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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보라돌이
백진아는 눈앞에 있는 하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옷차림과 분위기를 보아하니 제법 신분이 높은 듯했다.

백진아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천년홍설련을 찾은 것이냐?”

그럴 리는 없었다. 천년홍설련은 귀하디 귀한 보물이었고, 멸종한 것이 아니더라도 1~2년은 계속 찾아야 하는 약초였다.

하녀는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못 찾았으면, 왕비께서 어찌 깨어나셨겠습니까?”

‘어머. 그 말인즉, 그걸 나한테 먹였단 뜻이지?’

백진아는 드디어 이득을 봤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녀는 벌써 익숙한 손놀림으로 탁자 위에 붓, 먹, 종이, 벼루를 차려놓았다.

“자, 마마.”

백진아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배를 감싸 안았다.

“아이고, 배가 아프구나. 화장실을 가야겠다.”

하녀는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

“화장실이요?”

백진아는 불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급할 때가 있잖냐? 지금 참기가 너무 힘들구나.”

하녀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얼굴을 붉히며 분한 듯 말했다.

“어서 가시지요!”

백진아는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여전히 갈비뼈가 아픈듯,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

“아이고, 안 되겠구나. 온몸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겠어.”

하녀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일꾼 아주머니들을 불러서 명했다.

“왕비 마마를 모시고, 큰일 보게 해드려라!”

두 명의 아주머니는 험상궂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양쪽에서 백진아를 부축해, 침상 옆 병풍으로 가려진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엔 금으로 장식된 조각이 새겨진 고급 변기가 놓여 있었다.

‘쳇, 왕부는 변기까지 이렇게 호화롭다니…’

부축하는 과정은 생각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갈비뼈와 가슴의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힘을 주면 온몸이 아팠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밖에서 급한 발소리와 함께 싸늘하고 분노에 휩싸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났다며? 처방은 썼느냐?!”

그는 하녀의 설명을 들을 틈도 없이, 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

“어디 있는 것이냐?”

백진아는 혼자 속으로 개자식, 쓰레기라 욕하고는, 괴상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변기… 에서…”

백진아는 답을 하면서 “응응” 소리를 섞어내며,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티를 냈다.

연천능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굴부터 발끝까지 확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이런 민망한 상황에 놓이게 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돌아서 나가자니 내키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있자니… 너무 민망했다.

연천능은 여전히 이를 갈며 화내듯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왕비의 신분인데, 어찌 품위를 지키지 않는 것이냐!”

“누구나 급할 때가 있습니다!”

백진아는 당당하게 받아쳤다.

연천능은 스스로 미쳤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와 말싸움을 하다니, 정말 귀신에라도 쓰인 것인가?

“침착하게 기다리십시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입을 손으로 가린 채 몰래 웃었다. 하지만 더 이상 밖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볼일을 끝낸 백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정돈하고 느릿느릿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방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연천능은 아무 말 없이 급하게 옥난각을 빠져나왔는데, 그의 얼굴은 불에 덴 듯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정말 너무 뻔뻔한 여인이 아닌가?

그리고 매원 문 앞에 다다르고 나서야 발걸음을 멈춰섰다. 그리고 달아올랐던 머리가 점차 식어가자, 이내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찌! 어찌 감히 내 앞에서...’

차라리 그녀의 혈을 눌러, 목을 졸라 죽였어야 했다!

연천능은 분노에 차서 벽을 한 대 내리쳤고, 그 충격에 벽면 한쪽 날아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처방을 받으러 간 것이 아니던가? 어찌 다시 돌아온 것인가?

그때, 하녀가 다급히 달려와 아뢰었다.

“왕야, 왕비 마마께서 옥난각으로 유 아가씨를 모셔 오라 하셨습니다. 맥을 짚고 나서야, 처방을 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연천능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럼, 왕비를 매원으로 데리고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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