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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연습 상대

연애 연습 상대

بواسطة:  참새مكتمل
لغة: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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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의 남동생과 5년 넘게 남몰래 연애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그저 연애 연습 상대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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الفصل الأول

제1화

절친의 남동생과 비밀 연애 5년째.

넘치는 젊음의 에너지를 믿고, 권성혁은 늘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강태라를 붙들고 뒹굴었다.

태라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성혁은 또 그 낭창한 허리를 숙이며 태라를 끌어다 세면대 위에 앉혔다.

태라는 몽롱해진 눈으로 말했다.

“성혁아, 살살 좀...”

성혁은 옅게 웃으며 몸을 숙여 태라의 귓불을 물었다.

말투가 짓궂기 그지없었다.

“누나, 벌써 이러면 어떡해? 이제 시작인데?”

밀물 같은 감각이 밀려오자, 태라는 더 말하지 않고 조용히 몸을 맡겼다.

지난 몇 년, 태라는 성혁과 참 많은 곳에서 추억을 만들었지만, 그 왕성한 체력은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연하 남자친구가 체력 좋고 아이디어도 많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뼈저리게 알았다.

성혁은 눈을 가늘게 접은 채 태라의 허리를 감싸고 끊임없이 쓸어내렸다. 손에서 놓기 아까워하는 손길이었다.

“누나 허리는 왜 이렇게 부드러워? 만질 때마다 이렇게 좋으니까,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끊을 수가 없잖아.”

“앞으로 다른 남자한테 절대 손도 못 대게 해. 나한테만 허락해.”

성혁의 소유욕이 유난하다는 걸 아는 태라는 웃으며 입을 맞춰 줬다.

“알잖아. 난 오직 네 거야.”

몇 차례의 뒤엉킴 끝에 성혁은 마침내 흡족해하며 태라를 놓았다.

흐트러진 허리 벨트를 채우자, 그 제멋대로에 얽매임 없는 태도가 도로 돌아왔다.

떠나려는 기색이 보이자, 태라가 그 손을 붙잡았다.

“나 내년이면 서른이야. 집에선 계속 결혼하라고 성화고. 네가 공개하기 싫어하는 거 아니까 남자친구 있단 말은 안 했는데...”

“그래서 부모님이 정략결혼 상대를 몇 명이나 알아봐 놨어. 넌 어떻게 생각해?”

성혁의 발이 멎었다. 몸을 돌려 태라의 입가에 가볍게 입 맞추고, 다정한 목소리로 다독였다.

“누나, 조금만 더 기다려. 나 지금 프러포즈 준비하고 있어.”

허공에 떠 있던 태라의 마음이 마침내 내려앉았다.

성혁의 뒷모습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 태라도 바닥에 흩어진 옷을 챙겨 입고서야 가방을 들고, 아직 끝나지 않은 모임이 열리고 있는 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안에서 왁자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성혁이, 대단한데?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친구들 귀에 다 들렸다. 누나가 아주 끝내주나 봐. 그 소리, 캬, 듣는 우리 뼈까지 녹더라!”

“강태라 그 몸매에 그 허리인데, 한번 맛보면 잊을 수가 있겠냐? 이 바닥에서 강태라에게 눈독 들이는 놈이 한둘이 아닌데, 정작 본인은 남자 근처에도 안 가고.”

“그걸 우리 성혁이가 선녀 누나까지 넘어뜨릴 매력으로 꾀었잖아. 근데 이게 벌써 몇 년째냐? 경험은 이제 충분히 쌓았겠네.”

‘경험?’

‘무슨 경험?'

태라는 온몸이 싸늘해졌다. 안에서 오가는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안에도 내막을 모르는 사람이 있었는지, 누군가 물었다.

“경험은 무슨 경험?”

“뻔하지. 성혁이 고등학교 때 그 후배 좋아했잖아. 친구들이 다 가서 고백하라고 부추겼지. 그 얼굴이면 누굴 못 꼬시겠냐고.”

“근데 얘가 그 후배를 무슨 보물단지 모시듯 하면서, 자긴 대시해 본 경험도 없고 연애 경력도 없고 잠자리 실전은 더더욱 없다고, 그 후배한텐 최고의 것만 줘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몇 년 동안 사람 하나 구해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을 싹 돌린 거야.”

“이제 그 후배도 귀국한다며. 성혁아, 몇 년을 연습했으면 이제 강태라를 정리해야지. 근데 방금 또 붙어 있던데, 설마 진짜 마음이라도 생긴 건 아니지?”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성혁이 나른하게 술잔을 내려놓았다.

“마음? 너는 연습용 장난감한테도 마음이 생기냐?”

그 심드렁한 말투가 날 선 칼처럼 태라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삽시간에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았다.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통증이 흉강을 타고 번져,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안에서 사람들이 낄낄대며 나오려 하자, 태라는 마주칠지 두려워 허둥지둥 벽을 짚고 몸을 돌려 빠르게 자리를 떴다.

서른 다 된 사람이 아직도 밖에서 울다니, 말하자면 참 창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태라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홀로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뒤엉켰다.

태라가 성혁을 처음 만난 건 대학 1학년 때였다.

운천시로 대학을 오면서 대학 시절 최고의 절친인 권성연을 만났다.

성연 집에 자주 놀러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성연의 남동생 성혁을 알게 됐다.

첫인상은 잘생겼다는 것.

그것도 소름 끼치게 잘생겼다는 것.

하지만 그뿐, 다른 마음은 없었다.

4살이나 어린 데다 성연의 동생이었으니, 태라는 줄곧 성혁을 친동생처럼만 대했다.

졸업 후, 태라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집안의 도움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제힘으로 설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어서 운천시에서 직장을 구했다.

예쁘장한 외모 탓에 온갖 남자들이 치근댔는데, 한번은 접대 자리에서 약을 탄 술을 잘못 마셨다.

호텔로 몸을 피해 성연에게 데리러 와 달라 전화하려던 것이, 손이 미끄러져 성혁에게 전화가 걸리고 말았다.

성혁이 도착하자 태라는 의사를 불러 달라고 하려 했다.

하지만 성혁은 그 그윽한 눈으로 태라를 바라보다가, 티셔츠를 벗었다.

그날 밤,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성혁이 태라의 ‘해독제’가 되었다.

그 다음 날, 태라의 얼굴은 피가 배어날 만큼 붉었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미안해서였다.

허둥지둥 떠날 채비를 하며 아무 일도 없던 걸로 하려는데, 성혁이 뒤에서 끌어안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누나, 한번 자고 나서 도망가면, 책임 안 지는 거야?”

그 뒤로 태라는 갖은 방법으로 피했고, 성혁은 한 걸음 한 걸음 몰아붙였다.

끝내 성혁은 태라를 손에 넣었고, 두 사람은 모두를 속인 채 몰래 사귀기 시작했다.

5년 동안, 두 사람은 몸도 마음도 꼭 맞았고, 늘 처음처럼 애틋했다.

태라는 언젠가 이 관계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결혼하리라고 믿으며, 줄곧 프러포즈를 기다렸다.

하지만 성혁에겐 끝내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집에서 하도 재촉하니 어쩔 수 없이 그제야 넌지시 물어본 거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성혁은 애초에 태라와 끝을 볼 생각이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고, 태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용 도구에 불과했다.

태라는 넋이 나간 채 집으로 돌아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차게 식은 몸을 끌어안고 멍하니 있었다.

한참이 지났을까... 정적을 깨고 벨 소리가 울렸다.

핸드폰을 더듬어 통화 버튼을 누르자, 부모님의 간곡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라야, 보름이나 지났다. 정략결혼 건, 잘 생각해 봤니?]

테이블 위에 놓인, 성혁과 찍은 5주년 기념사진을 바라보며, 태라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생각 끝냈어요. 말씀대로... 할게요.”

이제부터 태라는 새 인생을 시작하고, 성혁은 자신의 첫사랑을 쫓아가면 된다.

두 사람의 인생은...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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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절친의 남동생과 비밀 연애 5년째.넘치는 젊음의 에너지를 믿고, 권성혁은 늘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강태라를 붙들고 뒹굴었다.태라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성혁은 또 그 낭창한 허리를 숙이며 태라를 끌어다 세면대 위에 앉혔다.태라는 몽롱해진 눈으로 말했다. “성혁아, 살살 좀...”성혁은 옅게 웃으며 몸을 숙여 태라의 귓불을 물었다. 말투가 짓궂기 그지없었다.“누나, 벌써 이러면 어떡해? 이제 시작인데?”밀물 같은 감각이 밀려오자, 태라는 더 말하지 않고 조용히 몸을 맡겼다.지난 몇 년, 태라는 성혁과 참 많은 곳에서 추억을 만들었지만, 그 왕성한 체력은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연하 남자친구가 체력 좋고 아이디어도 많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뼈저리게 알았다.성혁은 눈을 가늘게 접은 채 태라의 허리를 감싸고 끊임없이 쓸어내렸다. 손에서 놓기 아까워하는 손길이었다.“누나 허리는 왜 이렇게 부드러워? 만질 때마다 이렇게 좋으니까,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끊을 수가 없잖아.”“앞으로 다른 남자한테 절대 손도 못 대게 해. 나한테만 허락해.”성혁의 소유욕이 유난하다는 걸 아는 태라는 웃으며 입을 맞춰 줬다. “알잖아. 난 오직 네 거야.”몇 차례의 뒤엉킴 끝에 성혁은 마침내 흡족해하며 태라를 놓았다.흐트러진 허리 벨트를 채우자, 그 제멋대로에 얽매임 없는 태도가 도로 돌아왔다.떠나려는 기색이 보이자, 태라가 그 손을 붙잡았다.“나 내년이면 서른이야. 집에선 계속 결혼하라고 성화고. 네가 공개하기 싫어하는 거 아니까 남자친구 있단 말은 안 했는데...”“그래서 부모님이 정략결혼 상대를 몇 명이나 알아봐 놨어. 넌 어떻게 생각해?”성혁의 발이 멎었다. 몸을 돌려 태라의 입가에 가볍게 입 맞추고, 다정한 목소리로 다독였다. “누나, 조금만 더 기다려. 나 지금 프러포즈 준비하고 있어.”허공에 떠 있던 태라의 마음이 마침내 내려앉았다.성혁의 뒷모습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 태라도 바닥에 흩어진 옷을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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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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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링거를 다 맞고, 성혁이 태라를 부축해 집으로 향했다.주차장에 막 들어섰을 때, 태라는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초아를 발견했다.초아를 보는 그때, 성혁은 거의 반사적으로 태라의 손을 놓았다.“초아야, 아직 안 갔어?”초아는 대답하려다 태라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도 희미해졌다.“선배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요. 선배, 이분은...”두 사람은 진작부터 비밀 연애를 약속한 사이였기에, 성혁은 거리낌없이 늘 하던 대로 태라를 소개했다. “우리 누나의 제일 친한 친구야. 아파서 누나가 나더러 병원 동행해 주라고 해서 따라왔어.”성혁의 대답에 태라의 가슴에 뭔가 칭칭 감기는 듯 숨이 막혔다.지난 몇 년, 태라는 두 사람이 왜 비밀 연애를 해야 하는지 줄곧 알지 못했다.처음엔 성혁이 누나인 성연이 알까 봐 그러는 줄 알았다. 그 오랜 의문이 이제야 바로 이 자리에서 풀렸다. 5년을 몰래 만나며 그 많은 사람을 속인 건, 정말 숨겨야 할 사람이 딱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임초아에게만은... 알리고 싶지 않았다.태라는 입꼬리를 당기며 나직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강태라예요.”그 말에 초아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그녀는 자기소개를 마친 뒤에야 본론을 꺼냈다.“친구들이 제 귀국 환영회를 열어 준대요. 선배, 같이 가요. 태라 언니도 오셔서 같이 어울려요. 친구 사귄다고 생각하시고요.”태라는 반사적으로 거절하려 했지만, 성혁이 한발 앞서 마음대로 승낙해 버렸다.열린 차 문을 보며, 태라는 몸을 숙여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가는 내내 성혁은 쉬지 않고 화제를 찾아 초아와 옛일을 떠들었다.“선배, 차에 아직도 딸기 사탕 챙겨 다니네요? 고등학교 연말 축제 때 기억나요?”“저 무대에서 피아노 치는데 너무 떨려서, 선배가 어떻게 하면 긴장이 풀리냐고 물었잖아요.”“제가 딸기 사탕 먹고 싶다니까 그 폭우를 뚫고 사다 줬죠. 그 뒤로 절 만날 때마다 딸기 사탕을 꼭 두 알씩 줬고요.”“어? 이 차량용 피규어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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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 말에 성혁의 혼탁하던 정신 한 조각이 문득 맑아졌다.눈을 뜨자 안색이 몹시 안 좋은 태라가 보였다. 가슴이 철렁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방금 술주정을 잔뜩 늘어놓은 건 알겠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 나 방금 취했어. 무슨 말을 했든, 마음에 담지 마.”바로 그때 룸 밖에서 누군가 성혁을 불렀다. 성혁은 달래듯 태라의 얼굴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추고, 비틀비틀 돌아갔다.그 뒷모습이 문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본 뒤, 태라는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혼자 그 안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두 다리에 감각이 사라질 무렵, 문가에서 들려온 발소리에 정신이 들었다.문을 밀려던 그때, 제 이름이 들렸다.“그 강태라는? 왜 중간에 도망갔대? 초아야, 설마 선배가 네 술 다 받아 주는 거 보고 질투한 거 아니야?”“몰라. 그런 여자 신경 써서 뭐 해? 내가 선배를 잘 알거든. 그런 늙은 여잘 좋아할 리가 없어.”초아의 깔보는 말투에 태라는 주먹을 움켜쥐었다.밖의 두 사람은 태라가 안에 있는 줄도 모르고, 거리낌없이 떠들어 댔다.“나 다 들었어. 그 여자, 선배 누나 절친일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선배가 사귄 여자친구래.”“근데 초아야, 걱정 마. 선배가 걔랑 사귄 건 그냥 연애 경험 쌓으려고 갖고 논 것뿐이야. 서른 다 된 노처녀가 연하 넘보는 거, 진짜 뻔뻔하지 않냐?”“당연히 알지. 예전에 선배가 날 지키려다 양아치한테 칼 맞고 죽을 뻔했잖아. 깨어나자마자 한 일이 날 찾는 거였어. 그렇게 날 좋아해. 목숨도 안 아낄 만큼. 그 늙은 여자 따위가 뭔데?”“그래서 넌 어떻게 할 건데? 어제 선배가 널 데려다주고 나서, 그날 밤에 바로 친구들이랑 네 생일 파티 준비를 의논했다던데. 생일 파티에서 고백하면, 받아 줄 거야?”초아가 도도하게 말했다. “흥, 하는 거 봐서.”물소리가 한바탕 흐른 뒤, 문밖의 두 사람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멀어졌다.손바닥에 깊게 파인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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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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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러니까 성혁의 마음속에서 초아는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었다.태라는 원하던 답을 얻었다. 손을 거둬들이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삼키고, 억지웃음을 짜냈다.“그래. 전원하고 싶으면 해. 그래도 성연이한텐 전화할 거야.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 친구가 슬퍼할 테니까.”말을 마치고 태라는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문이 닫히기 전, 다급해진 성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전원 안 할게. 누나, 우리 누나한텐 말하지 마. 알게 하고 싶지 않아.”‘성연이 뭘 알까 봐 두려운 걸까?'‘다친 것? 아니면, 우리 둘이 몰래 사귄 것?'태라는 알 수 없었고, 더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결국 성연에겐 전화하지 않았다. 아직 해외여행 중인 친구를... 이런 일로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았다.간병인 두 명을 붙여 성혁의 병시중을 맡겼다.이따금 간병인이 식사를 가져다주러 올 때면, 한마디씩 흘리곤 했다.“태라 씨, 권성혁 씨가 오늘도 어디 계시냐고 물으셨어요. 혹시 화나신 거냐고 저희한테 캐묻기도 하시고요.”“네...”태라는 그냥 대충 답했다.그리고 점심을 먹고 성혁의 병실에 가 봤지만, 사람이 없었다.마침 정리를 마친 간호사가 지나가듯 일러줬다.“환자분은 오후에 전원 수속 하셨어요. 남일병원으로 가셨습니다.”텅 빈 병실을 바라보며 태라의 얼굴에 자조 어린 웃음이 떠올랐다.핸드폰을 열어 성혁이 요 며칠 보내온 메시지들을 내려다봤다.[누나, 나 심심해. 와서 나랑 얘기 좀 해 줘.][우리 사흘이나 못 봤는데, 내가 하나도 안 보고 싶어?][화 풀어. 퇴원하면 선물 사 줄게.][...]초아의 존재를 몰랐다면, 태라는 이렇게 매달리는 게 사랑 때문이라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본 이상 다시는 착각하지 않을 것이다.혼자 집으로 돌아온 태라는 부동산에 연락해서 이 아파트를 매물로 올렸다.그 뒤 사나흘 동안, 예닐곱 팀이 집을 보러 왔다.빨리 팔아 치우고 싶어서 가격도 최저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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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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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운천시에서의 마지막 닷새를, 태라는 병원에서 혼자 보냈다.그동안 성혁에게선 메시지 한 통 오지 않았다.퇴원하는 날이 되자, 성혁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헐레벌떡 달려왔다.머리에 감긴 붕대를 보고, 미안하고 걱정했다는 해명부터 곧바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누나, 그날 급하게 나가느라 누나가 입원한 줄도 몰랐어. 어쩌다 다친 거야?”태라는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아, 간단히 설명했다. “너한테 앙심 품은 사람한테 보복당했어. 술병으로 한 대 맞았고.”성혁이 멈칫하더니, 눈 밑바닥에서 불길이 일었다. “누가 감히 누나한테 손을 대? 내가 죽여 버릴게!”태라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날 성혁이 떠난 뒤 벌어진 일을 막 얘기하려는데, 초아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태라 언니, 또 편찮으시다면서요. 괜찮으세요?”초아를 보고, 태라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담담하게 답했다.“가벼운 상처야. 곧 퇴원해.”몇 마디 인사가 오가고, 마침 간호사가 재촉하러 와서 성혁이 먼저 퇴원 수속을 하러 나갔다.태라가 짐을 챙기고 있을 때, 어느새 웃음기를 거둔 초아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됐고. 이제 선배 없으니까, 그 동정심 유발 작전 좀 그만 거둬. 오늘 온 건 이 이야기 해 주려고 온 거야.” “선배는 날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고등학교 때부터. 평생 가도 언니는 날 못 이겨. 헛수고 그만하지?” 위선의 가면을 벗고 본색을 드러내는 초아의 모습에 태라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고인 물처럼 잔잔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가 하는 말, 다 알아. 너랑 다툴 생각도 없었고.”“없었다고? 그런데 왜 뻔뻔하게 안 떠나고 붙어 있는데? 설마 선배가 언니한테 진심일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언니처럼 여우 같은 낯짝으로 침대에 기어올라 신분 상승 노리는 꽃뱀, 내가 한둘 봤을 줄 알아? 닳도록 데리고 놀았으면 진작에 질렸을걸!” 그 악독한 말들에 태라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그럼 유학가서 실컷 놀다 돌아와선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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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한편, 병원.성혁은 초아를 데리고 모든 검사를 다 받게 했다. 결과지를 든 의사가 미간을 좁힌 채, 난감한 말투로 말했다. “권성혁 씨, 임초아 씨는 모든 수치가 정상입니다. 아무 문제 없어요.”성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문제가 없는데, 왜 아직 안 깨어납니까?”의사는 그 서슬 퍼런 눈빛에 움찔하며 머뭇거리다가, 에둘러 말했다. “임초아 씨 몸엔 확실히 이상이 없습니다. 왜 안 깨어나느냐 하면... 심리적인 요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쉬고 계신 걸 수도 있죠.”“쉰다고요?” 성혁이 차갑게 웃었다. 눈에 짜증이 스쳤다. “지금 꾀병이란 소립니까?”의사는 그 몰아붙이는 기세에 숨이 막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볼 때 임초아 씨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입니다.”성혁은 의사를 더 상대하지 않고 병실로 돌아가, 초아의 침대맡에 앉아 그 창백한 얼굴을 무겁게 응시했다.꼬박 하루를 지켰다. 핸드폰이 언제인가 울렸다. 누가 메시지를 보낸 모양이었지만, 성혁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저녁이 되어서야 초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선배...” 힘없는 목소리에 가련한 기색이 잔뜩 묻어 있었다.성혁이 곧바로 다가갔다. 말도 안 되게 다정한 말투였다. “초아야, 드디어 깼구나. 좀 어때? 어디 불편한 데 없어?”초아가 고개를 저었다. 눈시울이 발갛게 물들었다. “괜찮아요. 그냥 좀 어지러워서... 선배, 계속 여기서 절 지키고 있었던 거예요?”성혁이 가만히 그 손을 감쌌다.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 “당연하지. 네가 이렇게 오래 못 깨어났는데, 내가 어떻게 널 두고 가?”초아는 감동에 겨운 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목멘 소리를 냈다.“선배는 저한테 정말 잘해 줘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성혁이 웃으며 눈가의 눈물을 닦아줬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푹 쉬어. 먹을 것 좀 가져올게.”말을 마치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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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성혁의 가슴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당혹감이 치밀었다. 아주 소중한 무언가가 손에서 빠져나가는데, 도무지 붙잡을 수 없는 모래 같았다.“선배, 왜 그래요?” 뒤에서 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이 묻어 있었다.성혁은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핸드폰을 넣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회사에 일이 좀 생겨서 처리하러 가 봐야겠다.”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에 의존하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럼 얼른 다녀와요. 일에 지장 생기면 안 되잖아요.”성혁은 대충 대답하고 병실을 나섰다.하지만 회사로 가지 않았다. 곧장 차를 몰아 단골 라운지로 향했다.라운지 안은 조명이 어둑했고, 음악 소리가 귀청을 울렸다.성혁은 바 앞에 앉아 술을 한 잔, 또 한 잔 들이부었다.친구들이 금세 몰려들어 낄낄대며 놀렸다. “오, 성혁이? 오늘은 웬일로 술 마시러 나왔나? 계속 병원에서 초아 지키고 있는 거 아니었어?”성혁은 말없이 술만 마셨다.친구 하나가 어깨를 두드리며 놀리듯 말했다. “왜, 초아를 그렇게 오래 지키고 있으면 태라 누나가 눈치챌까 봐 겁나?”성혁의 손이 멎었다. 이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태라가 보낸 그 메시지를 열어 내밀었다.몇 놈이 머리를 맞대고 들여다보더니, 대번에 폭소를 터뜨렸다.“오, 태라 누나가 알았어? 잘됐네 뭐. 이제 해명하느라 머리 굴릴 필요도 없잖아.”“그러게. 어차피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참에 정리하면 딱이지. 내일 초아 생일이잖아. 그냥 고백해 버려!”“맞아. 초아 계속 좋아했잖아. 몇 년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소원 성취네!”성혁은 그 말들을 들으며, 속이 점점 더 답답해졌다. 술을 벌컥 들이켰다. 눈에 초점이 흐려졌다.“성혁아, 왜 말이 없어? 설마 진짜 태라 누나 좋아하게 된 거야?”이상한 낌새를 챈 친구 하나가 조그맣게 물었다.성혁의 손이 멎었다. 술잔이 손끝에서 가늘게 흔들렸다.입을 달싹여 부정하려 했지만, 말이 입가까지 왔다가 도무지 나오질 않았다.‘내가 태라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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