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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환상과 재의 요람 (1)

Author: 뮤네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8 18:00:32

숨이 막힐 듯한 밀실 안에서, 짐승은 마침내 자신이 갇힌 덫의 정체를 깨달았다.

카일락 에이든하르트는 충혈된 눈으로 응접실의 허공을 응시했다. 무겁게 내려앉은 암막 커튼 너머로 며칠째 낮과 밤이 바뀌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야에 맺히는 것은 오직 소파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는 창백한 인형뿐이었다.

아일라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가 주는 물만 마셨고, 그가 허락하는 숨만 쉬었다.

그 완벽한 무위의 늪에 발을 들인 대가로, 북부의 지배자는 자신의 모든 통제력을 상실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단 일 초의 순간조차 견디지 못하는 중증의 편집증 환자가 되어버렸다. 국경의 방어선이 무너지고 반란의 불씨가 타오른다는 다급한 전령의 외침조차 이 굳게 닫힌 철문을 열게 하지 못했다.

자신이 지배자인가, 아니면 저 텅 빈 껍데기를 살려두기 위해 영원히 복무해야 하는 노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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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이이잉살을 에는 북부의 눈보라가 첨탑의 발코니를 미친 듯이 할퀴고 지나갔다.하지만 카일락 에이든하르트의 고막을 찢는 것은 거센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품에 안긴 창백한 인형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너무나도 고요하고 텅 빈 관람의 선고였다.전하의 군대가 남부를 짓밟고 사람들의 비명이 세상을 채운다 해도, 저는 도망치지 않겠습니다.저 바깥세상이 잿더미로 변해가는 것을 얌전히 지켜보겠습니다.그 끔찍한 무반응 앞에서, 카일락의 거대한 세계를 지탱하고 있던 마지막 기둥이 소리 없이 바스러져 내렸다.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폭군이었다. 수만 명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거두었고, 적들의 비명과 피바다 위에서 오만하게 군림했다. 그 압도적인 공포와 폭력이 있었기에 아일라의 발목을 꺾고 그녀를 이 대공성의 깊은 밀실에 가둘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 절대적인 권력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다 못해 자신을 향해 역류하고 있었다.인질이 인질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을 때. 협박당하는 자가 죽음과 멸망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완벽한 허무의 늪이 되어버렸을 때. 지배자가 휘두를 수 있는 채찍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세상 전부를 불태운다 한들 저 여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아니, 오히려 텅 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헐떡이는 꼴을 무심하게 내려다볼 것이다.그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은 순간, 카일락의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장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원초적인 공포와 무력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툭카일락을 지탱하고 있던 두 다리에서 핏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힘이 풀렸다.무소불위의 대공, 북부의 맹수가 깎아지른 듯한 첨탑의 발코니 바닥 위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는 아일라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로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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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이 막힐 듯한 밀실 안에서, 짐승은 마침내 자신이 갇힌 덫의 정체를 깨달았다.카일락 에이든하르트는 충혈된 눈으로 응접실의 허공을 응시했다. 무겁게 내려앉은 암막 커튼 너머로 며칠째 낮과 밤이 바뀌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야에 맺히는 것은 오직 소파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는 창백한 인형뿐이었다.아일라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가 주는 물만 마셨고, 그가 허락하는 숨만 쉬었다.그 완벽한 무위의 늪에 발을 들인 대가로, 북부의 지배자는 자신의 모든 통제력을 상실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단 일 초의 순간조차 견디지 못하는 중증의 편집증 환자가 되어버렸다. 국경의 방어선이 무너지고 반란의 불씨가 타오른다는 다급한 전령의 외침조차 이 굳게 닫힌 철문을 열게 하지 못했다.자신이 지배자인가, 아니면 저 텅 빈 껍데기를 살려두기 위해 영원히 복무해야 하는 노예인가.극도의 수면 부족과 신경 쇠약으로 이성이 너덜너덜해진 카일락의 뇌리에, 기괴하고 파괴적인 광기가 불길처럼 치솟기 시작했다.내가 왜 이 방에 갇혀 짐승처럼 헐떡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나는 대륙의 절반을 공포로 짓밟은 무소불위의 군주다. 저 여자의 숨통을 쥐고 있는 것도, 남부의 그 보잘것없는 영지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것도 모두 나의 권력이다. 그런데 왜 내가 저 텅 빈 눈동자 앞에서 벌벌 떨며 애정을 구걸하고 있단 말인가.그의 부서진 논리는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기 위해 끔찍한 비약을 만들어냈다.그래. 저 여자가 저렇게 완벽하게 비워진 것은, 아직 미련의 뿌리가 세상 어딘가에 남아있기 때문이다.남부 펠루아 구역의 척박한 땅, 로젤 수도의 위선적인 황실, 그녀가 한 번이라도 시선을 주었던 저 바깥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에, 그녀의 영혼이 내게로 온전히 돌아오지 않고 허공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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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지금 이 응접실의 꼴은 어떠한가.굳게 닫힌 철문 너머로 북부의 영지가 불타고 가신들의 아우성이 빗발치지만, 저 오만했던 지배자는 제 발로 한 걸음도 방 밖을 나서지 못한다. 외부의 모든 변수와 소음을 차단하고, 오직 둘만이 존재하는 이 기괴한 정적 속에 스스로를 생매장하고 있다.아일라가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아주 느릿하게 숨을 내쉬었다.지배자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통제하기 위해, 역으로 자신이 만든 유리 온실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영원한 죄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가 완벽한 인형이 될수록, 인형을 살아 숨 쉬게 유지해야 하는 주인은 절대적인 감금 상태에 빠진다.이 얼마나 완벽하고 서늘한 인과율의 역전인가.부스럭아일라의 깊은 상념을 깨고, 바닥에 웅크려 있던 카일락이 기어 오듯 다가왔다. 그는 며칠간의 극도의 긴장과 수면 부족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듯, 거구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카일락은 아일라의 무릎 언저리에 자신의 무거운 머리통을 기대며 헐떡였다."아일라."열에 들뜬 듯한 탁한 음성이었다."나는 여기 있어. 아무 데도 가지 않아.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인지, 그녀에게 갈구하는 애원인지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이 그녀의 드레스 자락 위로 흩어졌다. 그는 아일라의 차가운 손끝을 찾아 자신의 뺨에 억지로 비벼대며, 그 미약한 피부의 마찰에서 그녀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짜내려 안간힘을 썼다.아일라는 자신의 다리에 얼굴을 묻고 짐승처럼 앓는 소리를 내는 북부의 대공을 내려다보았다.불과 하루 전, 그녀는 아주 찰나의 눈맞춤과 손끝의 움직임이라는 미세한 보상을 흘려 그를 환희에 빠뜨렸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 끔찍한 불확실성의 맛을 보아버린 카일락은 이제 굶주린 들개가 되어, 언제 다시 떨어질지 모르는 빵 부스러기

  • 미쳐버린 북부대공의 인형 노릇은 사양하겠습니다   스스로 문을 잠근 유리 온실 (1)

    시간의 흐름이 완전히 거세된 듯한 방이었다.눈을 찌를 듯 화려했던 샹들리에의 불빛은 이제 피로에 지친 듯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두꺼운 암막 커튼은 북부의 서늘한 낮빛조차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숨이 막힐 듯한 침묵과, 한 남자의 짓눌린 호흡만이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아일라는 늘 그렇듯 소파 정중앙에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두 손은 무릎 위에 단정하게 포개어져 있었고, 시선은 허공의 먼지 하나를 관통하듯 초점이 없었다.이 고요하고 기괴한 평화 속에서, 아일라의 내면에 웅크린 서늘한 불씨만이 아주 천천히 호흡하며 눈앞의 풍경을 관람하고 있었다.카일락 에이든하르트.대륙의 반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무소불위의 지배자는 지금 며칠째 이 응접실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그의 몰골은 짐승처럼 처참했다. 은회색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이마를 덮었고, 항상 단정하게 날이 서 있던 턱선에는 거뭇한 수염이 자라나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붉은 동공에는 극도의 수면 부족과 편집증적인 불안이 핏발처럼 엉겨 붙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광인의 늪이 되어 있었다.그는 아일라의 발치에서 조금 떨어진 바닥에 웅크려 앉아, 충혈된 눈으로 아일라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감시했다. 아니, 감시라기보다는 맹목적인 관찰이자 처절한 확인에 가까웠다.그녀의 가슴이 미세하게 오르내리며 호흡을 하고 있는지.그녀의 핏기 없는 입술이 메말라 갈라지고 있지는 않은지.자객의 단검이 목을 겨누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아일라의 그 완벽한 방관은, 카일락의 이성에 결코 지워지지 않는 치명적인 흉터를 남겼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완성한 이 '완벽한 인형'이 지닌 치명적인 결함을 깨달았다.인형은 스스로 생존하지 않는다.명령이 없으면 물을 마시지 않아 기꺼이 갈증으로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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