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때였다. 미나의 전화가 울렸다. 여지은이었다.“여보세요? 지은아, 웬일이야?”“어, 미나야. 통화 가능해?”“응.”미나는 예감이 좋지 않았다.여지은의 목소리가 어두웠다.“무슨 일 있니?”“어, 그게….너한테는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이수호 얘기인데….”“수호?”“그리고 신이도….”“뭐 박신?”미나의 목소리가 커졌다.세 신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미나를 쳐다보았다.여지은이 미나의 아파트에 도착했다.지은이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왔다.“잘 있었어?”“어서 와.”거실을 들어서던 여지은은 최정일을 발견하고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미나는 여지은에게 미리 최정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최정일이 꾸벅 인사했다.“이분은 최정일 피디라고.그냥 사정상 여기 있는 거야. 설명은 다음에 하고.”여지은이 경계의 눈초리로 최정일에게 인사했다.“근데, 나, 너한테만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남자 친구분 계신 줄을 몰라서….”“남자 친구 아니야.”미나가 순간 흥분했으나, 이내 목소리를 낮췄다.“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얘기해.”여지은이 자리에 앉자, 미나와 최정일도 앉았다.여지은은 아직도 최정일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다.“지은아, 수호에게 무슨 일 있어? 그리고 박신은 왜?”세 신은 여지은의 얼굴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어.”영도가 불안한 말을 했다.미나는 그 말이 신경 쓰였지만, 일단 지은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그게, 사실, 내가 수호하고 좀, 썸이 있었어.”“알고 있어.”“알고 있어?”여지은이 놀란 눈으로 미나를 쳐다보았다.“그거 말고 본론을 말해.”미나가 둘 관계는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여지은은 미나가 준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이수호가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을 중단하고 문자만 남기고 사라진 것과,갑자기 나타나서는 돈을 벌어오겠다고,연락이 안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다시 사라진 이야기부터 했다.
“미나 씨….”최정일은 미나가 술집에 나타나자 당황했다.거침없이 들어오던 박미나는이제야 박은희 팀장과 김민희 피디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아, 안녕하세요.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미나가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병실에서 뵈었죠? KBC 박은희 팀장이라고 합니다.”안녕하세요. 최정일 선배와 일하는 김민희 피디입니다.“두 사람도 얼떨결에 미나에게 인사를 건넸다.미나는 한껏 부풀어 오른 표정을 가라앉히고 평정심을 되찾았다.“최정일 피디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죠.안 그래도 신변 보호 중인 사람이,막, 이렇게, 대낮에, 술이나, 아니, 점심이,이렇게 길어지면 곤란하겠죠?”미나가 최대한 자제한 톤으로 나무랐다.박은희 팀장이 대신 사과했다.“아, 제가 먹자고. 죄송합니다.아직 신변 보호 중이라고요?그런 줄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미나가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직 이 최정일 피디님이 안전하지 않아서제가 지금 보호 중에 있거든요.경찰과도 이야기가 됐고.저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근데, 미나 씨?대낮에 영업 안 하고 여긴 웬일이에요?”최정일이 눈치 없이 기름을 끼얹었다.미나가 홱 돌아보았다.“지금 시간 안 보여요? 5시가 넘었어요.”그러고 보니 시간이….최정일이 머쓱해졌다.“할 수 없이 빨리 문 닫고,엄청난 영업손해를 감수하고, 최정일 피디님 모시러 왔죠.”최정일이 미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씩 웃었다.“미나 씨. 저녁 안 했죠. 일단 앉아봐요.이 집 맛있어요. 한잔하고 가요.”최정일이 한술 더 떠, 미나를 잡으려 했다.미나의 눈꼬리가 머리끝까지 치켜 올라갔다.먼저 눈치를 챈 박은희 팀장이 최정일을 툭 쳤다.“최 피디. 그만 가봐.”박은희 팀장이 속삭였다.최정일은 그제야 미나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고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미나 씨.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치고 말았네요.이렇게 찾아오게 하고, 죄송합니다.”최정일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미나가 한숨을 쉬었다.“거기까지…, 스며들었네요.”미나가 영도와 양양을 쳐다보았다.두 신들도 한숨을 쉬었다.“수사본부 수장이 그러니, 뭐가 되겠어요.일단 몸조심 하시고요.그리고 중요한 보고는 안 하시는 게….”“당연하죠.”서현덕의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일단 전화를 끊은 미나가 두 신을 돌아보았다.“이거 어떡하나? 수사본부가 그 모양이니 수사고 뭐고, 제대로 되겠어?”“그러게.”양양도 영도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미나가 고개를 들었다.“참, 금산은 왜 아직 안 와?방송국에 뭔 일 생긴 거야?”“아, 참. 아까 신호 보냈었는데.”양양이 뒤늦게 생각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래?”“아, 큰 위험은 없어서 오려고 했는데,최정일이 방송국을 나와서 다른 데 가는 바람에 따라간다고.”미나는 갑자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뭐? 어디?”“아, 그게….”양양이 미나 눈치를 슬쩍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선배하고 술집에 갔다네.”미나의 눈이 치켜 올라갔다.“뭐? 대낮부터? 이게 미쳤나?”“미친 거 아냐? 이게 말이 돼?지금 세상이 난리인데, 우리가 어떻게 싸워왔는데,지금 와서 발을 빼?예고 살인을 하루 종일 해도 시원찮을 판에,뭐? 갑자기 장성주 특집을 한다고?이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거예요?”최정일은 침을 튀겨가며 떠들고 있었다.다행히 회사 앞 실내포장마차에는 세 사람 외에는 손님이 없었다.주인은 아예 자리를 비웠고,금산은 멀찍이 빈 자리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야.방송이 중요하긴 해도 목숨보다 중요하겠니?피디 하나 잃었지, 또 너도 잃을 뻔했는데,굳이 무리하지 말자는 의미도 있어.”박은희 팀장이 나름, 일리 있는 의견을 제시했지만,최정일은 수용할 수 없었다.“그게 말이 안 되죠. 장민석의 죽음을 헛되이 하면 안 되죠.그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파헤쳐야지.갑자기 장성주?이건 선거법 위반입니다.아무리 금지 기간이 남았다 하더라도,시청자
서현덕과 후배 형사들은 임현진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서현덕이 임현진을 돌아보았다.“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이상한 짓 하면 너부터 죽어.”임현진은 서현덕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우리가 지켜볼 거야.집 안에 있는 CCTV, 괜히 건드릴 생각하지 말고.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최우영 형사가 매서운 눈으로 임현진을 쳐다보았다.“지금 나보고 스파이 노릇 하라고?”임현진도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같이 살자는 거지.”서현덕이 차분하게 말했다.“가 봐.”임현진은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형사들은 임현진을 돌려보낸 즉시 수사본부에 복귀했다.물론 그동안의 일은 그들만의 비밀이었다.“일단, 모든 건 우리끼리 먼저 공유하고.”서현덕이 후배들을 돌아보았다.“그리고, 특히.”서현덕이 눈을 번뜩였다.“수사본부장 귀에 안 들어가게.”형사들의 눈이 커졌다.자신들도 수사본부장이 좀 이상하다고 의심하고 있었지만,서현덕이 노골적으로 수사본부장을 언급하자, 긴장감이 몰려왔다.“선배는 수사본부장을 그쪽 사람이라고 의심하는 건가요?”최우영이 후배들을 대신해 서현덕의 말을 확인했다.“그럴 수밖에 없잖아. 지금까지 행태로 봐서.”조직을 축소하고, 인원을 내보내고,수사를 방해하는 느낌이 있긴 했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용준의 차를 폭발시킨 그 가방.아직 증거를 찾진 못했으나 확실히 의심스러웠다.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네 형사.최우영이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다.“선배. 이한길 본부장 사진, 미나 씨에게 보여 준 적 있어요?”그 말에 서현덕의 눈이 커졌다.“그러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서현덕은 즉시 휴대전화에서이한길 본부장의 사진을 찾아서 미나에게 전송했다.‘미나 씨. 이 사람 얼굴 한번 봐주세요.’문자를 보내고는 후배들을 돌아보았다.“자, 일단 출근하자.”네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사무실에 복귀해서 김형석 팀장을 만났다.“왜 이리 늦었어?”“아, 잔무가 좀 있어서
최정일이 바로 편집기에 앉아서 영상파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근데, 선배님. 그 소식은 들으셨어요?”김민희 피디가 어두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뭔 소식?”그러자, 박은희 팀장이 나섰다.“민희야, 잠시 우리 둘이 얘기 좀 할게.”“아, 네.”김민희 피디가 편집실을 나갔다.박은희 팀장의 표정이 어두웠다.“정일아. 상황이 생겼어.”“뭔 상황이요?”“그러니까, 이 파일을 살리긴 했지만,당분간 필요 없게 됐어.”“그게 무슨 말이에요?”“그게…, 촬영본 복구와 상관없이예고 살인 3부는 안 하기로 결정 났어.”“네?”최정일의 눈이 커졌다.“2부까지 한 것만 충분하다,더 급한 아이템이 많은데,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결정 사항이야.”“도대체 누구 결정이에요?”최정일이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국장님.”“네?”“그리고 부장님도 동의하셨고.”“그게 말이 돼요?”최정일은 당장 국장과 부장을 만나겠다고 했지만,부재중이라며 박 팀장이 최정일을 진정시켰다.최정일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무리 자신이 위험을 겪었다 하더라도,당장 해야 하는 아이템이었다.지금 사회는 예고 살인으로 비상사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그럼 대신, 어떤 아이템을 하는데요?”박은희 팀장이 최정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성주 후보에 대한 아이템.”“뭐라고요?”“그러니까, 세계적인 기업 CEO가 갑자기 정계에 뛰어들었고,너무나 강력한 발언으로 화제가 되고,젊은 세대에게 바람을 일으키는 현상을 ‘장성주 신드롬’이라고 명명하고,그것에 대해 취재해서 방송한다는 게 결정 사항이야.”최정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니,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지금 대통령 후보를 방송에 낸다고요? 우리 프로그램에?그러면 다른 대통령 후보도 순차적으로 방송해요?”박 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다른 후보들도 하긴 할 건데 날을 잡은 건 아니고.일단 장성주만.”“네?”“아직 정식 선거기간이
“제 생각에는요.방송국 안은 그렇게 위험할 거 같지 않은데.”최정일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으나,미나는 고개를 저었다.“방심하지 말아요.그놈들이 마음대로 들락거렸잖아요.경찰서도, 경찰병원도 뚫리는데 방송국은 괜찮을까요?”최정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금산이 방송국 안을 살펴보고별일 없으면 삼신당으로 먼저 돌아올 거예요.”최정일은 미나의 말에 순순히 응하기로 했다.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데, 뭐라고 할 수 없었다.미나의 차가 방송국 주차장으로 들어섰다.세 신들이 차를 빠져나가 방송국 주위를 살폈다.잠시 후, 셋은 차로 돌아왔다.“주위에 별 기운은 없어.”양양의 말에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미나가 금산을 쳐다보았다.“금산아, 일단 최정일 씨 옆을 지켜보고 별일 없으면 와라.”“응.”최정일은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었다.“근데 미나 씨. 그 금산?그 귀신, 아니 신하고는 저는 어떻게 소통하죠?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나요?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면 되나요?”미나도 그 생각까지는 아직 못하고 있었다.금산이 최정일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아직 무리가 있었다.미나가 세 신과 쑥덕거리더니 최정일을 돌아보았다.“할 말 있으면, ‘금산’이라고 부르며 말하면 되고요.누군가 뒤통수를 치는 느낌이 들면 위험하다는 거니까그렇게 알고 있어요?”“네?”최정일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장난도 아니고…, 진짜?”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금산이 먼저 방송국을 떠날 때는푸른 빛이 눈앞에 잠깐 보이다가 사라질 거예요.”최정일이 한숨을 쉬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더 곤란한 일 아닌가.그것도 방송국에서.최정일이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다.그런데 미나가 따라 내렸다.“왜요?”“출입구까지 같이 가려고요.”어쩔 수 없이 최정일은 미나와 함께 걸었다.주차장을 나와 현관을 지나자,몇몇 동료들이 아는 체를 했다.그러고는 다들 미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