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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作者: 불가지
임연서는 부호인이 손으로 쓴 종이를 흘끗 보았다. 종이를 집어 빠르게 찢어 버리고, 차갑게 부호인을 바라보았다.

“이 종이는 이제 찢어졌어. 이전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어?”

부호인은 손을 꽉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한 번만 달라질 기회를 줄 수 없어?”

“주고 싶지 않아. 넌 그럴 가치가 없어.”

임연서의 말투는 아주 평온했다. 한 달 전 일을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정말로 너를 사랑했어.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사랑하지 않아.”

그녀는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였고, 성격도 쉽게 물러서는 편이었다.

하지만 한 번 결정한 일은 절대 바꾸지 않았다.

설령 부호인을 떠난 뒤 유우신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임연서는 혼자 살아가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부호인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임연서는 이어 말했다.

“내가 그 5년 동안 너를 돌봤던 일을 생각해서라도, 이제 나를 괴롭히지 말아 줘.”

“우리 정말 다시는 만나지 말자.”

말을 끝낸 임연서는 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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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음’의 사랑   제20화

    기채림의 질투 어린 시선을 알아차린 임연서는 최근 임서그룹의 재무제표를 들고 유리창 너머로 보여 주었다.“봤어? 내가 일 년 동안 노력한 끝에 임서그룹은 흑자로 돌아섰어.”잠시 말을 멈춘 임연서는 핸드폰을 꺼내 일주일 전 유우신과 올린 결혼식 사진을 열었다.“나와 우신 씨는 결혼식도 올렸어. 생각해 보면 너한테 고맙기도 해.” “네가 밤낮없이 부지런하게 숏폼을 공유하면서 부호인이 너한테 해 준 일들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내가 그렇게 단호하게 떠나진 못했을지도 몰라.”“참, 누가 알았겠어. 내가 어린 시절의 이상형과 결혼할 줄이야. 사람들이 우리 결혼 소식을 듣고 한결같이 축하해 주더라.”임연서의 말투에는 작은 우쭐함이 가득했다.유우신은 고개를 돌려 작은 아내를 바라보았다. 준수한 얼굴에는 애정이 넘쳤다.임연서에게 이렇게 ‘사람 약을 올리는 데 전혀 죄책감이 없는’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정말 사랑스러운 아내였다.기채림은 질투로 눈에서 불이 날 지경이었다.기채림의 눈에는 임연서는 늘 자신보다 못했다.기채림이 그때 해외로 나가면서 부호인을 버렸기 때문에, 그 틈을 파고든 임연서가 잠시 부호인을 얻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왜 이렇게 평범한 여자를 위해...’‘부호인은 기꺼이 염산을 막았고, 유우신은 결혼까지 했어?’기채림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임연서, 네가 아무리 자랑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지. 나는 네 골수를 받았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어.”“밤이 깊고 조용할 때마다 그 일을 떠올리면, 화가 나서 잠도 못 자겠지?”유우신의 검은 눈동자에 분노가 스쳤다.막 화를 내려고 했을 때, 임연서가 유우신의 손을 잡고 가볍게 눌렀다.이어 유리창 너머의 득의양양한 기채림을 보며 웃었다.“네가 양심이 조금도 없다는 걸 확인하니 오히려 마음이 놓이네.” “듣자 하니 교도소에서 괴롭힘을 당한다며. 내가 조금 있다 그 덩치 큰 여자 수감자와 만나서 너를 잘 부탁한다고 할 건데...”임연

  • ‘무음’의 사랑   제19화

    병원, 병실 안.임연서는 병상 위 부호인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마른 나무처럼 변해 있었고, 얼굴에는 핏기가 조금도 없었다.숨소리마저 아주 미약했다.임연서를 보자 부호인은 갑자기 웃었다. 며칠 만에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부호인은 임연서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아주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연서야, 울지 마.”“미안해. 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이제 진심으로 너에게 사과할게.”“내가 떠나는 일 때문에 네가 자책하지 않았으면 해. 가능하다면, 나를 한 번만 더 안아 줄 수 있어?”임연서는 허리를 굽혀 부호인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죽지 마. 회장님께도 네가 필요해...”부호인은 조용히 웃었다. 창밖의 유우신을 바라본 뒤, 아쉬운 눈으로 다시 임연서를 보았다.“결혼 축하해, 우리 연서. 진심으로 네가 계속 행복하길 바라.”임연서는 결국 울면서 병실을 나왔다.복도에 서 있던 유우신은 온몸을 떨면서 우는 임연서를 가만히 끌어안았다.“자책하지 말아요. 잘못은 당신에게 있지 않아요.”그날 밤, 부씨 집안은 부고를 내고 부호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사흘 뒤, 부호인의 장례식이 열렸다.임연서와 유우신도 함께 갔다.사람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임연서는 부호인의 관을 바라보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다음 생에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부호인, 다음 생에는 행복하길 바라.”...반년 뒤, 임연서와 유우신은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장은 전부 레이싱 콘셉트로 꾸며졌다. 유우신이 두 달 동안 정성껏 준비한 것이었다.이 결혼식은 유우신이 임연서의 뜻을 따른 자리였다.사업 쪽 사람들은 초대하지 않았고,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만 불렀다.신랑 신부가 차례로 인사하며 술잔을 돌릴 때, 강미진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임연서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새아가, 아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우신이가 며칠 전 일부러 우리에게 말하더구나. 네가 아이를 원하지

  • ‘무음’의 사랑   제18화

    임연서는 부호인이 손으로 쓴 종이를 흘끗 보았다. 종이를 집어 빠르게 찢어 버리고, 차갑게 부호인을 바라보았다.“이 종이는 이제 찢어졌어. 이전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어?”부호인은 손을 꽉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한 번만 달라질 기회를 줄 수 없어?”“주고 싶지 않아. 넌 그럴 가치가 없어.”임연서의 말투는 아주 평온했다. 한 달 전 일을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정말로 너를 사랑했어.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사랑하지 않아.”그녀는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였고, 성격도 쉽게 물러서는 편이었다.하지만 한 번 결정한 일은 절대 바꾸지 않았다.설령 부호인을 떠난 뒤 유우신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임연서는 혼자 살아가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부호인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임연서는 이어 말했다.“내가 그 5년 동안 너를 돌봤던 일을 생각해서라도, 이제 나를 괴롭히지 말아 줘.”“우리 정말 다시는 만나지 말자.”말을 끝낸 임연서는 부호인의 표정을 더 보지 않았다. 줄곧 침묵하던 부 회장에게 시선을 옮겼다.“회장님, 제가 할 말은 끝났습니다. 유우신 씨도 더 이상 부광그룹을 겨냥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회장님도 제게 약속하신 일을 꼭 지켜 주세요.”그날 부 회장은 전화를 걸어 임연서에게 부호인을 한 번 만나 달라고 했다.사실 임연서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하나는 유우신을 데리고 가는 것.다른 하나는 부 회장이 부호인을 제대로 막아서, 더 이상 자신을 쫓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부 회장은 흐린 눈을 살짝 내렸다. 눈동자 깊은 곳에는 아쉬움이 떠올랐다.반평생을 넘게 살아오며, 부 회장은 사람 보는 눈만큼은 정확했다.임연서 부호인과 결혼하고 부호인이 후계자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켰다면, 부광그룹은 분명 한 계단 더 발전했을 것이다.아쉽게도 부호인에게 그런 복은 없었다.부 회장은 가방에서 큰 축의금 봉투를 꺼내 임연서에게 건넸다.“연서야, 결혼 축하한다. 내 작은 마음이다.”눈앞의 봉투를

  • ‘무음’의 사랑   제17화

    늘 자존심 강하던 손자가 처음으로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회장의 흐린 두 눈에 복잡한 기색이 떠올랐다.“내가 연서를 불러내는 조건이, 네가 부씨 집안 후계자 자리에서 내려오는 거라면 그래도 하겠느냐?”부호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하겠습니다.”부 회장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부호인의 기대 어린 시선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다.”부호인은 세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막 일어서자마자, 며칠 밤을 새우고 매를 맞은 탓인지 그대로 쓰러졌다.예전 부호인의 체력은 아주 강했다. 지팡이 몇 대 맞았다고 쓰러질 사람이 아니었다.결국 마음이 아팠던 부 회장도 손을 내저으면서, 집사에게 서둘러 부호인을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부호인은 의식을 잃은 뒤 꿈을 꾸었다.꿈속에서는 5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임연서 부호인과 함께 청현사에 가서 소원을 빌던 때였다.부호인은 소원지를 쓰고 있던 임연서를 꼭 끌어안고 다급히 말했다.“연서야, 지금 당장 혼인신고하러 가자! 내일 결혼식도 올리자.”“너랑 결혼 안 해. 넌 나를 배신할 거야. 난 지금 소원을 빌 거야. 너와 영원히 다시는 만나지 않게 해 달라고...”부호인의 몸이 크게 떨렸다. 임연서의 손을 붙잡은 채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애원했다.“배신하지 않을게. 나 이미 달라졌어...”부호인은 손을 뻗어 임연서를 안으려 했다. 하지만 임연서는 몇 걸음 물러나 차갑게 웃더니 푸른 연기처럼 사라졌다.부호인은 큰 소리로 울었다.그때 처음으로, 부호인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꼈다.한참 뒤 부호인이 천천히 눈을 떴을 때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밀려왔다.부 회장은 부호인을 한 번 보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연서에게 전화했다. 만나 줄 수는 있다고 하더구나. 다만 유우신과 함께 오겠다고 했다.”“요 며칠은 시간이 없고, 사흘 뒤 점심때에만 가능하다더라.”잠깐 말을 멈춘 부 회장은 흐린 눈을 가늘게 떴다. 몸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사람을 누르는

  • ‘무음’의 사랑   제16화

    그 뒤 보름 동안 부호인은 방송을 하지 않았다.처음에 누리꾼들은 부호인의 재결합 시도가 일시적인 충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름 뒤, 부호인은 다시 방송을 켰다.라이브 화면 속 부호인의 모습은 누리꾼들을 놀라게 했다.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얼굴은 피 한 방울 없는 것처럼 창백했다. 큰 고통을 겪은 사람 같았다.알고 보니, 사라진 보름 동안 부호인은 임연서가 겪었던 억울함을 모두 직접 겪어 보았다.그 일을 전부 겪고 나서, 부호인은 뼈저리게 후회했다.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이제야 알겠어. 왜 연서가 마음을 굳히고 내 곁을 떠나려 했는지...”“내가 정말 연서한테 미안해...”“...”그 행동은 처음에 부호인에게 불만을 품었던 누리꾼들 일부에게도 조금의 존중을 불러왔다.댓글창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 물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솔직히 부호인은 초거대재벌 집안의 남자잖아. 아내 되찾겠다고 자기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인정한다. 진짜 남자네.][돈 많은 남자 중 바람 안 피우는 사람이 얼마나 돼? 돌아올 줄 아는 남자가 좋은 남자지. 그럼 임연서 씨도 용서해 줘야 하는 거 아냐?][난 동의 못 해. 내가 들은 바로는 기채림이 지난 몇 년 동안 더러운 짓을 꽤 많이 했고, 늘 부호인이 뒤처리를 해 줬대.] [그 몇 년 동안 임연서는 장애가 있는 부호인 곁에 있었고. 그러니까 부호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양다리를 걸친 거지.][...]마지막 댓글은 곧 수만 개의 댓글 속에 묻혔다.일부 누리꾼들은 부호인과 임연서를 커플로 엮어 응원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에게 ‘호연 커플’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부호인은 여전히 매일 라이브 방송을 했다. 인터넷에는 부호인이 방송에서 임연서와 함께했던 다정한 과거를 말하는 편집 영상이 가득했다.그 모든 것을 임연서도 보고 있었다.임연서는 부호인이 여론의 힘으로 자신의 재결합을 밀어붙이려고 할 줄은 몰랐다.그래서 새 SNS 계정을 만들었다.그날 임연서는 공식 발표

  • ‘무음’의 사랑   제15화

    임연서는 눈앞의 억울해하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비웃었다.“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네가 주는 것도 받고 싶지 않아.”“부호인, 너는 계속 기채림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어 했잖아. 이제 내가 기채림의 자리를 비워줬으니, 빨리 기채림과 결혼해야 하는 거 아니야?”뒤늦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임연서가 장애를 입은 부호인을 돌보는 동안, 부호인은 해외에 있는 기채림에게 계속 돈을 보냈다.그 깊은 정성은 듣는 임연서도 감동할 지경이었다.부호인의 눈빛은 빛을 잃은 듯 어둡기만 했다. 그저 앞으로 다가와 임연서를 안으려고 했다.“연서야, 다 기채림 탓이야. 기채림이 자신이 무음이라고 날 속였어. 그래서 내가 기채림을 너로 착각했고, 지난 세월 동안 그렇게 잘해 준 거야.”“이제 진실을 알았어. 어릴 때도, 지금도 내가 사랑한 사람은 줄곧 너였어. 며칠 전 기채림의 아이를 지우고 벌도 줬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없을까?”잠깐 말을 멈춘 뒤,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생각해 봐. 우리 예전엔 얼마나 행복했는지.”임연서는 잠시 흔들린 듯 예전의 날들을 떠올렸다.사실 처음에 장도화는 임연서를 탐탁치 않아 했고, 아들과 만나는 것도 찬성하지 않았다. 장도화는 아들이 집안이 맞는 여자와 만나길 바랐다.그래도 임연서는 노력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까워지고 싶었다.예전의 나날은 늘 불안했다.임연서는 자신이 충분히 잘하지 못해서 부호인의 마음을 붙잡지 못할까 봐 늘 걱정했다.부호인과 기채림의 옛 감정이 다시 살아날까 봐 늘 걱정했다.장도화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까 봐 늘 걱정했다.임연서는 한 걸음 물러서면서 부호인의 손길을 피했다. 그녀의 얼굴은 차가웠다.“기채림이 널 속였든 아니든, 네 본성은 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주는 사람이 아니야.”“네가 장애였던 5년 동안 나는 너를 5년 돌봤어. 공은 없다 해도 고생은 있었지.”“그런데 네 몸이 회복된 뒤 기채림이 병 때문에 귀국하자, 너는 나와 상의도 하지 않고 내 골수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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