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Auteur: 보라돌이
백진아는 눈앞에 있는 하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옷차림과 분위기를 보아하니 제법 신분이 높은 듯했다.

백진아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천년홍설련을 찾은 것이냐?”

그럴 리는 없었다. 천년홍설련은 귀하디 귀한 보물이었고, 멸종한 것이 아니더라도 1~2년은 계속 찾아야 하는 약초였다.

하녀는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못 찾았으면, 왕비께서 어찌 깨어나셨겠습니까?”

‘어머. 그 말인즉, 그걸 나한테 먹였단 뜻이지?’

백진아는 드디어 이득을 봤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녀는 벌써 익숙한 손놀림으로 탁자 위에 붓, 먹, 종이, 벼루를 차려놓았다.

“자, 마마.”

백진아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배를 감싸 안았다.

“아이고, 배가 아프구나. 화장실을 가야겠다.”

하녀는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

“화장실이요?”

백진아는 불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급할 때가 있잖냐? 지금 참기가 너무 힘들구나.”

하녀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얼굴을 붉히며 분한 듯 말했다.

“어서 가시지요!”

백진아는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여전히 갈비뼈가 아픈듯,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

“아이고, 안 되겠구나. 온몸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겠어.”

하녀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일꾼 아주머니들을 불러서 명했다.

“왕비 마마를 모시고, 큰일 보게 해드려라!”

두 명의 아주머니는 험상궂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양쪽에서 백진아를 부축해, 침상 옆 병풍으로 가려진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엔 금으로 장식된 조각이 새겨진 고급 변기가 놓여 있었다.

‘쳇, 왕부는 변기까지 이렇게 호화롭다니…’

부축하는 과정은 생각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갈비뼈와 가슴의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힘을 주면 온몸이 아팠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밖에서 급한 발소리와 함께 싸늘하고 분노에 휩싸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났다며? 처방은 썼느냐?!”

그는 하녀의 설명을 들을 틈도 없이, 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

“어디 있는 것이냐?”

백진아는 혼자 속으로 개자식, 쓰레기라 욕하고는, 괴상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변기… 에서…”

백진아는 답을 하면서 “응응” 소리를 섞어내며,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티를 냈다.

연천능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굴부터 발끝까지 확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이런 민망한 상황에 놓이게 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돌아서 나가자니 내키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있자니… 너무 민망했다.

연천능은 여전히 이를 갈며 화내듯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왕비의 신분인데, 어찌 품위를 지키지 않는 것이냐!”

“누구나 급할 때가 있습니다!”

백진아는 당당하게 받아쳤다.

연천능은 스스로 미쳤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와 말싸움을 하다니, 정말 귀신에라도 쓰인 것인가?

“침착하게 기다리십시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입을 손으로 가린 채 몰래 웃었다. 하지만 더 이상 밖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볼일을 끝낸 백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정돈하고 느릿느릿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방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연천능은 아무 말 없이 급하게 옥난각을 빠져나왔는데, 그의 얼굴은 불에 덴 듯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정말 너무 뻔뻔한 여인이 아닌가?

그리고 매원 문 앞에 다다르고 나서야 발걸음을 멈춰섰다. 그리고 달아올랐던 머리가 점차 식어가자, 이내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찌! 어찌 감히 내 앞에서...’

차라리 그녀의 혈을 눌러, 목을 졸라 죽였어야 했다!

연천능은 분노에 차서 벽을 한 대 내리쳤고, 그 충격에 벽면 한쪽 날아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처방을 받으러 간 것이 아니던가? 어찌 다시 돌아온 것인가?

그때, 하녀가 다급히 달려와 아뢰었다.

“왕야, 왕비 마마께서 옥난각으로 유 아가씨를 모셔 오라 하셨습니다. 맥을 짚고 나서야, 처방을 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연천능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럼, 왕비를 매원으로 데리고 오거라!”
Continuez à lire ce livre gratuitement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Commentaire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5. 12. 09. AM. 08:54
VOIR TOUS LES COMMENTAIRES

Latest chapter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783화

    몇백 년 동안 성녀성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늘 자신만만하고 냉정하기만 하던 오약설의 얼굴에도 순간 분노와 당황, 그리고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연천능은 불길 따위는 두렵지도 않은 듯, 소매를 세차게 휘두르며 새로 불이 붙은 대나무 집 쪽으로 몸을 날렸다.“백진아!”불빛이 사방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백진아는 여전히 삼층 높이에 선 채, 연검을 뽑아 들고 살기를 흘리며 돌진해 오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길이 그의 넓은 두루마기를 태우고 있었지만,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은 듯 보였다.그런데 바로 그때였다!갑자기 연기가 치솟는 대나무 집 하나에서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뒷산 쪽으로 달려갔다.그 뒷모습은 너무도 익숙한, 바로 낙장풍이었다.설마 그가 기억을 잃은 척, 바보인 척 연기하고 있었을 줄이야.아마 그는 이곳에 숨어 지내며 상황을 살피다가, 기회를 봐서 이월을 데리고 달아날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별채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 걸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를 마쳐 둔 게 분명했다.겉으로는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사람처럼 보였는데, 연기는 놀라울 만큼 능숙했다.백진아는 피화부를 붙인 뒤 가볍게 아래로 내려와 그대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낙장풍이 달아난 방향을 따라 곧장 뒤쫓았다.거의 따라잡을 즈음, 그녀는 공간에서 이월을 꺼내 자신의 등에 업었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낙장풍이 곧장 백진아에게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으로 가시지요!”그는 이곳에 제법 오래 머물렀고, 줄곧 탈출할 궁리만 해 왔던 만큼 어느 길로 산을 빠져나갈지 잘 알고 있었다.백진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를 따라 달렸다. 뒤를 돌아보니 눈에 들어오는 건 불길뿐이었다.이월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백진아는 낙장풍을 불러 세웠다.“낙 소협, 제가 힘드니 이월을 업으세요.”낙장풍은 붉은 혼례복을 입은 이월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그녀를 받아 업었다.백진아가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당하지 않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782화

    ’후… 후…’그 순간, 매 순간이 너무나도 길게… 시간이 마치 멈춘 듯 느껴졌다. ‘끼익…’이때 대나무 문이 천천히 열리며 작은 흰 쥐가 안으로 뛰어 들어와 바로 백진아가 서 있던 곳에서 멈췄다.곧이어 연천능의 발소리도 들려왔다. 그의 시선은 창가를 향해 있었고, 마치 허공을 꿰뚫어 백진아를 보고 있는 듯했다.그 눈빛은 결코 다정하지 않았다.백진아는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 눈시울은 뜨거워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당신의 아이를 가졌습니다.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고요…”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차갑고도 완벽한 얼굴을 만지려 했다.하지만 손끝은 공기만 스칠 뿐, 그대로 허공을 가로질렀다.그녀가 용음 비수로 그의 등을 찌른 뒤, 그가 정신이 든 상태에서 이렇게 가까이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하지만… 분명 눈앞에 있는데도, 마치 사람과 귀신처럼 닿을 수 없는 거리였다.차라리 지금 나가서 모든 걸 분명히 말해 버릴까? 원한이든 미움이든, 직접 마주하고 끝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백진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다잡았다. 막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이었다.오약설이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와 그의 곁에 서더니, 자연스럽게 그의 팔을 붙잡았다.“아마 이 창으로 도망친 것 같습니다.”연천능은 아래쪽 혼례판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는 말이냐?”마지막 말이 떨어지자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고, 옷자락이 바람도 없는데 거칠게 흔들렸다.그가 소매를 홱 휘두르자 오약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고, 머리 장식도 함께 떨어졌다.곧이어 방 안의 물건들이 공중으로 튀어 오르며 산산조각 났다.폭발하듯 터져 나온 내력은 마른 가지를 부러뜨리듯 대나무 집 전체를 무너뜨렸다.연천능은 완전히 광기에 잠식된 상태였다.“백진아! 나와서 죽어라!”그가 발을 내리찍는 순간 바닥이 무너졌는데, 그는 떨어지는 와중에도 두 손으로 쉼 없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781화

    그 사람들 마음속에서 성녀는 곧 신과 같은 존재였다. 성녀를 모욕하는 자는 죽어 마땅했다.백진아는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그 사람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이월을 꽉 끌어안은 채 재빨리 대나무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그녀는 곧바로 이월에게 약을 먹여 기절시킨 뒤, 공간 안으로 옮겼다.그리고 뒷창문으로 도망치려 두 걸음쯤 내딛다가 문득 멈춰 섰다.그녀는… 그를 보고 싶었다. 멀리서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말이다…그래서 3층으로 올라가 창문 뒤에 몸을 숨긴 뒤, 공간 안으로 들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흰 두루마기를 입은 한 남자가 허공을 가르며 바람을 타고 내려왔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처럼, 그는 우아하게 땅 위에 내려섰다.그의 풍채와 기품은 마치 어린 소녀의 꿈속에서 막 걸어나온 완벽한 남자 같았다. 얼굴을 미처 보지 않아도 사람을 압도하고,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드는 기세였다.연천능은 착지하자마자 차갑게 물었다.“노래 부른 사람은 어디 있느냐?”백진아는 본능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예전에 자신이 그에게 이 노래를 불러 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하지만 목소리는 바꿨다. 설마 목소리만 듣고 자신을 알아보지는 못하겠지.그의 얼음장 같은 시선이 주변을 천천히 훑었다. 마치 다음 순간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것만 같은 기세였다.차갑고 창백한 얼굴은 서리가 내려앉은 듯했고, 눈썹은 날카롭게 치켜올라 있었다. 어둡고 깊은 눈동자에는 사악하면서도 살기 어린 기운이 서려 있었다.오뚝한 콧날 아래, 옅은 분홍빛 입술에는 미친 듯한 웃음기가 스쳤다.이목구비는 여전히 조각처럼 아름다웠고, 온몸에서는 천하를 굽어보는 제왕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분명 같은 얼굴이고 같은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진아는 더 이상 예전의 그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주변의 여자들은 눈을 반짝이며 얼굴을 붉혔고, 숨마저 가빠진 채 넋을 잃고 있었다. 그의 물음에 대답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눈치였다.“음?”연천능이 눈썹을 살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780화

    백진아는 붉은 신랑 예복으로 갈아입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모닥불 주위를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월도 붉은 혼례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는 은장식을 가득 달고 있는 채, 그녀 역시 사람들과 함께 모닥불을 돌며 춤추고, 노래를 주고받았다.다행히 원래의 백진아는 이곳에서 자란 덕에, 이곳 노래를 조금은 할 줄 알았다. 덕분에 간신히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하지만 끝내 더는 부를 노래가 떠오르지 않았다. 백진아는 수줍게 웃는 이월을 보다가, 문득 이렇게 불렀다.“네가 웃으면 참 예뻐, 꽃처럼 예뻐…”“좋구나!”그 노래가 끝나자 모두가 일제히 환호했다.백진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 뒤 방에 들어가면 이월을 기절시켜 공간에 넣고, 그다음 낙장풍을 찾으러 가자고.그녀는 무심코 낙장풍을 찾았다.낙장풍은 잔치 준비에 무척 열심이었다. 그릇과 젓가락을 놓고, 음식을 나르고, 술을 따르느라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주 신이 난 모습이었다.“한 곡 더! 한 곡 더!”누군가 백진아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고 외쳤다.백진아가 노래방 애창곡을 하나 더 부르려던 순간, 어디선가 신비로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멀리서 무지갯빛이 번쩍였고, 은은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져 왔다.백진아는 그 음악과 향기가 너무나도 익숙했다.이건 오약설이 나타날 때마다 벌어지는 화려한 장면이잖아? 오약설은 임강진에서 연천능을 돌보고 있던 것 아니었어? 왜 벌써 돌아온 거지? 게다가 와룡산에서 이미 이 얼굴이 백진아라는 것도 알아봤는데… 그럼 어떡하지? 어떡해?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혼례에 모인 사람들도 그 음악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흥분하기 시작했다.모두 무릎을 꿇은 채, 빛이 비치는 방향을 올려다보며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성녀님이다! 성녀님이 돌아오셨다! 성녀님을 맞이하라…”심지어 어떤 남자는 그쪽으로 뛰어가며 외쳤다.“성녀님! 돌아오셨군요!”백진아는 그들이 미친 사람처럼 구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바보들… 완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779화

    이월은 마치 이 집의 주인인 듯 백진아를 대나무 집 안으로 안내한 뒤,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백진아는 대나무 의자에 앉아 다리를 두드리며 원망스레 말했다.“채운 아가씨가 네가 뒷산에 갔다고 하더구나. 반나절 내내 찾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다.”이월은 입술을 다문 채 웃으며 말했다.“예, 뒷산에 다녀왔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산 정상까지 올라가 성녀성 풍경을 좀 보고 내려왔어요.”그러다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덧붙였다.“산에는 길이 하나뿐인데, 어찌 진 소협을 만나지 못한 것이지요?”백진아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급하게 소변이 마려워서 숲으로 들어가 볼일을 봤는데… 그만 길을 잃어버렸다. 한참 헤매다가 겨우 길을 찾았는데, 뭔가 이상해서 그냥 돌아왔지.”이월은 입술을 다문 채 웃었다. 그러다 시선이 그녀의 아랫도리를 스치고는, 이내 얼굴을 붉혔다.백진아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오므리며 말했다.“낙장풍과 함께 이곳을 떠나자꾸나. 밖에서는 너희가 실종됐다고 모두 걱정하고 있다.”이월은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저는 이곳이 너무 좋아서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집에는 제가 따로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진 소협,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면 차라리… 당신도 여기 남는 건 어떻습니까? 우리…”말끝을 흐리며 이월은 수줍게 얼굴을 붉혔고, 고개를 숙였다. 긴장한 듯 손으로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백진아는 그녀의 표정을 가만히 살폈다. 진심인 듯 보였고, 연기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대체 무슨 상황이지? 한 사람은 바보가 되어 있고, 또 한 사람은 스스로 남겠다고 하질 않나, 심지어 나더러 같이 남자고까지 하다니…백진아는 눈을 굴리더니 일부러 속아 넘어간 척 말했다.“좋다.”“정말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니, 당신도 좋아할 줄 알았습니다.”그 말에 이월은 기뻐하더니, 백진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자,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립시다!”“하하…”백진아는 입꼬리를 떨며 그녀를 따라 방 밖으로 나갔다.마침 그때 채운이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778화

    수술칼을 꺼내 피부를 살짝 그어 보니 진짜 살갗이었다. 가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가면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월과 똑같이 생길 수 있지? 설마… 정말 이월이었던 건가?백진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리고 이월의 시신을 업고 산 아래로 내려가려 했는데, 바로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백진아는 즉시 고개를 홱 돌렸지만 눈에 들어온 것은 무성한 풀숲과 빽빽한 수림뿐이었다.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이월의 시신이 사라져 있던 것이었다!분명 바로 발밑에 있었고, 무게만 해도 백 근은 족히 넘는 시체였다. 그런데 어떻게 아무 기척도 없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백진아는 곧바로 쪼그려 앉아 바닥을 살폈다. 하지만 어디에도 시신을 끌고 간 자국은 없었고, 발자국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재빠르게 움직여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백진아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역시나 오행팔괘진에 미혼향의 약효까지 더해진 것이었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의념을 움직여 공간에서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약환 하나를 꺼내 삼켰다. 잠시 뒤, 흐릿하던 정신이 다시 또렷해졌다.백진아는 원래 걷고 있던 오솔길을 더 따라가지 않았다. 대신 일부러 아무 방향이나 정해 발걸음을 옮겼다.채운은 분명 길을 따라가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길에서 미혼진을 만났으니, 이번에는 아예 반대로 길을 벗어나 보기로 한 것이었다.숲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울창해졌다. 그렇게 수십 미터쯤 나아갔을 때였다.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백진아는 나무 위와 풀숲, 바위틈마다 숨어 있던 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광경을 보았다. 심지어는 검은 뱀, 초록 뱀, 그리고 붉은 뱀까지 뒤섞인 채로 빠르게 백진아 쪽으로 기어왔다. 겹겹이 포개진 채 몰려있는 모습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20화

    그 말인즉, 백진아에게 다른 일이 없으면 돌아가라고 전하는 것이었다.백진아는 건들건들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는 능왕부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방 하나 치워주십시오.”백우씨와 백경유는 깜짝 놀랐다.옛말에 시집간 딸은 남이라 하지 않았는가? 황족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집안이라도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와서 지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백진아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도 쓰지 않고, 벌떡 일어나 손가락 마디 마디를 꺾으며 말했다.“자! 저는 먼저 백비아를 찾아가야겠습니다.”백우씨는 마치 사람을 때리러 갈듯한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26화

    “스읍…”발목에서 화끈한 통증이 올라왔다.방금 연천능의 그 강압적인 포옹에 정신이 홀려, 다친 발목을 확인하는 걸 잊고 말았던 것이었다!’남색은 정말 사람을 망친다! 남색은 정말 위험해!’백진아는 절뚝거리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연천능은 이미 멀리 가버린 뒤였다.백진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커다란 바위를 하나 찾아 앉은 뒤, 신과 버선을 벗고 발목을 살폈다. 그녀의 발목은 벌써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고, 확실히 탈구된 게 맞았다.그때,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백진아는 경계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연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80화

    무진은 당황했다.그들의 병기가 독이 묻어 있다니? 왜 그는 몰랐을까?하지만 백진아의 말에 자객은 상처가 날까 봐 두려워했다. 그 한순간의 주저가 그들의 우위를 깎아 먹었다.곧 시위가 주도권을 쥐었고, 상대는 잇따라 쓰러졌다. 승세가 기울어졌다.“그만!”갑자기 작은 안뜰 쪽 문안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울렸다. 안뜰 문이 열리자 한 자객이 여자를 끌고 나왔다.“그만, 안 그러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여자? 백진아는 곧장 숨겨둔 첩이 있다는 장면을 상상했다.연천능이 손을 들자, 시위들은 공격을 멈추고 모두 그의 앞에 서서 경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96화

    백진아가 잔을 그에게 건넸다.“무섭지 않냐? 화나지 않냐? 범인을 원망하지도 않냐?”백경유는 잔을 힐긋 보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평소 찬물을 마시지 않았지만, 백진아가 처음 따라준 물이었기에, 결국 건네받았다.“원망합니다. 어찌 원망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원망 때문에 내가 괴로워진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지요.”그가 말하며 잔 속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는 그저 잘못을 깨달은 누나의 체면을 지켜주려, 형식상 한 모금만 마시려 했다. 하지만 한 모금 마신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물이 너무 맛있었다.달콤하고

Plus de chapitres
Découvrez et lisez de bons romans gratuitement
Accédez gratuitement à un grand nombre de bons romans sur GoodNovel. Téléchargez les livres que vous aimez et lisez où et quand vous voulez.
Lisez des livres gratuitement sur l'APP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