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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거북을 따라잡는 법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8:54:34

자연철학 강의실은 계단식이었다. 반원으로 둘러앉은 의자가 일곱 줄. 맨 아래 가운데에 교수가 섰다.

오이겐 두르 교수는 앉지 않았다. 강의 내내 걸었다. 왼쪽 벽에서 오른쪽 벽까지 열네 걸음. 루엔은 첫 시간에 셌다. 교수는 한 번도 열세 걸음이나 열다섯 걸음으로 걷지 않았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마흔 중반쯤. 얼굴이 길고 말랐다. 푸른 옷소매 끝이 잉크로 까맸다. 청색탑에서 스무 해를 공부하다 학교로 왔다고 했다. 목소리는 조용했고, 질문으로 끝나는 문장이 많았다.

“발 빠른 전령과 거북이 있다고 하세.”

교수가 걸음을 멈췄다.

“거북이 백 걸음 앞에서 출발한다. 전령은 거북보다 열 배 빠르지. 전령이 백 걸음을 달려 거북이 있던 자리에 닿으면, 거북은 그새 열 걸음을 더 갔네. 전령이 그 열 걸음을 가면, 거북은 한 걸음을 더 갔고. 그 한 걸음을 가면, 거북은 또 조금.”

교수가 다시 걸었다.

“전령은 거북이 있던 자리에 끝없이 닿네. 닿을 때마다 거북은 조금 앞에 있네. 그러니 전령은 거북을 영영 따라잡지 못한다.”

뒷줄에서 누가 웃었다. 「그래도 잡잖아요」라고 누가 중얼거렸다.

“그래, 잡지.” 교수가 순순히 인정했다. “눈으로 보면 잡네. 그런데 말로 따라가면 못 잡아. 말이 틀렸나, 눈이 틀렸나. 청색탑은 이천 년째 이 물음을 풀지 못했네.”

교수가 칠판에 선을 하나 그었다.

“마나도 같네. 그릇의 마나를 반 쓰고, 남은 것의 반을 쓰고, 또 반을 쓰고. 마나는 끝없이 쪼갤 수 있네. 끝없이 쪼갠 조각을 하나하나 셈할 수는 없지. 그러니 마나를 셈으로 끝까지 붙잡겠다는 일은 끝나지 않는 일일세.”

교수가 계단식 의자를 올려다보았다. 누군가를 찾는 눈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러 아이가 루엔 쪽을 돌아보았다.

한 달 사이 소문이 돌았다. 북부에서 온 아홉짜리가 흘리지 않는 셈을 한다고.

“요즘 흘리지 않는 셈을 한다는 말이 들리더군.” 교수가 말했다. “나쁜 말은 아니네. 다만 끝나지 않는 일에 젊음을 쓰지 않았으면 해서.”

루엔은 손을 들었다.

*

“반의 반의 반을 끝없이 더하면, 처음 것을 넘지 않습니다.”

루엔이 일어나 말했다.

“넘지 않는 게 아니라, 딱 처음 것이 됩니다.”

교수가 걸음을 멈췄다. 열네 걸음 가운데 일곱 번째 자리였다.

“끝없이 더했는데 딱 떨어진다?”

“예.”

“그럼 마지막 조각은 무엇인가.”

“마지막 조각은 없습니다.”

“마지막이 없는데 합은 있다?”

“예.”

교수가 한참 루엔을 보았다. 화내는 얼굴이 아니었다. 물음이 하나 더 생긴 얼굴이었다.

“말로 하지 말고 보여 주게. 말로는 나도 이길 수 있네. 이천 년 치 말이 있으니.”

*

실습장 한쪽에 마나석 과녁판이 있었다.

손바닥 두 개만 한 잿빛 돌판. 마나를 맞으면 그 마나를 머금고, 겉에 서리 같은 흰 결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왔다. 돌판 옆면에 금이 새겨져 있었다. 결이 몇 금까지 올랐는지 읽으면 맞은 마나의 세기가 나왔다. 신입생 마법 세기를 재는 데 쓰는 돌이었다. 흰 결은 한 시간쯤 지나면 스르르 내려갔다.

루엔은 돌판 다섯 장을 나란히 세워 달라고 했다.

“매직 미사일을 다섯 발 쏘겠습니다. 첫 발은 돌판 하나를 열여섯 금까지 채우는 세기로. 다음 발은 그 반. 그다음은 또 반. 한 발에 한 장씩 맞히겠습니다.”

그러고는 종이 한 장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접어서 교수에게 내밀었다.

“쏘기 전에 적었습니다. 다섯 장을 다 더한 값입니다. 쏘고 나서 여십시오.”

교수가 종이를 받았다. 손에 쥐고 펴지 않았다. 조교 하나가 촛농으로 접은 자리를 봉했다.

수업 들은 아이들이 풀밭 둘레에 섰다. 디트마르도 있었다. 클라리사는 산가지 주머니를 벌써 열어 놓고 있었다.

루엔은 첫 발을 쏘았다. 탑의 열한 마디를 소리 내어. 세기는 머리로.

첫 돌판에 흰 결이 올랐다. 조교가 옆면 금을 읽었다.

“열여섯.”

둘째. “여덟.”

셋째. “넷.”

넷째. “둘.”

다섯째 화살은 작았다. 번쩍임이 없으니 날아가는 게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돌판에 닿는 소리도 없었다. 조교가 허리를 굽혀 돌판 아래쪽에 얼굴을 댔다.

“… 하나. 하나가 맞는데, 결이 옅어서 반 금쯤 흐립니다.”

루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린 반 금은 제 쪽에서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 두겠습니다.”

클라리사가 산가지를 옮겼다. 다른 아이 몇이 손가락을 접었다. 열여섯, 여덟, 넷, 둘, 하나.

서른하나.

교수가 봉한 종이를 열었다.

서른하나.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몇 발을 더 쏘든 서른둘에는 닿지 않음.

풀밭이 조용했다.

“여섯째 발은 반 금입니다.” 루엔이 말했다. “일곱째는 반의 반. 스무 발을 쏘아도, 백 발을 쏘아도 서른둘에 닿지 않습니다. 모자라는 건 늘 마지막 발만큼입니다. 마지막 발이 작아질수록 모자람도 작아집니다. 끝없이 쏘면 모자람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딱 서른둘입니다.”

“첫 발의 두 배로군.”

“예. 반씩 쪼개 쏘는 마법은, 끝없이 쏘아도 첫 발 두 배의 마나밖에 들지 않습니다. 끝없이 쪼갤 수 있어도 셈은 끝납니다.”

교수는 종이와 돌판 다섯 장을 번갈아 보았다. 오래.

“자네 말이 맞네.” 교수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도 줄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모르겠네.”

“무엇을 모르십니까.”

“끝없이 많은 것이 모여 끝이 있는 것이 되었네. 그럼 끝없음은 어디로 갔나.”

루엔은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 물음엔 한 줄 답이 없었다.

*

아이들이 흩어질 때 디트마르가 돌판 앞으로 왔다. 흰 결이 내려가고 있는 다섯 장을 내려다보았다.

“반씩 쪼개 쏘는 걸 누가 싸움에서 쓰냐. 한 방에 다 부으면 되지.”

“한 방에 다 부으시면 둘째 발이 없습니다.”

“첫 발로 끝내면 둘째가 필요 없지.”

“첫 발로 못 끝내시면 필요합니다.”

디트마르가 입을 다물었다. 한 번 더 뭐라고 하려다 그만두고 돌아섰다. 돌아서면서 돌판 옆면의 금을 손가락으로 한 번 훑었다. 열여섯 금 자리였다.

클라리사는 산가지를 주머니에 쓸어 담으며 말했다.

“상단에도 그런 손님 있어. 빚을 반씩 갚아 나가면 끝이 없으니 다 안 갚아도 된다고 우기는 사람.”

“어떻게 하십니까.”

“아버지가 그 사람 앞에서 은화를 반씩 쌓아 보여 줘. 그리고 맨 처음 빌린 만큼 쌓이면 가져가.”

루엔은 수첩을 폈다. 적을 게 또 생겼다. 보움 상단: 끝없는 합으로 빚 받기. 이 세계 상인들은 이천 년 치 말 대신 은화를 쌓았다.

*

저녁 식당은 시끄러웠다.

테오가 수프 그릇을 루엔 쪽으로 밀며 물었다.

“그래서 거북은 잡혔냐?”

“잡힙니다.”

“어떻게.”

루엔은 식탁 위 빵 한 덩이를 집었다. 식당 칼로 반을 잘라 한쪽을 식탁 끝에 놓았다. 남은 반을 다시 반으로 잘라 그 옆에. 또 반. 또 반. 빵 조각이 식탁을 따라 줄지어 작아졌다.

“전령이 달리는 길을 이렇게 쪼갭니다. 조각마다 걸리는 시간도 이렇게 작아집니다. 조각은 끝없이 많은데, 시간을 다 더하면 한 덩이 치입니다. 한 덩이가 지나면—”

“잡는구나.”

“잡습니다.”

루엔은 여덟 번째 조각을 자르고 있었다. 부스러기만 한 크기였다. 아홉 번째를 자르려고 칼끝을 댔을 때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식당 아주머니였다. 팔뚝이 굵었다. 앞치마에 국물 얼룩이 있었다. 한 손에 국자를 들고 있었다.

국자를 보자 루엔의 등이 저절로 곧아졌다.

“뭐 하는 거냐.”

“끝없는 합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식탁 위에 줄지은 빵 부스러기를 내려다보았다. 여덟 조각. 끝으로 갈수록 먹을 수도 없는 크기.

“먹을 걸로 무한을 하지 마라.”

“예.”

“그 부스러기 다 먹어라. 한 톨도 남기지 말고.”

루엔은 조각을 큰 것부터 차례로 먹었다. 테오가 옆에서 식탁을 두드리며 웃었다. 맞은편 식탁의 디트마르가 이쪽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마지막 부스러기를 손가락 끝으로 찍어 먹으며 루엔은 생각했다. 다 먹었다. 여덟 조각이었다. 끝없이 자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

그날 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테오가 이불 속에서 「누구야」 하고 웅얼거렸다. 문을 여니 오이겐 두르 교수가 등불을 들고 서 있었다.

“자는 걸 깨웠나.”

“깨어 있었습니다.”

“하나만 더 묻겠네.”

교수는 하나만 묻지 않았다.

“반씩 쪼개면 모인다고 했지. 그럼 어떻게 쪼개도 모이나?”

“아닙니다.”

루엔은 책상 위 밀랍판을 끌어당겼다.

“하나, 반, 삼분의 일, 사분의 일, 오분의 일. 이렇게 조금씩 작아지는 조각을 끝없이 더하면 끝없이 커집니다. 아주 천천히. 그래도 끝이 없습니다.”

교수가 등불을 내려놓았다.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조각이 작아지는데도?”

“작아지는 빠르기가 모자랍니다. 반씩은 빨리 작아지고, 삼분의 일, 사분의 일은 느리게 작아집니다.”

“그럼 어떤 것은 모이고 어떤 것은 안 모이는지, 가르는 법이 있겠군.”

“있습니다. 찾는 중입니다.”

교수는 품에서 작은 공책을 꺼냈다. 그 뒤로 둘은 밀랍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교수가 물었다. 루엔이 적었다. 교수가 또 물었다. 끝없음은 어디로 가나. 작아지는 빠르기란 무엇인가. 빠르기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그것도 쪼갤 수 있나. 루엔은 대답할 수 있는 것만 대답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했다. 모른다고 할 때마다 교수는 공책에 한 줄을 적었다. 기뻐하는 얼굴로.

테오가 두 번 돌아누웠다. 세 번째엔 이불을 걷고 일어나 앉았다.

“교수님. 거북은 잡았잖아요.”

“잡았지.”

“그럼 주무시면 안 돼요?”

교수가 웃었다. 소리 없이. 그러고는 다음 물음을 했다.

창밖이 잿빛으로 밝아 올 때 교수가 일어섰다. 등불 기름이 바닥나 있었다. 공책은 열한 장이 차 있었다.

“다음 주 강의 제목을 바꿔야겠네.”

“무엇으로 바꾸십니까.”

“거북을 따라잡는 법.”

교수가 문을 나서다 돌아보았다.

“자네, 틀린 적은 있나.”

“자주 있습니다. 오늘도 반 금 흐렸습니다.”

“좋군.” 교수가 말했다. “틀린 적 없는 사람과는 밤을 새울 수가 없네.”

문이 닫혔다. 테오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다음에 또 오시면 나 지붕에서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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