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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Author: 아오
철롱 속에서 열대여섯 마리의 굶주린 늑대들이 송곳니를 드러낸 채 퍼런 안광을 번뜩이며 강채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직 몸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탓에 그녀의 몸놀림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둔했다.

“크아아악!”

첫 번째 늑대가 달려드는 순간, 강채안은 옆으로 몸을 틀어 피하며 반사적으로 검을 찔러 넣어 늑대의 복부를 관통시켰다. 울컥 쏟아진 뜨거운 선혈이 얼굴에 튀자, 피비린내를 맡은 나머지 늑대 무리가 더욱 광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이내 힘에 부치기 시작한 그녀가 찰나 방심한 틈을 타 날카로운 이빨이 우측 팔뚝을 파고들어 생살을 뜯어냈다.

“으윽...”

강채안은 나직한 신음을 삼키며 비틀거리듯 뒤로 물러섰다.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관람석에 있던 소지환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얼핏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강서하가 그의 소매자락을 잡아당기며 무어라 속삭였다. 소지환은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강서하를 번쩍 안아 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싸움터를 떠나버렸다.

강채안의 심장은 바로 그 순간 고요히 내려앉았다.

소지환의 명 없이는 그 누구도 이 철롱을 열 수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러 늑대들을 하나하나 베어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한 마리가 쓰러졌을 때, 철롱 안은 이미 늑대 시체로 가득했고 그녀 역시 온통 피칠갑을 한 채였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철롱을 나서는 그녀의 발걸음마다 붉은 핏자국이 짙게 배어났다.

강서하의 거처를 지나칠 때, 안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문창살 틈새로 눈을 돌리니 소지환이 다정한 손길로 강서하의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있었다.

“언니가 아직도 늑대 무리와 싸우고 있을 터인데...”

강서하가 문득 말문을 열었다.

“왕야, 가보지 않으셔도 괜찮사옵니까? 혹여 변고라도 생기면...”

“강채안은 암위다. 무예가 출중하니 별일 없을 것이야.”

소지환은 덤덤한 어조로 대꾸하며 길고 수려한 손가락으로 강서하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서하야, 네가 마음 쓸 것 없다.”

창밖에서 제 피투성이 팔을 내려다보던 강채안은 문득 실소를 터뜨렸다.

우는 것보다 더 일그러진 미소였으나, 끝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제 처소를 향해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그 후로 며칠 동안 강채안은 문을 걸어 잠근 채 몸을 추슬렀다.

가사약의 약효가 점차 강해지면서 수시로 의식을 잃었고 맥박 또한 눈에 띄게 희미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겨우 몸을 가누며 밖으로 나서자 왕부 안이 온통 붉은 등불과 비단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채 들썩이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지나가던 시녀에게 물었다.

“왕야께서 드디어 서하 아기씨를 왕비로 맞아들이신다 하옵니다!”

시녀가 흥분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답했다.

“혼례 날짜는 바로 모레로 잡혔사옵니다!”

강채안은 멍하니 굳어버렸다.

기이하게도 가슴이 아파오지 않았다. 오랜 고통 끝에 애끓는 정념마저 모두 타버린 자리에는 그저 공허한 재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강채안.”

언제 나타났는지 소지환이 그녀의 등 뒤에서 기척을 냈다.

“나는 혼례에 쓸 납채(納采)를 위해 성 밖에 나가 기러기를 산 채로 잡아 올 것이다. 그동안 너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서하를 보필하여야 한다. 그 어떤 상처도 입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설령... 제 목숨을 바쳐야 할지라도 말입니까?”

강채안이 나지막이 되물었다.

“그렇다.”

소지환의 대답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소인, 명을 받들겠나이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입 밖으로 나오려던 모든 말을 소리 없이 삼켜냈다.

더 물어 무엇하겠는가.

지난 세월 동안 자신에게 단 한 자락의 진심이라도 준 적 있었느냐고, 그날 밤 병풍 뒤에서의 그 애틋하던 밤은 그저 약기운에 취한 불상사였느냐고, 어찌 이리도 쉽게 헌신짝처럼 내다 버릴 수 있느냐고...

이제 와 다 부질없는 말들이었다.

이어진 며칠간 강채안은 강서하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켰다.

당당하게 왕부를 거닐며 입을 열 때마다 자랑을 늘어놓는 그녀의 말을 그저 묵묵히 들을 뿐이었다.

“언니, 그거 알아? 전하께서 일평생 혼인하고픈 여인은 오직 나 하나뿐이라 하셨어.”

“언니, 이 봉황 비녀에 박힌 명주 좀 봐. 왕야께서 나를 위해 남해에서 특별히 구해오신 거야.”

“언니는 그 오랜 세월을 왕야 곁에서 보냈으면서 어찌 눈길 한 번 제대로 붙잡지 못했어?”

강채안은 시종일관 침묵했다.

마치 혼이 빠져나간 꼭두각시 인형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레째 되던 날이었다.

가사약의 약효가 골수에 사무치기 시작했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온몸의 기력이 송두리째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에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해가 저물 무렵,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처소로 돌아왔다.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침상에 막 누웠을 때였다.

강서하의 처소 쪽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객이다!”

이성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강채안은 장검을 움켜쥐고 단숨에 뛰쳐나가 사색이 된 강서하를 제 등 뒤로 감싸 안았다. 자객의 서슬 퍼런 검날이 쇄도해 왔으나 피할 겨를이 없었다.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푸훕!”

장검이 가슴을 꿰뚫자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강채안은 이를 악물고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러 자객의 목을 베었다.

한 놈, 두 놈.

마지막 자객까지 모조리 처단한 순간, 그녀는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붉은 피를 울컥 토해내며 바닥에 무겁게 무릎을 꿇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 상처는 치명상이 아니었을 터였다. 그러나 가사약의 약효가 바로 이 순간 완전히 발현되면서, 시야가 급격히 흐려지고 호흡이 끊어질 듯 가빠왔다.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 문득 구 년 전 그 눈 내리던 밤, 달빛을 등지고 다가와 숨이 끊어져 가던 자신에게 손을 내밀던 소년 소지환의 모습이 떠올랐다.

‘만약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때도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따라나섰을까?’

강채안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제 목숨으로 그가 아끼는 이를 지켜냈으니 지난 세월 그가 베푼 은혜는 이로써 온전히 갚았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제, 서로에게 남은 빚은 없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마지막 숨결이 스러지듯 고요히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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