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허아연의 어깨에 턱을 올린 주현우는 살결을 어루만지며 나른하게 말했다."어젯밤에 꿈에서 너랑 해버렸어."허아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물었다. "주현우 씨, 벌써 대낮인데 아직도 잠이 안 깼어요?"주현우가 잠이 덜 깬 눈으로 허아연을 보며 느긋하게 물었다."어젯밤 서비스 성에 안 찼어? 마음에 안 들었어?"허아연은 거울 속 주현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허리를 숙여 세면대에 치약 거품을 뱉으며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싸늘하게 굴어도 주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바탕 더 장난치고 실컷 놀리고 나서야 준비를 마치고 허아연을 회사에 데려다줬다.그 뒤로 며칠간 허아연은 주현우를 피해 다녔다. 주현우가 몇 번 스타라이트 테크로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이번엔 주현우도 진자 오지은에게 칼을 빼 들었는데 3국 프로젝트에서 정말 오성 그룹을 제외시켰다.오지은이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주현우는 만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날 오전, 사무실에 막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오지은의 엄마인 이은빈에게서 온 전화였다.무표정으로 발신자를 확인하던 주현우가 끝내는 전화를 받았다."아주머니."전화기 너머로 이은빈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우야, 너랑 지은이 무슨 일 있었어?" 주현우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원래부터 무슨 일 있을 것도 없고요."이은빈이 울상으로 말했다."현우야, 지은이가 어젯밤에 집에서 손목을 그었어. 나랑 지은이 아빠가 일찍 발견하지 않았으면 지은이가, 지은이가……"이은빈이 말하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전화기 너머 주현우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오지은이 손목을 그었다고?잠시 침묵하던 주현우가 차분하게 말했다."아주머니, 지은이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았어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요." 주현우의 말에 이은빈이 다급해하며 말했다. "근데 현우야, 지은이가 어젯밤에……"이은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현우가 정중하게 말했다."아주머니, 볼
"음……"거칠게 몰아붙이는 주현우의 키스에 허아연은 한참 뒤에야 겨우 밀어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주현우가 흐뭇하게 허아연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자자."흔히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잠자리 한 번이면 화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제대로 된 부부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다. 주현우도 강제로 허아연을 덮쳐서 상처줄 리는 없었다. 그래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유혹하는 것이었다. 강제로 주현우 품에 안긴 허아연은 힘이 풀렸다. 결혼하기 전부터 주현우가 못됐고 제멋대로라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도 그 때는 주현우 때문에 죽고 못 살았다. 다른 데서는 절대 못 했을 경험을 하게 해줬고 늘 상상도 못 한 세계로 데려갔다. 허아연의 청춘에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겼던 사람이었다.허아연처럼 모범생에 착한 여학생일수록 나쁜 남자한테 더 쉽게 빠지곤 했다. 주현우 같은 남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주현우와 잠자리라도 한 여자라면 앞으로 평생 우려먹을 자랑거리가 됐을 것이다. 하루 종일 병원에 있었고 밤에는 크게 한바탕 싸운 데다 또 주현우에게 몇 번을 치이고 나니 허아연은 진짜로 지쳤다.주현우 품에서 잠시 버둥거리다 말고 말했다."주현우 씨, 몸으로 때우려고 유혹해 봤자 마음 안 바뀌어요."주현우가 허아연을 안은 채 피식 웃었다."이게 무슨 몸으로 때우려고 유혹한 거야. 정말 그렇게 하면 그땐 울면서 나한테 떠나지 말라고 할 걸." 허아연이 질색하며 말했다."제발 조용히 좀 해요."주현우는 불을 끄고 허아연을 더 꽉 끌어안았다."아연아, 아까 신음 소리가 너무 좋았어."허아연이 손을 올려 주현우를 탁 치며 말했다."그만 말하라고요."주현우는 그 말에 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허아연이 손을 밀어내 봐도 주현우는 계속했다. 몇 번 실랑이하던 허아연이 주현우 팔뚝을 꽉 깨물고는 고개를 들고 쳐다보며 말했다."주현우 씨, 계속 거짓말할 거예요? 경험 없는 사람이 지금 이래요?"주현우는 웃
주현우가 너무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옆방에 전화받으러 가면서도 문을 잠그고 나갔다. 안 그랬으면 진작 아레아 베이를 떠났을 것이다. 허아연이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자 주현우는 손가락으로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려 자기 얼굴을 바라보게 했다.허아연이 주현우를 밀어냈다.주현우는 오른쪽 무릎을 침대 위에 꿇고 허아연의 손목을 잡더니 살짝 몸을 기울여 그대로 침대 위에 가두었다.허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려는데 주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허아연 귓가에 바짝 붙어 끈적이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연아, 나 힘 반도 안 줬는데 넌 벌써 상대가 안 되잖아. 나 화나게 해서 달려들면 진짜 덮칠 수도 있어." 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을 부라리며 쏘아봤다.꽤 사나워 보였지만 워낙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라 주현우는 그런 허아연이 무섭기는 =커녕 오히려 재미있었다. 허아연의 매서운 눈빛에도 주현우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낮게 속삭였다. "그동안 이렇게까지 싸우고 버티는 거 나도 너무 힘들었어. 우리 앞으로는 잘살아 보자, 다시는 속 썩이지 않을게." "내가 보여준 성의가 아직 부족하다면 법무팀 시켜서 내 명의의 자산과 지분 전부 다 넘겨줄게. 내일 바로 처리하라고 하면 돼."허아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허아연이 진지하게 굴수록 주현우는 오히려 더 놀리고 싶었다.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허아연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려 고정시키고 다정하게 말했다."오늘 밤 한 말 다 진심이야. 나 아직 어떤 여자도 손댄 적 없어. 전에 건 다 연기한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확인해 봐도 돼."허아연이 세게 발버둥 쳤다. "주현우 씨, 제발 이런 염치없는 변태 같은 소리 좀 하지 마요."허아연이 싫다고 하면 할수록 주현우는 더 말하고 싶었다."아연아, 우리 결혼한 지 3년이나 됐잖아. 진짜 끝내려면 부부 관계는 한 번쯤 제대로 해야 하지 않아? 안 그러면 나중에 내가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어?"허아연은 화가 나서 위가 아
아니면 두 사람 나이의 사랑은 보통 죽고 못 살 정도로 뜨거워야 했다. 허아연은 말하지 않았다.순간 방 안이 고요해졌다. 서로의 심장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그때 옆에 놓인 주현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주현우가 고개를 돌려보니 업무 전화였다.주현우는 바로 받지 않고 허아연의 얼굴을 꽤 힘주어 어루만지며 말했다."하루 종일 바삐 보냈는데 좀 전에 크게 화까지 냈으니 지금은 푹 자. 내일 데려다줄게.""먼저 업무 전화 좀 받고 올게."말을 마친 주현우는 허아연 뺨에 입을 맞추고는 휴대폰을 들고 옆방으로 갔다.침대 끝에 앉은 허아연은 문이 닫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눈빛이 공허했다. 주현우가 휴대폰을 들고 서재에 들어왔을 때는 벨소리가 이미 끊겨 있었다.통유리창 앞에 선 주현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서야 다시 전화를 걸고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 주시다니 중요한 지시라도 있으십니까?""아직 안 쉬었죠, 방금 집사람과 얘기 나누고 있었어요.""아이고, 과찬이십니다."그 뒤로 두 사람이 업무 얘기를 잠깐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시청 고위 관계자가 전달 사항이 있다며 걸어온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옆 서랍장 위에 탁 내려놓은 주현우는 바로 안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그 자리에서 생각에 잠겼다.허아연을 싫어한다고? 싫어할 리가 없었다.예전 일들을 떠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예은이 떠올랐다.주머니에서 오른손을 꺼내 약지에 낀 반지를 바라봤다.사실 오예은이 살아있었다 해도 두 사람은 결혼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결혼 상대로 선택했을 사람은 허아연이었다.주현우는 허아연이 어릴 때부터 아내로서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예은을 잊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도 가끔 꿈에 오예은이 나오곤 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살려달라고 사람들을 부르러 달려가던 모습이 보였다.그 뒷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주현우는 마음이 뭉클했다.통유리창 앞에 한
허아연이 두 손으로 주현우의 손목을 움켜잡았다.주현우는 억지로 풀지 않고 조용히 허아연을 내려다봤다.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주현우 씨, 이걸로 더 싸우고 싶지 않아요. 나한테 강요하지 말아요."주현우가 허아연 옷깃에서 손을 뗐다.허아연의 이마 위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조용히 말했다."2층이라 높진 않지만 넌 지금 다리도 다쳤고 밑에도……"주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아연이 말했다."나 그렇게 유치하지 않아요."허아연이 말을 마치자 주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주현우가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허아연은 변기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아무 말 없이 한참을 그렇게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가 겨우 일어나 씻었다.잠시 후.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감정은 어느새 평소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허아연이 발을 절뚝이며 천천히 걸어나오자 주현우가 다가와 번쩍 안아 침대 끝에 살며시 앉혔다.주현우는 허리를 숙여 정수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뒤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허아연 맞은편에 앉았다.다시 아레아 베이로 돌아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앉아 있으니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3년을 살았는데 꿈 같았다.주현우가 빤히 쳐다보자 허아연이 먼저 나긋나긋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이혼하겠다고 하면 당신이 원하는 걸 이뤄서 홀가분해할 줄 알았어요. 어차피 내가 싫어서 냉대하는 티가 다 났으니까요."잠깐 멈칫하던 허아연이 말했다."주현우 씨, 그런데 이제는 당신을 모르겠어요.""싫어한다고?" 주현우가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허아연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내가 언제 너를 싫어했다고 그래? 싫었으면 결혼했겠어?"허아연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허아연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주현우가 손을 꼭 잡고 나지막하게 설명했다. "예전에 네가 수작을 부려서 결혼한 거라고 오해했어. 그래서 일부러 네 반응 보려고 한 일들이 많았어.""네가 참고 맞춰줄수록 내 판단이 맞다는 생
"주현우 씨, 제발 부탁할게요. 네? 제발 그냥 놔줘요. 제발 사인하고 이혼해 줘요, 네?" "처음에 나랑 결혼한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몇 년 동안 나도 갚을 만큼 갚았잖아요. 현우 씨도 이제 화 풀릴 때가 됐잖아요.""주현우 씨, 우리 이혼해요!"허아연이 괴로워하며 두 손으로 주현우의 등을 꽉 잡았다. 주현우는 허아연을 안고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달랬다."내 잘못이야. 내가 네 마음 몰라줬던 거야. 네가 신경 안 쓰는 줄 알았어.""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아무것도 네가 처리할 필요 없어.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돼."주현우는 아무 말 없이 흔쾌히 다 받아주는 허아연이 정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주현우의 위로에 문득 예전에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주현우가 침묵했던 게 떠올랐다.허아연이 주현우의 등에서 힘없이 두 손을 떨어뜨리며 말했다."주현우 씨, 나 지쳤어요. 이미 당신과 끝낼 마음의 준비 다 했어요. 다시 시도해 볼 생각도 없고 기회도 안 줄 거예요."허아연은 한없이 지쳐 보였다. 주현우가 두 손으로 허아연의 얼굴을 감싸더니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밤에 큰 결정 내리는 거 아니야. 게다가 오늘 하루 종일 병원에 있었잖아. 일단 씻고 푹 자. 그다음에 우리 지난 일들 다 털어놓고 얘기하자.""그리고 아연아, 나 밖에서 어떤 여자한테도 손 안 댔어. 오지은과는 더더욱 아무 일 없었어. 일단 물 받아줄 테니까 씻어. 좀 진정하고 냉정하게 생각해."허아연이 이렇게 무너지는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조금 전 허아연의 모습에 주현우도 마음이 괴로웠다. 허아연은 주현우의 위로가 그냥 공허하게 느껴졌다. 너무 지쳐 있었다.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허아연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주현우에게 얼굴을 감싸 쥔 채 허아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 순간, 허아연의 두 손바닥이 화끈거리며 아팠고 다친 오른발도 좀 쑤시기 시작했다. 허아연이 빤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