넷째 오라버니와 다섯째 오라버니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그럼, 우리는…”우리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경천은 망설이다가 말끝을 흐렸다. 비록 택란이 언젠가 떠날 것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 택란과의 만남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마음은 몹시 무거워졌다. 심지어 그는 얼음 벌레로 인해 요절할 운명이었기에, 그 전에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택란은 그의 손을 잡고 용기를 북돋우듯 말했다.“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그녀의 눈빛은 별처럼 반짝였고,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이 경천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모든 차가움과 어둠을 밀어냈다. 그리고 그곳엔 희망이라는 씨앗이 자라났다.“그래. 또 보자꾸나.”경천은 웃으며 답했다.택란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놓고, 꼬마 봉황을 불러 돌아갈 준
해가 떠올랐고, 낡은 지붕 사이에 비친 빛이 창백한 얼굴 위로 떨어졌다. 피범벅이 된 아기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안겨 나와, 첫 울음을 터뜨렸다.“남아입니다!”급히 불려 와, 출산을 돕고 있던 아낙네가 흥분한 듯 유씨 아주머니에게 외쳤다.유씨 아주머니는 싸늘하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천으로 아기를 감싸 안았다. 그녀는 과다출혈로 막 숨진 큰며느리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기를 안고 곧장 오두막집을 가서 명을 내렸다.“소취야, 집안을 잘 처리하고 다른 하인들은 어젯밤 잡은 양을 챙기거라. 채로 돌아갈 것이다.”“예!”몇 걸음 걷지 않아, 유씨 아주머니의 작은며느리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어머님, 어머님! 양이 도망쳤습니다!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뭐?”깜짝 놀란 것도 잠시, 또 다른 부하가 달려와 보고했다.“산 위에서 봉화가 피어올랐습니다!”유씨 아주머니는 눈을 부릅뜨고 살기를 내뿜으며, 갓 태어난 손자를 작은며느리에게 넘기고 큰 소리로 외쳤다.“자, 다들 무기를 들고 나를 따르라!”뇌정채 안은 온통 산적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체도 아니라, 사람 형상의 잿더미였다.한편, 택란은 마을 입구에 앉아 있었고, 그녀 곁에는 경천이 서 있었다. 목두와 냉명여는 그들 뒤에 앉아, 밤새 구해낸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마을에 양젖이 없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산을 올랐다. 비록 산에도 양은 없지만, 다행히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인이 있었다.“아이가 참으로 얌전합니다. 배불리 먹고는 조용히 울지도 않습니다.”작은 생명을 품에 안은 목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냉명여도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아기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건드렸다. 냉명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이름을 지어주는 게 어떻습니까?”“좋습니다.”목두는 신이 났다. 대결에서 이겼으니, 그가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맞았다.“이 아이를 제 여동생으로 삼는 것을 동의하셨으니, 제가 지어보지요. 제 큰형은 녕기둥, 둘째 형은 녕석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