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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作者: 불가지
임연서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걱정이 가득 담긴 눈동자와 마주했다.

부호인은 임연서가 깨어난 걸 보고 급히 의사를 불렀다.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임연서는 왼손에 염주가 하나 끼워져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부호인이 늘 손목에 차고 다니던 그 염주 같았다.

옆에 있던 비서가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이 계속 깨어나지 않으셔서 대표님이 걱정 끝에 10 몇 년 동안 차고 다니신 염주를 드렸습니다.”

“어젯밤에는 부처님 앞에서 사모님이 무사히 깨어나기만 하면 평생 고기를 끊고 채식만 하겠다고, 앞으로 담배와 술도 손대지 않겠다고 맹세하셨고요.”

임연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싫다는 듯 손목에서 염주를 빼 부호인에게 내밀었다.

“나 때문에 굳이 습관까지 바꿀 필요 없어.”

부호인은 염주를 받지 않았다. 다시 임연서의 손목에 끼워 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내가 장애였을 때 너도 비슷한 맹세를 했잖아.”

임연서의 심장이 살짝 떨렸다.

부호인이 장애를 입은 둘째 해, 임연서는 B시에 있는 청현사가 영험하다는 말을 듣고 밤새 부호인을 데리고 그곳에 갔다.

그날 임연서는 부처님 앞에서 ‘내 모든 것을 드릴 테니 부호인을 건강해지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부호인도 부처님 앞에서 소원을 빌었다. 5년 뒤 임연서를 신부로 맞겠다는 소원이었다.

당시 임연서는 부호인이 직접 쓴 소원지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호인은 임연서를 끌어안고 한참을 달랬다.

그때는 드물게도... 부호인의 눈에 임연서만 담겨 있던 날들이었다.

결국 기채림이 없을 때만 부호인의 눈에 임연서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기채림이 돌아왔으니, 부호인의 시선은 다시 임연서 위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임연서는 칭찬을 기다리는 듯한 부호인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좀 졸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오후였다.

임연서는 몸을 일으켜 의사에게 언제 퇴원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문을 열기도 전에, 복도에서 부호인과 부희은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연서랑 결혼식은 언제로 잡을 생각이야?”

부희은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부호인은 눈을 낮추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에 말했잖아. 이달 말에 결혼식을 하겠다고.”

부희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

“결혼식은 성대하게 해야 해. 예물도 잘 정해. 많으면 많았지 모자라면 안 돼.”

“연서는 네 어린 시절 친구한테 골수까지 줬잖아. 예물이라도 연서를 서운하게 하면 안 돼.”

무언가 생각난 듯, 부희은의 말끝이 바뀌었다.

“참 묘하지. 네가 이번 달에 결혼한다는데, 듣기로 우리 원수인 유씨 집안의 그 아들도 곧 결혼한다더라. 그 신부 이름도 임연서라던데...”

거기까지 듣던 임연서가 급히 문을 열었다.

가볍게 기침을 하자 두 사람의 대화가 곧바로 멈췄다.

그날 밤, 의사는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임연서는 친구 추가 요청 하나를 받았다.

상대는 세 글자를 남겼다.

유우신.

임연서는 눈을 깜박거렸다. 결혼할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락을 눌렀다.

수락하자마자 상대는 예물 목록을 보냈다.

노트 한 권 분량의 예물 내역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임연서는 대충 훑어보기만 했는데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이어 유우신이 메시지 두 개를 보냈다.

[예물 목록입니다. 마음에 드는지 봐 주세요.]

[장모님께 들었습니다. 모레 비행기라면서요. 글피 아침에 공항에 도착할 때 장모님과 함께 마중 나가겠습니다.]

임연서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을 했다.

[예물은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상대는 더 답하지 않았다.

그 밤 내내 부호인이 임연서에게 말을 붙였지만 임연서는 줄곧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부호인은 임연서가 지난 일들 때문에 아직 화가 난 걸로만 여겼다.

임연서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다음 날 비서에게 결혼 전 싱글 파티를 준비하라고 시켰다.

...

다음 날, 이 바닥 사람들은 모두 부호인의 결혼 전 파티라는 걸 알았다.

그날 밤 적지 않은 사람이 찾아왔다.

임연서 파티장에 도착하자, 부호인은 허리를 감싸 안으며 구매 계약서 두 장을 꺼냈다.

먼저 한 장을 임연서에게 건넨 부호인이 짙고 그윽한 눈빛으로 보면서 말했다.

“지난번 슈퍼카는 계속 네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더라. 이틀 동안 새 모델을 하나 예약했어.”

잠깐 말을 멈춘 뒤, 부호인은 원래의 람보르기니 구매 계약서를 애처럽고 가련하게 차려 입은 기채림에게 건넸다.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채림아, 이 차는 원래 연서한테 주려던 거야. 이제 새 차가 생겼으니 이건 네게 줄게. 조금 미안하긴 해.”

기채림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좋아서 찢어진 입을 거의 숨기지 못했다.

“괜찮아. 오늘은 언니가 주인공이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부호인이 기채림에게 준 람보르기니가 전국 한정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임연서에게 새로 산 슈퍼카는 평범한 모델에 가격만 조금 높은 차일 뿐이었다.

옆의 손님들이 나지막하게 수군거릴 수밖에 없었다.

“호인 형이 결혼할 신부가 진짜 연서 누나야? 이건 분명히 연서 누나랑 호인 형의 결혼 전 파티인데, 왜 기채림한테 선물을 줘?”

“핑계인 거지. 결국 그 전국 한정판 슈퍼카를 기채림한테 주고 싶었던 거잖아.”

“연서 누나가 차를 목숨처럼 좋아하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어? 기채림의 저 행동은, 연서 누나 속 뒤집으려고 하는 거 아니야?”

“쉿. 기채림이 레이싱을 엄청 잘한대. 내가 들은 바로는 기채림이 유명한 레이서 ‘무음’이래. 호인 형이 처음에 채림을 좋아하게 된 것도 ‘무음’이 레이스장에서 목숨을 구해 줬기 때문이라던데...”

임연서는 구석에 앉아 사람들의 말을 조용히 들으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음?’

‘그건 바로 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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