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하니의 정신은 완전히 곤두서 있었고, 문을 빤히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긴장했다.‘이제 강승오의 반응을 보는 수밖에.’한 시간이 지나자,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하니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짝 정신을 차렸다.문밖의 승오는 문이 열리지 않자, 세게 두드렸다.“하니야, 안에 있어?”계속해서 돌아가는 문손잡이를 보며, 하니는 긴장되어 입을 열었다.“강승오, 나한테 한 가지만 약속해.”문밖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이어 다소 난감한 어조가 전해져왔다.“하니야,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 문 열고 천천히 얘기하자. 응? 너를 가두지 마.”“건빈 씨 소식 알려줘. 그렇지 않으면 문 열지 않을 거야. 할 수 있다면 어디 나를 여기에 가둬 굶겨 죽이든가 해.”어떤 말에 화가 났는지, 하니는 점점 성깔을 주체할 수 없었다.승오의 반응을 볼 수 없었기에, 도대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판단할 수 없어, 속으로 더 긴장되었다.약 30초가량 흘렀을 때, 승오의 목소리가 마침 전해져왔다.“하니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문 열어 줘. 네가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아.”“...”너무 쉬운 승낙에, 하니는 오히려 의심이 들어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머뭇거리며 문을 열었다.다음 순간, 승오는 바로 하니를 품에 껴안았다.마음 아픈 듯한 어조가 머리 위에서부터 전해져왔다.“하니야, 약속해줘. 자기 자신을 해치지 말아 줘. 내가 말했잖아.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다 도와줄게.”“부건빈 소식을 알고 싶다고? 내가 병원에 데려가서 직접 보여줄 수도 있어. 하지만, 다시는 방금처럼 하지 말아줘. 부탁이야.”하니는 그 자리에 완전히 굳어버린 채, 믿기 힘들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착각일까?’‘왜 강승오 어조에 울음기가 섞인 것처럼 들리지?’하니는 미간을 찌푸린 채, 승오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승오의 얼굴에는 하니가 상상했던 냉기 대신, 오히려 마음 아파하는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하니는 손을 내밀어 승오를
그 말이 승오에게 먹혔던 모양인지, 그는 즉시 동작을 멈추고, 오히려 멍하니 하니를 바라봤다.“미안해. 하니야, 널 억지로 어떻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너무 좋아해서 그랬어.”승오는 모순에 빠져들었다. 분명 하니를 이곳에 데려와 가뒀지만, 정작 하니를 정말로 차갑게 대할 수는 없었다.하니가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을 더 걱정하고, 도우미조차 자기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말이다.그 생각에, 승오는 저도 몰래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말한 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하니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승오를 바라보는 눈에 경계가 가득 담겨 있었다.“하니야, 네가 착해서 다른 사람들을 걱정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번에는 장담할 수 있어. 유정숙은 정말로 그냥 해고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자기가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들은 하니는 오히려 멍해졌고, 꽤 오래 망설였다.“알았어. 이 얘기는 더 언급하지 마.”“응...”승오는 다시 영화를 켰다.“그럼 우리 일단 영화나 볼까?”거절의 말이 들리지 않자, 승오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니는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영화를 볼 마음이 없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영화가 끝날 때쯤, 아래층에서도 소리가 났다. 사용인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배고프지? 같이 아래층에 내려가서 밥 먹을까?”하니는 다시 손이 잡힌 채 끌려 나갔다. 이제 막 다이닝룸에 도착하자 맛있는 음식향이 느껴졌다.“이리 와.”승오가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빛을 주자, 사용인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물러나, 하니가 이쪽을 다시 볼 때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마음이 지친 나머지, 하니는 이 일에 신경 쓰지 않았고, 여전히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승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니를 보며 말했다.“하니야,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 한동안은 일단 여기서 머물자. 네가 우리 사이의 관계에 적응하면, 그때 데리고 나갈 거야.”“그럼 하나만 묻자. 백권아는 어떻게 처리할 생
“알아서 해.”하니는 승오를 마주하지 않고, 먼 곳으로 걸어갔다.승오와 과도한 접촉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분명했다.그런데도 승오는 화내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뒤따라가, 하니가 소파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하니야, 심심하면 우리 같이 영화라도 볼까?”하니는 크게 흥미를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승오는 화내지도 자기가 알아서 결정했다“이 집은 우리가 예전에 살던 집과 거의 똑같아. 그래서 3층을 영화관으로 만들었어. 같이 보자, 응?”승오는 먼저 하니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가며, 자꾸만 하니의 표정을 관찰했다.이에 하니는 손잡을 의사가 없는 듯, 상대가 끄는 대로 끌려갔다.시야가 점점 어두워지자, 승오는 두 사람이 예전에 괜찮게 봤던 영화 한 편을 골랐다.그때 하니는 문득, 자기를 풀어준 유정숙이 생각났다.곧이어 고개를 홱 돌려 승오를 바라보며, 살짝 확신이 서지 않는 듯 물었다.“강승오, 집안 도우미들은 모두 데려올 거야?”“왜 갑자기 도우미들에게 관심을 가져? 혹시 마음에 드는 이모님이라도 있어?”“유정숙 이모님 말이야. 그분은 데려올 거야?”영화는 어느새 시작되어 하니는 승오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간절했다.‘정숙 이모님이 나를 풀어준 걸 알고 있나?’‘안다면 어떻게 됐지?’“유정숙 이모님?”승오는 어눌한 어조로 반복했다.“그분을 데려오길 바라나 보네?”“응. 데려올 수 있어?”“안 돼.”이토록 단호한 대답을 듣자, 하니는 그 자리에서 바로 굳어버렸다.곧이어 승오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려는 듯 빤히 바라봤다.“그 이모님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내가 해고했어.”“정말 해고했어?”하니는 입술을 깨물며 말을 이었다.“강승오, 나랑 다시 시작하고 싶으면, 숨기지 않는 게 좋을 거야.”“솔직히 말할게, 그 이모님이 너를 풀어준 걸 알아.”영화 속 대사가 순식간에 배경음이 되어버렸다.하니는 온 정신을 집중해 승오의 말을 들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대체 무슨 뜻이지?’
승오는 하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이에 하니는 속으로 감정을 꾹 눌러 참고 겨우 손을 내밀어 승오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위층으로 올라가자, 하니는 자기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었다.모든 가구와 인테리어는 예전에 함께 살던 집과 너무 비슷했다.승오는 하니 눈 속에 담긴 놀라움을 보며,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마음에 들어? 이건 모두 특별히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마음에 들어?”승오는 복도에 놓인 장식품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하니야, 네가 좋아하는 거라면, 아무리 번거로워도 내가 다 이뤄줄게. 네가 좋다고 한마디만 한다면.”안쪽 침실로 들어가자, 역시나 예전과 똑같았다.하니는 이 모든 걸 보며 속으로 어떤 감동도 받지 못했다.도리어 약간 메스꺼웠다.‘강승오는 자기가 이런 짓을 하면 정말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하니야, 마음에 들어?”승오는 하니를 의자에 앉히고, 한껏 기대에 찬 표ㅗ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여기를 우리 집으로 하고, 앞으로 여기서 지내자. 응?”승오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하니는 마지못해 “응”하고 대답했다.“그럼 난 언제쯤 여기서 나갈 수 있어?”‘아니면 넌 언제쯤 떠나?’이곳으로 오는 길에, 하니의 눈은 계속 가려져 있어 전혀 방향을 분간할 수 없었다.게다가, 여기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보면, 승오는 오래전부터 준비한 듯했다.승오가 오래전부터 자시를 여기에 가두려 했다는 것, 심지어 정말로 실행에 옮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럼 건빈 오빠 일은? 그것도 미리 준비한 걸까?’그게 아니라 현장에서 충동적으로 벌인 짓이라면, 무조건 발각됐을 거다.이 생각에 하니의 마음은 다시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하니야, 너 그렇게 나가고 싶어? 나는 네가 한동안 여기서 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청 기뻐할 줄 알았는데.”승오는 약간 서러운 표정을 지었고, 하니를 바라보는 눈이 반짝였다.“나는 여기서 한동안 살고 싶어. 네 몸에 난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
“건빈 씨를 만나지 말라는 건 알겠어. 그래도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제대로 알려줘야지. 누가 나 때문에 다치는 게 싫어.”다행히 승오는 하니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즉시 거절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좋아, 그렇게 할게. 부건빈을 동정하는 건 알겠어. 하지만 만나는 건 안 돼.”승오는 팔로 하니의 허리를 두르며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리고 하니야. 이제 내 스타일 알았지? 만약 또 저번처럼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내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면, 다름에 또 누군가 다칠 거야.”음험한 말이 귓가에 울리자, 하니는 미간을 팍 구겼다.형언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승오는 농담이 아니었다. 그는 매우 진지했다.‘이번에 건빈 오빠라면, 다음에는?’‘또 내 곁에 있는 누구일까?’“하니야, 왜 아무 말이 없어?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싫어?”승오는 아예 뒤에서 하니를 끌어안으며, 턱을 하니의 어깨에 가볍게 얹었다.내뿜는 뜨거운 숨결이 하니의 뺨을 스치며 열기를 일으켰다.하니는 몸을 움찔했다.온몸에 전해지는 거부감에 하니는 승오의 손을 내리누르며 미간을 찌푸렸다.“함부로 움직이지 마.”승오는 하니의 거절에 불만을 느낀 듯, 그녀를 더 꽉 껴안았다.“안 돼? 너 방금 나랑 다시 시작하겠다며? 나랑 닿는 것조차 싫은 거야?”하니는 고개를 돌려 승오를 보며 말했다.“강승오, 우리 사이에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내가 단번에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하는 거야? 일단 풀어줘.”하니의 눈 속에 드리운 냉기를 느낀 승오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그녀를 풀어주었다.“네 말이 맞아. 확실히 시간을 두고 적응할 필요가 있긴 하지. 괜찮아, 너를 기다릴 인내심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승오의 다정한 표정을 보니, 하니는 토할 것 같은 충동이 들었다.곧이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낯선 환경을 보며 말을 이었다.“그럼 여기는 대체 어디야?”‘지금 당장 나를 데리고 나가지는 않을 것 같으니, 여기 상황부터 파악해 두는 게 좋겠어.’“여기는 내가 우리를 위해 고
승오는 하니를 직접 해치지는 않았다.그것은 승오 마음속에 여전히 하니의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하니는 지금 반드시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하니야, 왜 이렇게 사람 알을 안 들어? 나도 널 위해서 이런 건데.”승오는 다시 애틋한 눈빛을 드러내며, 하니의 어깨에 얹었던 손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밧줄에 묶인 거 불편하지? 내가 풀어줄까?”“그걸 말이라고 해?”하니는 몸을 약간 움직이며, 고개를 들어 승오를 바라봤다.“강승오, 풀어줘.”하니는 승오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승오를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너무 격앙되지 않으려 했다.승오는 하니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마음을 바꾼 듯 하니를 등지게 한 뒤, 밧줄 매듭을 만지작거렸다.“하니야, 사실 네가 말만 잘 듣는다면, 난 너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이게 다 네가 말을 안 들었기 때문이야. 부건빈이 다친 것도 다 너 때문이야.”승오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하니의 마음은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모두 나 때문이라고?’‘강승오가 이런 일로 날 협박하는 게 모두 내가 말을 듣지 않아서라고?’하니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마음속으로 애써 침착하자고 자신을 다독였다.지금은 승오가 무슨 말을 하든 평정심을 유지해야만 한다.“강승오, 풀어줘.”하니는 말투에 신경 써서 입을 열었다.한참 기다렸지만 밧줄은 풀리지 않았다.승오 역시 장난이었다는 듯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니는 그런 승오를 재촉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기다렸다.마침내 승오가 천천히 밧줄을 풀기 시작했고, 곧이어 등 뒤에서 말소리가 가볍게 들렸다.“하니야, 사실 네가 동의하기만 하면 돼. 다른 뜻은 없어. 나는 그저 너랑 잘 지내고 싶을 뿐이야. 내 마음 이해하지?”잠시 망설인 끝에, 하니는 입을 열었다.“이해해. 하지만 다른 사람을 더 이상 다치게 하지 마.”“그중에 부건빈도 포함되어 있어?”승오는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네가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