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
북부에서 남부의 심장인 로젤 수도까지는 꼬박 보름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아일라는 내심 이 고된 여행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차에서의 생활은 그녀의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갈 정도로 안락하고 평화로웠다.아니, 안락하다 못해 기이할 정도로 완벽했다.
덜컹거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최고급 마차의 성능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차 내부에 구비된 물품들은 하나같이 아일라의 취향을 꿰뚫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융단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옅은 라일락 색이었고, 찬장에는 그녀가 과거 아주 우연히 한 번 스치듯 맛있다고 칭찬했던 남부 특산물인 홍차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심지어 쿠션의 푹신함 정도마저 아일라가 평소 가장 편안해하는 텐션과 정확히 일치했다.
여정 자체도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호위를 맡은 에이든하르트의 기사단장 로웬은 아일라가 조금이라도 피곤함을 느낄 때쯤이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마차를 세웠다. 그녀가 멀미를 일으키기 직전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고, 식사 때마다 아일라가 선호하는 향신료가 적게 들어간 담백한 요리만을 대령했다.
'에이든하르트의 정보력과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아일라는 따뜻한 홍차를 한 모금 마시며 감탄했다. 카일락이 그녀를 떠나보내며 미안한 마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호의를 베푼 것이 틀림없었다. 완벽주의자인 대공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었다. 약간의 과잉보호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차피 수도에 도착하면 모두 북부로 돌아갈 사람들이었다. 아일라는 이 완벽한 여정을 그저 회귀자가 누리는 작지만 달콤한 보상쯤으로 여기며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지독한 눈보라가 몰아치던 북부의 설원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아난 평야가 끝없이 펼쳐졌다. 창문을 열자 남부 특유의 따뜻하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아일라의 은빛 머리카락을 기분 좋게 흩트려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눈부신 도시, 로젤 수도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도착했습니다, 아일라 영애."
마차 문이 열리고 로웬 기사단장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아일라는 마차에서 내려 수도의 번화한 거리를 눈에 담았다. 귓가를 때리는 활기찬 상인들의 외침, 화려한 옷차림을 한 귀족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달콤한 빵 굽는 냄새. 북부의 삭막함과는 정반대인 생명력이 도시 전체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여기야. 이곳이 내가 살아갈 나의 세상이야.'
아일라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카일락이 건네준 권리증에 적힌 저택은 수도의 최고급 주택가인 펠루아 구역에 위치해 있었다. 저택에 도착한 아일라는 다시 한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넓은 정원과 화려한 대리석으로 장식된 3층짜리 저택은 그녀 혼자 쓰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넓고 아름다웠다.
로웬은 저택 앞까지 그녀를 에스코트한 뒤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저희의 임무는 여기까지입니다. 대공 전하께서는 영애가 이곳에 무사히 정착하시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북부로 귀환하라 명하셨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로웬 경. 전하께도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십시오."
'그래, 삼십 년을 구두만 만든 명장이라면 걸음걸이만 보고도 알 수 있겠지. 게다가 렌이 오전에 미리 가계약을 하면서 내 인상착의를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을지도 몰라.'자신도 모르게 피어올랐던 서늘한 불안감은, 늙은 장인의 호탕한 웃음과 합리적인 설명 앞에 눈 녹듯 사라졌다.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겁을 집어먹다니, 과거의 억눌렸던 트라우마가 자신을 잠시 과민하게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 이곳은 따뜻하고 친절한 남부였고, 이들은 그저 뛰어난 실력으로 자신을 돕고 있을 뿐이었다."제가 오해를 했네요. 과연 명장다운 훌륭한 눈썰미이십니다. 이 본으로 당장 구두 제작을 진행해 주세요."아일라는 부드럽게 웃으며 카를로의 계약서에 기분 좋게 서명했다. 의심은 옅어졌고, 일상은 다시 눈부시게 안전한 궤도로 돌아왔다.*** 밤이 깊었다.오늘 하루도 무사히 상회를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온 아일라는, 시녀들이 준비해 준 따뜻한 물로 목욕을 마친 뒤 포근한 침대에 누웠다. 머릿속에는 내일 새롭게 진열할 구두 디자인과 원단 배치에 대한 즐거운 계획들로 가득했다. 단 한 점의 근심도 없는 평온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맴돌다 이내 규칙적인 숨소리로 변했다.아일라가 곤히 잠든 그 시각. 로젤 수도의 후미진 뒷골목에 위치한 에덴 수제화 공방의 지하 창고.습기 차고 어두운 지하실의 바닥에, 낮에 아일라를 만났던 백발의 장인 카를로가 무릎을 꿇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짙은 어둠 속으로 모습의 대부분을 숨긴 검은 인영이 조각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살려, 살려주십시오. 제가 잠시, 아주 잠시 실언을 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점주님께서, 아니 영애께서 발본을 보고 그렇게 예리하게 물어보실 줄은 꿈에도 몰라서……."카를로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그의 이마에서 진땀이 뚝뚝 떨어져 돌바
"정말 고마워요. 렌 같은 서기가 있어서 내가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그럼 오후에 그 수석 장인을 이쪽으로 모셔다 줄래요. 내 구두부터 먼저 한 켤레 맞춰보고 실력을 확인해 봐야겠어요."***그날 오후, 아일라 상회의 응접실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장인 하나가 큼직한 가죽 가방을 들고 찾아왔다. 에덴 공방의 수석 장인 카를로였다. 그는 아일라를 보자마자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아일라 점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점주님의 고귀한 발을 감쌀 구두를 짓게 되다니, 제 장인 인생에 이보다 큰 기쁨은 없을 겁니다.""환영합니다, 카를로 장인어른. 솜씨가 아주 뛰어나시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제 발 치수부터 재보시겠어요."아일라가 응접실의 푹신한 소파에 앉아 구두를 벗으려 하자, 카를로는 다급하게 손을 저으며 가죽 가방을 열었다."아이고, 아닙니다. 점주님처럼 귀하신 분의 발을 어찌 함부로 주무르겠습니까. 이미 점주님을 위한 완벽한 구두 본을 준비해 왔습니다."그가 조심스럽게 꺼내어 탁자 위에 올린 것은, 티끌 하나 없이 매끄럽게 깎인 목각 발본이었다. 구두를 만들 때 뼈대가 되는 나무틀이었다. 카를로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목각 본을 어루만졌다."발등의 높이, 발볼의 너비, 그리고 점주님께서 평소 걸으실 때 체중이 미세하게 쏠리는 왼쪽 발꿈치의 각도까지 완벽하게 계산하여 깎아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본입니다. 굽 역시 점주님께서 가장 편안해하시는 높이로 맞추어 두었습니다."아일라는 탁자 위에 놓인 목각 본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그것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녀의 발 모양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굽의 높이마저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녀는 남부에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맞춤 구두를 주문한 적이 없었고, 당연히 누군가에게 발 치수를 내어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처음 만난 장인이 어떻게 그녀의 왼쪽 발꿈치에 체중이 더 실린다는 미세
아일라 상회의 아침은 언제나 활기찬 소음으로 시작되었다.아일라는 2층 집무실 창가에 서서 해와 달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어제 이웃들이 합심하여 달아준 새하얀 레이스 차양막이 부드러운 아침 바람에 기분 좋게 흔들리고 있었다. 차양막 아래로 펠루아 구역의 화려한 귀족 마차들이 줄지어 들어서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어제 비안 상단에서 새로 들여온 원단들은 그야말로 최상급이었다. 북부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얇고 가벼운 여름용 실크는, 진열장에 걸어두기가 무섭게 귀족 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번창했고, 금고에는 매일 막대한 금화가 쌓였다. 자신이 온전히 통제하고 일궈내는 삶. 아일라는 벅차오르는 성취감을 느끼며 집무실 책상에 앉았다.똑똑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수석 서기인 렌이 다과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점주님, 오전 업무를 시작하시기 전에 차부터 한잔 드시지요. 오늘은 점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아젤리아 꽃잎 차를 우려보았습니다."렌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정중하게 미소 지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한 꽃내음을 맡으며 아일라는 기분 좋게 찻잔을 들어 올렸다."고마워요, 렌. 안 그래도 목이 조금 말랐거든요. 아, 참. 어제 들어온 비안 상단의 원단들이 반응이 너무 좋아서 말인데요. 이참에 드레스와 어울리는 맞춤형 구두도 함께 취급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수도에서 가장 솜씨가 좋다는 제화 장인을 한 분 섭외하고 싶은데, 혹시 알아봐 줄 수 있나요."아일라가 차를 한 모금 넘기며 가볍게 의견을 던졌다. 구두 사업 확장은 방금 전 차를 마시며 즉흥적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남부 귀족들의 화려한 옷차림을 관찰하다 보니, 옷에 맞춰 신발까지 한 번에 맞추려는 수요가 분명히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그런데 렌은 당황하거나 메모를 하려는 기색 없이, 쟁반 한쪽에 미리 끼워두었던 두툼한 양피지 서류를 조용히 꺼
차양막이 만들어낸 기분 좋은 그늘 덕분에 거리는 한층 더 선선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진열장의 실크 드레스 역시 완벽한 그늘의 보호를 받으며 본연의 색을 뽐내고 있었다.가게 문을 열고 나오던 마리안이 아일라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녀의 뒤로 거리의 상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좋은 아침이에요, 아일라. 서프라이즈 선물, 마음에 들어요.""마리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하룻밤 새에 거리가 온통…….""어제 아일라가 차양막 이야기를 하길래 주변 상인들에게 넌지시 물어봤거든요. 다들 여름이 다가오면서 볕이 너무 따가워 고민이었다지 뭐예요. 그래서 어젯밤에 연합 소속의 목수들을 몽땅 불러서 거리 전체에 차양막을 달아버렸죠. 아일라의 멋진 아이디어 덕분에 우리 거리 상인들 모두 득을 보게 되었어요."마리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의 상인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새로운 이웃 덕분에 올여름은 시원하게 장사하겠어.""아일라 점주님, 정말 고맙습니다."모두가 아일라를 향해 눈을 접어 웃으며 다정하고 호의적인 인사를 건넸다. 그들의 얼굴에는 일말의 가식이나 불만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이 거리에 새로 둥지를 튼 사랑스러운 막내를 아끼고 귀여워하는 따뜻한 이웃들의 미소뿐이었다.아일라는 벅차오르는 감동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고작 어제 오후에 무심코 지나가듯 내뱉은 한마디였다. 그런데 그 사소한 바람 하나를 이웃들이 놓치지 않고 기억해 주었다가, 하룻밤 사이에 막대한 인력과 돈을 들여 마법처럼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그것도 그녀가 미안해할까 봐 거리 전체가 함께 고민했던 일인 양 포장해 주면서.'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있을까. 남부로 오길 정말 잘했어. 이곳이야말로 내가 평생을 바쳐 살아갈 완벽한 요람이야.'아일라는 눈가가 시큰해지는 것을 느끼며 사람들을 향해 허리 굽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상인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가게로 들어서는 아일라의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가벼웠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점주님. 연합 측에서 토비 상회의 계약 불이행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즉시 대체 상단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남부 최대 규모의 직물 길드인 비안 상단입니다. 기존 토비 상회와 맺었던 단가보다 무려 이 할이나 저렴한 가격에, 한 단계 더 높은 품질의 원단을 오늘 오후까지 납품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아일라는 렌이 건넨 계약서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위기를 겪기도 전에 해결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격이었다. 그것도 이전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완벽한 조건으로 말이다.'황금 천칭 연합의 일 처리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철저하네. 어떻게 몇 시간 만에 이런 거물급 상단을 대체자로 섭외할 수 있지. 내가 자본금이 넉넉한 최고 등급 상회라서 특별히 신경을 써주는 모양이야.'그녀는 찝찝함 대신, 남부 상권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자신이 누리고 있는 운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위기가 기회로 변하는 짜릿한 사이다 같은 순간이었다.***그날 늦은 오후, 아일라는 상점의 1층 진열장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거리를 비추던 눈부신 남부의 햇살이 여과 없이 진열장의 통유리를 뚫고 들어왔다. 마네킹에 입혀둔 최고급 연보라색 실크 드레스 위로 뜨거운 볕이 정면으로 쏟아지고 있었다.마침 옆 가게의 보석상 주인인 마리안이 갓 구운 과자를 들고 아일라 상회로 놀러 와 있었다."아일라,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표정이 심각하네요.""아, 마리안. 다른 게 아니라 이 햇살 때문이에요. 남부의 볕이 따뜻하고 좋은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매일 오후마다 강한 햇빛이 실크 원단에 직접 닿으면 금방 색이 바래고 상해버리거든요."아일라는 속상한 표정으로 진열장을 가리키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창문 바깥쪽에 그늘을 만들어줄 널찍한 차양막이 하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당장 사람을 불러서 설치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어요."그저 스치듯 흘러나온 가벼운 투정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마리안의 입가에 묘하게 굳어진 미소가 스쳤다.
아일라는 뺨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기분 좋게 눈을 떴다. 푹신한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습관처럼 화장대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어젯밤 분명히 바닥에 떨어뜨려 손잡이가 깨졌던 백자 찻잔이,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탁자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이상하네. 내가 어제 깨진 조각들을 대충 주워서 휴지통에 버렸던 것 같은데.'아일라는 찻잔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제 사용했던 것과 미세하게 달랐다. 찻잔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금박의 세공이 훨씬 더 정교하고 화려했다. 무게감도 묘하게 달랐다. 최고급 도자기 장인이 구워낸 것이 틀림없는 귀한 물건이었다.그녀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아침에 청소를 하러 들어온 시녀장이 깨진 찻잔을 발견하고 새것으로 바꿔둔 모양이구나. 남부 저택의 고용인들은 정말 눈치도 빠르고 일 처리가 훌륭해.'자신이 깨뜨린 것에 대해 묻거나 책임을 추궁하지 않고, 주인이 불편함을 느끼기 전에 더 좋은 것으로 교체해 두는 센스. 남부의 넉넉한 인심과 철저한 서비스 정신에 감탄하며 아일라는 새 찻잔에 담긴 따뜻한 물을 기분 좋게 마셨다. 모든 것이 그저 물 흐르듯 평화롭고 순탄한 아침이었다.***상회로 출근한 아일라는 오늘도 밀려드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없이 오전 시간을 보냈다. 남부 귀족 부인들의 입소문을 탄 덕분에 아일라 상회의 실크 원단은 진열하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오후가 되어 한숨을 돌린 아일라는 장부를 확인하다가 수석 서기인 렌을 불렀다."렌, 오늘 오전에 토비 상회에서 추가로 주문한 실크 원단이 들어오기로 되어 있지 않았나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렌은 장부를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아일라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정중했지만, 미간에는 옅은 곤혹스러움이 서려 있었다."점주님, 실은 그 건으로 방금 황금 천칭 연합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토비 상회의 점주인 토비 군이 어젯밤 갑작스럽게 상점을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