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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작가: 달빛
분홍빛이 감도는 화이트 롱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승오의 팔짱을 낀 채 나타난 여자는 바로 백권아였다.

화사한 메이크업, 붉게 물든 두 볼.

꽃처럼 앙증맞은 모습은 하객들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하니는 그 모습을 보자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드디어 왔네.’

권아의 목에 걸린 목걸이는 하니가 지금까지 착용했던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드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 하니가 색상을 바꾸지 않았다면 ‘쌍둥이룩’이 될 뻔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주금자 앞까지 걸어갔다.

주금자는 권아의 손을 잡으며 환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아가, 힘들었지? 어서 이리 와서 앉자.”

권아는 하니를 흘끗 보고는 바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할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우리 권아가 와줬으니,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네.”

주금자 옆에 있던 강연하도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저 아이야말로 진짜 우리 집 며느릿감이지.’

그때, 승오가 하니에게 다가왔고, 미안한 듯한 얼굴로 변명했다.

“권아 씨는 어머니 친구분의 따님이야. 오늘 할머니 생신이라는 말을 듣고, 꼭 오고 싶다 해서 데려온 거야. 여보, 신경 쓰지 마.”

하니는 짧게 대답했다.

“괜찮아. 할머님이 기분 좋으시다면 된 거지.”

하지만 잠시 후, 하니는 자기 목에 걸린 목걸이를 그대로 뜯어, 근처의 쓰레기통에 툭 하고 던져 넣었다.

순간 정적.

하니의 입가에는 날카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똑같은 목걸이 두 개 사서 여자들한테 나눠주는 게 취미야?”

승오는 순간 얼어붙었다.

“여보, 오해야. 난 권아 씨가 이 디자인을 고집하는 줄 몰랐어. 그래서 그게...”

하니는 날카롭게 물었다.

“누가 당신 여보야?”

그 말에 승오는 입을 닫았다. 손을 뻗어 하니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하니가 유연하게 피했다.

“오늘은 나랑 함께 이 자리에 와줄 줄 알았어. 그런데 결국 난 비서보다 못한 존재였네.”

그때, 강연하가 다가와 말했다.

“하니 씨, 이런 데서 승오를 곤란하게 하지는 말자. 어쨌든 하니 씨는 승오의 약혼녀이고, 권아 씨가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하니 씨 자리를 위협할 순 없잖아. 권아 씨도 결혼한 사람이고, 지금은 임신 중이니까.”

‘결혼했다고...?’

하니는 천천히 걸어가 권아 앞에 섰다.

하이힐 굽 소리가 조용한 거실 안을 울렸다.

“백 비서, 남편은 어딨어? 왜 직접 같이 안 오고... 남의 남자가 동행하는 게 더 편했어?”

말끝을 살짝 올린 하니의 말투에 주변은 숨을 죽였다.

하지만 아무도 하니를 막을 수 없었다.

하니는 아직까지 승오의 공식 약혼녀니까.

권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승오를 바라봤다.

하니가 비꼬듯 말했다.

“왜, 백 비서? 자기 남편도 아닌 사람을 왜 그렇게 쳐다봐? 설마... 남편이라던 사람이, 내 남자는 아니겠지?”

“아... 아니야, 여보.”

승오가 재빨리 나서며 권아 앞을 막았다.

작고 여린 그녀를 감싸 안듯하며 말했다.

“권아 씨의 남편은 지방 출장 중이야.”

하니는 가볍게 웃었다.

“아, 그런 거였구나. 내가 오해했나 봐.”

그리고 자연스럽게 승오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자기야, 우리 할머님께 술 따라드리자.”

권아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애처롭게 승오를 바라봤다.

하지만 승오는 그녀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백 비서, 백 비서는 강씨 집안의 식구도 아니니까 자리는 알아서 잡아. 주석에 백 비서 자리는 없을 거야.”

하니의 말이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하니의 표정에선 여유마저 느껴졌다.

“가족 모임이야. 승오 씨, 손님과 가족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지?”

승오는 무언가 반박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하얘졌다.

더군다나 오늘의 하니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늘 조용하고 고요한 듯한 그녀였는데, 지금은 살짝 도도하면서도 당당했다.

‘왜 이렇게... 예쁘냐.’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릴 만큼, 강렬했다.

그 모습에 승오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권아 옆에 앉은 연하는 권아의 등을 다독이며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권아 씨. 아직 임신 중이잖아. 승오는 결국 돌아올 거야.”

하지만 권아는 달랐다. 지금 이 분위기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치욕스러웠다.

하니가 계속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특히나 몇 번이나 당당히 자신을 무시하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모습은 권아로선 참기 힘들었다.

주금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권아를 여기로 부르지 않는 거야?”

그녀는 전혀 예상 못 했다.

하니가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뻔뻔하게 나타날 줄은...

게다가 여전히 승오 곁을 떠나지 않는 그 태도에 분노가 치밀었다.

“할머님, 백 비서는 손님이에요. 이 자리에 앉는 건 적절하지 않죠.”

승오가 하니와 함께 잔을 들었다.

“저는 하니와 함께 할머님께 축배를 드리겠습니다.”

원래 하니는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보통은 승오가 대신 마셔주는 게 늘 그들 커플의 모습이었지만, 오늘의 승오는 뭔가 달랐다.

시선이 자꾸만... 권아 쪽으로 향했다.

둘의 시선이 은근슬쩍 엮일 때마다, 뭔가 질척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걸 느낀 하니는 잔을 들어 그대로 원샷했다.

“여보, 왜 나한테 넘기지 않고 다 마셨어?”

놀란 듯한 승오가 하니를 향해 물었다.

하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기 요즘 너무 지치고 힘들잖아. 더 이상 무리하게 마시면 안 돼서 그렇지.”

그 말에 승오는 한순간 멍해졌다.

그동안 하니에게서 들은 적 없던 다정한 배려.

하지만 그 감정도 오래가진 못했다.

“꺅!”

누군가의 놀란 외침이 이어졌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곳에는...

권아가 가슴 쪽 드레스를 부여잡고 있었다.

마치 옷이 흘러내릴 듯한 위태로운 모습.

“이럴 수가...”

드레스를 감싸며 당황한 표정으로 선 권아.

그 모습을 본 승오는 서둘러 자기 옷을 벗어 그녀 어깨에 덮어줬다.

그 장면에 하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쇼 하나는 제대로네.’

권아는 눈가가 붉어진 채 억울함을 머금은 눈으로 하니를 바라봤다.

“사모님, 이 드레스... 사모님이 직접 보내주신 거잖아요. 저는 그저 사모님이 저에게 좋은 마음으로 선물해 주신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설마 이런 식으로 저를 모함하실 줄은 몰랐어요.”

그 말에 하니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내가 보냈다고?”

그제야 승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드레스... 분명히 자기가 며칠 전 하니에게 보냈던 바로 그 디자인이었다.

맞춤 제작이라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 들었는데...

그게 지금 왜 권아의 몸에, 그것도 ‘찢긴 상태’로 있냐는 거다.

승오는 얼굴이 굳은 채 하니를 향해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 눈빛엔 이미 의심이 가득했다.

믿음은 없었고, 하니가 아닌... 권아의 말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이 드레스, 당신이 보낸 거 아니야?”

하니는 의아한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내 드레스방에도 같은 게 한 벌 더 있어.”

“그 드레스는 세상에 단 하나야. 내가 직접 맞춘 거니까.”

승오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설마... 비서를 질투해서 이딴 짓을 한 거야? 권아 씨는 이미 결혼까지 한 몸이라고!”

‘와... 진짜 가관이다.’

하니는 혀를 찼다.

‘저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다니.’

‘강승오, 태생부터 이중적인 사람이었구나.’

하니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승오를 똑바로 바라봤다.

“강승오 씨, 내가 어떻게 백 비서 집 주소를 알아냈는지, 생각 좀 해보지 그래?”

승오의 얼굴에 드러나는 작은 균열.

하니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권아는 입술을 꼭 깨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는 연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전에 제가 말씀드린 거 기억하세요? 저... 누군가가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그게 사모님이셨던 것 같아요.”

“사모님이 사람을 붙여 절 감시하시고, 저랑 대표님 사이를 의심하셨던 거예요. 사모님은 대표님을 믿지 않으세요. 그걸 계속 증명하고 싶어 하세요...”

승오는 손에 힘을 꽉 줬다.

“하니야, 언제부터 이렇게 의심 많고 날카로워진 거야? 권아 씨 남편은 해외에 있잖아. 혼자 사는 게 위험할까 봐... 내 명의로 된 집에 임시로 머물게 한 거야.”

“이건 직원 배려 차원이었어. 그런데 넌 날 그렇게 의심해? 우리가 이런 상태로 어떻게 결혼을 해?”

그러자 하니는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결혼 안 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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